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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바쁜 황녀님-84화 (84/124)

?제84화. 11장. 반역의 전말 (1)

최근 수도 안에서 사람들에게 공포를 몰고 다니는 집단이 있었다. 그들이 활개를 치고 다닐수록 그들을 둘러싼 소문 역시 늘어났다.

그들은 귀족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무슨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고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소문. 그들이 인신매매를 해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는 소문. 그중에서도 막대한 빚을 지고 있거나 가족이 없는 고아들을 대상으로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른다는 소문.

어디부터가 소문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모든 소문이 사실이었다. 또한, 그들은 그 소문들이 만들어 준 악명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그들을 무서워하고 벌벌 떨었으니까.

그럴수록 수도 내에 치안이 불안해졌다.

“도와주세요…!!”

갑자기 어린 소녀가 루이스에게 뛰어들었다. 루이스의 허리까지도 오지 못하는 작은 키였다. 소녀가 입고 있는 옷은 그 옷을 입고 1년 내내 버티는 것이 분명할 정도로 해지고 닳은 부분을 다른 천으로 덧대어 놓은 것이 보였다.

루이스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뭘 어떻게 도와야 하지?”

“저, 저에게 시간을 좀…주세요…!”

“…….”

“집에 저보다 어린 동생이 있습니다! 그 아이를 맡아 줄 분에게 데려만 주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러니 저 좀 붙잡히지 않게 도와주세요…!”

“나는 너를 붙잡은 적도, 동생에게 가지 못한 적도 없는데.”

“너 거기 안 서!!”

때마침 소녀가 이토록 초조해하고 있었을 원인이 분명한 자들이 소녀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욕설과 함께 협박을 하며 다가왔다. 소녀는 루이스의 옷을 살짝 쥔 채 바들바들 떨었다.

루이스는 잠시 소녀를 향해 오는 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렸다.

“저자들이 누군지 나한테 말해 주겠니?”

“네…?”

소녀는 우물쭈물하며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그자들이 누군지 알면 절대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 같아 그러는 것 같았다.

“저자들이 내가 찾던 것들이면 도와주지.”

소녀가 되물었다.

“…그게 누군데요?”

사실이 아니더라도 루이스가 찾는 사람이 맞다고 할 것 같았다. 루이스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했다.

“내가 먼저 말하면 안 되지.”

“…….”

“이 꼬마가 기어이 도망을 쳐? 너는 남들보다 더 힘든 곳으로 보내 주마.”

“히익…!!”

어느새 소녀를 쫓던 자들이 바로 앞까지 왔다. 소녀는 루이스의 뒤에 숨었다. 루이스를 잡고 있는 손이 격렬하게 떨렸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루이스가 자신을 구해 주기를 바라면서.

“저, 저희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기신 빚이 있습니다…! 그 빚을 갚지 못해서 저는 저 사람들에게 곧 팔려가야 합니다…….”

루이스는 그런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가 갑자기 잡혀가면…동생이 굶어 죽을지도 몰라요…그러니 제발…….”

결국, 소녀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렀다. 루이스가 소녀를 위협하고 있는 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찾는 것들이 맞는 것 같구나.”

귀족 연합에게 있어 강한 황권에 집착하는 루이스는 눈엣가시다. 절대 공존할 수 없는 관계이기도 했다. 그러니 반역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인 관계였다.

그들이 반역을 일으킬 틈만 보고 있다는 것은 회귀 전에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때는 반역을 막지 못할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반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럽고 치사한 일을 모두 도맡아 하는 무리, 루이스는 그들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들의 뒤를 캐낸 후에 깔끔하게 없애줄 생각이었다.

“…정말입니까?”

“그래. 그러니 가 봐도 좋다.”

“너 뭐야? 뭔데 건방지게 우리 거한테 가도 좋다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나는 그래도 된다. 그러니 조용히 해라.”

“이게 우리가 누군지 모르고…!”

순간 흥분한 자가 루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순식간이었다. 루이스가 팔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그자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루이스의 목소리가 음산하게 주위에 울렸다.

“안다고. 그니까 그 입 닫아. 그리고 너, 천천히 와도 돼. 돌아와서 동생 잘 만났는지 보고해. 알았어?”

“네…? 네!”

“그럼 돌아서.”

소녀는 루이스의 말대로 돌아섰다. 그리고 죽을 만큼 힘을 다해서 달렸다.

루이스는 방금 전까지 소녀를 쫓았고 바로 직전에 동료를 하나 잃고 넋이 나간 자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일단 내가 잡혀 줄까?”

루이스는 순순히 그들에게 붙잡혀 주었다.

그들의 아지트는 의외로 수도 한복판에 있는 3층짜리 식당이었다. 딱 봐도 쓸데없이 비싸고 시끄러운 가게였다. 게다가 루이스를 둘러싼 채 험악한 인상으로 얼굴을 들이대는 짓이나 마치 겁을 주려는 것처럼 과장해서 내는 웃음소리 모두 귀에 거슬렸다.

사실, 루이스가 이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고 찾아온 것은 귀족 연합이 덫에 빠지도록 하는 데 이들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직접 와 보니 알 것 같았다. 이들은 그럴 가치가 없는 무리였다. 게다가 빚을 이용해 어린아이들을 팔다니, 루이스는 생각할수록 불쾌했다.

소녀가 돌아올 때까지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까.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뒤늦게 루이스가 있는 곳을 찾은 시종장을 비롯한 사람들이 시비가 붙어서 잡혀 있는 루이스를 보고 아연실색을 했다. 게다가 적당히 상황을 정리하려는데, 그마저도 루이스가 못하게 막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루이스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자들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시종장은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결국, 에일린을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다.

“…오라버니!”

에일린을 본 순간 루이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쯧…여기서 더는 못하겠군.’

상황을 지켜보다가 직접 움직여 볼까. 생각하던 루이스였다. 하지만 에일린까지 휘말리게 할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오늘은 지켜만 보다가 돌아가야겠군. 루이스는 아쉬워했다. 결국, 루이스는 소녀가 올 때까지 에일린의 폭풍보다 더 거센 잔소리를 들으며 기다려야 했다.

창밖 사이로 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아저씨! 저 왔어요!”

“이 꼬마가! 뭐해! 저 꼬마 잡아!”

“놔요! 아저씨 저 왔어요! 저 왔다고요!”

밖에서 한 소녀가 어떤 아저씨를 찾으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렸다. 루이스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소녀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정말로 동생만 보고 돌아온 건가. 멍청한 꼬마였다. 여기로 돌아오면 결국 팔려 가야 할 텐데. 돌아오다니. 하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도와 달라고 할 때는 염치가 없었지.

소녀는 지나칠 정도로 씩씩하게 외쳤다.

“아저씨! 저 늦지 않고 약속대로 왔으니까, 그만 나와요. 나와도 돼요!”

소녀는 루이스가 있는 곳으로 오려고 몸부림쳤지만, 상인들에게 붙잡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루이스는 바위가 된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리를 거침없이 박차고 일어나 발길질 한 번으로 문을 열리게 만들었다.

“왔구나.”

루이스는 무심하게 말하면서 어린 소녀의 몸을 잡고 있는 상인들의 손을 친히 하나씩 떼어 냈다.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너무너무 감사해요.”

“필요 없어.”

루이스가 무심하게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그래서. 다녀왔니?”

하지만 상인들은 공포에 떨면서도 바로 뒤에 벽이 있는 곳으로 의미 없는 뒷걸음질을 칠 뿐이었다. 그 순간, 루이스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그대로 검을 상인들의 앞으로 내밀어 몸통을 그대로 망설임 없이 베어 버렸다.

“폐하!!”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시종장이 루이스의 앞에 팔을 뻗으며 막아 섰다. 시종장은 공포에 질려 있으면서도 루이스를 향해 눈을 똑바로 들었다. 용기는 가상하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건방지게 나를 노려볼 눈이 있으면 돌아서 저것들도 똑바로 봐.”

루이스가 검으로 몸을 두 동강 낸 것 같았던 상인의 몸은 그에 비해서는 멀쩡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옷이 완전히 두 동강 나고 장기가 훼손되지 않을 정도로 살집이 배어서 피가 많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툭-. 상인의 정확히 반 갈라진 옷 사이로 루이스의 검에 함께 베어져 두 동강 난 종이가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꼬마야, 가져가라. 이제 넌 자유다.”

어린 소녀는 바닥을 기어 루이스가 가리킨 두 동강 난 종이를 주워 입안에 넣어 잘근잘근 씹다가 꿀꺽, 삼켰다. 루이스는 그 모습이 썩 유쾌했다.

“폐, 폐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루이스의 정체를 알게 된 상인들은 겁을 먹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최선을 다해 빌었다. 루이스는 그런 자들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지나쳐 가게를 나갔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밟으라는 명령도 잊지 않고 내렸다. 그들은 이용하기에는 너무 쓰레기였다. 그러니 괜히 거슬리기 전에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 소녀를 만나버리는 바람에 아무래도 계획이 조금은 수정될 것 같았다. 일단 그들이 하고 있는 사업을 철저하게 파서 완전히 박살을 낼 것이다.

식당에서 나와 돌아가는데, 순간 루이스의 눈가에 갑자기 장난기가 감돌았다.

뭐, 황궁에 나왔으니 겸사겸사 공작가에도 한번 가 볼까. 분명 에일린은 싫어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더더욱 가고 싶어졌다.

“오늘은 공작가에서 하루 머무르지.”

“네???”

역시나 에일린이 깜짝 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움을 구하듯이 시종장을 바라봤지만, 루이스와 눈이 마주친 시종장은 최선을 다해 에일린의 시선을 피했다. 순간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에일린은 언제나 예상대로 반응해서 이럴 때마다 어린 시절이 떠오르곤 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 헤레이스가 공작가의 마차를 가지고 나타났다. 에일린을 데리러 왔다고 말했다. 공작가의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결국, 루이스는 공작가에 도착하기 전 발걸음을 황궁으로 돌려야만 했다.

황궁으로 향하던 중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에일린과 룩센 황태자의 스캔들이 터졌다. 루이스는 확신했다. 두 사람의 스캔들이 일어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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