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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바쁜 황녀님-109화 (109/124)

?제109화. 14장.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고 있었다 (11)

“제국에 황후 마마가 생길 줄이야.”

“꿈이야 생시야.”

이번 결혼식에 감회가 남다른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제국민들 역시 결혼식을 보면서 신기해하며 감탄했다.

“앞으로 제국에 좋은 일들만 있으면 좋을 텐데.”

“좋은 분이 들어오셨어.”

올리비아와 루이스가 결혼한다. 이 사실은 제국민이라면 누구나 감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갑작스러운 결혼에 깜짝 놀라면서도 축하했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할 만큼 감격적이고 축복이 가득한 하루였다.

마차에서 내린 올리비아는 루이스의 손을 잡았다.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루이스와 올리비아가 손을 맞잡고 앞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가득한 결혼식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동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루이스가 평생의 반려자를 맞이하다니. 그것도 나의 절친한 올리비아와 루이스가 서로 좋아했었다니. 회귀 전에는 어째서 몰랐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정말 잘됐어.”

너무 잘된 일이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두 사람의 모습을 넋이 나간 채로 바라보았다. 축복과 영광이 영원히 함께하기를.

에밀이 나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아기씨…….”

내가 그녀를 돌아보자 어쩐지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오늘같이 좋은 날 어째서 얼굴이 어둡지? 내가 에밀에게 묻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라도 내가 상처를 받을까 봐 염려하는 것 같았다.

“…괜찮으세요?”

“뭐가…?”

나는 에밀이 무엇을 의도하고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닙니다. 그냥 너무 보기 좋네요.”

“그치? 두 사람 잘 어울려.”

루이스와 올리비아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마치 처음부터 짝이었던 것처럼.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사실 에밀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두 사람을 보니 에밀은 내가 걱정된 것이다. 나는 헤레이스와 결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했고, 지금은 헤어진 상황이었다. 혹시 내가 위축되거나 내심 속으로 힘들어하지 않을까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나는 에밀의 그런 마음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올리비아와 루이스가 결혼하는 것으로 이미 충만한 기분이 들었다.

* * *

결혼식이 끝나고 밤이 되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남은 것은 첫날 밤뿐이었다.

루이스와 올리비아는 신방으로 꾸며진 방에 있었다. 어쩐지 두 사람은 어색했다. 그래서 누구도 먼저 다가가지 못했다. 그렇게 서로를 마주본 채 한참을 가만히 있었던 것 같았다.

루이스는 내심 올리비아의 모습에 감탄하고 있었다. 루이스가 중얼거렸다.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올리비아를 황후로 맞이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위태로운 상황에 그녀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외면해 왔는데.

루이스가 올리비아를 보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자, 올리비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녀가 당돌하게 말했다.

“겨우 찾아온 날인데, 이렇게 시간을 보낼 건가요?”

그 말에 당황한 것은 루이스였다. 하지만 곧, 푸핫. 웃음이 터졌다. 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랬다간 바로 차일 것 같군.”

루이스가 올리비아의 몸 위로 올라갔다. 올리비아의 등이 침대에 닿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루이스가 말했다.

“오늘 밤 최선을 다하지.”

낮은 목소리가 올리비아의 귓가에 울렸다.

사실 올리비아는 긴장하고 있었다. 지금 상태로 걷는다면 온몸이 삐걱거릴 정도로. 하지만 시선만큼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루이스를 향해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

* * *

다음 날이 되었을 때, 루이스는 나오면서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할걸.”

그로 인해, 황제 폐하와 황후 마마께서 황홀한 첫날밤을 보냈다는 소문이 황궁 전체에 퍼졌다. ‘앞으로 황궁 생활이 편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황궁 사람들 역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황궁의 주인이 기분이 좋으면 황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올리비아가 혼자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찾아갔다. 이제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었다. 나의 오라버니의 아내이자 제국의 황후였다.

“황후 마마.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올리비아는 태어날 때부터 황후였던 것처럼 잘 어울렸다. 황궁에 도는 소문이 거짓말은 아닌지 그녀의 얼굴이 좋아 보였다.

올리비아가 환하게 나를 반겼다.

“에일린! 어서 와. 기다렸어!”

내 손을 잡아 자리에 앉도록 이끌었다.

“폐하께서는 잘해 주셔?”

“…응!”

올리비아가 살짝 부끄러워하는 것 같더니, 배시시 미소 지었다. 얼굴에 행복이 가득 묻어나왔다. 원래 결혼을 한 사람들의 얼굴은 이런 거구나. 올리비아를 보니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찾아온 것은 단순히 그녀에게 인사하기 위한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에밀이 챙겨 온 문서들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앞으로 황후 마마께서 하셔야 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황궁 전반에 관한 관리는 황후의 몫이었다. 나는 비어 있는 자리를 대신해서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올리비아에게 넘기는 것이 맞았다.

올리비아가 생각보다 두툼한 문서 뭉치를 보며 말했다.

“와, 나 보러 온 줄 알았는데 이거 주러 온 거였어?”

하지만 나는 태연하게 말을 받아쳤다.

“저는 이제 황후 마마의 시누이입니다.”

내가 짓궂게 말하자 올리비아도 웃으며 받아쳤다.

“이런, 긴장해야겠는데.”

이제 정말로 가족이 되었다. 올리비아는 완벽한 황후가 되었다. 더 이상 내가 황궁 일에 신경 쓸 필요도 없이 척척 처리했다. 내 예상대로 올리비아가 황후가 된 후, 황궁 분위기는 달라졌다. 황궁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밝아졌다. 특히 넓은 황궁에 올리비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동안 방치되고 있었던 곳들까지 하나같이 모두 챙겼다.

사람들의 충성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물론, 그것은 올리바아를 향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황후가 된 올리비아를 칭송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달라진 것은 루이스였다. 올리비아는 내가 이제껏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던 루이스를 단번에 바꿔 버렸다.

루이스는 내가 올리비아를 만나고 있을 때도 종종 찾아왔다. 하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올리비아가 억지로 쫓아냈기 때문이다.

“폐하.”

루이스가 올리비아를 외면했다. 올리비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업무를 끝내시고 오세요. 그러지 않으면 황후궁에는 들어올 수 없으십니다. 저는 한심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

“그러니 일하세요.”

전혀 꼼짝도 하지 않던 루이스를 바꾸게 만든 것도 올리비아였다. 루이스는 올리비아의 눈치를 보느라 억지로 일을 해야 했다.

올리비아는 억지로 나가는 루이스의 등에 대고 쐐기를 박았다.

“재상에게 확인할 것입니다.”

루이스의 어깨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앞으로 두 사람의 미래가 보였다. 루이스는 분명 올리비아에게 꽉 잡혀 살 것이다. 천하에 루이스가 올리비아에게 잡혀 살다니. 재미있는 일이었다.

* * *

황후궁에서 올리비아와 함께 있을 때였다. 갑작스럽게 루이스가 찾아왔다.

사실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이런 경우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그동안 본 적 없던 행동들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제껏 모든 것을 억누르고 있었던 감정이 터진 것 같았다. 루이스는 시간이 날 때마다 황후궁을 찾아와 올리비아와 시간을 보내곤 했다.

처음에는 일을 하다가 몰래 빠져나왔는데, 그때마다 올리비아는 루이스를 상대도 하지 않고 쫓아냈다. 일을 다 하지 않으면 밤에도 찾아오지 말라는 엄포를 했다.

결국, 루이스는 일을 하다가 잠시 시간이 비거나 휴식을 취할 때만 찾아왔다. 여기서 의외의 효과가 있었는데, 루이스가 황후궁에 들릴 시간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일을 열심히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억지로 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루이스의 변화에 쌍수를 들고 반긴 것이 재상을 비롯한 사람들이었다. 눈에 띄게 좋아진 업무 효율로 인해 황궁은 또다시 좋은 분위기가 됐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온 루이스의 표정이 어쩐지 별로였다. 분명 나와 눈이 마주치고 변한 것이었다. 루이스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에일린, 너 또 여기 있어?”

올리비아를 보러 왔는데 그 옆에 내가 훼방꾼처럼 앉아 있으니 못마땅한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며 말했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이런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익숙한 듯 바로 나가려고 하는데 올리비아와 루이스의 반응이 달랐다.

올리비아가 미안한 기색이 가득한 채 나를 불렀다.

“에일린…!”

그러자 루이스가 나를 보내기 위해 인사했다. 방해하지 말라는 눈빛까지 더해서.

“잘 가거라.”

‘가요!’

내가 그대로 방에서 나왔을 때였다. 아직 닫히지 않은 문 너머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폐하. 왜 그러세요.”

“내가 올 때마다 있으니까 그러지.”

“제발 이러지 좀 마세요.”

“그럼 내가 올 걸 알면서도 에일린과 있는 건가. 내가 오는 게 싫어서?”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두 사람의 실랑이는 얼마 가지 않았다. 목소리만 들어도 올리비아가 부끄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황후는 낮에만 부끄러워하는군.”

순간 내 발걸음이 빨라졌다. 얼른 나가자. 쓸데없는 소리를 더 듣기 전에. 나는 그대로 빠른 걸음으로 황후궁을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했다.

나는 황후궁을 향해 마음속으로 외쳤다.

‘치사해서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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