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2화 (2/134)

00002  1권.

왕따.

그것은 아이들에게서 따돌림 당하는 것을 의미하며, 말 그대로 왕王, 최고의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를 왕따라고 한다. 이는 대부분 아이들이 뭉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한 아이를 자신보다 낮은 인간으로 치부를 하거나, 더럽고 모자란 인간으로 치부하면서, 인간으로 동격화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개개인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크게 무서운 것이 아니다. 단지 귀찮고 외로울 뿐. 하지만 왕따에게는 항상 떼거지 아이들의 놀림이 있게 된다. 이는 자신보다 못한 아이를 괴롭히면서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착각을 하는 부류들이 이 같은 일을 벌이게 된다.

어쩔 때는 그저 바보 취급하고 무엇인가를 던지거나 하는 것이지만, 심할 때는 단체로 모여서 구타를 하는 경향도 종종 발생한다. 그리고 지금 여기 한 남자 아이가 쓰러진 채로 있다.

‘나쁜 놈들…….’

신태성.

언제부터였을까? 대략 중학교 입학을 한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남들과 다를 것 없고, 그저 평범했던 아이.

성격도 평범하고, 집안도 평범하며, 생김새까지 평범했다. 그 무엇 하나 뛰어나거나 모자랄 것 없는 극도의 평범함을 지닌 아이. 그랬기에 그 누구에게도 미움을 살만한 일은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태성을 왕따 시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상종도 하지 않더니, 나중에는 이용을 하거나, 협박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곤 했다.

간간히 재미삼아 이어지는 구타는 이제는 하루가 멀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매일 같이 작은 상처와 더불어 옷은 더럽혀지고 자존감은 점점 상실 되어갔다.

그렇게 그에게는 점차 학교 생활의 한계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중학교 시절 이 사실을 부모님에게 알렸다. 부모님은 태성의 몸에 있는 멍자국과 작은 상처들을 보며 크게 분노하며 학교로 향했다. 교사들은 태성의 부모님께 머리를 숙이며 사죄를 했다.

한바탕 큰 소란이 일어난 결과 교사들은 이런 일의 원인을 아이들에게 돌렸다.

교사들은 왕따에 가담한 아이들에게 징계를 내려야만 했다. 그런데 가담한 숫자가 너무나 많았고, 징계를 하기 위해선 반수 이상의 아이들에게 처벌을 내려야만 했던 것이다. 만약 이 같은 사실이 외부나 학부영들에게 알려진다면 오히려 더 큰 일이 벌어질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징계 명목으로 간단한 청소나 반성문 정도만을 제출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왕따에 대한 단순한 처벌이었다.

단순한 처벌은 아이들에게 절대로 정상적인 이성을 가지게 만들지 않는다. 선생님들에게 야단을 맞은 아이들은 눈에 독기를 품고 왕따와 집단구타에 더욱 열을 올렸다. 오히려 말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상황은 더욱 악화 되어갔다.

이렇게 한 번의 일을 계기로 태성은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 대해서 두 번 다시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다.

그렇게 14살 때부터 시작 된 왕따와 구타는 고3이 된 5월까지도 계속 되고 있었다. 장장 5년 동안 집단 구타와 왕따를 당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으이그! 이 찌질아. 넌 대체 학교를 왜 다니냐? 나 같으면 어디가서 확 뒈져버리겠다.”

“큭큭, 정말 웃기지 않냐? 나 저 녀석 중학교 때부터 봐왔었거든? 그런데 전혀 달라지는 게 없어. 그냥 꼴 보기가 싫다니까?”

“나 참… 나는 너희들이 더 웃긴다. 왜 인간 같지도 않은 녀석을 상대하고 그래? 날 봐. 난 그냥 없는 놈 취급하잖아?”

남녀구분 없이 모든 아이들은 태성을 그저 없는 사람 취급하거나 그도 아니면 괴롭히는 부류로 나뉘었다. 한 명이 시작하니, 그것을 자연스럽게 따라 했고, 함께 괴롭히지 않으면 도리어 이상한 취급을 당했다. 그렇다보니 모든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죄책감이라는 것을 가지지 않고 대다수가 태성을 괴롭히거나 인간 이하의 취급을 했다.

‘반드시 너희들한테 복수 한다! 5년 동안 받았던 멸시와 무시… 무조건 복수 해주고 말테다…….’

태성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

“어쭈? 꼴에 주먹을 쥐네? 더 맞고 싶어서 아주 용을 쓰는데?”

한 녀석이 주먹을 쥐며 태성에게 위협을 가해왔다. 단순하게 머리 위로 올린 주먹에 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 하며 떨었다. 그것이 재미있는지 아이들은 더욱 태성에게 위협을 가하는 제스처를 했다.

“야, 그런 짓 좀 그만해라. 이제 보는 나도 지겹다. 그나저나 너희들 레벨 업은 좀 했냐?”

한 아이는 상황을 돌리려 다른 말을 꺼내 놓았다.

“야… 말도마라. 난 3시간 자고 밤새도록 했는데, 겨우 1레벨 더 올려서 이제 48이다.”

“큭큭, 그렇게 공부를 해봐라. 그럼 전국 1등을 하지.”

“내 말이… 흐흐흐.”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는 태성은 이를 악물었다.

‘레전드 오브 판타지… 그래. 거기서 내가 당한 고통에 대한 치욕과 분노를 너희들이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줄게.’

현실에서의 복수는 거의 불가능하다.

싸움 실력도 되지 않을뿐더러, 그렇다고 집안의 스펙이 좋아서 함부로 사고를 칠 수도 없다. 하지만 게임이라면 다르다. 현실을 도피했다고도 할 수 있으나, 게임의 시작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 할 수 있었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레벨을 올리고, 노력한 만큼의 결과와 운이 따라주는 곳. 그리고 아이템을 얻거나, 그도 아니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게임머니로 아이템을 구매를 하면 된다.

그렇게 자신을 가꾸고 강한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은 모든 유저들에게 평등하게 적용이 된다.

태성에게 있어서 현실을 제외한 복수의 방법은 바로 ‘레전드 오브 판타지’ 속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태성은 집으로 귀가를 하지 않고, 넷룸으로 향하고 있었다. 복수를 처음 시작하기 위해서 캐릭터 생성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게임이 처음 열리고, 이제야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온 것이다. 다른 아이들보다는 약간 뒤늦게 시작을 하는 셈이다.

언제나처럼 발걸음은 힘이 없었고, 어깨는 처져 있었다. 또한 아이들의 괴롭힘에 옷은 더러워져 있다.

“휴…….”

한숨을 길게 늘어 쉰 태성. 더 이상의 왕따는 싫었지만,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왕따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런 비굴한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싶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망상일 뿐.

“제기랄!”

도로변을 거닐며 넷룸을 발견한 태성은 공교롭게도 반대쪽에서 오고 있는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이, 이진호!!’

이진호. 학교에서 가장 잘나가는 남자 중 한 명으로, 일명 학교 짱이라고 불리고 있다. 또한 집안 배경도 매우 좋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이진호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한다.

하지만 이는 이진호의 검은 속내를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언제나 다른 아이들 앞에서는 천사 같은 얼굴과 성격 좋은 모습만을 보일 뿐이다. 그런 녀석은 태성의 앞에서만 악마로 돌변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태성에게 가장 처참하게 왕따를 가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이진호였다.

‘도망갈까?’

학교 같은 경우에는 눈빛만 마주쳐도 즉각 그의 앞으로 달려가야만 한다. 하지만 이곳은 학교가 아닐뿐더러 아직까지 이진호의 무리들은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신호등 뒤에 숨어 있던 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래… 차라리 여기서 잡혀서 또 괴롭힘 당하느니, 그냥 도망을 치자.’

넷룸으로 향하려던 태성은 계획을 포기했다.

이진호의 성격상 학교 밖이라고 해서 자신을 괴롭히지 않을 인물은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녀석은 그에게 두렵고 대면하기 싫은 존재다.

뒷걸음질 치지만, 이진호는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서서히 걸어오고 있다. 그러던 순간 태성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건널목이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건널목을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신호가 바뀌지 않은 상태였고, 건널목은 빨간불 신호등이 켜져 있었다.

끼이이이익!

트럭 운전수가 난데없이 건널목을 걷고 있는 태성을 발견하고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쿠우웅!

본능에 의해서 이진호 무리를 피해야만 했던 태성은 달려오는 트럭과 부딪혔다.

도로에는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고, 트럭에 부딪힌 태성은 그 반동에 의해 건널목을 벗어날 정도로 튕겨져 나갔다.

그의 눈에 세상이 뒤집혀 보였다. 하늘이 순식간에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어느덧 햇볕에 달구어진 아스팔트가 태성의 볼에 와 닿았다.

‘이, 이게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멍한 상태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트럭에서 내린 운전수가 자신을 향해 다가와 뭐라고 큰소리로 말을 했지만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천천히 정신을 잃어 갔다.

“이런 사고를 당하고도 겨우 찰과상 정도만 입었다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군요.”

“예? 그럼 사고의 후유증 같은 건 없습니까?”

“하하… 뭐 자라나는 성장기 학생이라 앞으로 어떤 후유증이 나타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로써는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다만 사고가 나면서 근육 수축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에 아마도 심하게 뻐근할 겁니다. 그걸 모르는 학생은 통증이 느껴질 정도일 테고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그도 아니면 물리 치료를 하면 금방 완치가 될 수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는 무슨…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입원을 시켜서 조금은 경과를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의사는 간단하게 태성의 부모에게 설명을 해주었고, 큰 상처가 없다는 것을 부모에게 인식시켜 주었다.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은 부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병실에 누워 있는 태성은 찰과상으로 인해 약간의 피가 묻은 헝겊을 얼굴과 팔 등에 붙이고 있었다.

“아버지… 엄마…….”

태성이 잠에서 깨어나 부모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 목소리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대체 어쩌자고 자동차 앞으로 뛰어들어! 이녀석아! 큰일날뻔했잖아! 흑흑흑.”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이만한 게 천만다행이다.”

태성의 앞에 다가와 손을 잡으며 오열하기 시작하는 어머니로 인해 그는 죄송한 마음만 앞섰다.

“죄송해요… 아이들을 피해서 간다는 것이 그만…….”

그의 말에 부모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이들을 피해서 간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너… 설마 아직도?”

“아, 아니에요. 아버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흘러 나온 말.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태성에게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 부모로써는 지금 이 말을 흘려 넘길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나에게 말해 보거라. 절대로 거짓말을 할 생각은 하지 말고!”

그의 아버지는 태성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는 자신의 아들에게 대한 분노가 아닌, 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로 느껴진다.

태성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모두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그동안 왕따가 계속 되어 왔다는 사실에 그의 부모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아들의 이런 현실을 파악하지도 못한 것을 자신들의 잘못으로 돌렸다.

누구보다 지금의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것은 바로 태성이었다. 부모님이 알아버린 이상 그로써도 더 이상 거짓말은 무리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모든 사실을 이해시키고, 자신의 생각을 부모님께 전하여 현실을 타파해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태성은 길게 한숨을 내쉰 이후 부모님에게 말했다.

“제발 부탁이에요. 저 자퇴 좀 시켜주세요.”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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