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3 1권.
그 말을 들은 부모는 곧장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학생이 자퇴를 한다는 것은 이후 사회생활을 할 때 사람들의 시선이 어떠할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의 안위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걱정이 드는 부모로써 고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선뜻 결정을 못하는 부모님을 바라보는 태성이 다시 말했다.
“제발 자퇴 좀 시켜주세요… 공부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검정고시도 준비할게요. 그러니까 자퇴 좀 시켜줘요. 솔직히 더 이상은 학교 못 다니겠어요. 지금처럼 아이들이 나를 보는 것도 무섭고, 아이들을 피해서 도망치는 것도 이젠 너무 쳤어요…….”
태성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오랫동안 한 그의 아버지는 아무리 아들이 열심히 노력하며 살더라도 검정고시로 학업을 마쳤다는 사실은 모든 이들이 비정상적인 시선으로 본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혹여나 무슨 사고를 치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어떤 힘든 일로 인해서 자퇴를 했을까 하는 의문점. 이는 대상을 경멸하기 보다는 단지 그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걱정이 앞선 태성의 아버지는 타이르듯 말했다.
“태성아. 그러지 말고 그냥 전학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떻겠니?”
“전학? 그래봐야 어차피 서울일테고, 왕따였던 소문은 금세 퍼지고 말거예요. 더군다나 고3인 제가 전학을 가면 아이들이 더 이상하게 생각할 거란 말이에요.”
“그렇구나…….”
“아버지. 엄마! 제발 부탁할게요. 제발…….”
애원하는 목소리로 부모님을 보며 말하는 태성. 이런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태성의 심정에 차마 어떠한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모르는 부모는 자신의 아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다른 아이들에게 향한 경멸감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야, 어제 봤냐? 태성이 그 병신. 완전 나가떨어지는 거?”
“큭큭, 대박이었지. 난 차에 그렇게 사람이 치이는 걸 처음 봤다.”
“그 인간 아마도 우릴 피해서 도망가다가 그렇게 되었었지? 하여간 학교에 다시 오기만 해봐. 아주 개패듯 패버릴테니까. 감히 우릴 보고 도망을 칠 생각을 해?”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태성이 사고 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 시각 태성의 부모님이 학교로 찾아왔다. 그들은 곧장 교무실로 향했고, 이후 태성의 담임을 만나게 되었다.
“아니? 태성의 부모님이 어쩐 일로 학교까지?”
태성의 담임은 그들 부모를 학교로 호출한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놀랄 뿐이다.
“우리 태성이 자퇴 시키러 왔습니다.”
“예? 자퇴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자퇴라니요? 태성이 아버님?”
자퇴라는 단어에 오히려 더 깜짝 놀라는 태성의 담임을 보며, 약간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는 태성의 아버지다.
“갑자기? 정녕 그걸 몰라서 말하는 겁니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설명을 해주셔야…….”
아무것도 모르는 태성의 담임을 바라보며, 그는 분노한 얼굴로 소리쳤다.
“내 아들이 집단 따돌림과 구타로 힘들어하고 있소! 이 학교에 와서 3년 간 계속 되었단 말이오! 그런데 선생이란 작자가 대체 자신의 반 학생에 대해서 아는 게 뭐요?”
태성의 아버지 말에 담임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버님. 그 말씀이 정말 이십니까? 지금까지 태성은 그러한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하물며 집단 따돌림에 대한 설문을 할 때에도 그 어떠한 글을 적지도 않았던 태성입니다. 저희 반에는 그런 일이 없어요. 아버님.”
그런 담임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잇기 시작하는 태성의 아버지였다.
“당연한 것 아니오? 고작 훈계 조치로 끝나거나, 징계로 청소 며칠 시킬텐데? 그 이후 내 아들이 어떠한 보복을 당할 것 같소?”
“하지만 아버님. 그건 태성이와 직접 대화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만…….”
“대화? 그럼 지금 당장 나와 병원으로 갑시다.”
“예? 병원이요?”
아침부터 교무실로 와 태성이 어떻게 되었는지 연유를 듣게 된 선생의 얼굴은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평소에 말없이 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태성이 설마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앞장서서 자식을 자퇴 시킨다는데, 그것을 만류시킬 수 있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태성의 자퇴는 곧장 진행 되었다. 한편 이 소식은 태성의 반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그 자식 자퇴한데.”
“그래? 뭐 잘 됐지.”
“야, 잘되긴 뭐가 잘돼? 그럼 우리 장난감이 없어지는 거잖아? 그래도 녀석한테서 간간히 푼돈이라도 챙겨 왔었는데… 제기랄.”
“타겟이야 다시 정하면 그만이고. 그놈 때문에 우리가 교무실로 안 불려 간 걸 다행으로 생각해.”
“흐흐, 그건 그렇지? 사실 나도 그놈 부모님이 학교 왔다는 소식 듣고 조마조마 했었거든.”
아이들은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을 주시하고 있다. 자퇴수속을 마치고 돌아가는 태성의 부모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조마조마할 건 뭐냐? 어차피 한두 명도 아니고 개개인이 조치를 받을 수나 있을 것 같냐? 그러다가 학부형 한 두 명만 발끈해도, ‘우르르’ 몰려올게 뻔한데 말이야. 나 같아도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 그나저나… 이제 다음 타겟을 찾아볼까?”
태성의 자퇴 이야기가 끝나고, 아이들의 표정은 다음 왕따가 누가 될지 고르는 한편, 학급의 다른 아이들들 중 그들과 친분을 만들지 못한 이들은 자신이 선택되지 않기만을 바라며 가슴을 졸일 뿐이었다.
***
자퇴를 신청하고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태성은 몸에 큰 무리가 없었기 때문에 퇴원과 동시에 귀가 했다.
자퇴의 일도 있고 해서 태성의 아버지는 월차를 내었고, 오늘 하루는 집에서 쉬고 있었다.
“태성아… 이제 공부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아버지의 앞에 앉아 있던 태성이 대답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어차피 자퇴를 하고, 다음 학기에 다시 복학을 한다고 해도, 지금의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차라리 제 힘으로 검정고시를 치르겠습니다.”
“검정고시를 보려면 그래도 계속 공부를 해야 될 텐데 말이다… 학원이라도 계속 다녀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니?”
태성은 고개를 가로 저어보였다.
“그 정도 생각은 이미 하고 있어요. 낮에는 시립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할 계획이고, 학교를 다녔던 것처럼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모르는 거야 인터넷만 뒤지면 금방 나오는 문제고요.”
이미 모든 생각을 해두고 있는 태성. 그런 태성을 위해서 제대로 해줄 것이 없다는 생각에 태성의 아버지는 마음이 아파왔다.
“그래… 이 애비가 미안하구나.”
“아니요. 아버지는 이미 저에게 자퇴를 시켜준 자체만으로 최선을 다 한 거예요. 전 그런 사실에도 충분히 감사하고 있으니까. 아참… 아버지. 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지금까지 태성이 스스로 부탁한 것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기꺼이 그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래. 무어냐? 말해봐라.”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던 태성이 대답했다.
“저… 게임 캡슐 한 대만 사주세요.”
“게임… 캡슐? 언제는 공부한다고 하더니 대뜸 캡슐이라니?”
황당한 말에 아버지가 묻자, 태성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바에 대해 대답했다.
“당연히 공부는 할 거예요. 하지만 저도 사람인데 24시간 공부만 할 순 없잖아요. 그리고 학교에도 못나가고… 제가 그렇다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제부터 홀로 외로움을 맞이하게 된 태성을 생각하니 또다시 미안함이 밀려오는 부모님들이었다.
“그래. 알았다. 그 문제는 생각해보도록 하마. 대신…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걱정마세요.”
대답을 하는 태성의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다.
***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태성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내가 자퇴를 했다고 해서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날 괴롭혔던 놈들… 네놈들을 무참하게 짓밟아 줄 거야.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서……!”
레전드 오브 판타지!
세계 최고의 게임 회사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BK소프트에서 만들어 낸 세계 최고의 온라인 게임!
레전드 오브 판타지가 세상에 선보인지 이제 두 달 남짓 되었다. 하지만 그 두 달만으로도 세계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대한민국에서 오픈베타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후, 전세계 동시에 서버를 열었다. 동시 접속자 수만 해도 상상도 못할 엄청난 인원이었다.
게임을 오픈하고 한 달 만에 유료화로 전환. 유료화로 전환한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게임의 수입은 우리나라 최고라고 할 수 있는 SM기업의 한 달 이익보다 많았다.
단번에 BK소프트는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 되어버렸고, 더불어 대한민국의 네임벨류 또한 엄청나게 상승해버렸다.
레전드 오브 판타지가 한 달 운영에 들어가는 자금만 하더라도 3,000억 원 이상이다. 온라인 게임에 들어가는 운영 자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이유는 유료 전환 이후, 세계 각지에서 가입을 하는 사람으로 인해서 장비를 기하급수 적으로 늘려야 하는 것은 물론, 슈퍼컴퓨터를 다섯 대나 운영해야만 했다. 또한 전 세계에 지점을 열고 관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이 자금은 당연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레전드 오브 판타지는 지금까지 나온 게임들과 엄청난 차별화를 두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인공지능으로 게임 자체가 스스로 판단하며 변화해 나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지금까지 그저 제공 된 공략 같은 것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바뀌어나갔고, 유젇르은 그런 것에 더욱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프로그램은 단순히 개발진에서 만들고 업데이트 또한 개발진이 담당하고 있지만, 게임 세부의 일들은 인공지능이 직접 만들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개발진이 모르는 퀘스트나 직업, 아이템 등도 점차 늘어나고 있을 정도였다.
태성이 게임 속에서 복수를 감행하기로 결정한 것에는 나름 다 이유가 있었다.
현실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녀석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녀석들에게 왕따를 당하면서 유심히 듣게 되었던 것이 있었다.
게임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누군가 나보다 강한 사람이 있다면, 존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부러움을 살 수도 있다. 또한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멸시 당했을 때의 분노는 현실과 동일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게임이다.
게임의 캐릭터는 제 2의 자신이 아니라, 제 1의 자신과 동격화 시키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태성을 괴롭힌 녀석들이 바로 그런 부류였다. 하루 종일 게임 이야기만 하면서 게임의 허상 속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 녀석들.
이것을 알고 있기에 태성은 레전드 오브 판타지를 복수의 도구로 선탁하게 된 것이다. 최소한 육체적 고통을 안겨줄 수 있는 복수가 아니라면, 정신적으로라도 그들에게 타격을 안겨주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당한 굴욕을 네놈들에게 그대로 맛보여주고 말테다…….”
***
태성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고 두 부모는 한숨을 쉬고 잇었다.
“휴… 날아 같이 밖에 좀 나가보자고.”
태성의 부모님은 그가 방으로 돌아간 이후, 시간을 내어 외출을 감행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돌아온 태성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아무리 자퇴를 했다지만, 게임 캡슐을 사는 건 좀 심한 것 같지 않아요? 한 두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태성에게 들은 레전드 오브 판타지 캡슐의 가격이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이었다. 가격만 해도 자그마치 1,300만 원이었다. 웬만한 자동차 한 대값이었던 것이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