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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리 하지 마. 이제 태성이는 친구 하나 없는 몸이야. 애초에도 없었겠지만… 이게 다 우리가 태성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기 때문이잖아.”
“하지만 그래도…….”
“그냥 편하게 생각하자고. 어차피 태성이가 학교를 다녔으면 그 밑에 많은 돈이 깨지는 건 당연한 거야. 태성이에게 줄 용돈을 다른 녀석들이 쓰는 것 보다야 차라리 캡슐이라는 것 한 대 사주고 말겠어. 그냥 좋게 생각하자고.”
태성의 아버지는 태성의 앞날이 걱정되어 한숨을 길게 쉬었다. 그리고 자리에 누워 많은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그러다 나직하게 허공에 대고 한 마디 했다.
“내일부터 태성이 용돈 좀 많이 주구랴… 어디 가서 굶지는 않게…….”
“휴… 네. 걱정 마세요. 당신보다야 오히려 내가 더 신경을 쓰고 있으니까…….”
자퇴를 한 지 며칠이 지나고 태성의 상처도 이제 거의 아물었다. 또한 근육수축으로 인해서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던 고통도 말끔히 사라졌다.
태성은 가방을 메고 간편한 차림으로 집을 나서려 했다.
“태성아. 어디 가니?”
“시립도서관에요. 이제부터 공부라도 좀 해야죠.”
“벌써? 며칠은 더 쉬어도 상관없을 텐데…….”
태성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졌으면 하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태성은 그런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엄마. 검정고시는 별거 아니에요. 나도 놀면서 학교를 다닌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대학입시까지 준비하려면 저도 공부를 더 해야죠.”
“그, 그래. 알았다. 잠시만 기다려줄래?”
태성의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가서는 지갑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지갑에서 10만원을 꺼내어 태성에게 건네주었다.
“밥 굶지 말고. 잘 먹어야 해. 알았지?”
“네. 걱정 마세요.”
태성은 조심스럽게 어머니에게 돈을 받아 들고 집을 나섰다.
‘어차피 넷룸 갈 돈은 있었어. 하지만 잘된 거지. 이 돈이라면 마음 놓고 게임을 할 수 있겠어.’
그의 어머니에게 말한 것처럼 대입검정고시까지도 준비를 하고 있는 태성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어차피 1차 검정고시는 지나간 상태였다. 그렇다면 2초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하며, 이것이 끝난 다면 또다시 대입의 경우는 1차가 물 건너 가버리고 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 이상이 남았다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많은 것을 알아봤다. 검정고시는 이미 내 실력으로 충분히 가능해… 마음잡고 준비를 한다면, 대입은 복수가 끝난 뒤에도 충분히 가능할 거야. 지금은… 나쁜 녀석들에게 복수가 먼저다. 그때까지만 거짓말 하는 것을 부모님이 용서해주길…….’
태성은 그렇게 곧장 넷룸으로 향했다.
***
“레전드 오브 판타지 자리 있나요?”
“물론이지. 요즘 그것 때문에 이전에 있던 캡슐들은 모두 치워버린 걸? 그런데 이 시간에 학교 안가고 뭐하니?”
“아… 사정이 있어서 자퇴를 했습니다.”
“잉? 자퇴를? 그러면 공부나 해서 검정고시를 준비할 것이지… 쯧쯧…….”
대략 50세 전후로 보이는 사장은 태성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이 넷룸은 태성이 거주하는 집과도 꽤나 먼 곳이기 때문에 처음 와 본 곳이었다. 그렇다보니 자신의 사정을 알 리가 없는 사장이다.
현재 시간은 오전 10시 가량. 캡슐의 반이 비어 있는 상태였고, 자퇴와 학생 상관없이 청소년 출입이 가능한 시간으로 태성을 거부 할 리가 없는 사장이었다.
“저쪽 28번에 들어가라.”
사장은 그에게 캡슐 번호를 말해주었다. 처음 접하는 레전드 오브 판타지였기 때문에 태성은 궁금한 것이 있었다.
“아, 저기 레전드 오브 판타지의 기본 정도 같은 것을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건 캡슐 속에 들어가서 화면에 보이는 붉은 버튼을 먼저 누르면 사이트로 연결이 될 거다.”
“감사합니다.”
레전드 오브 판타지의 전용 캡슐은 다른 것들 보다 그 크기가 커 보였다. 대략 2미터 80센티의 길이와 1미터 70센티의 폭을 자랑하고 있는 거대한 캡슐.
“휴… 상당히 크군.”
푸쉭!
캡슐의 문이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 몸을 조심히 눕히며 캡슐 닫힘 버튼을 눌렀다.
찰칵!
캡슐이 닫히자 홀로 그램으로 눈앞에 붉은 버튼이 생겨났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캡슐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에, 태성은 버튼을 곧장 눌렀다. 그러자 레전드 오브 판타지 사이트로 연결이 되었다. 태성은 조작방법과 필요한 정보를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여타 게임과 크게 다를 건 없어 보였기 때문에 오히려 수고를 덜었고, 그대로 사이트를 닫았다.
비잉~!
사이트를 닫고, 5초 정도가 지나자 붉은 빛이 몸 전체를 스캔했다. 그리고 안내 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처음 오신 분들은 가입과 캐릭터 생성을 하셔야 합니다. 가입 절차를 진행하겠습니까?
“예.”
-가입 절차는 한 번의 스캔으로 진행이 가능하며, 캐릭터 생성 시 자신의 체형과 외형은 30프로까지만 변경이 가능합니다. 지금부터 가입 스캔을 진행하겠습니다.
현대에 들어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한 가입 절차는 주민번호를 치고, 아이디를 입력하는 복잡한 절차는 사라졌다.
이제는 한 번의 스캔으로 개인의 프로필을 확인 할 수 있는 시대였다. 또한 주민번호나 아이디는 개인 정보 누출의 위험이 컸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스캔을 통해서 사용자의 모든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이상은 해킹 자체가 불가능했다.
세상에는 많은 이들이 있고, 쌍둥이도 존재하지만, 쌍둥이라고 해도 100퍼센트 동일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절차가 진행이 되는 것이다.
비잉~!
스캔이 진행되며, 붉은 빛이 위 아래로 몇 번을 훑고 지나갔다.
-스캔이 완료되며, 가입이 자동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체형과 외형 변경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원하시는 부위를 선택하여 변경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자신의 모습이 홀로그램처럼 나타났고, 홀로그램을 손으로 건드리자 부위별로 조금씩 모양이 움직였다.
태성은 자신의 키는 그대로 유지를 하고, 외형만 약간 바꾸기 시작했다. 크게 손을 대지는 않았으며, 태성을 알고 있는 이들이 만약 그와 마주친다 하더라도 태성과 약간 닮았다고 생각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변경된 정보를 저장하시겠습니까?
“예.”
-다음으로는 게임 속에서 사용할 닉네임을 말씀해 주십시오.
“다크.”
-‘다크’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유저가 137명이 검색 되었습니다. 그래도 사용하시겠습니까?
‘뭐야? 왜 이렇게 많아?’
레전드 오브 판타지는 동일 닉네임이 가능했다. 하지만 태성은 자신과 같은 아이디가 너무 많이 있다는 것이 싫었고, 다른 닉네임인 ‘가온누리’를 선택했다.
-‘가온누리’를 사용하고 있는 유저가 없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가온누리가 없다는 말에 태성의 표정이 밝아졌다. 사실 가운노리는 태성이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단어였다.
“예.”
-모든 가입절차는 완료 되었습니다.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는 최초 네 개의 대륙에서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각 대륙마다 모든 게임 정보는 동일하며, 차후 레벨이 오른 이후에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동서남북 중 하나의 대륙을 선택해주세요.
“남.”
-남 대륙을 선택하셨습니다. 확실합니까?
“예.”
-모든 정보가 입력이 되었습니다.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예.”
태성은 모든 것을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이유는 자신을 괴롭힌 그들에게 뒤쳐진 만큼, 한시라도 빨리 게임에 접소하여 레벨을 올려 자신을 강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서 즐거운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메시지와 함께 눈앞에 빛이 번쩍였다.
***
짹짹~!
웅성웅성.
눈부신 빛이 사라지며 주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새소리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이 시대가 낳은 최고의 게임이란 말인가?’
눈앞에 보이는 그래픽은 완전한 현실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오감! 이것은 게임이라고 느껴질 정도가 아니었다.
‘세상에? 아무리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지만 이정도로 엄청나다니?’
태성이라고 게임을 못해 본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가 해 온 게임들은 그래도 그래픽이라는 한계를 느끼는 게임들이었다.
가상현실이 레전드 오브 판타지가 최초가 아닌 만큼 수많은 가상현실 게임들이 있었지만, 그런 게임 대부분은 마치 마네킹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고, 현실감과는 너무나 많이 동떨어져 있었다. 하물며 오감이 작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미치겠다. 이게 정말 게임이라니……?’
기가 막힌 상태에서 태성은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었다.
엄청난 숫자였다. 사람이 아니라 개미떼를 보는 듯했다.
그만큼 엄청난 인파가 이곳 레전드 오브 판타지를 가득 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놀라고만 있을 때가 아니지? 우선 가장 먼저 해야 될 것이…….’
태성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자고로 게임이란 처음 시작한 곳에서 간단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는 NPC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예측대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안내 NPC가 존재하고 있었고, 이곳 마을의 간단한 설명과 필요한 정보를 태성에게 제공해주었다.
다른 동, 서, 북 대륙과 다르지만, 이곳 남대륙만 해도 처음 캐릭터가 시작하는 마을이 엄청나게 분포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태성이 시작하고 있는 마을의 이름은 안델리카였다.
“저기요. 그럼 직업이나 전직은 몇 레벨에 결정이 되나요?”
많은 수의 사람들이 NPC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지만, 홀로그램처럼 질문을 한 사람의 앞에 나타나 NPC가 대답을 해주었기 때문에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질문을 할 필요는 없었다.
양갈래 머리를 한 귀여운 NPC가 태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직업을 정하는 것은 5레벨 이후에 저에게로 오시면 가능합니다. 5레벨까지의 육성은 인벤토리에 있는 무기로 가능하며, 또한 전직은 20레벨이 되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초반의 사냥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요?”
대부분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 태성이었으나, 마을의 크기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마을 입구나 외각이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을에는 총 두 개의 입구가 존재합니다. 동. 남의 입구가 존재하며, 동쪽이나 남쪽의 입구로 나가시면 저 레벨의 몬스터를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나가는 방향은 이쪽 파란 길과 저쪽 노란 길을 쭉 따라가시다 보면 입구가 나오게 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태성은 파란 길을 선택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태성과 같은 길을 가는 유저들도 상당 수 있어보였다. 아무래도 이들 역시도 처음 게임을 시작하는 이들인 것 같다.
“와… 정말 멋지구나.”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