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6 1권.
“음… 그건 자네가 생각하기 나름이지. 그런데 한 권만 사려고?”
“네. 제가 10실버 밖에 없어서요.”
“그렇다면 내가 좀 알려주는 것이 좋겠군. 스킬에는 공격력이 높지만, 시전 시간이 긴 스킬이 있는가하면, 시전 시간은 짧지만, 공격력이 낮은 것이 있네. 물론 마나 소모 역시도 공격력에 비례하고 말이야. 자네는 어떤 것을 하겠는가?”
“아무래도 마법사니까 공격력이 높은 것을 택하고 싶습니다.”
“큭큭, 그래. 잘 생각했네. 초반 스킬들은 슼리 시전이 큰 폭의 차이가 없지. 단지 1~2초 정도의 차이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이걸 추천해주고 싶네.”
그가 내민 것은 ‘아이스 콜드’라는 스킬북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걸 살게요. 여기 10실버.”
태성은 인벤토리에서 10실버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고맙네. 잘 사용하길 바라네.”
상점을 나온 태성은 곧장 스킬을 등록했다.
[아이스 콜드 : 액티브]
설명 : 냉기 속성을 가진 마법으로 15미터 내의 대상의 움직임을 20% 느리게 만들며, 20~23의 타격을 준다.
시전 시간 : 2초
재사용시간 : 3초
마나 소모 : 11
“이정도면 그래도 다행이지. 어차피 마법사니까 장거리 공격은 필수지. 스킬의 효과로 몬스터의 움직임도 감소시키면 더더욱 좋고 말이야. 그나저나 스탯 좀 알아보러 갈까?”
전혀 생각지 못한 스탯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그는 NPC 엘란을 향해서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그 말에 엘란의 모습이 태성의 앞에 나타났다.
“어머? 또 오셨네요. 이번에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다름이 아니라 스탯에 대해서 좀 알아보려고요.”
“아? 그 부분이 궁금하시군요.”
엘란은 거침없이 스탯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탯은 총 네 개로 분류가 됩니다. 힘, 민첩, 체력, 지능으로 나뉘게 되며, 1레벨 당 2개의 보너스 스탯이 주어지게 됩니다. 힘은 1개의 포인트 당 물리 공격력이 1씩 상승하고, 민첩은 1개의 포인트 당 물리 방어력 1과 장거리 물리 공격력 1이 상승하며, 체력은 1개의 포인트로 생명력 5가 상승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능은 1개의 포인트로 마법 공격력 1과 마나 5씩이 상승하지요. 참고로 생명력과 마나는 1레벨을 할 때마다 10씩 증가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민첩을 찍어도 마법 방어력은 올라가지 않는 건가요?”
“네. 마법 방어력은 아이템의 옵션에 한해서만 방어력이 상승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스탯에 대한 정보를 알았기 때문에 태성은 스탯 분배를 하려 마음먹었다.
“캐릭터 정보.”
직업 : 마법사
레벨 : 11
생명력 : 110 마나 : 110
물리 공격력 : 0
마법 공격력 : 5
물리 방어력 : 0
마법 방어력 : 0
힘 : 0 민첩 : 0 체력 : 0 지능 : 0
보너스 스탯 : 22
“미치겠네. 이걸 지금까지 하나도 안찍고 있었다니…….”
수치에 0이 많아 보이는 것을 보며 약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어차피 나는 마법사야. 몸 빵을 할 일도 없으니, 우선은 공격력 위주로 올려볼까?”
태성은 22개의 보너스 스탯을 모두 지능에 투자했다. 이로서 그의 지능은 22가 되었고, 마나는 220이 되었다.
“좋아. 우선 다른 방어구나 무기를 살 여유는 안 되니 이대로 진행을 해보자.”
태성은 곧장 사냥터로 향했다. 사냥터에는 곰이 입을 쩌억 벌려 크게 하품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곰이 태성의 표적 안으로 들어왔다.
“곰은 어떨까? 생각보다 좀 강력해 보이긴 하는데…….”
여태까지 곰은 상대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스탯을 충분히 지능에 투자했기 때문에 나름 자신감도 상승한 그는 곰을 향해 즉시 마법을 시전 했다.
“아이스 콜드!”
쉬르르륵~!
지팡이가 시린 한기를 내뿜기 시작하더니, 이내 뾰족한 얼음의 모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곰을 향해서 빠르게 날아갔다.
파삭!
마법이 적중 당한 곰은 온 몸에 살얼음이 낀 것 마냥 하얗게 변했으며, 공격을 받은 직후 태성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킬의 효과 때문인지 달려오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 보였다. 곰과의 거리는 15미터 정도였고, 이 거리라면 스킬을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나 볼!”
연이어 다음 스킬이 곰에게 날아갔다.
“쿠웩!”
곰이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죽음을 맞이했다.
“오! 단 두 방이라니? 하긴… 방금 마법 공격이 엄청나긴 했지.”
지능에 모든 스탯을 투자했기 때문에 마법 공격력이 상당히 올랐다. 하물며 지팡이의 공격력과 아이스 콜드 스킬의 공격력이 모두 합산이 되면서 대략 50에 가까운 공격력이 한 번에 시전 가능한 것이다.
“이 정도라면 업을 하는데 큰 문제는 없겠어.”
태성은 그렇게 자신감 충만하게 다음 곰을 사냥해 나가기 시작했다.
띠링띠링!
-사용자의 공복 상태가 1단계로 올랐습니다.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공복? 배고픔을 말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조금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궁금하네. 이것도 알아봐야 하는 건가.”
태성은 사냥을 하다말고 혹시나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마을의 엘린에게로 향했다. 자신을 바라보며 눈짓을 하는 그녀에게 태성이 입을 열었다.
“저기 공복 상태가 뭔가요?”
그녀는 ‘싱긋’하고 웃어 보이더니 이내 설명을 했다.
“공복 상태란 사용자가 캡슐 속에 들어 있어서 제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단계는 총 3단계로 구분되며, 1단계가 되면 캐릭터의 공격속도나 시전 모션이 늘어나게 되고, 2단계부터는 캐릭터의 전체 스탯이 절반으로 떨어지며, 마지막 3단계는 강제로 로그아웃되며 24시간 동안 접속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 그런 게 있었단 말인가요? 와… 어영부영 했다가는 패널티를 받을 뻔했네. 얼른 허기부터 채우고 와야겠네요.”
“네. 그렇게 하시는 것이 건강에도 이롭고 게임하는데 큰 지장이 없으실 거예요.”
“많은 정보 감사합니다.”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넨 태성은 곧장 ‘로그아웃’을 통해 게임을 빠져 나왔다.
그가 그렇게 게임에서 빠져 나왔을 때 그의 레벨은 14가 되어 있었다. 게임에 빠져 나온 후, 태성은 시간을 보았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침 10시가 조금 넘어서 캡슐로 들어간 태성. 그런데 벌써 오후 3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무슨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지? 분명히 게임 시간 2시간이 현실 시간 1시간으로 치부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보면 그는 게임 속에서 10시간 동안 머물렀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갔나? 하긴… 낮과 밤이 달라져 있긴 했지만…….”
지금까지 게임을 하면서 이토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해 본 적이 없었던 태성으로서는 그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몬스터를 잡으면서 부족한 마나를 채우기 위해 휴식을 취하기도 했었고, 이런 저런 경로를 거니는 시간 또한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태성은 요금을 지불하기 위해 계단대에 섰다.
“얼만가요?”
“음… 5시간 동안 게임을 했구나. 2만 5천 원이다.”
“예… 에?”
사장이 말하는 요금을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요금이 그렇게 비싼가요?”
“허어? 이 녀석 보게… 비싸다니? 그나마 우리는 다른 곳에 비해서 시간 당 더 저렴하다고.”
넷룸사장은 얼굴을 구기며 대답했고, 아직도 황당함이 가시지 않은 태성이 다시 중얼거렸다.
“이게… 그렇게나 비싼가요?”
“그걸 말이라고 하니? 캡슐 한 대가 자가용 한 대 값이나 한다. 그런데 캡슐이 한 두 대도 아니고, 이 만흔 캡슐을 사서, 언제 본전 뽑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5시간에 이 정도면 싸게 친 줄 알아야지.”
하긴 그랬다. 태성 역시도 캡슐의 가격 정도는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부탁을 할 때에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었다.
그런데 그런 캡슐의 가격이 엄청나다보니, 자연스럽게 넷룸에서 레전드 오브 판타지를 이용하는 고객에 대한 비용은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기… 혹시 정액 같은 건 안 되나요?”
“예전 다른 게임들이야 캡슐도 싸고 그래서 정액 같은 게 있었지만, 레전드 오브 판타지는 그게 아냐. 아마 다른 곳도 이 게임에 한해서는 정액을 받지 않을 거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여기 2만 5천 원요. 그리고 혹시 이 근처에 밥 먹을 만한 곳이 있을까요?”
“응? 너 공복 때문에 나온 거냐?”
넷룸 사장은 익히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약간 웃음기가 얼굴에 보였다.
“밥 먹으려거든 여기 밑에 지하상가로 가보는 것이 종르 거다. 거기에 식당이 많으니.”
“네. 감사합니다.”
태성은 그렇게 넷룸을 나섰고, 건물 지하에 있는 지하상가로 들어갔다.
지하상가에는 많은 식당과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고, 그곳에서 국밥집을 찾은 태성은 국밥 한 그릇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TV와는 정면에 앉아 있던 그는 자연스레 시선이 TV로 향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채널을 마구 돌리고 있음을 알게 됐다.
‘누구야? 이런 식당에서 매너 없게 채널을 계속 바꾸는 사람이?’
한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그곳에는 커플이 자리하고 있고, 자세히 보니 그들의 손에 TV리모콘이 들려 있었다.
“자기야. 그러지마. 왜 그렇게 채널을 돌려? 다른 손님들도 TV를 봐야 할 거 아냐?”
“뭘… 딱히 보는 사람들도 없구만. 다들 밥 먹는다고 바쁜데… 어차피 TV앞에는 저 애 하나 뿐이잖아?”
“으이그… 저 애는 손님 아냐? 대체 어딜 그렇게 채널을 돌리는 거야? 뭐 찾는 거라도 있어?”
“응! 레전드 오브 판타지!”
“그게 TV에 나오기는 해?”
짜증을 내며 듣고 있던 태성의 귀에 두 사람의 대화가 갑자기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오픈베타 하자마자 바로 전용 채널이 생겼을 정도니가. 아! 저기 나온다!”
그들의 대화소리와 함께 태성의 시선 역시도 TV를 향했다.
TV에는 유저가 직접 찍은 동영상과 더불어 많은 사냥터에 대한 정보. 그리고 새롭게 나온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가 방영이 되고 있었다.
‘현재 최고레벨이 80대라는 건가? 레벨 올리기가 상당히 힘든가보네? 두 달이 넘었는데 80대 밖에 안 나오고 있는걸 보면 말이야… 그럼 진호는 중위권 정도에 해당하는군.’
이진호.
태성이 가장 적개심을 품고 있는 인물이며, 가장 자신을 심하게 괴롭혔던 녀석이다.
‘정말 광렙이라도 하지 않으면 진호를 상대로 복수는 꿈도 못 꾸겠어. 그나저나 녀석은 검사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정말 내가 녀석에게 복수를 할 수는 있는 걸까? 내가 당한 수모를 이곳에서 느끼게 해줄 수는 있을까?’
처음 다짐했던 때와는 다르게 레벨의 현실이 눈앞으로 닥쳐오자 조금씩 자신감을 잃어가는 태성이었다.
‘그래. 히든 클래스라면 어찌 될지도 모르지…….’
가상현실게임 중 처음으로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 히든 클래스라는 것이 등장했다.
이 클래스는 유저들 중 단 한 명만이 차지할 수 있는 직업으로 그만큼의 혜택과 강력함이 숨어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유저들 중 히든 클래스를 가진 유저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히든 클래스를 얻는 방법 또한 정보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로또의 확률로 얻게 된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태성의 기대마저도 송두리째 무너뜨리게 하는 말이 옆 자리에 있는 커플들에게서 흘러 나왔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