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8 1권.
매뉴얼에는 딱히 태성이 신경 써야 할 것은 없었다.
캡슐이 파손이 되지 않는 한 내부 고장 시에는 무료 AS가 평생 가능했으며, 캡슐을 구매한 후, 3개의 계정에 한해서 두달간 무료 정액이 신청된다는 것이었다.
“잘됐다. 월정액 20만 원이 사실 부담이긴 했는데…….”
태성의 한 달 용돈은 30만 원이었다. 아버지의 월급이 한 달에 400만 원이었는데, 그의 용돈만으로도 꽤나 많은 지출이 나가는 셈이다. 그리고 400만 원이라는 월급에 비해 아들의 용돈을 다른 집에 비해 많이 주는 편이었다. 그만큼 그의 부모님은 태성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았다.
“좋아! 두 달 계정비니 60만 원은 굳은 셈이다. 어차피 이것까지 부모님께 내달라고 하면 좀 그러니까… 이후에는 용돈이라도 충당 좀 하면서 말씀드려야겠지. 뭐 우선은 시작해 볼까?”
지잉~!
캡슐 속에 몸을 눕히고 버튼을 누르자, 자연스럽게 문이 닫혔다.
지이잉~!
붉은빛이 태성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가온누리’님 안녕하십니까.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예!”
그는 그렇게 또다시 게임 속으로 의식이 들어갔다.
“웨어 울프를 당분간 더 사냥해야 하나? 아니면 새로운 크로커다일을 잡아야 할까?”
작은 고민에 빠져있다. 현재 웨어 울프를 상대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레벨업은 진행 될 수 있겠지만, 경험치가 적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반면 크로커다일은 웨어 울프 보다 레벨이 높으며 경험치가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상대를 해보지 못해서 왠지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뭐 한 번 도전 해보는 수밖에.”
태성은 그길로 크로커다일이 많다는 오염된 강가로 향했다. 그곳에는 많은 몬스터들이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는데, 바로 커로커다일이었다.
크로커다일은 이름 그대로 악어였다. 하지만 그 크기가 상당했는데,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 합친 길이가 최소 3~4미터는 충분히 되어 보였다.
악어의 입에 물리면 곧장 장속까지 직행할 정도의 크기였던 것이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크기가 무시무시하네…….”
태성은 조심스럽게 크로커다일과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아이스 콜드의 거리가 15미터가 최대였기에 거리를 적당히 맞추기 위해 크로커다일에게 다가가자, 오히려 몬스터가 먼저 태성에게 반응을 하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젠장! 아이스 콜드!”
이미 태성을 먼저 발견하고 달려오는 크로커다일이었기 때문에, 마법을 시전해도 거리가 최대한 좁혀진 상태였다.
파삭!
마법이 적중 하고, 태성은 또다시 마나 볼을 연계 했다.
퍼엉~!
그리고는 냅다 뒤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리를 충분히 벌려 놓으려는 생각이었다.
“젠장! 빠르잖아!”
웬일인지 태성의 달리기가 느리게 느껴질 정도로 아이스 콜드를 맞은 크로커다일의 이동속도는 지금까의 몬스터와는 다르게 빨랐다.
아이스 콜드의 지속 시간은 재사용 시간과 비례하여 고작 2초 정도의 시간. 이런 2초 정도의 시간에 아무리 냅다 뛴다고하더라도, 크게 멀리 도망칠 순 없는 노릇이었다.
태성은 그대로 다시 아이스 콜드를 시전 했다. 조금이라도 이동속도가 풀린 크로커다일이 자신을 향해서 쫓아온다면 답이 없기 때문이었다.
“젠장! 왜 이렇게 안죽어!”
퍼엉! 퍼엉!
마법이 연이어 몬스터에게 적중을 하고 있다.
웨어 울프의 경우 아이스 콜드 세 방과 마나 볼 두 방이면 끝이 났지만, 크로커다일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미 아이스 콜드를 네 방 맞았음에도 여전히 태성을 향해 매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는 것이다.
“헉헉!”
상황이 매우 빠르게 전개 되고 있음에 태성은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제길! 아이스… 헉!”
도망을 치다 마법을 시전하려고 고개를 돌린 그 순간, 크로커다일은 이미 태성의 뒤에까지 접근을 해 있었다.
콰악!
“컥!”
크로커다일에게 물린 태성은 순간적으로 약간의 고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단 일격으로 곧장 사망하고 말았다.
-캐릭터가 사망하셨습니다. 가까운 마을인 안델리카로 이동 할까요?
“예…….”
-안델리카 마을에서 부활합니다.
-캐릭터 정보의 수치가 사망 패널티로 인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1시간 이후에 복구 됩니다.
-몬스터를 잡아도 떨어지는 게임머니와 경험치가 반으로 하락됩니다.
-모든 공격력이 반으로 하락됩니다.
“젠장… 무슨 패널티가 이리도 많아!”
죽은 순간의 짜릿한 통증으로 인해 정신이 확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수많은 패널티 메시지를 듣고 있다보니 짜증은 더욱 치솟고 있다.
“이 상태로는 사냥도 못하겠구나. 나가봐야 죽을 것이 뻔하니…….”
안내 메시지대로 모든 스탯과 생명력 마나가 반으로 뚝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니 사냥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자살을 선택하는 것과 같으며, 기존에 잡던 몬스터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몬스터를 잡아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패널티가 적용이 되고, 경험치와 브론즈는 거의 만져보지도 못하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음… 브론즈가 모여서 실버가 좀 있긴 한데… 스킬을 다시 한 번 배우러 가볼까?”
지금 현재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라도 여유롭게 스킬을 하나 장만해 볼 생각이 들었다.
마나 볼과 아이스 콜드 두 개로만 크로커다일 이상의 몬스터를 상대하기엔 너무나 벅찬 감이 있었다.
그는 다시 마법사의 탑으로 향했다.
“휴… 전직하기 전까지는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스킬북 상점에 들어선 그가 입을 열었다.
“저기 10레벨부터 17레벨에 해당하는 스킬북 좀 보여주시겠어요?”
“그러지.”
상점 주인이 스킬북을 대량으로 꺼내왔다.
“아…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고, 전에처럼 공격 위주의 스킬북으로만 분류 해주시겠습니까?”
“하하, 그러지. 내가 잠시 딴 생각을 한다고 물어보질 않았네. 여기 이것들이네.”
상점 주인은 한쪽에 스킬북을 정돈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킬북은 열 가지가 넘는 수준.
“이 중에서 꽤 괜찮은 마법은 뭐가 있나요?”
“음… 17레벨의 것이 아무래도 가장 강력하긴 하지. 그 중에서 이것들이 좋네.”
그가 보여준 스킬북의 이름은 매직 미사일과 라이트닝 볼트였다.
“라이트닝 볼트는 한 순간 적을 감전 시킨다네. 감전과 동시에 움직이지 못하지. 그리고 매직 미사일은 다연발 마법이라네. 다섯 개의 마법 미사일이 나타나는데, 다섯 방 모두 명중하면 상당히 큰 공격력을 안겨 줄 수가 있지.”
“그렇군요. 그럼 이 두 개를 구매하고 싶은데,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어디 보자… 두 개 합쳐서 78실버네.”
“헉? 그렇게나 비싼가요?”
현재 태성에게 있는 실버는 50실버 남짓이었다. 그렇다보니 두 개를 동시에 살 수는 없었다.
‘휴… 그냥 파괴력이 높은 매직 미사일이나 구입을 해야겠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태성은 상점 주인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매직 미사일 하나만 주시겠어요? 돈이 좀 모자라네요.”
“뭐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매직 미사일은 45실버라네.”
태성은 매직 미사일 하나를 구입하고, 45실버라는 스킬북 대금을 그에게 지불했다. 그리고 스킬북을 들고 등을 돌려 상점을 나가려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을까? 상점주가 그를 불렀다.
“그러지 말고 이리 와보게. 내 자네를 생각해서 일거리를 주려고 하는데. 그 일을 마치면 내 보상으로 라이트닝이 볼트 스킬북을 주지.”
“네? 일거리요?”
태성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퀘스트다! 이런 식으로 퀘스트가 주어지는구나!’
상점주는 앞에 있는 태성에게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일이 좀 바빠서 요즘에 인쇄소를 못가고 있다네.”
“인쇄소요?”
“그렇다네. 스킬북 자체도 책으로 된 것이네. 당연히 인쇄소에서 책을 받아와서 마법사의 탑에서 스킬북을 만드는 거지. 나야 책을 파는 상점주지만, 마법사의 탑에 빈 책을 공급하는 것은 나의 일이거든. 그러니 인쇄소에 가서 책을 좀 구해다주게.”
-스킬북 상점주인 호이드로부터 ‘빈 책 공급’ 퀘스트가 진행이 됩니다.
“이건 대금 2골드네. 이걸 가지고 인쇄소에 가서 빈 책 100권을 구매해오면 되네. 빨리 좀 부탁하네.”
“아! 알겠습니다.”
2골드라는 거금이 손에 들어오자 조금은 가슴이 떨리는 태성이었다.
의도치 않게 받은 첫 퀘스트. 그리고 당장 패널티로 인해서 사냥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심부름만큼 제대로 된 퀘스트도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퀘스트 확인을 먼저 해볼까? 퀘스트 창!”
[퀘스트]
[빈 책 공급 : E등급]
설명 : 일손이 부족하여 마법사이 탑에 빈 책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호이드를 대신해서, 인쇄소에서 빈 책 100권을 구매해 그에게 배달하라. 제한 시간 1시간 20분.
퀘스트란 진행이 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받아만 놓고 하지 않으면 그뿐이었으며,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 받은 퀘스트는 시간제한이 걸린 퀘스트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실패가 되어버리는 퀘스트로 빠르게 진행을 해야만 했다.
“젠장! 시간제한이라니! 얼른 가야겠다! 아참! 인쇄소가 어디에 있지?”
태성은 또다시 상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상점주인 호이드에게서 인쇄소의 위치를 물었다.
“인쇄소도 아직 모르나? 쩝… 마을 중앙부에 가게 되면 펜 그림의 간판이 걸려 있는 곳이 있네. 그곳이 인쇄소라네. 어서 좀 다녀와 주게.”
호이드는 못미더운 시선으로 태성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처럼 태성은 마을 중앙부까지 왔다. 하지만 인쇄소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젠장… 무슨 중앙부가 이렇게도 빽빽한 건물들이 서 있는 거야?”
크게 높은 건물은 없었으나, 대부분 가정집 크기만한 건물들이 둘러싸여 있어서, 단 번에 인쇄소의 간판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은 주변을 모두 돌아다녀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발견한 인쇄소마크인 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가? 생각보다… 가까운데 있었잖아? 제기랄…….”
그는 즉시 인쇄소 안으로 들어섰다.
“실례합니다.”
“음? 어서오게. 무슨 일인가?”
인쇄소는 매우 한가해보였다.
“다른게 아니고 호이드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빈 책을 좀 구매해 오라고 하셔서요.”
“아? 그런가. 이리 오게. 내 책을 내어주지.”
태성은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안속에는 인쇄에 필요한 장비들인지 태성이 보지 못한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어라…? 이걸 자네엑 다 주고나면 빈 책이 남는 게 없겠군. 몇 권이나 필요하다고 했었지?”
“100권입니다.”
“허… 거참 난감하군. 만들어 놓은 수량도 부족하고… 이걸 모두 만들고 나면 판매할 수 있는 재료도 없고… 미안한데 그럼 자네가 책 재료를 좀 구해다 줄 수 있겠는가? 그러는 동안 나는 자네에게 줄 책을 모두 마련하고 있겠네.”
-인쇄소 주인 콘노로부터 ‘책에 필요한 실뽑기’ 퀘스트가 진행이됩니다.
‘젠장! 이래서 시간이 넉넉했던 건가?’
태성은 그제야 ‘빈 책 공급’의 제한 시간이 많은 이유를 알게 되었고, 마음이 더욱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뭘 해야 하는 건가요?”
“동쪽에 있는 에슬론 평지에 가면 세눈박이 거미라고 있네. 녀석의 거미줄은 점착력이 강해서 녹여서 풀로 만들면 책이 떨어지지 않게 잘 붙일 수가 있지. 그 실을 30개 정도만 뽑아 와주게.”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