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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군주-10화 (1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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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성은 NPC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원하고 있는 직업에 대해 조금은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런 태성의 말을 들은 NPC는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자네가 원하는 클래스는 우리 마법사의 탑에서 얻을 수가 없다네. 고작 해봐야 정령사 정도일 텐데… 정령사도 많은 수를 소환 할 수는 없네만…….”

“그렇군요…….”

시무룩한 얼굴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일반적인 마법사 클래스의 전직을 선택하려고 했을 때였다.

“이런 말이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네만…….”

“예? 무슨 말씀이신지?”

선택을 하려던 태성의 심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NPC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마을 외각에 나가보면 버려진 숲이 있네.”

“버려진 숲이요?”

“그렇네. 몬스터도 별로 없을뿐더러, 땅도 비옥하지 않아. 더군다나 암흑의 기운이 강한 곳이라서 사람들의 발길이 전혀 없는 곳이지. 하지만 그곳에 가면… 흑마법사가 있네.”

“네? 흑마법사요?”

흑마법에 대해서 태성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그렇네. 흑마법사는 모든 이들이 배척하고 있는 자이지. 사악하기 그지없거든. 하지만 이야기에 따르면 흑마법사가 죽은 자를 소환한다고 하더군.”

“그,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요?”

죽은 자를 소환한다는 말에 태성이 말을 더듬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론 나서로도 본적은 없네.”

“그, 그렇군요… 그럼 제가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 아니네. 갈 필요 없어! 모두가 배척하고 있다니까!”

태성은 이미 NPC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사라져 갈 뿐이었고, 그런 태성의 뒷모습을 불안한 듯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였다.

“버려진 숲이면 여길 텐데…….”

한눈에 볼 때도 황량하기 그지없는 숲. 나무와 땅은 온통 말라죽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버려진 숲에서 길을 걷던 중에 태성은 한 채의 집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절벽의 구석진 곳에 마련되어 있는 낡은 집.

“저곳인가?”

의문의 지역에 위치한 이상한 집. 그곳으로 다가간 태성이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누구시오?”

노크를 하자 가래 끓는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삐걱~!

오래되어 문의 마찰이 심하여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안에서 노인이 모습을 보였다.

“뭐냐? 너는?”

생판 처음 보는 자신에게 노려보며 말하는 노인을 상대로 태성은 약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빛이 매우 매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 호, 혹시 흑마법사 이신가요?”

노인은 태성을 위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하더니 대답했다.

“그래. 내가 흑 마법사다. 왜? 나라도 죽이러 왔냐?”

“그런 게 아니고요. 전직을 좀 하러 왔습니다.”

“저, 전직?”

태성의 말에 흑마법사가 오히려 더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반가운 표정으로 문을 활짝 열었다.

“들어와라!”

환대하며 반긴 그를 보며 태성이 의아해 했지만, 곧장 그의 안내를 받으며 집안으로 들어서는 태성. 집 내부에는 악취가 상당히 심했다.

“이, 이게 무슨 냄샌가요?”

“응? 왜? 고약하냐? 썩은 짐승이랑 뭐… 약품 냄새들이지?”

흑마법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곳에 있으면서 냄새에 대해서 익숙해진 것 같았다.

“흑마법사가 그런것들도 취급하나요?”

태성의 말에 흑마법사는 급히 반색을 했다.

“물론 아니지! 이건 그냥 내 취미일 뿐이야. 그럼 지금 당장 흑마법사가 되겠느냐?”

흑마법사는 왠지 모르게 빠르게 전직을 진행하려 하고 있었다.

“아뇨. 그 전에 몇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뭐 어떤 것 말이냐?”

“흑마법사가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이 생기는 건가요?”

흑마법사는 분명 일반 마법사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을 위해서라도 흑마법사가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 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성이 있었다. 또한 일반 마법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하더라도 둘 중 공격력이 높은 직업을 선택하고 싶었던 것이다.

“음… 소환하고 또 저주도 내리고…….”

노인의 말에 태성이 급히 되물었다.

“네? 소환이요? 혹시 어떤 소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흑마법사니까 당연히 죽은 녀석들을 살려내는 거지. 좀비라고 들어 봤냐? 좀비로 만들어서 내 수하로 부리는 거지.”

“오오! 그렇군요! 그럼 저주는 어떤?”

단순하게 좀비를 거느릴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일단 자신이 생각한 직업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었다.

“뭐 부식을 시킨다거나, 그도 아니면 상대방의 상태를 나쁘게 만들 수도 있는… 그런 것들이지?”

노인은 왜 이렇게 태성이 질문을 하는 지에 대해서 의아해 하면서도 대답은 곧잘 해주고 있었다.

태성은 생각하지 않았던 단어가 나오면서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었다.

저주!

저주가 어떤 것인가? 남에게 재앙이나 불운이 닥치게 염원하는 것이 저주가 아니던가?

그런 능력이 생긴다면 이진호에게 반드시 나쁜 결과를 안겨 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마친 끝에 태성은 노인의 양손을 꼭 잡았다.

“저 좀 흑마법사로 전직 시켜주세요!”

“그, 그러지!”

하지만 이 말이 태성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올지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태성이 노인의 손을 잡으며 흑마법사가 되기로 결심한 후,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있었다.

“우선 전직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실력을 겸비할 필요가 있지. 지금 네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도 해봐야 하고, 만약 내가 부탁하는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나는 너에게 흑마법사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그, 그렇군요…….”

노인의 말에 전직이 쉽지 않겠다라고 어렴풋이 느끼게 된 태성의 표정이 약간 시무룩해졌다. 그러자 흑마법사는 급히 손을 휘휘 저어보였다.

“아, 아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그냥 간단하게 테스트라는 거지. 그걸 가지고 흑마법사 안 시켜주겠다는 건 아니야. 단지 테스트야. 테스트가 뭐냐? 그냥 시험 같은 거야. 시험 떨어진다고 아무것도 못하나? 그건 아니니 걱정 말거라.”

흑마법사는 금방이라도 태성에게 직업을 달아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럼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음… 어디보자…….”

흑마법사는 집안 여기저기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별다른 말도 없이 혼자 곰곰이 생각만하는 것 같았다.

“저기… 혹시 흑마법사로 전직을 하려면 따로 정해진 퀘스트 같은 건 없나 봐요?”

태성의 말에 깜짝 놀란 흑마법사.

“그, 그런 건 아니다. 다만 너무 오랜만에 있는 일이다보니 뭘 시켜야 할지 몰라서 그러는 것일 뿐이지. 조, 좋아! 가서 늪지 개구리의 해독초를 구해와라!”

-흑마법사 라티크로부터 ‘늪지 개구리의 해독초 구하기’ 흑마법사 전직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느, 늪지 개구리의 해독초요? 그건 10레벨 정도에 갈 수 있는 곳이 아닌가요?”

“그, 그러냐? 그냥 갔다 와. 내가 그 해독초가 필요해서 그래.”

흑마법사는 난이도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그에게 퀘스트를 진행 시켰고, 마치 억지 퀘스트를 받은 것 같은 찜찜한 기분으로 태성은 집을 나섰다.

20레벨이 10레벨 몬스터에 해당하는 퀘스트를 한다는 것은 아무런 위험이 될 수 없었다. 또한 늪지라는 특성으로 인해 유저들의 발길도 좀처럼 뜸한 곳이다. 일반 평범한 필드보다 사냥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약간의 악취와 오물들이 신체에 많이 묻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늪지 주변에는 온통 널리고 널린 것이 바로 해독초였다.

“그나저나 몇 개를 구해오란 말을 안 한 것 같은데?”

태성은 퀘스트를 재차 확인해 보았다. 역시 퀘스트에는 해독초의 수치는 나와 있지 않았다.

개수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태성은 최대한 넉넉하게 해독초를 뽑아가기로 마음먹었고, 해독초 30개를 뽑아 흑마법사에게로 향했다.

“계세요?”

“들어와라!”

곧장 들려오는 흑마법사의 목소리.

태성은 인벤토리에서 해독초 30개를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몇 개를 가져와야 할지 몰라서 30개만 뽑아 왔습니다. 모자라면 더 뽑아 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지금부터 넌 흑마법사다!”

아무런 부연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태성을 흑마법사로 인정하는 노인.

-‘늪지 개구리의 해독초 구하기’ 흑마법사 진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마법사에서 흑마법사로 전직되었습니다.

-‘컨티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좀비 소환’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다크 윈드’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마나 볼’ 스킬이 사라집니다.

-‘마나 수련’ 스킬이 사라집니다.

-‘아이스 콜드’ 스킬이 사라집니다.

-‘매직 미사일’ 스킬이 사라집니다.

-‘라이트닝 볼트’ 스킬이 사라집니다.

노인의 말이 끝나자 수많은 메시지들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이에 태성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태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분명 새로운 스킬이 생성 되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사라진 스킬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상하네? 분명히 돈 주고 산 스킬들이 왜 사라지는 거지?’

의아함을 느낀 태성은 마을에 가면 마법사의 탑에 들러서 이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 볼 생각이었다.

“축하하네! 자네도 드디어 흑마법사가 되었군!”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언제 한 번 종종 나를 찾아오게. 그리고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일세.”

라티로크는 서랍에서 하나의 책을 꺼내었다.

“이건 뭔가요?”

“흑마법서네. 흑마법사라면 당연히 흑마법서를 지니고 다녀야하지 않겠는가? 그딴 지팡이보단 말이야! 하하하하!”

그에게서 건네받은 흑마법서를 곧장 확인 해보았다.

[낡은 흑마법서]

설명 : 매우 낡은 책으로 쉽게 찢어질 수가 있다. 조심해서 다루는 것이 좋다.

등급 : 매직

착용 조건 : 흑마법사 전용. 20~25레벨까지 착용 가능.

물리 공격력 : 0

마법 공격력 : 28

옵션 :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할 시 10만큼의 추가 데미지를 넣을 수 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마법 공격력이 높은 것을 보며, 태성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내 다른 서눔ㄹ을 줄 만한 것이 없군. 사는 게 이렇다보니 말이야.”

태성은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아닙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끝낸 태성은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런 태성이 나가는 모습을 흑마법사 라티크로는 입이 귀에까지 걸릴 정도였다.

버려진 숲의 한가운데서 태성은 기분 좋은 듯 웃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내가 원하는 직업을 얻을 수 있을지는 꿈에도 몰랐네. 오늘은 좀 늦었으니 쉴까?”

기분 좋은 마음으로 로그아웃을 한 태성은 캡슐에서 빠져 나와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태성은 마을로 진입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을을 지키고 있는 입구의 경비병이 태성을 차갑게 쏘아보았다.

“뭐야? 흑마법사잖아? 쳇. 아침부터 까마귀가 우는 것이 영 재수가 없더니만…….”

경비병들은 태성을 아주 더러운 사람 보는 듯 눈을 흘기고 있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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