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1 1권.
‘저것들이 왜 저러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눈빛이 다른데?’
그들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시간을 허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을 내부로 들어선 태성은 다른 NPC들에게도 이 같은 기분 나쁜 시선을 느껴야만 했다.
‘기분 탓은 아닌데… 왜들 저러는 거지?’
의문을 뒤로하고 태성은 마법사의 탐으로 향했다.
“실례합니다.”
“어서 오시… 자네?”
노인은 태성을 알아보고 약간 놀라고 있어싿.
“하하, 네. 말씀해주신 덕분에 흑마법사로 전직할 수가 있었습니다.”
“큭… 그렇군. 그런데 여긴 웬일인가?”
말을 들은 노인의 말투가 영 기분이 나쁘다는 어조로 바뀌었다.
“다름이 아니라, 흑마법사로 전직이 된 이후에 마법사의 탑에서 배웠던 마법과 처음에 배웠떤 마법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거든요. 그 이유를 좀 알 수 있을까 해서요.”
그에 NPC 노인은 손가락을 들어 태성의 눈을 찌르려는 듯이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거야 당연한거 아닌가? 우리 백마법과 흑마법이 어떻게 공존을 한단 말인가? 흑마법을 배웠으면 당연히 백마법이 사라지는 거지! 이유를 알았으면 당장 꺼져! 처음에 봤을 때, 제대로 된 녀석인 줄 알았더니, 이거야 원 재수가 없군.”
그의 반응은 매우 차가웠다.
마법사의 탑을 지키는 NPC가 이렇게나 누군가에게 냉대를 하는 것을 본적이 없던 태성으로써도 황당할 수밖에 없었고, 거의 등 떠밀리다시피 하며 탑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뭐, 뭐야? 지금 이 상황은? 다들 왜 이렇게까지 나에게 화를 내는 거지?”
태성은 안되겠다 싶어 흑마법사의 직업을 검색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사이트에 존재하는 흑마법사의 단점에 태성은 까무러칠 뻔했다.
흑마법사의 단점.
1. 각 마을에서 물건을 구입 시, 다른 유저들 보다 1.5배 비싼 가격에 사게 된다. 이유는 NPC들은 흑마법사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2. 각 마을에서 물건을 판매 시, 다른 유저들보다 0.5배 싸게 판매하게 된다. 이유는 NPC들이 흑마법사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3. 신성마법과는 상극의 흑마법사이기 때문에 신성력이 있는 사제와는 파티를 할 수가 없다. 그 말은 즉, 혼자서 사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4. 신전에는 발을 들여 놓을 수가 없다. 암흑 속성이기 때문이다.
5. 좀비를 소환하면 악취가 심하다.
6. 어딜 가나 NPC들이 싫어한다.
7. NPC들이 퀘스트도 잘 주지 않으며, 퀘스트 보상도 다른 클래스들에 비해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 그래. 단점이 있으면 장점이 있겠지.”
태성은 흑마법사의 장점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점은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이유는 이러한 페널티로 인해서 대부분의 유저들이 흑마법사를 레벨이 얼마 되지 않는 시점에서 캐릭터 삭제를 감행했기 때문이었다.
“세, 세상에?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장점 하나 없다니? 그리고 NPC들의 페널티는 너무 심하잖아? 그래도 상점 NPC들이라도 정상적으로 해줘야하지 않나? 난 어떻게 사냥하고 어떻게 돈을 벌라고?”
글만 읽어 본다면 파티 사냥은 힘들었다. 유저들에게 있어서 파티란, 레벨이 오르면서 힘겨운 몬스터를 다함께 힘을 모아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치유계열의 신성력을 지닌 캐릭터들이 조합되는데, 문제는 자신의 흑마법사라는 직책으로 파티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문제는 NPC들이 흑마법사 자체를 차별화하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은 불현 듯 뻔했다.
기가 막힌 상황에서 그래도 그에게는 좀비라는 믿을 만한 소환수 하나가 있따는 것이다.
“그래. 좀비라도 열심히 소환 해보자.”
태성은 자신의 스킬을 먼저 확인했다.
[컨티뉴 : 액티브]
설명 : 선택 몬스터를 40% 확률로 3일 간 사라지지 않게 해준다.
시전 시간 : 즉시 시전.
재사용시간 : 4분
마나 소모 : 40
[다크 윈드(1레벨) : 액티브]
설명 : 검은 바람을 불러 일으켜 15미터 내의 대상에게 시야를 축소시키고, 30~35의 타격을 안겨준다.
재사용시간 : 3초
시전 시간 : 1초
마나 소모 : 40
[좀비 소환(1레벨) : 액티브]
설명 : 좀비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형 몬스터를 좀비로 만들어야 한다. 좀비로 만들기 위한 절차는 죽은 몬스터를 컨티뉴 스킬을 이용해 게임시간으로 3일 간 땅속에서 완벽하게 묻어 놓아야만 어디서든 소환이 가능하다.
파괴되거나, 소환 해제를 시키지 않는 이상 소환된 좀비는 계속 유지가 가능하다.
시전 시간 : 즉시 시전
마나 소모 : 50
재사용시간 10초
특수능력 :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좀비 소환 개체를 늘릴 수가 있다.
좀비
생명력 : 100
마나 : 0
공격력 : 14
방어력 : 3
좀비를 소환하는데 드는 마나 : 100
“크윽~! 진짜 좀비 소환 이거만 아니라면 정말 사람 짜증나게 하는데 흑마법사 직업만한 것도 없겠네… 좋아! 소환! 너 하나만 보고 간다!”
태성은 그 길로 곧장 사냥터로 향했다.
“그나저나 좀비 소환 하려면 인간형 몬스터가 좀비로 가능하다고 했지?”
태성은 우선 큰 무리 없이 인간형 몬스터인 웨어 울프를 사냥했다.
흑마법사로 전직이 되었지만, 오히려 사냥은 더욱 힘들었다.
-다크 윈드 스킬의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크 윈드’ 스킬의 효과로 인해서 태성이 마음 놓고 도망을 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크게 도움 되는 것이 없었다.
“좋아… 전직되기 전보단 힘겹게 한 마리는 잡았고…….”
태성은 웨어 울프가 사라지기 전에 스킬을 시전 했다.
“컨티뉴!”
-컨티뉴 스킬의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오? 좋아! 그럼 이제 이걸 묻어야 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땅을 팔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신체 일부인 손을 이용하여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젠장! 더럽게 아프네!”
그나마 땅이 비옥해서 손으로 팔 수 있는 상황이었기 망정이지, 삭막한 땅이나, 말라 있는 땅이었다면 이미 손톱이 모두 부러질 정도였다.
웨어 울프의 신체를 땅에 집어넣기에는 자신이 판 구멍은 너무 작았다. 그리고 스킬에 적혀 있는 설명으로 보자면 ‘완벽’ 이라는 단어로 인해서 그는 더욱 깊고, 넓게 땅을 팔 수밖에 없었다.
대략 1시간 정도를 손으로 땅을 후벼 판 결과 웨어 울프를 그곳에 집어넣고 흙으로 다시 묻을 수가 있었다.
-웨어 울프를 땅속에 묻는데 성공하셨습니다.
“휴… 이런 것도 메시지로 들리는 건가? 이제 성공했나보네. 그나저나 이렇게 3일 동안이나 있어야 한다고? 그동안 난 대체 뭘 어떻게 하라고? 미리… 몬스터들을 땅에 묻어 놓으려면 이 짓은 힘들겠고, 삽 한 자루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러다가 손가락이 남아나지 않겠어.”
손가락에 아직도 통증이 얼얼한 가운데, 태성은 마을의 잡화상점으로 향했다.
당연히 잡화상점 NPC는 태성을 차갑게 노려보았고, 이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왜 왔소?”
‘하하… 왜 왔나니…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잡화 상인의 말에 태성은 기가 막혔다. 예전과 비교해 NPC의 태도가 확연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NPC들을 나무랄 수 없는 그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삽 한 자루만 살까 합니다.”
“젠장, 장사도 안되는데, 겨우 삽 한 자루? 여기 있소.”
괜히 신경질적인 태도를 부리자, 가만히 참고 있던 태성도 서서히 속이 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흑마법사에 대한 처우는 알고 있는 상황.
“얼마인가요?”
“30실버요.”
“예? 삽 한 자루에 30실버라고요?”
“왜? 싫어? 그럼 가던가.”
“아, 아닙니다.”
흑마법사에게 물건을 비싸게 판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이거 완전 날 강도들이군… 흑마법사는 이곳 세계에서 부자되긴 글렀네.’
힘겹게 모은 실버를 어이없게 날리자 그로써도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삽을 구입 후 태성은 호깃나 하는 마음으로 흑마법사 라티크로에게 향했다.
“실례합니다.”
“오? 왔나? 그래. 어찌 지냈는가?”
그는 뭔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태성에게 묻고 있었다.
“뭐… 그냥 저냥 지내고 있습니다. 저기 다름이 아니라, 흑마법사에게 필요한 다른 스킬북을 구입 할 순 없을까요?”
“음? 미안하지만, 흑마법사에게 스킬북이 따로 준비 된 것은 없다네. 혹시나 사냥하다가 나온다면 모를까…….”
“그렇군요…….”
현재 자신이 보유중인 스킬로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것은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가급적 공격 스킬이 있는지 알아보러 온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거품처럼 날아 가버렸고, 잠시 두 사람 사이에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연 것은 태성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사람들이 별로 찾아오지 않는군요?”
“뭐 그렇지. 흑마법사의 페널티가 많으니까 말일세.”
“에? 그걸 알고 계셨어요?”
태성이 라티크로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으음? 다, 당연히 알고는 있지?”
“그런데 왜 저에게 말씀을 해주지 않으셨어요?”
“무, 물어보진 않았지 않은가? 그리고 나도 흑마법사로 직업을 택하는 사람을 좀 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기도 하고… 결국 선택은 자네가 한거네.”
흑마법사 라티크로.
게임 초반에는 그래도 흑마법사라는 매력적인 직업에 많은 이들이 그를 찾았다. 하지만 그를 찾은 이후, 흑마법사의 어려움과 귀찮음, 시기와 눈치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흑마법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나중에는 흑마법사로 전직을 하려는 자들이 나타나질 않게 되었다.
그러다 태성이 그를 찾아 왔고, 어떻게 해서든 태성만큼은 흑마법사로 만들기 위해 전직 퀘스트까지 아주 간단하게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따지려는 건 아니니까. 흑마법사의 직업이 어떻게 실패를 했던 간에… 제가 성공해 보일 겁니다. 그러면 그때! 많은 사람들이 흑마법사를 찾게 되겠지요.”
“그, 그렇겠지?”
“물론입니다! 반드시 제가 흑마법사가 강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겠습니다!”
태성은 라티크로에게 희망의 빛을 안겨주고, 그렇게 게임을 빠져 나왔다.
그가 땅에 묻어놓은 웨어 울프의 시간이 3일 지났다.
“드, 드디어! 좀비 소환!”
태성의 외침과 동시에 땅을 뚫고 올라오는 손이 하나가 보였다.
그어어어어~!
“윽!!”
좀비가 땅을 뚫고 올라오자 그 모습이 참혹하게 보일 정도였다. 썩어가는 살 속에는 구더기가 있는가하면, 고름도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태성을 못 참게 하는 것은 바로 악취였다.
“우웩!!”
그 악취는 태성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했다.
“무, 무슨 이런 냄새가? 완전 계란 썩은 냄새보다 더 심하잖아!”
살아오면서 가장 심한 악취를 느꼈던 것이 바로 계란 썩은 냄새였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좀비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덜하지는 않는다 생각했다.
“이것도 익숙해지면 좋겠지만… 우웩!!”
또다시 코를 파고 찌르는 역한 악취에 태성이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 그래도 이제 혼자서 사냥은 하지 않으니까…….”
입에 묻은 침을 닦으며 태성은 좀비를 뒤로 하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어어어…….
1분…….
그어어어…….
5분…….
그어어어어…….
10분…….
그어어어…….
“야 이 씨! 그어어어 좀 그만하고! 좀 제대로 따라오면 안되냐? 이건 해도 너무 하잖아! 기어오는 것도 그것보단 빠르겠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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