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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군주-15화 (15/134)

00015  1권.

수많은 유저들이 외치는 소리는 정신이 없게 만들었지만, 태성은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고, 즉각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태성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남자가 아이템을 팔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어떤… 방어구를 찾으시나요?”

그는 태서으이 모습을 보고 약간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대부분은 입고 있는 것들이나 들고 있는 것만 보면, 대상의 클래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성의 경우는 가죽은 물론, 철갑으로 된 것까지 차고 있으니, 뭔가 애매모호했기 때문이다.

“천으로 된 방어구를 찾고 있습니다.”

“아? 천이요? 마법사시군요.”

“네.”

방어구의 경우 여러 부류가 나뉘며, 이런 부류에 따라 옵션의 수치도 달라지게 된다. 천으로 된 방어구의 경우 방어력은 약하지만, 마법사 계열에게 도움이 되는 지능 옵션이 추가 되는 경우나 마나가 더 올라가는 일이 있기 때문에, 대다수 마법계열 유저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현재 저레벨에게 필요한 옵션은 전혀 없고, 상당히 쓸 만한 옵션만 있습니다.”

[촘촘한 로브]

설명 : 매우 촘촘하게 잘 꿰어진 옷으로 상, 하의가 하나로 되어 있다.

등급 : 매직

착용조건 : 10레벨 이상

물리 방어력 : 31

마법 방어력 : 17

옵션 : 생명력 40 상승.

[엘릭의 장갑]

설명 : 사라진 학자 엘릭의 마지막 유물.

등급 : 매직

착용조건 : 20레벨 이상

물리 방어력 : 20

마법 방어력 : 10

옵션 : 스킬 시전속도 10%상승

[푸른 늑대의 신발]

설명 : 민첩하기로 유명한 푸른 늑대의 가죽으로 만든 신발

등급 : 매직

착용조건 : 15레벨 이상

물리 방어력 : 18

마법 방어력 : 11

옵션 : 생명력 회복 속도 3% 상승

민첩 +3 상승

천 방어구 세 개를 바라보며 태성은 많은 생각을 했다.

‘뭐 현재 내가 차고 잇는 것들에 비해서 전부 좋다고 할 수는 있지만… 이걸 착용했을 때의 효과는 별로 도움 될 것들이 하나도 없잖아? 더군다나 스킬 시전속도는 나에게 필요도 없고 말이야.’

고민을 하던 중에 태성이 물었다.

“저기 이거 세 개 합쳐서 얼마인가요?”

“세 개를 만약 모두 구매하시면 2골드에 드리겠습니다.”

“그렇군요…….”

곰곰이 생각을 하던 태성은 머리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른 것도 좀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태성이 그 말을 남기고 등을 돌리자 유저는 그를 잡고 싶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러면 좀 싸게라도 드릴 수 있는데…….”

하지만 더 이상 그의 말은 태성의 귀에 들리지 않았고, 주변을 서성이며 자신에게 맞는 물건들이 있는지 눈여겨보는 태성.

“쓸 만한 아이템을 찾는 것이 이리 힘든 건가? 아니면 나의 레벨이 너무 낮아서 옵션의 효과를 아직까지는 크게 볼 수가 없어서 그런 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태성은 주변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악세서리를 파는 이가 눈에 들어왔다.

유저가 착용할 수 있는 악세서리는 목걸이 한 개와 귀걸이 두 개 그리고 반지 두 개였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마법사가 쓸 만한 악세서리가 있을까요?”

“이쪽 오른쪽에 있는 것을 한 번 살펴보세요.”

반반으로 나뉘어진 악세서리를 보며 태성은 오른쪽의 악세서리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반지 하나를 보게 되었고, 태성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검은 기운이 어린 반지]

설명 : 저주를 받은 반지로 반지에는 검은 기운이 흘러나온다. 신성력을 가진 이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부적합하다.

등급 : 매직

착용 조건 : 10레벨 이상

옵션 : 마법 방어력 +10 상승

사용자의 소환수 공격력 +2 상승

“저기 이거는 얼마나 하나요?”

“아… 혹시 테이머 이신가요?”

그의 질문에 태성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아뇨… 테이머는 아닌데, 그냥 마법 방어력이 눈에 들어와서요.”

“그러시군요 .사실 마법 방어력 말고 공격력 +2라는 숫자는 크지가 않죠. 하물며 소환수를 지니고 있지 않는 유저에겐 아무짝에 쓸모도 없는 것이기도 하고… 큰 가격으로 부르기엔 좀 죄송하군요.”

“하하, 그러시군요. 그럼 얼마에 파실 건가요?”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태성이 질문하자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1골드 20실버만 주세요.”

그 말을 들은 태성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생각보다 비싸군요?”

“그, 그런가요? 그래도 옵션이 두 가지나 붙은 거라…….”

그는 크게 깎아줄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그 역시도 열심히 사냥을 해서 얻은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그만한 보상을 판매를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 제가 악세서리 하나를 더 살테니 가격대를 보시고 좀 싸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뭐… 그럼 그때 생각해보죠.”

그에 태성은 악세서리를 살피다 하나를 이내 손에 쥐었다.

‘그래. 이게 좋겠군. 옵션이 크게 좋지 않아서 비싸지는 않을 거야.’

[하급 마나의 반지]

설명 : 적지만 마나의 기운이 어려 있다.

등급 : 매직

착용 조건 : 8레벨 이상

옵션 : 마나 +70 상승

“정말 이걸로 하시게요?”

“후후, 네. 어차피 마법사 계열이라 마나가 좀 부족하기도 하고요.”

“그러시군요. 그럼 두 개 합쳐서 1골드 50실버에 드릴게요. 사실 마나의 반지는 옵션이 크게 좋지 않은 거라 팔기는 힘든 실정이거든요.”

“감사합니다.”

마나의 반지를 30실버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태성은 인벤토리에서 골드를 꺼내어 지불했고, 수중에 있던 골드의 반이 빠져 나갔다.

“흐흐흐, 공격력 2 상승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 내가 소환 할 수 있는 개체수를 생각하면 공격력 2라는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말이야. 큭큭큭.”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듯한 기분에 태성은 매우 흡족해하며, 음산하게 웃음을 남발하고 있었다.

“이제 1골드 50실버 정도 남았는데… 이걸로 뭘 하지?”

포션을 사기에는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이었고, 그렇다고 그냥 가자니, 남은 골드가 신경 쓰였다.

“우선 상, 하의는 모르겠고, 그냥 합쳐진 로브를 사야겠는데…….”

상, 하의 두 개를 사게 될 때에는 그만큼의 돈이 더 지출이 되게 되어 있다. 그래서 한 벌로 된 로브를 사려고 하는 것이다.

태성은 주변을 둘러보기 힘들어 스스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한 벌 짜리 로브 하나 삽니다. 마나가 붙은 옵션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아요!”

태성이 계소해서 외치기 시작하자, 누군가 그에게 다가왔다.

“로브 찾으시죠? 이쪽으로 오세요.”

“아! 네.”

한 남자를 따라 가자, 그곳에는 많은 물건이 진열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상점에 태성을 데려다주고는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한 마디로 사람을 데려다 주는 삐끼 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삐끼들은 물건 수량이 상당한 유저들이 고용을 하며, 그들이 데리고 온 손님이 물건 하나를 사갈 때마다 소액의 금액을 떼어주곤 한다.

“로브를 찾으신다고요? 이걸 한번 보시죠. 보통 한 벌 짜리 로브는 많이 없다보니…….”

유저는 태성에게 하나의 옷을 내밀었다.

“한 번 볼게요.”

[약간 다듬어진 로브]

설명 : 사냥을 하다 밖에서 편히 쉴 수 있게 제작된 로브.

등급 : 매직

착용 조건 : 8레벨 이상

물리 방어력 : 15

마법 방어력 : 14

옵션 : 마나 +40 상승

“이걸로 할게요.”

태성이 산다는 말에 유저의 안색이 몰라보게 환해졌다.

“아? 그러시겠어요? 좋지 않은 건데 바로 고르시네요.”

“하하, 별로 시간이 많이도 없고… 한 벌 짜리 로브도 더 이상 찾아봐도 눈에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러니 좀 싸게 주세요.”

“후후, 그럴게요. 그냥 50실버만 주세요.”

유저가 작게 웃으며 로브를 든 손을 내밀었고, 태성은 50실버를 건네며 로브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그와의 거래를 끝내고 이제 남은 금액은 1골드.

“이걸로 뭘 할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그냥 다음을 위해서 돈을 모르는 것이 좋겠지.”

당장 필요한 것은 구매를 끝낸 상태다. 그렇다고 1골드를 가지고 다른 물건을 구매하려하니, 얼마가 더 넘어갈지도 모르는 상황. 1골드는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사냥을 하다 나온 쓸 때 없는 재료들이 생각이 났다. 이 재료들은 어디에 쓰는지도 모르는데, 얼마에 팔아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각오로, 잡화상점으로 향했다.

끼이익

“실례합니다.”

문이 열리고 들어서며 인사를 건넸다. 가장 먼저 잡화상점주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역시나…….’

바라보는 눈빛 자체가 매섭다.

“무슨 일이야?”

예전에는 존댓말을 했지만, 이제는 흑마법사라는 직분으로 인해 서슴없이 하대를 하는 NPC들.

“다름이 아니라 재료를 팔러 왔습니다.”

“재료? 흥! 흑마법사 나부랭이가 재료가 있어봤자겠지. 어디 한 번 내놔보기나 해.”

“여기…….”

태성이 재료를 내놓자, 잡화상점 주인 닐크는 하나하나 고르기 시작했다.

“기본도 모르는 흑마법사 놈들…….”

그리고는 자신에게 맞는 재료는 곱게 놔두고, 쓸데없는 재료는 모두 태성의 앞으로 밀쳐 내버리는 것이 아닌가?

누가 본다면 화가나 재료를 냅다 던진 사람으로 오해 할 정도였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닐크의 행동에 태성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고, 그를 향해 따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행동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

“무슨 짓? 말이라고 해? 그런 재료를 내가 어디다 쓰란 말이야? 좀비의 손톱이랑 스켈레톤의 뼈는 이곳 잡화상점에서 받진 않아. 마을 외각에 있는 흑마법사한테나 가서 팔란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

태성이 말을 다하기도 전에 닐크가 말을 뚝 끊었다.

“그래? 그럼 다른데 가서 팔든가!”

오히려 자신에게 따지고 드는 태성에게 역정을 내는 닐크가 아닌가?

‘이 정도로 흑마법사들을 싫어한단 말인가? 휴…….’

속으로 한숨을 쉬며 할 수 없다는 듯 태성은 닐크에게 자신이 준 재료에 대한 가격을 정리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 상황은 더욱 가관이었다.

“여기 있다.”

쨍그랑!

돈이 바닥으로 아무렇게나 떨어졌다. 손을 내밀었는데도 바닥으로 던지듯 떨어져 내리는 동전. 태성은 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그래… 게임이야. 인내를 시험하는 거겠지. 참자. 참아! 학교에서는 맞으면서도 참았는데, 이 정도도 못 참을 쏘냐!’

그는 초인적 인내심을 바탕으로 허리를 굽혀 떨어진 동전을 줍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금액은 총 40실버.

‘후후, 나 말고 다른 유저들이 팔았다면 1골드 가까이는 벌었다는 뜻인가?’

아쉽게도 페널티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문을 열고 상점을 나가려 하자, 닐크가 갑자기 그를 불러 세웠다.

“어이! 너, 다시 이리 와봐.”

닐크의 부름에 태성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왜 그러세요?”

“뭐… 생각해보니 그렇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방금 행동은 내가 좀 미안했네. 사과하지. 하지만 악랄한 흑마법사니 마을 어디를 가더라도 똑같을 거야. 방금 행동은 내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사과를 하는거고.”

자신의 인내심이 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이미 많이 당해 본 일이니까요.”

“그래? 뭐 그건 그렇고. 이 재료 어디서 구했나?”

“그거요? 언데드 던전에서 구했습니다.”

언데드 던전이라는 말에 닐크의 표정을 다시 찌푸리며 질색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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