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16화 (16/134)

00016  1권.

“크~! 대단하군. 그 냄새 심한 언데드 던전에서 말이야? 그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거길 잘 안 가지.”

그는 재료의 향기를 다시금 손으로 맡아보며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언데드 던전의 상태로 인해서 거기의 재료가 상당히 부족해. 네가 이걸 다시 좀 얻어 왔으면 하는데?”

-잡화상점 주인 닐크로부터 ‘언데드의 독 공급’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닐크가 태성에게 부탁하고 있는 재료는 언데드의 독이었다. 언데드의 독은 약물을 만들 때 쓸 수 있는 재료였다.

‘이게 왠 횡재야?’

태성은 기쁘기 그지없었다. 무시만 받을 것이라 여겼던 그가 인내심을 발휘하며 화를 억누르자, 이제는 퀘스트까지 주어진 것이다.

“물론입니다. 많이 구해 오겠습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태성은 상점을 나와 퀘스트 창을 열었다.

[언데드의 독 공급 : C랭크]

설명 : 많은 이들이 더러움과 악취로 인해서 언데드 던전을 잘 가지 않는다. 때문에 각종 물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언데드의 독이 부족한 실정. 최소 50개 이상의 언데드의 독을 닐크에게 가져가자.

“오? D랭크도 아닌 C랭크네? 퀘스트를 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야. 참길 잘했어!”

마지막 순간 화를 억누른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끼고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마을 외각으로 걸어가며, 그곳에서 흑마법사에게 들렀다.

“계세요?”

“또 왔는가? 전 보다 좀 더 멋져진 것 같군.”

“하하, 그런가요? 멋지다는 말보단 강해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그렇게는 안보이시나 보군요?”

라티크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야. 만힝 강해진 것 같아. 단지 좀 멋져 보이는 게 우선이어서 그렇게 말을 했을 뿐이지. 그런데 여긴 웬일이야?”

“아… 다름이 아니고, 이걸 여기서 처분 할 수 있을까요?”

“뭔데 그러는가?”

태성이 내미는 좀비의 손톱과 스켈레톤의 뼈를 보며 환한 표정을 보이는 라티크로.

“오? 고맙군. 난 언데드 던전에 쉽게 가질 못해서 구하지 못하고 있던 재료들이야. 어떻게 이걸 필요하단 걸 알았는가?”

“하하, 마을에서 면박 좀 받으니까 알겠더라고요.”

“그렇군. 고맙네. 아, 혹시 언데드 던전에서 계속 사냥을 하는가?”

“그렇습니다. 당분간은 계속해서 거기에서 진행을 해볼까 합니다.”

“음… 그렇다 이거지?”

라티크로는 턱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이내 입을 열며 말했다.

“내 부탁이 하나 있는데, 자네가 들어 줄 수 있겠는가?”

난데없는 그의 부탁. 이것은 퀘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즉시 대답했다.

“가능하다면 무엇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언데드 던전에 내려가다 보면 리치가 있을 거네. 그 리치를 죽이다보면 분명히 리치의 붉은 안광이 하나가 나올 거네. 그걸 나에게 좀 가져다주게.”

-흑마법사 라티크로로부터 ‘리치의 붉은 안광 회수’ 퀘스트가 진행 됩니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라티크로에게 퀘스트를 받게 되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리치의 레벨이 얼마나 되는 건가요?”

“글세? 내가 알기론 40레벨 이상이라고는 들었던 것 같은데?”

“헉? 40레벨이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붉은 안광을 회수하면 바로 달려올게요.”

생각보다 높은 레벨에 잠시 놀랐지만, 어차피 오랫동안 던전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레벨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했다.

“그래. 수고하게. 리치는 위험하니까 각별히 조심하고.”

“걱정 마세요.”

태성은 인사를 하고, 흑마법사의 저택을 나서 되었다.

[리치의 불긍ㄴ 안광 회수 : C랭크]

설명 : 흑마법사 라티크로는 리치의 붉게 빛나는 안광에 대해서 궁금증이 상당히 많다. 라티크로의 연구에 반드시 필요한 리치의 붉은 안광을 회수해서 그에게 가져가라. 반드시 좋은 보상이 기다릴 것이다.

“오? 좋은 보상이라… 어떤 보상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기대되는군. 그나저나 40레벨이라…….”

리치의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훗날 비슷한 레벨이 되면 마주치게 될 리치였다. 그래서 사이트를 참고하는 수밖에 없었다. 태성은 로그아웃을 한 후, 사이트에서 리치에 대한 것을 확인했다.

“헉? 45레벨? 미쳤네. 40레벨이라고 흑마법사가 그랬던 것 같은데? 이건 5레벨이 더 높잖아? 지금 저걸 상대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고… 더군다나 소환수들은 미치를 만나면 녹아 내릴 것 같단 말이지… 결국은 레벨이 오를 때까지 개념 없는 닥치고 사냥만 해야 한다는 건가…….”

한숨을 쉰 이후, 태성은 그대로 게임룸을 나가버렸다.

***

“다녀왔습니다.”

가방을 메고 거실로 들어서자, 평소에 들렸어야 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응? 어디 계시지?”시계를 보니 오후 6시. 평상시라면 한창 어머니가 식사를 준비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다.

“이상하다? 장이라도 보러 가신 건가?”

현관 앞에 있는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응? 신발도 있는 것 같은데… 외출이라도 하신 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태성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그런데 그때 태성의 어머니가 그의 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어? 엄마. 내 방에 있었어요?”

“응? 아, 청소 좀 하느라고.”

“아… 네.”

“배고프지? 씻고 조금만 기다려라. 아버지가 오면 같이 식사를 하게.”

“네. 알겠어요.”

“지금이라도 배가 고프면 뭐라도 좀 가져다 줄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버지 오면 같이 식사 하는 걸로 해요.”

어머니는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음… 그런데 청소를 하셨다는 분이 아무것도 안 들고 계시잖아? 침구만 정리한 건가?”

자신의 방에 들어선 태성은 가방을 내려놓으며 방의 상태를 살폈다.

“이상하네… 청소한 흔적이 딱히 보이진 않은데…….”

아침에 방을 나설 때의 상태 그대로였다. 전혀 달라진 것이라곤 없었으며, 이불 역시도 자신이 개둔 그대로였던 것이다.

“응? 캡슐은 왜 또 열려있지? 내가 캡슐을 열어 놨었나?”

태성은 캡슐 뚜껑을 닫으려다 캡슐의 내부에 약간 온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음… 청소하러 들어오신 엄마의 손에는 든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방도 치운 흔적이 없으며, 캡슐의 온도가 따뜻한 것으로 보아, 설마… 엄마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태성은 얼마 후, 아버지가 퇴근을 하시며 돌아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모여 식탁에 앉았다.

밥을 먹던 태성은 너스레 물었다.

“음… 엄마. 재밌었어요?”

“응? 뭐가?”

“게임요.”

“그, 그걸 어떻게 네가?”

역시나 그의 어머니는 게임을 했던 것이다.

“그거야 엄마가 너무 흔적을 마구 남기고 다니니까 알죠.”

식사를 하던 태성의 어머니는 매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런 말을 들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향해 물었다.

“여보. 당신 게임 해?”

“아… 저기 그게 몇 개월 간 무료라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재미삼아 들어가 봤는데…….”

“그런데? 어떻던데?”

어머니는 당황한 표정으로 일관하더니, 이내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질문을 하는 그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가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매우 호기심을 느끼고 있는 표정이었다.

태성과 아버지는 어머니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호호… 상당히 재미있더라고요. 너무 실감난다고 해야 할까? 실감이 아니라 말 그대로 현실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덕분에 몇 번 죽기도 했지만… 쿡쿡, 정말 재밌었어요.”

설명을 하며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 결국 자신의 입을 가려가며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오? 그래? 태성아. 밥 먹고 아버지도 좀 가르쳐다오. 요즘 회사에서도 사실 네가 하는 그 게임에 대해서 다들 말이 많더라고. 우리 회사 전무도 그 게임을 하는 모양이던데, 아주 푹빠져 산다고 하더구나.”

“하하, 그럴게요. 우선 식사부터 마치고요.”

부모가 자신이 하는 게임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다보니, 아들로써 기분이 나쁠 리는 없었다. 오히려 이런 부모님으로 인해 자신까지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가족들은 모두 태성의 방으로 모였다. 어머니는 물론 설거지를 하지 않은 상태로, 곧장 정리만 해놓고 올라와 있는 상태다.

“엄마는 우선 게임을 하고 있으니, 다른 준비는 끝나셨을 테고, 아버지는 이곳에 들어가셔서 안내 말에 따라 행동하시면 될 거예요.”

“그래? 알았다.”

아들의 말에 따라 캡슐에 몸을 눕힌 아버지는 조금 어색한 듯이 웃었다.

“허참… 이 나이에 이런 걸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후후, 그래도 한 번 해보시는 것이 좋을 거예요. 요즘 이거 모르면 외면당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래. 그렇지. 모두가 여기저기서 이 이야기뿐이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태성은 캡슐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약 1시간 뒤, 아버지가 캡슐에서 나올 때가 됐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나오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태성이 어머니를 보며 말했다.

“이상하네? 왜 안 나오시지? 내가 한 번 말을 걸어볼게요.”

“응? 말도 걸 수 있니?”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태성이 한쪽을 가리키며 답했다.

“물론이죠. 여기 보이는 버튼 누르고 말을하면, 게임을 하고 계시더라도, 제 말을 듣고 대답을 할 수가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캡슐에 보이는 빨간 버튼을 지긋이 누르며 태성이 말했다.

“아버지. 왜 안 나오세요?”

그러자 스피커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태성아. 이거 어떻게 나가냐?

“예?”

-나가는 방법을 모르겠다. 계속 마을을 돌아다니고, 성문 밖으로 나가봐도 게임을 어떻게 끄는지 모르겠구나.“

“아? 그러셨군요. 아버지 .로그아웃이라고 말해보세요. 그게 나가는 방법이에요.”

-아? 그래? 로그아웃이라고? 알았다.

이후 캡슐의 문이 열리고 태성의 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휴… 나오는 방법을 몰라서 한참을 애먹었구나.”

“하하, 그러셨군요. 전 왜 안나오시나 했어요. 어떠세요? 게임은 할 만하세요?”

태성은 아버지가 어떻게 레전드 오브 판타지를 느꼈는지 상당히 궁금했다.

“이야~! 이거 장난 아닌데? 아주 멋져! 새로운 세상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앞으로 종종 해봐야겠는데? 그런데 같이 게임을 할 순 없는 거냐? 그럼 캡슐을 두 대나 더 사야 하는 거야?”

감탄한 얼굴로 태성의 아버지가 속사포처럼 느낀 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물음에 태성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아뇨. 비싼 캡슐을 여러 대 구매 할 필욘 없어요. 넷룸이라는 곳이 있거든요.”

길을 가다 한 번씩 본적은 있는 넷룸이라는 곳. 하지만 그곳이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건지는 모르는 아버지다.

“넷룸? 그건 대체 뭘하는 곳이냐? 보니까 학생부터 해서 일반인들까지 많이들 가는 곳 같던데?”

“예전으로 따지면 게임방 아시죠? 게임방이 넷룸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보시면 되요.”

“아! 그렇구나. 그럼 우리 셋이 같이 하려면 넷룸으로 가서 접속하면 되는 거냐?”

“하하. 네. 그런데 아마 당분간은 그러지 못 할 거예요. 레벨이 모두 낮은 것도 있지만, 대륙도 아마 다를 테고, 하물며 마을도 모두가 다를 겁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디 대륙이세요?”

태성의 질문에 부모가 대답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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