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9 1권.
언데드 던전은 1층 좀비. 2층 스켈레톤. 3층 스켈레톤 메이지. 4층 스켈레톤 워리어. 5층 구울. 6층 리치. 7층 다크 나이트로 구분 되어 있었다. 현재로서는 8층에 무슨 몬스터가 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는 지금 소환수들과 함께 5층에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레벨은 45에 육박했고, 소환 수의 개체수도 상당히 늘어나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나도 이제 50레벨이다. 힘내자. 얘들아! 너희들의 동료가 늘어날 수 있게 노력 좀 해봐!”
그어어어!
“아니… 그냥 나 혼자 한 말이야. 일일이 대답할 필요 없다. 하지마라… 가뜩이나 숫자가 많아서 냄새가 장난 아닌데…….”
코를 막고 6층으로 내려선 태성의 눈에 많은 수의 리치들이 곳곳에 보였다.
발끝가지 내려오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썼고, 얼굴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았다. 마치 검은 어둠만에 얼굴에 자리하고 있는 듯 했지만, 붉은 안광과 같은 두 개의 눈동자가 확실히 보였다.
“그래. 죽으면 저걸 얻으면 된다는 거지? 좋았어. 돌격 앞으로!!”
그어어어~!
“아니… 그러니까 일일이 대답 좀 하지 말고 돌격하라니까… 얘들 왜 이렇게 말을 안듣니…….”
파파팍! 샤샤샥!
스켈레톤 메이지와 리치의 차이점. 그것은 확연했다.
스켈레톤 메이지는 단순하게 하나의 마법만을 구사한다면, 리치의 경우 여러 마법을 골고루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광역 마법으로 많은 수의 소환수에게 타격을 주는가하면, 냉기 마법을 통해서 이동속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리기도 했다. 더군다나 도트 마법까지 써가며, 점점 피를 하락시키는 등, 상당히 지능적으로 소환수를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제기랄! 지가 무슨 네임드나 보스 몬스터도 아니고! 뭘 저렇게 많은 마법을 쓰는 거야? 야! 스켈레톤 메이지! 넌 언제 저렇게 할래?”
“…….”
스켈레톤 메이지는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마법만 시전하고 있었다.
리치 한 마리를 상대하는데 시간은 크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하지만 한 마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태성의 모든 마나를 소진 시켜야 할 정도로 소환수의 희생이 막대했다.
“휴… 뭐 이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그나저나 역시나 안나오는 건가?”
리치의 붉은 안광은 쉽사리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사냥을 하면서 태성은 자신이 의문을 가지던 사실 하나를 알 수가 있었다.
“뭐야? 이상하게 좀비들이 빨리 죽는다 했더니… 네가 범인 있었냐?”
태성은 스켈레톤 메이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공격받지 않은 좀비들까지도 하나 둘씩 죽어가기 시작했던 이유는 바로 스켈레톤 메이지가 생명력을 흡수하여, 자신의 마나로 대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생명력이 멀쩡하던 좀비나 공격을 받았던 좀비들은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야! 기왕 흡수하는 거라면 쌩쌩한 녀석 말고, 다 죽어가는 녀석들을 흡수하면 좋잖아? 꼭 도움 안되는 짓거리들을 해요! 이것들이 아주 그냥!”
스켈레톤 메이지 무리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임무에만 충실하듯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리치를 상대로 계속되는 전투 속에 드디어 처음으로 메시지가 들려왔다.
-리치의 붉은 안광 1개를 획득 하였습니다.
“좋았어! 드디어 회수했다. 이제 바로 가볼까?”
두 개의 퀘스트가 완료 된 시점에서 태성은 미련 없이 언데드 던전을 떠났다.
“계신가요?”
마을에 들어오기 전 외각에 있는 흑마법사의 저택으로 먼저 향한 태성이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들어오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 태성은 라티크로에게 퀘스트 아이템을 내밀었다.
“오!! 이건 리치의 붉은 안광! 자네가 해냈군!”
“하하, 그렇습니다. 솔직히 좀 어려웠습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리치의 붉은 안광 회수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C랭크의 퀘스트답게 태성은 보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흐흐… 그래도 C랭크인데 돈을 많이 주던가, 그도 아니면 아이템 좋은 걸 줄 거야. 큭큭!’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태성. 그런데 그런 태성을 라티크로가 멀뚱히 지켜보고 있었다.
“뭐 볼일이 더 남아 있는가?”
“예? 아뇨? 당연히 가야죠?”
“그럼 뭐하나? 가보지 않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그냥 가라고 하는 라티크로를 보며 태성이 당황하듯 입을 열었다.
“보, 보상은 없나요?”
“보상? 무슨 보상? 내가 이 꼴로 사는데 보상이 뭐가 있겠는가?”
라티크로의 말에 기가 막히는 태성. 하지만 애초부터 그가 가난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젠장! 가진 건 없고 죄다 해골 껍데기랑 썩은 내 나는 물품들뿐인데 보상을 바란 내가 어리석었던 건가?’
모든 게임에는 퀘스트에 대한 보상이 주어진다. 라티크로 역시도 C랭크의 퀘스트를 주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내 보상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그러면서 퀘스트를 하기 위해 몬스터를 잡으며 경험치를 올린 것에 만족을 하고 있었다.
“음? 자네. 왜 그렇게 한숨인가? 흑마법사가 약하니 자네도 때려치우고 싶어진 건 아니겠지?”
“네? 아… 그런 건 아닌데 사실 좀 약해보이긴 합니다.”
다른 레벨의 유저들이었다면 과연 언데드 던전에서의 사냥이 어땠을까? 하는 의문점도 드는 태성이다. 하지만 결론이 지어진 것은 누가 있던 간에 자신보다는 나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다들 흑마법사가 약하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고스트의 힘만 얻을 수 있으면 좀 더 강해질 텐데 말이야.”
“네? 고스트요? 그건 또 뭔가요?”
라티크로는 황당한 표정을 짓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긴 자네는 모를 수밖에 없겠군. 흑마법사가 된지 얼마 안되었으니. 고스트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야.”
“사라졌다고요?”
“그래. 본디 고스트는 사람이 죽고 나서 생기는 악한 귀신과도 같은 것이지. 우리 흑마법사들은 고스트를 만들어 낼 순 없네. 단지 형체만 있는 것들을 조종할 뿐이지.”
그의 말을 듣고 태성은 뭔가 의아함을 느꼈다.
‘이상해… 갑자기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 혹시 연계 퀘스트 같은 것이 아닐까? 아냐! 분명 맞을 거야. 설마 한 푼의 보상도 없는 퀘스트가 있을 리는 없지!’
연계 퀘스트란 반드시 선행 퀘스트를 완료 해야만 한다. 앞의 퀘스트를 완료 해야만 다음 퀘스트를 받고 진행 할 수 있는 퀘스트를 뜻했다.
“고스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아시나요?”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태성이 라티크로에게 물었다.
“글세? 솔직히 내가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 허약한 흑마법사가 되어있진 않겠지. 그러나 그 힌트가 있는 곳은 알고 있지. 알코이드 산맥에 그 힌트가 있다고 하더군.”
“알코이드 산맥이요?”
알코이드 산맥.
주로 40~60레벨의 몬스터들이 출몰하고 있는 장소로 몬스터들이 극도로 강하진 않지만, 지형이 험난하고 전투를 펼치기엔 너무나 열악한 장소였다.
그래서 유저들은 알코이드 산맥을 거의 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알코이드 산맥은 사냥터로 인기가 없었다.
“알았습니다. 안녕히계세요.”
힌트를 얻은 후 태성은 다음 퀘스트 완료를 위해서 마을로 갔다.
마을에 진입하고 잡화상점으로 들어갔다.
“계십니까?”
“왔는가? 조금 시간이 걸렸군.”
퉁명스럽지만 예전처럼 차가운 말투는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 더 온화한 목소리로 자신을 맞아주었다고나 할까?
“네. 이리저리 할 게 많아서요. 여기 부탁하신 언데드의 독입니다.”
“오? 상당히 많이 구해왔군.”
-언데드의 독 공급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네. 300개 좀 넘을 거예요. 그냥 사냥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언데드의 독을 보며 닐크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 이는 흑마법사가 된 이후에 처음 보는 밝은 표정이다.
“자네 때문에 당분간 포션 제작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군.”
그 말에 태성이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네? 혹시 이걸로 닐크님이 직접 만드시는 건가요?”
“후후, 뭐 그렇다고 볼 수는 있네. 물론 만든 이후에 신전으로 가져가야 하지만 말이야.”
“신전은 왜요?”
포션을 닐크가 직접 만든다는 것은 놀라운 말이었다.
“포션이란 걸 내가 만들 수는 있지만, 다 만들었다고 해서 그게 포션이 될 수는 없다네. 그저 일반적인 쥬스일 뿐이지. 하지만 신전에가서 신성력을 받게 되면 그때부터 제대로 된 포션이 되는 것이지.”
그의 말을 듣고 닐크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흑마법사는 시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들었는데… 포션은 별개인 건가?’
포션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닐크가 무엇인가를 건넸다.
“고맙네. 자. 여기 보상이네.”
“감사합니다.”
보상은 태성의 짐작과는 너무나 달랐다.
‘세상에? 하급 포션 5개라니? 최하급도 못 사서 벌벌댔는데 이게 웬 떡이람?’
마나 포션 개를 받아든 태성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닐크가 은근슬쩍 물어왔다.
“혹시 마나 포션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내가 원가로 자네에게 팔아주겠네.”
“헉? 원가로요?”
“후후, 그래. 사실 언데드의 독 하나면 포션을 몇 개를 만들 수가 있지. 300개 이상을 얻었으니 그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니겠나?”
“그, 그럼 저야 정말 감사하죠!”
“그래. 알겠네. 하급의 경우 신전에서 파는 금액은 1골드 20실버 정도네. 원가로 따지자면 80실버 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이내 목소리가 기어 들어갔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금액이 비쌌기 때문이다.
“아… 그렇군요. 그럼 죄송하지만 몇 개만 제가 구입 할 수 있을까요?”
닐크는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래. 그러도록 하지. 하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네. 자네에게 준 5개가 마지막이었거든. 그러니까 좀 기다려야 할 거네. 나는 신전에 가야하니 볼일 좀 보고 나중에 오게나.”
“알겠습니다.”
닐크가 잡화상점의 문을 닫고 나갔고, 태성 역시도 함께 나왔다.
“휴! 이 좋은 마나를 어디다 쓸꼬? 내가 먹긴 너무 아까운데…….”
현재 자신에게 있어서 생명력 포션은 그다지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동급의 몬스터에게 맞는다면 한방 인생이기 때문이다.
유저들이 파는 금액은 하급 포션 한 개에 2골드. 태성으로써는 감히 먹기도 아까운 것이었다.
“그래도… 먹으라고 있는 포션 아니겠어? 팔기보다는 나중에 좀 어려울 때 먹어야겠군. 그나저나 이 향기는? 좋다!”
구수한 향기가 콧내음을 자극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여기였구나.”
한 때 사냥터로 나가기 위해 입구로 걸음을 옮기던 태성. 그의 코를 자극하는 향기를 맡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위치와 동일한 곳에 자신이 서 있었다.
“하하, 게임에서도 식당이 있다니? 뭐 그냥 맛만 느끼는 거겠지?”
밖에서 보는 식당은 매우 컸다. 하물며 2층 건물로 되어 있는 듯 했으나, 그 크기는 2층이 아닌 조깋 4층 정도의 건물 크기로 보였다.
그는 곧장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홀에 수많은 식탁들. 그리고 조용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룸 형식으로 된 방도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간 태성은 한가한 식당에서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태성이 온 것을 확인하고는 한 여성이 그에게 다가와 메뉴를 건넸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