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22화 (22/134)

00022  1권.

과거를 붙들고 억울하게 생각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금 자신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것들만 생각하기로 했다.

닐크와의 약속이 있던 날 이런 봉변을 당했기 때문에 아직 마나를 구입하지 못한 상태였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레벨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의 마나 수급이 필요한 상태였다.

“실례합니다.”

“왔나?”

투박한 닐크의 대답이 들려왔다.

“네… 다름이 아니라 전에 말씀드린 마나를 사러 왔습니다.”

“그래. 여기 있네. 1골드 50실버네.”

“예? 전에는 80실버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분명 80실버의 원가에 태성에게 판다는 소리를 들은 바 있었다. 그래서 두 개의 마나를 사려고 생각 중이던 태성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거야 내 마음이 아닌가? 나도 최소한 먹고 살아야지? 자네에게 그렇게 다 퍼주면 난 뭐가 남겠는가?”

그의 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며칠 만에 태도가 많이 바뀐 것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왜 이제 와서 이러시는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닐크는 두 눈을 야리며 태성에게 말했다.

“보니까 마을에서 싸움을 일으켰더군. 나는 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정말 싫어하네. 하물며 불법적인 싸움이라니? 자네를 좋게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게 되었어!”

감옥에 들어가 있는 동안 흑마법사가 마을에서 사고를 쳤다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졌던 것이다. 그래서 NPC들의 귀에 대다수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그, 그건 고의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녀석에게 당해서…….”

“됐네! 그냥 빨리 물건이나 사고 가게.”

태성은 가지고 있는 금액 중 하급 마나 포션을 겨우 2개만을 구입했다.

‘이것 역시도 흑마법사라는 페널티 때문인 건가?’

포션을 건네받으며 그는 씁쓸하게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상점을 나서자 많은 이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대다수 NPC들이 시선들이었고, 경멸과 무시에 대한 눈빛들로 가득했다.

상점을 나온 태성은 그길로 더 이상 마을에 볼일이 없었다. 그래서 오래 있을 생각을 하지 않고, 곧장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

그가 가는 곳은 알코이드 산맥. 이번에 이야기를 듣게 된 고스트에 대한 실마리 때문이다.

무작정 알코이드 산맥으로 가는 동안 유저들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그만큼 알코이드 산맥에 대한 유저들의 몬스터 사냥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나를 생각했다.

“음… 그냥 조금 아낄까? 당장 마나 포션을 하나 먹을 만큼 사냥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손에 쥐었던 마나 포션을 다시 집어넣었다. 당장은 급한 일이 없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면서 마나를 회복하기로 한 것이다. 값비싼 마나를 일반 몬스터 사냥에 쓰기엔 아까울 수밖에 없었다.

“자자! 정렬하고, 똑바로 죽여라. 알겠냐? 당분간 힌트를 찾을 때까지 여기서 사냥한다. 돌격 앞으로!”

태성의 지시를 받은 소환수들은 몬스터를 향해서 열심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산악 지형의 몬스터들은 대다수 네발 달린 짐승들이 많았고, 언덕의 지형으로 인해 수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는 소환수들에게는 약간은 불리하다고 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불리한 상황도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이 바로 소환수들의 몫.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몬스터를 밀어붙이며 그렇게 앞으로 조금씩 전진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몬스터 사냥이 끝난 뒤, 모두가 멍하니 서 있는 상황에서 태성은 유독 한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저, 저런 미친 녀석! 당장 안내려와?”

그어어어~!

좀비의 힘찬 외침과 함께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우르르릉~!

좀비가 올라가 있던 바위는 어이없게도 흔들바위였다. 좀비 하나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바위는 그대로 쓰러졌고, 쓰러진 방향은 소환수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는 길목이었다.

“피, 피해라!!”

태성은 몸을 한쪽으로 날리며 큰 소리로 외쳤지만, 행동이 느린 좀비들은 고스란히 굴러 떨어지는 돌에 짓뭉개졌다.

“세, 세상에?”

바위가 굴러 간 자리의 소환수들은 대부분이 초토화 상태가 되었다.

“너 이 자식! 이 꼴로 만들어놓고 너만 멀쩡하다 이거냐? 당장 이리 오지 못해?”

누가 뭐라해도 이런 엉뚱한 짓을 한 좀비는 다름 아닌 좀비1번 이었다. 이 상황에서도 유유히 혼자 아무렇지도 않은 녀석.

그어어어~!

“그어어? 죽을래? 맞을래? 너 진짜 매번 이딴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네놈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좀비들이 죽었는지 알아? 소모되는 마나는 또 어떻게 하고?”

그어…….

“뭘 잘못했는지 알긴 아냐? 이 꼴을 봐라!”

고개를 돌려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좀비를 비롯한 수많은 소환수들이 사라진 것은 물론, 바위의 여파에 생명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이들도 존재했다.

그어…….

멍한 시선을 주고 있는 좀비 1번에게 태성은 그저 인상을 찌푸릴 뿐이었다.

“어휴… 하여간 네놈은 위험인물 1호야. 알겠냐? 제발 사고 좀 치지마. 지금이야 몬스터가 없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지만, 만약 몬스터 사냥 중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정말 국물도 없어. 알아?”

흔들바위 초토화 이후, 태성의 소환수는 거의 반 이상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만약을 위해서 그 자리에서 이동을 멈추고 마나 회복을 거친 후에 사라진 소환수들을 다시금 소환을 해야만 했다.

“휴… 힘들다. 이게 뭐냐? 이틀 동안 사냥하면서 레벨만 오르고 있고, 어찌된 게 힌트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냐?”

알코이드 산맥은 생각보다 너무나 넓었다. 던전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크기의 산맥이었기 때문에, 산맥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해야 했던 태성이었다. 하지만 산 전체를 다 돌아다녀보았음에도 그 어떠한 힌트를 얻을 수가 없었다.

시작점으로 돌아와 버린 태성은 그늘진 나무 아래로 향했다.

“우선 좀 쉬자. 얘들아.”

태성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휴… 이 넓은 알코이드 산맥에서 힌트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 하루 이틀 걸릴 일이 아닐 거야… 괜한 짓을 내가 하고 있는 걸까?’

그는 너무 넓은 알코이드 산맥을 바라보며 그저 한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등이 아파?’

그는 기대고 있던 나무에서 등을 폈다. 그리고 나무를 바라보았다.

“헉? 이게 뭐야?”

고개를 돌린 상태에서 태성은 깜짝 놀랐다. 나무 안쪽에 파인 홈에 웬 해골 하나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해골이 나무 사이로 손을 뻗고 있었고, 그 손가락에 태성의 등을 찌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세히 보면 전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나무 안쪽의 홈은 작았으며, 해골의 손가락 또한 전혀 예상도 못한 상태였다.

“호, 혹시 이게 힌트인건가?”

물끄러미 해골을 바라보고 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없고, 메시지도 없자 해골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결국 메시지는 들리지 않았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해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놀래 키려면 좀 더 무섭게나 해놓지. 이게 뭐야?”

해골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어 보인 뒤, 태성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래도 이상하네… 이런 곳에 해골이 그냥 있을 리는 없을 텐데…….’

아직도 나무속의 해골에게 미련을 버리지는 못했지만, 아무런 실마리가 없는 해골을 상대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치겠다. 어느 세월에 힌트를 얻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치켜든 태성.

순간 태성의 몸이 굳어버렸다.

“헉!”

굵은 나무 가지 사이로 뭔가가 보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새하얀 얼굴에 태성의 온 몸에는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후다다닥!

태성은 재빠르게 좀비들 사이로 들어가 코를 막았다.

“누, 누구냐! 귀신이면 물러가고, 사람이면 나와라!”

스르륵~!

그런데 밀가루 같은 새하얀 얼굴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헉? 귀, 귀신이었어? 귀신이 말을 알아 먹네!’

조금 더 움츠려든 태성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그때 새하얀 얼굴의 귀신이 나무에서 조금씩 빠져 나오며, 이내 땅으로 내려왔다.

기다란 갑주 형식의 옷을 입고는 있었지만, 전신이 새하얀 차림. 그리고 다리는 없었다.

태성을 유심히 노려보던 귀신이 입을 열었다.

[원한을… 풀어줘… 원한을… 풀어줘…….]

쇠를 긁는 것 같은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워, 원한?”

처음보는 귀신의 형태에 두렵기는 했지만, 이것이 힌트가 시작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두려움도 점차 줄어들었고, 태성은 앞에 나타난 새하얀 귀신을 상대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건 힌트가 분명할 거야!’

귀신에게 약간의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한 태성이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태성의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누, 누구야? 누구… 너… 너!!”

털썩!

공포의 대상 귀신에게 다가갈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에서 좀비들 사이에 끼어든 태성이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을 강하게 밀어 보냈고, 그 힘에 못 이겨 앞으로 쓰러지듯 넘어지고 만 태성이었다.

“좀비 1번… 너 진짜!!”

엎어진 자세에서 천천히 무릎을 모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새하얀 귀신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보니 생긴 건 크게 무섭지 않았다.

{내 이름은 길로트… 사악한 마물을 없애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토벌에 나섰다가 이렇게 되고 말았지.}

귀신이 말을 하기 시작하자, 공포는 어느 정도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와 대화를 시도하는 태성이었다.

“그럼 다른 동료들은요?”

{녀석에게 사로잡혀버렸지. 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니겠나?}

“그런가요? 동료들을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나요?”

{마르무트의 뱃속.}

“예?”

{방금 동료들을 어딜 가야 만날 수 있냐고 묻지 않았나? 만나려면 마르무트의 뱃속으로 들어가야지.}

“아… 저는 꼭 죽어야만 하는 건가요?”

뱃속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죽음을 의미하는 듯 보였다.

{난 원한을 풀어 달라고 했지. 동료들을 만나라는 말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흰색의 안광이 번뜩이며 태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말길을 잘 알아듣질 못해서요. 그 원한을 어떻게 풀어드리면 되나요?”

{사약한 마물의 기운으로 인해서 내 동료들의 원혼은 천국으로 가지 못하고 마르무트의 뱃속에 갇혀 있지. 내 동료들이 풀려날 수 있게 마르무트를 죽여주시오.}

그제야 그가 원하는 부탁이 무엇인지 알게 된 태성이었다.

“마르무트만 죽이면 되는 문제인가요?”

{그렇네. 그러면 나도 동료들과 함께 천국으로 갈 수 있지.}

길로트의 말에 태성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두가 천국으로 간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혹시나 지옥이던지…….”

{자네 지금 내 말에 토를 다는 겐가? 나는 태어나서 나쁜 일을 해본 적이 없네. 옆집 고구마를 좀 훔쳐 먹고, 친구의 아내를 사랑한 죄는 죄가 아니라는 말이네. 또한 나의 기사단들도 죄를 지은 적이 없어!}

“그렇군요… 사랑은 죄가 아니죠. 알겠습니다. 우선 그 부탁을 이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길로트의 원한을 풀어라 퀘스트가 진행 됩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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