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26화 (26/134)

00026  1권.

“오? 이런 게 있었다니? 정말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잖아!”

너무나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즉각 게임에 접속하여 이동 주문서를 팔고 있는 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동 주문서는 NPC상점에서 파는 것이 아닌, 유저들이 직접 제작을 해서 파는 물품 중 하나였다.

광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동 주문서를 판매하고 있었다.

“대량 이동 주문서 팝니다!”

“마소이 산맥 어귀로 가는 이동 주문서 팝니다.”

“테오드 마을 이동 주문서 팝니다.”

“언데드 던전 가는 가장 빠른 산화 평지로 가는 주문서 팝니다.”

이동 주문서로 갈 수 있는 장소는 이동 포탈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사료 되었다.

이동 주문서를 팔고 있는 한 유저에게 다가간 태성이 물었다.

“혹시 샤니아 마을까지 가는 가장 단거리 이동주문서는 무엇인가요?”

“샤니아 마을요? 그건 그냥 이동 포탈을 이용하는 게 낫지 않나요?”

유저는 자신의 주문서를 팔 기회보다 오히려 태성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려 하고 있었다.

“아… 그게 사정이 좀 있어서요.”

“그렇군요.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골드 낭비 하실 생각이신가본데… 샤니아 마을의 경우는 린다의 호수로 가는 이동 주문서가 가장 빠를 겁니다. 호수에서 샤니아 마을까지 가는 길이는 걸어서 20분 정도라고 알고 있거든요.”

“아? 그렇군요! 혹시 린다의 호수로 가는 이동 주문서 있나요?”

“죄송하지만 저에게는 그건 없습니다. 다른 분들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듯 하네요. 혹시나 찾다가 없으시면 저에게 다시 오세요. 린다의 호수는 아니어도 최대한 가까이 있는 장소로 갈 수 있는 주문서는 있습니다.”

태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유저들이 팔고 있는 주문서들을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린다의 호수로 가는 주문서를 파는 유저는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린다의 호수는 사냥터도 아닐뿐더러 호수 근처에는 갈 만한 사냥터도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물며 유저들이 샤니아 마을로 가려면 이동 포탈을 타면 될 것이기 때문에, 굳이 린다의 호수를 거쳐서 갈 일은 없는 것이다.

태성은 어쩔 수 없이 처음 이야기 했던 유저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죄송한데, 린다의 호수 말고 가장 빠른 곳은 어디죠?”

“하하, 또 오셨네요. 역시 린다의 호수로 가는 이동주문서는 없었지요? 음… 샤니아 마을로 가려면… 어디 보자…….”

그는 자신의 수많은 이동 주문서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럼녀서 하나를 꺼내어 태성에게 말했다.

“여기 있네요. 안개의 진흙 밭 이동주문서입니다.”

“아! 그렇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걸 살게요.”“네. 뭐 사시는 건 저야 감사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으실 겁니다.”

“왜 그런가요?”

유저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기본적으로 이곳은 진흙 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질척이는 발의 감촉도 좋지 않고, 진흙 밭을 벗어나려면 조금 고생을 하셔야 해요.”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어차피 이곳에서 샤니아 마을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것보다야 낫겠죠. 전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나름대로 여러 정보 주신 점 정말 감사합니다. 이걸로 살게요. 얼마인가요?”

“4골드입니다.”

태성은 기분좋게 인벤토리에서 골드를 꺼내려다 말고 다시 물었다.

“예? 4골드요?”

“네. 4골드입니다. 음… 놀라시는 걸 보니 처음 이동주문서를 사시나보군요. 이동주문서는 말 그대로 조금 더 쉽고,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이동하게 해주는 겁니다. 물론 이동주문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합당한 재료들이 필요하고요. 그렇다고 만든 주문서마다 모두 잘 팔리는 것은 아니어서, 흑자를 보기 위해서는 조금 비싸게 책정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이동 포탈을 이용하시는 게 좋다고.”

이동 포탈과 이동주문서의 차이는 두 배 이상의 가격이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휴… 뭐 어쩔 수 없지. 결국 나의 페널티로 인해 생긴 것이니까… 그리고 골드의 여유도 많고…….’

많은 골드가 있으나 4골드를 주문서 한 장을 사는데 날리는 것은 눈물을 머금을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다 문득 다시 이곳 마을로 돌아올 것이 걱정 된태성이 다시 그에게 물었다.

“저기 죄송한데 안델리카 마을로 돌아오는 이동주문서는 없나요?”

“마을 자체로 이동할 수 있는 주문서는 그 누구도 만들지 못합니다. 오로지 이동 포탈로만 가능하죠. 다만 근처에 가까운 곳으로 이동 할 수 있는 주문서만 만들 수가 있지요. 지금 저에게 있는 것은 여기 있네요. 산화 평지 이동 주문서입니다. 한 개에 2골드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거랑 샤니아 마을로 가는 것이랑 합쳐서 5개씩만 주시겠어요? 혹시 모르니까 미리 사두려고요.”

“그렇게나 많이요? 오히려 저야 감사하죠.”

주문서를 한 번에 많이 사는 사람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오히려 그는 태성에게 감사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렇게 안개의 진흙 밭 이동줌누서와 산화 평지 이동주문서 10장을 구매한 태성은 유저의 호의로 30골드에서 26골드로 구매를 할 수가 있었다.

“휴… 이제 가볼까?”

한숨을 쉰 이후 태성은 안개의 진흙 밭으로 가는 이동주문서를 찢었다. 그리고 주변에 한 차례 빛 무리가 서서히 모이기 시작하더니, 대략 10초가 지나자 번쩍임과 동시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철퍽…….

발의 감촉이 매우 찝찝한 상태에 태성은 눈을 떴고, 그곳은 생전 처음 보는 장소였다.

“이곳이 안개의 진흙 밭인가?”

철퍽철퍽~!

천천히 발을 떼며 그곳을 이동하기 시작한 태성.

“와… 무슨 안개가 이렇게나 심각하게 끼어있냐? 아주 피부가 수분을 질척이게 흡수하겠군.”

힘겹게 발을 떼며 투덜거리던 태성은 그곳에서 몬스터 하나와 조우하게 되었다.

스스스슥~!

진흙이 점차 모이며 몬스터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진흙괴물. 주로 이곳 안개의 진흙 밭에서만 서식하는 몬스터로 대부분 유저들이 절대적으로 피하는 몬스터 중 하나였다.

“뭐야? 한 번 해보자 이거야?”

몬스터가 출몰 하자, 태성은 곧장 소환수들을 불러내기 시작했다.

“저거 때려 죽여.”

명령을 들은 언데드들은 즉각 진흙괴물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평소보다 이동속도는 현저하게 저하되었으며, 좀비들은 거의 거동조차 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미치겠네. 이거 뭐 적과 조우하는데 1박 2일은 걸리겠네. 안 되겠다. 그냥 저 녀석은 피하는 게 상책이겠지.”

그는 소환수들을 동원하며 그 자리를 빠져 나가려고 해싿.

스솨솨솩!

그때였다. 진흙괴물이 매우 빠른 속도로 언데드들을 뒤쫓으며 하나 둘 쓰러뜨리고 있었다.

“뭐가 저렇게 빨라? 발에 모터라도 달았냐? 빨리들 뛰어! 어서!”

큰 외침을 시작으로 그 역시도 진흙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처럼 발을 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언데드들도 하나 둘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헉헉헉! 이거 완전 사람 죽겠네. 뭐 이런 개 같은 장소가 다 있냐!”

발을 한 번씩 빼낼 때마다 보잘 것 없는 신발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헉헉! 무슨 신발에 쌀가마니를 달아놨냐? 왜 이렇게 무거워?”

한발 한발 땔 때마다 발의 무게는 더해갔고, 뒤에 있는 소환수들은 진흙괴물에게 죽어 나가고 있었다.

“빨리빨리!”

죽어나가는 언데드들을 보면서 태성은 급히 도망을 쳤다.

생각했던 것보다 안개의 진흙 밭은 넓었고, 그곳을 빠져나왔을 때, 태성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휴… 정말 이동 포탈을 이용하는 유저들이 부럽구나…….”

신발에 묻은 진흙조차도 제대로 털지 못하고 태성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열심히 걷고 또 걷기를 40여분 쯤 지났을까? 드디어 태성의 눈에 마을 하나가 보였다.

기존의 안델리카 마을에 비해서 너무나 작은 소규모의 마을이었다. 벽돌과 짚을 이용하여 만든 집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그리고 집체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마을. 크기는 대략 원둘레 200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전형적인 시골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여기가 샤니아 마을이라 이거지?”

태성은 마을에 있는 NPC에게 물었다.

“저기 죄송한데, 여기 혹시 몬두르스라는 분을 알고 계신가요?”

“응? 그 괴팍한 늙은이? 젊은 사람이 그런 사람을 만나서 뭐하려고? 쯧쯧, 저쪽 끝에 시커먼 집으로 가보시게.”

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이 가리킨 방향. 마을의 가장 구석진 자리에 시커멓게 타버린 집이 보였다.

“아! 감사합니다.”

태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몬두르스가 살고 있다는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 마을은 유저들이 정말 없구나. 거의 보이는 사람들이라고는 NPC들이 전부인 듯 해. 그리고 나에 대한 적대감이 크게는 없는 듯한데… 착각인가?’

조금은 야릇한 기분을 느끼며 태성은 몬두르스의 집앞에 당도했다.

“불에 타버린 집인 줄 알았는데… 탄 게 아니라 시커멓게 그을린 거구나. 대체 무슨 짓을 했길 래 집이 이 꼴이 되는 거지?”

태성은 나무로 된 문을 두드렸다.

똑똑.

“계세요?”

문을 두드리자마자 시커먼 그름이 태성의 손에 묻어 나왔다. 그만큼 사람들의 방문이 뜸하다는 소리다.

손을 털어 내고 있을 때, 문이 활짝열렸다.

“뭐야?”

“크윽!”

문이 열리자마자 태성은 자신의 코를 부여잡았다.

좀비의 악취보다 더욱 심한 냄새가 집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냄새야? 화학약품 냄새 같기도 하고? 와… 진짜 독하다. 코를 막지 않았으면 코로 숨도 못 쉴 뻔했어!’

냄새는 정말 독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냄새에도 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두 눈을 크게 뜨고 태성에게 물었다.

“뭐냐고!”

“네? 아… 다름이 아니라 몬두르스씨가 맞는지요?”

“내 집에 찾아와 놓고는 그런 말을 왜 물어?”

“역시 맞으시군요. 흑마법사 라티크로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습니다.”

“응? 너 그 녀석이랑 아는 사이냐?”

“네. 조금요.”

“그럼 들어와.”

몬두르스는 태성을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발길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전직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래.우선 코를 쥐고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손을 떼자.’

두려웠지만 조심스럽게 손에서 코를 땠다.

휘청~!

눈앞이 갑자기 핑 도는 것이 마치 약에 취한 것 같았다. 하물며 코로 느껴지는 것은 통증뿐. 그 어떠한 향기도 맡을 수가 없었다.

‘미, 미치겠다.’

어질어질한 기분으로 코가 아닌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어린놈이 제법 버티네? 이걸 먹어봐. 그럼 괜찮아 질 테니까.”

그는 컵에 든 시커먼 물 같은 것을 태성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런 의심 없이 그것을 마셨다.

“케엑?”

목을 부여잡고 바닥으로 쓰러지는 태성을 바라보며 노인이 몬두르스가 말했다.

“이 미친놈을 보게? 이게 뭐하는 짓이야?”

언제 그랬냐는 듯 태성은 눈을 떴다. 그리고 순식간에 모든 냄새와 고통들이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와… 그게 뭔지 몰라도 효과 정말 좋군요. 감사합니다.”

“헐헐, 내 집에 온 손님인데 감사는 무슨. 지렁이 똥이 감사하다면 쥐똥이라도 주면 아주 절이라도 하겠구만.”

“예?”

“지렁이 똥이라고 이놈아. 지렁이 똥 잘 말려서 끓인 게 그거였다. 그나저나 헛소리하지 말고 여기 온 이유나 말해. 라티크로 그놈이 보냈으면 다 이유가 있을게 아니냐?”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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