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29화 (29/134)

00029  2권

“귓속말한 가온누리라고 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우선 가격부터 결정하도록 하죠.”

“네. 물론이지요. 원하시는 가격이 어떻게 되시나요?”

“음…기본적으로 50레벨대의 네임드 몬스터지만, 저와는 레벨  차이가 많이 나서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네임드를 잡아서 괜찮은 아이템이 나오면 5:5로 하는 것으로 하고요. 그 외에 잡아드리는 비용은 한 마리당 150골드입니다.”

“헉? 그렇게나 비싼가요?”

“뭐 대부분은 어느 정도 레벨이 있는 사람들끼리 파티를 진행하기 때문에 더 비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혼자서 잡아드리는 거라, 다른 사람들이 받는 몫 중의 일부분을 조금 더 받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이템이 나오게 되면 분배에 대한 부분도 역시 두 명이서 나누는 거라서 조금은 더 이득이 적용이 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아이템을 5:5로 나눈다는 건 시세를 확인하고 하시는 거겠지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 자리에서 해결 할 금액이 없다면 마을에 와서 시세를 확인하면 되는 문제니까요.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저와 네임드의 레벨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아이템이 잘 안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수 좋으면 몇 십 골드 정도 떨어뜨리겠지요.”

유저와 몬스터의 레벨 차이는 언제나 페널티를 가지게 된다. 유저가 몬스터보다 20레벨 이상이 많을 시에는 몬스터가 흘리는 아이템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었다.

“현재 제 레벨이 99입니다. 아마도 골드도 기대 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우선은 전직이 목적이니 부탁드릴게요.”

“네. 그러면 제가 알아봐 둔 곳이 있으니 우선 파티를 하고 그곳으로 가실까요?”

끄덕.

태성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 직후 메시지가 들려왔다.

-99레벨의 크레이터님에게서 파티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레벨 차이로 인한 경험치 하락과 아이템 드랍 확률이 대폭 줄어듭니다. 신청을 받으시겠습니까?

“예.”

-크레이터님과 파티가 성립되었습니다.

파티는 총 5명까지 구성할 수가 있다. 그 이상의 파티는 허용이 되지 않지만, 연합이라는 것을 통할 수가 있다.

대부분 연합은 공성전이나 네임드 몬스터 또는 보스 몬스터나 레이드를 할 경우 주로 유저들이 사용하는 대규모 파티다.

‘그나저나… 이런 퀘스트 한 번 해주고 150골드라고? 현금으로 환산하면 15만원이잖아?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니… 45만원? 허허… 참, 이런 식으로 매일 진행을 하면 아주 금방 부자 되겠네.’

가만 생각 보니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 10대라는 신분으로 45만 원짜리 파티를 맺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자신의 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게임에서 벌어들였다는 사실에 안도를 할 뿐이다.

이 모든 것에 혀를 내두르며, 태성은 크레이터의 뒤를 따랐다.

크레이터는 태성이 찾아보지 못한 네임드에게 다가가 있었다. 그 네임드는 해양류 몬스터로 해변에 위치해 있었다.

갈리키논.

파충류과에 해당하는 15미터 크기의 엄청난 몬스터로 두발로 서서 다니지만, 긴 꼬리가 균형을 유지해준다.

거대한 창은 한 번의 공격으로 한 사람을 죽일 만큼의 큰 위력을 지닐 정도였고, 전체적인 외형은 리자드맨과 흡사하지만 마치 리자드맨 킹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 엄청나군요.”

“후후, 저런 건 별거 아니지요. 아마 레벨이 오르면 제가 하는 말의 뜻을 아시게 될 겁니다.”

이후 크레이터는 양손검을 굳게 잡았다.

“그럼 가겠습니다.”

태성이 멍하니 지켜보는 가운데 크레이터가 갈라키논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는 사이 태성은 몬스터에게 어그로를 당하지 않게 먼 곳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쿠콰콰쾅!

처음 시작의 격돌은 태성이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격돌이었다. 크레이터의 스킬은 그가 생각지 못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었고, 대지가 흔들리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저, 저게 99레벨이란 말인가?’

그동안 태성은 혼자서 사냥을 해왔다. 그랬기 때문에 유저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크게 본적이 없었다.

한 번씩 TV 영상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으나, 그것은 큰 흥미를 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99레벨.

유저들 중 상위에 속하는 크레이터의 위력은 태성이 생각하던 그 이상의 모습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미치겠다. 저걸 보고 있으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

얼른 자신도 강해져야겠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끓었던 것이다. 물론 저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캐릭터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었지만, 지금 크레이터의 위용은 충분히 태성을 자극하고 있었다.

슁슁~!

거대한 양손검이 갈라키논을 향해서 휘둘러질 때마다 그 속도에 의해서 바람소리가 강하게 들려왔다.

푸칵!

무거운 양손검이 땅을 파고들며 갈라키논의 하체를 공격할 때마다 태성은 온 몸에 전율이 흐르고 있었다.

‘멋지다…….’

비록 복수를 위해서 흑마법사가 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 크레이터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였고, 흑마법사가 된 것을 잠시나마 후회를 하고 있었다.

“휴! 역시 네임드는 네임드네요. 레벨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벅찬 건 어쩔 수가 없군요. 혹시 조금씩 보조를 해주실 수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크레이터가 빠른 동작으로 태성의 근처로 다가와 말했고, 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뭔가를 해야지. 이렇게 멍하니 있을 순 없잖아! 언데드를 소환하자!’

그는 즉시 언데드들을 하나 둘씩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크아아악!”

멀리서 크레이터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보니 크레이터는 갈라키논에게서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뭔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비명소리.

크레이터는 자신의 코를 부여잡고 태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냄새입니까?”

“제 소환수들의 냄새입니다만……?”

“다, 당장 집어치우세요. 도우는 게 아니라 저를 먼저 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레이터는 게임이래 가장 심각한 악취를 맡고 있는 순간이었고, 그 충격은 자신도 깜짝 놀랄만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전 도우려고 했을 뿐이에요…….”

“괜찮으니까 빨리 부탁드립니다. 전투에 방해 되요.”

“네네. 좀비 소환 해제!”

그나마 많은 수의 좀비를 소환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빠르게 소환 해제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크레이터가 말했다.

“저기… 죄송하지만 거래 비용은 네임드 몬스터 세 마리에 500골드로 올려주실 수 없으실까요?”

“네? 그건 왜요?”

“대부분은 이렇게 전투를 하게 될 때, 조금은 보조지원을 해주게 됩니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끝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금 상태로라면… 혼자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네요. 저도 이런 일을 해서 골드를 버는데… 네임드 한 마리에 시간을 빼앗기다보면 저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가 요구했고, 이것은 거부 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치사한 새끼… 처음에는 아주 쉽게 잡아 줄 듯이 말하더니, 힘드니까 이제는 50골드를 올려? 이거 고의적인 것 같은데… 젠장할. 나도 빨리 처리를 하고 싶기도 하니까 못 본 척 그냥 넘어가 준다. 이후에 널 다시 만나면 아주 그냥!’

속으로 크레이터에 대한 비난을 했지만,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500골드 드릴게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시고 전투에만 전념해주세요. 그리고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전투에만 전념할게요.”

태성은 고스트만이라도 전투에 참가 시킬 수가 있었지만, 크레이터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차라리 속으로는 네임드 몬스터를 잡다가 그가 한 번쯤은 죽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크레이터가 다시 갈라키논을 향해서 양손 검을 휘두를 때, 태성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 500골드가 순식간에 사라져가는구나.’

크레이터는 포션도 마시고 있었다. 아무래도 체력 면에서 네임드를 감당하기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500골드라는 비용은 크게 많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저렇게 포션까지 다 마셔가면서 하면 얼마나 남을까? 이제 겨우 두 개를 마시긴 했지만, 앞으로 두 마리는 더 잡아야하고, 저 네임드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말이야.’

홀로 멍하니 앉아 크레이터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해보고 있었다.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긴 하지만, 저런 공격이 자신에게 가해진다면 과연 쉽게 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하물며 피한다 하더라도 그 파괴력 앞에 버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크레이터의 대부분 스킬 공격은 화려함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위주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 가만 생각해보면 진호 녀석의 공격력도 무시할 순 없었지. 비록 내가 생명력 하나 올리지 않는 타입이라고는 하지만 말이야. 만약 근접전을 펼치는 녀석들과 싸우기라도 하면 극도로 조심해야 될 것 같아…….’

아무 할 일 없이 그렇게 많은 생각만을 하고 있을 대, 크레이터가 갈라키논을 쓰러뜨렸다.

쿠우우웅~!

엄청난 덩치가 쓰러지고, 태성은 즉시 갈라키논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붉은 빛깔이 나는 주먹만 한 크기의 문장! 바로 증표였다.

“이제 한 마리 잡았네요. 감사합니다.”

“뭘요. 앞으로 두 마리나 더 남았는걸요. 휴… 한 마리 잡을 때 포션만 해도 5개를 빨게 되는군요.”

“헉? 그렇게나 많이 드셨나요?”

“후후, 네. 아무래도 네임드다보니 이것저것 들어가는 것도 많지만, 뭐 그래도 아이템 빨로 간간히 버티는 거죠. 최상급 포션의 가격이 조금만 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최상급 포션을 마신다는 소리에 태성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최상급 생명력 포션이라면 족히 생명력 2,000은 채워줄 텐데… 대체 생명력이 얼마나 된다는 소리지? 그리고 5개나 먹었다고? 내가 아는 선에서 최상급 포션 한 개는 20골드잖아?’

근접전을 펼치는 이들 중에 크레이터처럼 단단한 판금 방어구를 착용하는 이들은 생명력이 남달리 높다.

고의적으로 자신의 스탯을 체력에 투자하는 이들도 많으며, 판금 방어구 자체의 옵션은 생명력 자체가 가죽이나, 천에 비해서 상당히 높게 수치가 기록되어 있다.

‘그냥 아무런 말을 하지말자. 괜히 말했다가는 돈 더 달라고 할지도 모르니까.’

갈라키논을 죽였지만, 레벨의 차이 때문인지 아무런 아이템도 나오지 않았다. 고작 해봐야 15골드만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15골드 역시도 크레이터와 5:5로 나누어야 했고, 태성은 그에게 8골드를 건네주었다.

‘뭐 고생했으니까 1골드는 그냥주마. 앞으로 두 번만 더 고생해라. 근데… 최상급 포션을 이렇게 마시면 남는 것도 얼마 없겠네…….’

그런 생각을 하니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은 크레이터 자신이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

크레이터는 태성을 데리고 두 번째 장소로 향했고, 그곳은 바다가 아닌 산이었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갈라키논 다음으로 가까운 녀석은 아마도 티에리일 겁니다.”

티에리.

산기슭에 존재하는 네임드 몬스터로 이동형 네임드였다. 다른 네임드들이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면, 티에리는 산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그 덕에 많은 유저들이 뭣도 모르고 사냥을 하다가 티에리의 습격을 받아 죽음을 맞이하는 자들도 많았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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