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4 2권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한 번 봤다고 마음이 빼앗길 리는 없겠지? 예쁘긴 했지만 말이야…….’
자신의 마음에 대해 확신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를 만난 이후 자신의 머릿속에는 한 동안 그녀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친구 목록!”
[친구 목록]
반여린 ON
자신의 친구 목록에 가장 처음 신청된 친구가 반여린이라는 사실에 태성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르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볼 수도 있겠지. 이제 슬슬 사원으로 이동해볼까?”
사람을 만났다는 기쁜 마음에, 그는 힘차게 사냥터로 이동했다.
여기저기 건물 잔해가 부셔져 있고, 주변은 조용하기 이를 대 없는 이곳 낡은 사원에 도착한 태성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인기척은 들리지 않는다. 간간히 몬스터들이 여기저기 시야에 들어올 뿐이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여기는… 낡은 사원이라기보다는 그냥 몬스터들이 있는 사냥터 같은 느낌도 들고… 이런 곳에 NPC가 있을 리가 없잖아?”
전형적인 폐허 건물에 위치한 사냥터로 보이는 이곳이 왜 사원이라고 말하는지 이해조차 되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이 든 태성은 낡은 사원 전체를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혹시나 구석에 해골이라도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적막한 사원은 생각 이상으로 깔끔했고, 그 흔한 뼈조각 하나 보이지 않았다.
“미치겠네… 대체 어떻게 찾지? 다시 몬두르스한테 가봐야하는 건가?‘
그에게 얻은 실마리였기 때문에 재차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가 혹여나 정보를 잘못 알려주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태성은 샤니아 마을로 다시 향했고, 몬두르스의 집에 도착해서 그에게 다시 물었다.
“저기 낡은 사원에는 아무도 없던데요? NPC는커녕 벌레 한 마리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 음… 이상하군. 분명 내가 알기론 그곳에 실마리가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정말 그곳이 확실하긴 한건가요?”
“이녀석이? 지금 누굴 치매 걸린 노인네 취급하나? 분명하다니까?”
“휴…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다시 확인해볼게요.”
태성은 또다시 낡은 사원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여전히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 여기에 뭐가 있다는 거야?”
그러다 문득 낡은 사원의 거대한 건물 입구에 글이 새겨진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어? 이런 글귀가 있었던가?”
여기저기 파손이 되어 있었지만, 분명히 글귀는 이어져 있었다.
[보름달이 뜰 때마다, 나의 복수는 시작된다.]
“이게… 대체 뭐야?”
약간 섬뜩한 문구에 태성은 잠시 그 자리에 앉아서 글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보름달? 복수? 잠깐… 오늘은 어떤 달이었지?”
아직 게임 시간으로는 대낮이었기 때문에 달의 모양을 확인 할 수는 없었다. 이곳에 위치하여 처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 태성은 감탄을 내질렀다.
“우와! 하늘이 이렇게 예뻤던가?”
마치 외계 행성에 와 있는 듯한 하늘. 거대한 행성들이 두 세 개씩 눈에 들어왔다. 마치 토성의 고리를 보고 있는 듯한 거대한 행성이었다.
대낮임에도 별들이 반짝이는 게 눈에 들어왔고, 어디로 통하는 문인지 알 수 없는 차원의 문 같이 생긴 둥근 포탈이 먼 하늘에 자리하고 있었다.
곳곳이 반짝이며, 마치 에메랄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은 아름다운 장관에 그는 넋을 놓고 한 동안 목이 꺾여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름답네… 아직까지 이런 하늘을 못보고 있었다니 말이야. 여린이한테도 알려줄까? 아니지… 혹시나 벌써 봤을지도?”
단 한 번 만났을 뿐이지만, 밤하늘을 보면서 생각난 사람은 반여린 밖에 없었다.
태성은 이곳에서 밤이 될 때까지 사냥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낡은 사우 js에서 사냥하는 유저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 낡은 사원에 나타나는 몬스터는 60레벨의 몬스터이지만, 경험치와 아이템 드랍율이 너무나 저조한 것은 물론, 몬스터들의 위치가 워낙 떨어져 있기 때문에, 빠른 사냥에도 무리가 많은 지역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유저들이었기에, 이곳 낡은 사원에서 사냥을 하는 유저는 거의 없다고 봐야만 했으며, 위치 또한 기존의 몬스터 사냥터에서 많이 떨어져 있어서, 유저들의 행보가 거의 이어지지 않는 곳이다.
태성은 밤이 올 동안 이곳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사냥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자자! 모두 정렬!”
태성은 소환수들을 불러 세우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이곳에 널려 있는 몬스터들 사냥해서 땅에 묻기 시작한다. 알겠나?”
인간형 몬스터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곳에는 태성이 앞날을 준비하기에 딱 좋은 장소라고도 볼 수 있었다.
{빌어먹을… 몬스터를 잡는 것도 힘든데, 땅에까지 묻으라고?}
“좀비 1번 소환 해제.”
{악! 아, 안 돼……!}
스스슥~!
좀비 1번이 즉각 소환 해제 당하고, 주변은 고요했다.
“방금 사라진 얼빠진 녀석의 말대로 이곳의 모든 몬스터들을 사냥할 생각이다. 그리고 너희들이라면 땅을 팔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할 수 있겠지?”
{할 수 있을지…….}
{클륵… 해보겠습니다.}
“그래. 불굴의 언데드에게 못하는 것은 없다. 나 역시도 너희와 함께 삽질을 할 테니 걱정 말아라. 지금부터 바르게 땅을 파기 위해서 1분대씩 함께 나누어 땅을 파도록 한다. 스켈레톤들과 구울은 5마리씩 무리를 짓고 땅을 파고, 고스트는 아마도 땅을 팔 수 없을 듯 하니 쉬도록한다. 그리고 듀라한은… 그냥 그곳에서 쉰다.”
궁시렁궁시렁!
그때 어디선가 불만 섞인 목소리가 또다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뭔가? 불만이 있으면 말을 해라.”
{클륵… 불만은 아닙니다만, 왜 듀라한만 쉬어야 합니까? 클륵… 고스트들이야 영혼이기에 땅을 팔 수 없다지만, 클륵… 듀라한은 할 수 있찌 않겠습니까? 저희 중에서는 가장 힘센 녀석이 듀라한… 클륵… 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스켈레톤 메이지의 말에 태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듀라한이 사냥 중에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좀비들이야 그저 한 번씩 자폭이 되면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으나, 듀라한은 몬스터의 공격을 맞아야 하는 탱커의 운명이기 때문에 약간은 편의 아닌 편의를 제공해주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태성이 한 마디 하려고 하자, 듀라한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방금 말한 스켈레톤을 향해서 왼손에 들린 머리를 앞으로 쭉 내밀며 말했다.
{꼬우면 니가 몸빵 하시던가?}
{클륵…….}
그 말에 다른 언데드 모두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야… 이녀석 성깔 있었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웃긴 태성이었지만, 웃음을 꾹 참으며 다시 명령했다.
“자자! 이제 불만 없으면 작업을 시작한다. 얼른 사냥을 시작하고, 잡는 족족 땅에 묻어라! 시작!”
그의 말을 시작으로, 태성은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서 ‘컨티뉴’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했고, 빠르게 쓰러져가는 몬스터들은 파놓은 땅속으로 사라져 갔다.
개체수가 많다보니 땅을 파는 작업은 이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태성 본인이 직접 파는 것을 제외하고 언데드들이 파는 땅에서는 광물이 나왔다는 말을 하는 자는 없었다. 어쩌면 아마도 광물에 대해서 무지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주변 일대를 한순간 휩쓸어버린 태성은 모두를 보며 말했다.
“자, 다들 이제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시간은 이제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언데드 모두에게 휴식을 취하게 만들고, 태성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엄청난 크기의 행성이 달은 아니겠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거대한 크기의 행성. 낮에 봤던 행성은 밤이 되자 행성 내에서 밝은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아직 달이 뜨지 않은 건가?”
그러면서 바닥에 드러누워 하늘을 구경하고 있는 태성. 곳곳에 은하수가 무리지어 보였고, 별똥별들이 10초 단위로 길다란 줄을 그으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오로라를 보는 듯한 하늘에 있는 실크로 된 분홍색 천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였다.
거대한 행성 뒤로 무엇인가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달이다!”
현실에서 보는 달과 비교해서 크기가 조금 더 컸지만, 분명 달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우와! 초승달이다! 초승달… 초승달? 제기랄! 상태를 보아하니 최소한 며칠은 여기서 버텨야겠구나!”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 보름달도 아닌 초승달이었던 것이다. 태성은 욕을 내뱉으며 이후 다시 사냥에 임했다. 혹시나 NPC가 나올지 몰랐기 때문에 야간 사냥도 진행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태성은 보름달이 뜰동안 오로지 낡은 사원 근처에서만 몬스터를 미친 듯이 사냥했다.
며칠 간 죽자고 사냥한 것치고는 레벨은 고작 1밖에 오르지 않았으며, 아이템의 드랍도 매우 저조했다. 유저들이 이곳에서 사냥을 하지 않는 이유를 몸소 체험한 것이다.
그러나 꼭 손해 본 장사만은 아니었따.
득이 된 것이 있다면, 무덤의 파라다이스를 개척했다는 것이고, 낡은 사원이 아니라 무덤 사원으로 불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무덤의 땅을 만들었다. 물론 이러한 무덤은 3일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태성은 잡는 몬스터들을 족족 땅속에 묻게 되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이득이 있었다면, 바로 소환수들이 땅을 파도 광물을 획득할 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며칠간의 사냥은 태성에게 광물에 대한 교육 지식을 언데드들에게 가르쳐 줄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교고하서를 통 털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이 아니었다. 태성이 가르친 것은 단 하나였다.
[땅을 판 뒤 반짝이는 것은 무조건 가져와라!]
그렇게 며칠 간 태성의 언데드들과 함께 땅을 파서 손에 넣게 된 광물은 미스릴 뿐만 아니라, 오르하리콘 광석까지도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것도 무려 7개씩이나 말이다.
태성에게 광물을 가져다 준 언데드는 약간의 혜택이 주어졌다.
사냥 열외, 작업 열외. 그리고 음식 제공을 해줌으로써 다른 언데드들에게 자극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스켈레톤의 경우 모든 것이 뼈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음식을 섭취할 수는 없었지만, 씹고, 뜯는 재미까지는 즐길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육포라는 것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그 맛에 매료되지. 너희들에게 주는 상이다.”
태성은 광물을 가져 온 이들에게만 육포를 건네주었다.
게임 속에서 이런저런 메시지들이 많지만, 게임 내의 캐릭터 자체가 공복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음식점이 있으며, 먹는 음식을 따로 파는 곳도 존재한다. 태성은 휴대용 먹거리를 인벤토리에 가지고 다니면서 간간히 캐릭터의 공복을 채워주고 있었던 것이다.
육포를 건네 받은 좀비와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그것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클륵… 마, 맛이!!}
{음… 이런 것을 맛 볼 수가 있다니!}
좀비와 스켈레톤들은 육포를 뜯으며 그 맛에 탄복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신세계를 맛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던 좀비와 언데드들이 육포를 뜯고 있는 그들에게 다가가 그 맛에 대해 물었고, 그들은 맛에 대한 설명 보다는 보이지도 않는 표정과 환희를 지으면서 대답을 대신했다.
그 덕분에 좀비와 스켈레톤들은 더욱 열심히 땅을 파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역시나 육포를 지급 받을 수 있는 언데드는 매우 한정 적이었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