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5 2권
마지막 날까지 몬스터 사냥을 위해 미친 듯 스킬을 외쳐댄 태성. 그로인해 듀라한 소환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스킬 레벨이 상승해 있었다.
바닥에 드러누운 태성은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이 바로 보름달이다. 오늘에도 만약 나타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미련 없이 이곳을 뜨는 걸로 하자고.”
많은 돈은 아니지만, 미스릴과 값비싼 오르하리콘을 얻음으로 해서 며칠 간의 고생에 대한 보답은 받게 되었따.
그렇게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다 드디어 거대한 행성 뒤로 달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죽일 놈들…….”
그때였다. 어디선가 음침한 소리가 들려오면서 주변에 있는 언데드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뭐… 지…….]]
{클륵… 뭐하자는 거냐?}
좀비와 언데드가 공격을 받으며 불만 섞인 어투로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소멸될 만큼 강력한 공격은 아니었고, 언데드들은 공격을 받으면서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태성의 지시가 떨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태성이 즉각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다들 잠자코 있지 못하냐?”
{클럭… 그게 아니라 뒤에서 웬 미친 녀석이 좀비와 스켈레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뭐? 미친놈? 그럼 진즉에 말을 해야지! 그놈 여기로 끌고 와봐.”
우르르르~!
스켈레톤이 하는 말로 봐서는 하나의 존재라는 소리였다. 그랬기에 죽이는 것보다 왜 공격을 하는지에 대한 연유를 알아야 했던 태성이다.
좀비와 스켈레톤이 몰려가서 한 녀석을 들고 그대로 태성의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후드를 깊이 눌러 쓰며, 긴 로브를 걸치고 있는 남성. 전체적으로 몸에 걸친 아이템으로 봤을 때, 레벨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 인물이었다.
“너 뭐하는 녀석이냐?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냐?”
“크으… 난 네놈에게 관심이 없다. 여기 있는 몬스터들을 죽이려고 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나한테 지금 시비 트는 거냐고. 얘들은 몬스터가 아니라 나의 부하들이거든?”
그 말에 엎어져 있던 그가 약간 당황해하며 입을 열었다.
“부, 부하들? 정말인가? 그럼 몬스터가 아니란 말이냐?”
“그래. 몬스터들이었으면 벌써 당신을 공격했겠지.”
그러다 문득 태성은 의아함을 느꼈다.
분명 그가 유저라면 태성을 공격한 것이 된다. 소환수 역시도 태성과는 한 몸. 소환수들이 공격당했다면 반드시 공격에 대한 메시지가 떠야만 했다. 그러나 그러한 메시지가 전혀 뜨지 않는 것을 보면 그는 유저가 아니라는 소리가 되었다.
‘설마?’
눈을 크게 뜨고 태성이 물었다.
“이봐요. 당신 여기 삽니까?”
“여기에 살지는 않고, 여기에 살았었지.”
‘그렇구나! 역시 이 사람이 힌트라고 볼 수 있겠네! 보름달에 등장한 것도 그렇고!’
상황은 아주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 다크 나이트에 관한 퀘스트만 받으면 되는데? 그나저나 이 근처에는 다크 나이트가 전혀 안 보이는데… 그라면 알고 있을까?’
그가 NPC라는 것을 확인한 이후, 다크 나이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넌지시 물었다.
“혹시 다크 나이트…….”
“그 녀석을 죽여 버릴 거야!”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NPC가 갑작스럽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 반드시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 썩을 녀석들을 모두 죽이고 저주할 테다!”
감정이 매우 격해보이는 NPC를 바라보는 태성은 조곤조곤하게 물었다.
“그렇게 흥분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설명을 좀 해주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다면 도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NPC가 고개를 들어 태성을 바라보았다. 어둠에 가려져 있던 그의 얼굴 표정이 달빛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눈빛은 반짝이며 기대감으로 태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그게 정말인가? 정말 도와 줄 수 있겠는가?”
태성은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비록 언데드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말만하십시오.”
“조, 좋네! 그럼 부탁이 있네. 다크 나이트를 나에게 산채로 데리고 와주게!”
-수도사로부터 ‘수도사의 부탁’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퀘스트]
[수도사 엘히그람의 부탁 : B]
설명 : 사원을 폐허로 만들어버린 다크 나이트에게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는 수도사 엘히그람. 그는 반드시 다크 나이트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어 한다. 다크 나이트를 산채로 수도사에게 데리고 가자.
“예! 당연하지요! 산채로 잡… 네? 산채로요? 그냥 대신 죽이는 게 아니라요?”
“죽이긴 뭘 죽여! 그녀석은 내가 죽여야 한다니까! 반드시 내 손으로 복수를 하고 싶으니까!”
NPC는 다크 나이트를 언급하면서 또다시 억양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거… 뭔가 계획이 흐트러지는데? 다크 나이트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산채로 데리고 와달라니?’
이런 종류의 퀘스트를 처음 받아보는 그로써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뭐… 실컷 패더라도 살아만 있으면 되는 겁니까?”
“물론이지! 나의 손에 한 대 맞고 죽을지언정! 살아만 있으면 된다네!”
낡은 사원의 수도사 엘히그람.
근느 수도사의 꿈으로 사원에 헌신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따.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장소에서 다크 나이트가 출현해 사원을 덮쳤고 ,사원은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렸다.
엘히그람은 아무런 힘도 없었고, 그저 안전한 곳에 숨어서 사원이 다크 나이트로부터 폐허가 되어가는 장면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복수에 불탄 엘히그람은 몬스터를 죽여 가며 강해질 것을 다짐하고 있었다.
엘히그람의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후, 태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살아 있는 녀석을 대령해드리지요.”
“고맙네.”
“그런데 다크 나이트는 어디로 가야 만날 수가 있나요? 제가 오면서 사냥터를 유심히 봐와도 다크 나이트를 볼 수가 없었거든요.”
“그거야 당연하네. 다크 나이트가 있는 장소는 바로 사원이니까.”
“예? 사원이요?”
사원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저 낡아 빠졌을 뿐이다. 그렇다고 문이 제대로 달린 곳은 사원의 정문뿐이었고, 그런 정문으로 들어오더라도 사원 내부는 텅 비어 있을 뿐이었다. 하물며 지하실 같은 곳도 존재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다크 나이트를 사원에서 찾아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냥 나를 따라오게. 설마하니… 사원을 봉인지로 삼을 줄은 나도 꿈에도 몰랐었네.”
엘히그람을 따라 사원의 중앙홀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탁을 받는 성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 성소는 벽화가 그러져 있었는데, 천사와 검은 흑갑을 걸친 것으로 추정되는 다크 나이트와의 대결이 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가만 보니, 거대한 두 개의 손이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무래도 신의 손이 아닌가 하는 게 태성의 생각이었다.
“여기 보이는 거대한 양손이 보이는가?”
“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모시는 제비스 신의 손이네. 그리고 저 손이 바로 문일세.”
벽화를 따라 거대한 손은 바닥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태성은 그런 그림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서 조금 더 가까이 자리 했다. 그러자 그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어?”
그림에 그려진 두 개의 손이 활짝 펼쳐짐과 동시에 벽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검은 통로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뜻밖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광폭의 던전을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최초 던전 발견자의 혜택으로 하루 동안 광폭의 던전 내에서 사냥을 할 시, 경험치 30%, 아이템 드랍 확률 20%가 상승 됩니다.
‘오오! 좋았어! 최초의 던전을 발견하면 이런 혜택도 주어지는구나! 대박이네!’
뜻하지 않은 메시지에 태성은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다크 나이트가 있을 걸세. 반드시 녀석을 나에게 산채로 데리고 와주게.”
“알겠습니다. 맡겨주세요.”
엘히그람과 인사를 나누고 검은 통로로 발길을 옮기는 태성이었다.
광폭의 던전!
거칠고 사나운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광폭의 던전.
미개척의 신생 던전으로 어떠한 몬스터들이 존재하는지 알 수는 없다.
보름에 한 번씩 나타나는 던전으로 이곳을 개척하는 자, 엄청난 보상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태성이 광폭의 던전을 발견한 이후, 사이트에는 이러한 공지가 실시간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광폭의 던전이 나타났다는 공지만 알려졌을 뿐, 위치에 대한 정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저들은 운영자들에게 던전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항의를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게임 내의 일이기 때문에 운영자들은 간섭을 하지 않았고, 규정상 밝힐 수도 없었다.
또한 최초 발견자에게 주어진 하루의 혜택이 사라지기 전까지 위치를 공표할 수가 없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그 안에 태성은 할 수 있는 한 많은 혜택을 이곳 던전에서 얻어야만 했다.
검은 통로를 계속 걷기 시작하자, 내부는 점차 넓어지기 시작했다. 폭은 대략 40미터 정도로 넓어졌으며, 사냥하기에는 전혀 불편함은 없는 듯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몬스터들과 조우를 시작했다.
“응?”
던전의 이름과는 다르게 생긴 게 귀여운 코알라가 자리하고 있었다.
“뭐야? 왜 이런 코알라가 여기에?”
“붸켁!!”
태성이 채 코알라에 대해서 궁금증을 풀기도 전에 코알라가 주변에 있는 언데드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난폭한 코알라 65레벨.
유칼립투스의 잎을 먹지 못해, 매우 난폭해진 코알라다. 이곳을 지나기 위해서는 코알라를 무찌르던지, 그도 아니면 유칼립투스 잎을 준비하여 코알라에게 건네주면 매우 얌전해져서 쉽사리 통과 할 수가 있었다.
정보를 모르는 태성으로써는 코알라와 한판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얘들아. 덤벼드는 녀석을 못 본 척 하진마라. 밟아줘!”
우르르르~!
“붸켁!!”
태성의 명령에 언데드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벨이 높아서인 것일까? 좀비와 스켈레톤들은 코알라에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위컨!”
-위컨 스킬의 효과가 적용 되었습니다.
-난폭한 코알라의 신체능력 5%를 감소시킵니다.
태성은 빠르게 스킬을 코알라에게 걸었다. 그리고 즉각 다음 명령을 내렸다.
“1, 2분대 익스플로전!”
쿠콰콰쾅!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코알라가 크게 휘청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좋아! 다들 겁먹지 말고 그냥 밀어 붙여라! 상대는 별 것 아니야! 초식동물이란 말이다!”
“붸켁! 크라라락!”
초식동물이라고 하지만, 거대한 이빨과 20센티 가량 튀어나오는 거대한 손톱은 휘두르는 족족 언데드들이 잘려 나갈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유칼립투스 잎을 먹지 못해서 얻게 된 스트레스는 붉게 충혈 된 두 눈빛과 더불어 난폭성을 통해 언데드 사이를 미친 듯이 누비고 있었다.
{우우… 미… 친놈에겐 매가 약이라는데……}
{클륵… 저런 녀석이 제일 상대하기 꺼림직 해……}
클레버 스킬로 인해서 지능이 발달한 언데드들이었지만, 그로 인해서 사냥을 하나 하더라도 입을 계속 놀리는 것이 태성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입다물고 계속 전투를 벌인다! 듀라한! 파이팅!”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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