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37화 (37/134)

00037  2권

태성은 듀라한과 구울을 바라보며 한 마디 했다.

“저항을 한다 싶으면 조금씩만 패면서 이동하도록 해. 알았지?”

{큭큭… 알겠습니다.}

다크 나이트와 접전을 벌인 듀라한으로써는 지금 이렇게 옭죄고 있는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든지 다크 나이트를 때려도 된다는 말에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따악!

태성이 손가락을 튕겼다.

“자! 끌고 나가자. 얘들아!”

질질질질.

다크 나이트.

암흑의 기사로서 그 위세를 떨친 다크 나이트는 태성의 소환수들에 의해서 바닥에 질질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비록 일반 몬스터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 위력은 매우 막강했다. 이런 한 마리를 상대로 수많은 언데드들이 힘을 합쳐야만 물리 칠 수 있다는 사실에 태성은 다크 나이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었다.

“저 왔습니다!”

던전을 빠져 나온 태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광폭의 던전에 들어간지 1시간이 약간 넘은 상태였을 것이다.

“헛? 벌써 잡아 온 건가?”

“후후… 당연하지요. 시간 끌어서 무얼하겠습니까? 얘들아. 상품 조심해서 보여드려라.”

태성의 말에 상품 취급 당한 다크 나이트가 언데드들에게 끌려 나왔다.

“이이이이!”

수도사 엘히그람은 다크 나이트를 보자마자 분노했다.

“당장 나에게 넘겨라! 이 녀석을 나에게 넘기면 이놈의 영혼을 너에게 주마!”

그 말에 태성의 눈빛이 변했다.

‘영혼? 그래! 좋아! 바로 그거지!’

따악!

태성이 손가락을 튕기자, 다크 나이트를 옭아매고 있던 소환수들이 일제히 떨어져 나갔다. 바깥으로 끌고 나오는 동안 듀라한이 얼마나 폭행을 가했던 것인지, 다크 나이트는 팔을 놓자마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수도사가 몬스터를 죽여도 됩니까?”

“물론! 안되지… 하지만 난 이미 수도사라는 직분을 버리고 분노만이 남았다. 나의 꿈을 짓밟아 버린 이 녀석에게 복수만 있을 뿐!”

수도사라는 직업은 모든 만물을 공평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작은 벌레 하나 몬스터하나라도 해를 가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었다. 그러나 게임의 특성 때문인지 수도사 엘히그람은 다크 나이트를 향해서 시퍼런 칼을 들이댔다.

착착착~!

엘히그람은 자신의 손에 들린 시퍼런 칼을 다크 나이트의 목을 여러번 찌르기 시작했다. 수많은 언데드들 때문일까? 다크 나이트는 엘히그람에게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엘히그람이 고개를 들어 괴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복수는… 끝났다.”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다크 나이트의 몸에서 시커먼 검은 연기 같은 것이 새어 나왔고, 그것을 엘히그람은 손에 쥐었다.

검은 연기가 엘히그람의 손에 빨려 들어갔고, 그가 태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약속대로 녀석의 영혼을 너에게 주도록 하지.”

엘히그람의 손바닥 위에서 일렁이고 있는 검은 물체. 그것은 바로 다크 나이트의 영혼이었다.

태성은 손을 뻗어 그 영혼을 살포시 쥐었다.

파삭~!

그와 동시에 검은 연기의 물체는 퍼지듯 사라졌다.

-다크 나이트의 영혼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충성심이 높은 다크 나이트는 쉽게 복종을 하지 않습니다.

‘뭐? 이게 무슨 개소리야?’

태성은 어이가 없는 상황에서 엘히그람에게 이 같은 문제를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자 엘히그람의 몸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라라락~!

마치 먼지 흩어지듯 엘히그람의 모습이 아래에서부터 사라져 가고 있었다.

‘뭐야? 살아 있는 게 아니었던 거야? 설마 복수심에 의해서 육체까지 보존되어 있는 상태였나?’

복수를 끝마침과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에 태성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고맙군… 네 덕분에 나의 한 맺힌 복수를 마칠 수가 있었다. 가진 것이 없어서 줄게 없군…….”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제가 원하는 것은 얻었으니까.”

“그래… 그럼 이만…….”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이 먼지가 되어 사라져갔다.

철그렁 땡그렁~!

그런데 무슨 소리일까? 엘히그람의 영혼이 사라지면서 바닥에 뭔가 잔뜩 떨어졌다.

“뭐야? 돈이잖아? 이런 돈이 있으면서 줄게 없다고? 에라이… 죽어서 돈 싸들고 가려고 그랬나? 이건 보상으로 내가 접수를 하도록하지!”

바닥에는 14골드 20실버가 떨어져 있었다.

골드와 실버를 모두 줍게 된 태성은 다크 나이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이 녀석과 대화는 되려나? 다크 나이트 소환!”

특이하게도 메시지가 들린 이후에 스킬이 생겼다는 메시지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까지 그에게 스킬로 적용이 안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그것을 확인해보기 위해 태성은 다크 나이트를 소환 한 것이다.

사르르륵~!

그러자 기존에 엘히그람에게 받았던 영혼의 모습 그대로 검은 물체가 눈앞에 나타났다. 제대로 형체를 갖추진 않았지만, 형태로만 본다면 다크 나이트와 흡사했다.

“네녀석… 왜 나에게 복종하지 않는거지?”

태성의 말에 다크 나이트가 대답했다.

{네녀석이 나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를 지배할 순 없을 것이다. 비록 영혼은 네 녀석의 것이지만, 나는 다크 나이트 킹 외에는 그 누구도 따르지 않는다.}

자신의 소환수들과는 다르게 끊김 없이 말을 하는 다크 나이트를 바라보며 태성이 물었다.

“그래? 그럼 네 녀석이 나를 따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다크 나이트 킹을 넘어서는 자만이 나를 지배할 수 있다. 하지만 킹에게 대적하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 나를 지배하려면 모든 다크 나이트들과 다크 나이트 킹을 제압해라.}

-‘다크 나이트를 지배하라’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다크 나이트를 지배하라 : A랭크]

설명 : 어둠의 기운으로 무장한 다크 나이트! 그들의 힘이 점차 증대되면서 대륙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다크 나이트 100마리와 다크 나이트 킹을 1마리 처치하라.

퀘스트를 보며 태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헉? 다크 나이트 100마리? 한 마리 잡는 것도 힘들었는데… 어휴… 더군다나 다크 나이트 킹? 얼마나 강한지 감도 안잡히네. 보나마나 네임드 인게 뻔한데… 내가 감당할 수는 있을까?”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태성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흐흐, 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다크 나이트의 위력을 봤으니까 무조건 해야지! 안하면 나만 손해잖아? 시간이 없다. 얼른 다시 던전으로 들어가자! 혜택이 사라져 간다~!”

광폭의 던전은 달이 떠 있는 동안에만 열린다. 아직 밤의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느긋하게 시간을 허비할 태성은 아니었다.

“흐흐흐! 경험치 상승과 아이템이 눈앞에 있다! 제군들이여! 모두를 쓰러뜨리고 다크 나이트를 쟁취하자!”

허우!!

{전… 싫은데…….}

듀라한이 한쪽에서 아주 작은 소리로 말을 했지만, 태성은 듣지 못했다.

광폭의 던전에서의 열띤 사냥!

태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다크 나이트 100마리를 향해서 서서히 다가가고 있었다.

처음 다크 나이트를 제압할 때와 지금은 다르다. 제압을 하고 포로로 잡아야 했기에, 다크 나이트의 생명력을 신경 써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100마리를 빨리 죽이는 것이 목표였기에, 태성은 가급적 강력한 스킬들을 위주로 다크 나이트들을 쓰러뜨리고 있다.

“좀비 소환!”

{으아! 왜 나만 계속……!}

“좀비 1번 소환 해…….”

{자, 잠깐만요! 잠깐만 제 말 좀…….}

좀비 1번이 급히 태성의 말을 잘랐다.

“왜? 또 뭐? 무슨 불만 가득 섞인 말을 하려고 그러는 건데?”

좀비 1번은 고름이 가득한 불쌍한 눈빛으로 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저에게만… 이러십니까?}

“나는 관대하다. 너에게만 이러는 건 아니다.”

{관대 하긴 개뿔…….}

“뭐라고? 해제 되고 싶은 거야?”

좀비는 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말이 헛 나왔습니다. 왜 저만 왕따를 시키십니까?“

“왕따? 네가 그런 말도 아냐?”

왕따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태성이 오히려 더 놀랐다.

{물론입니다. 왜 저만 왕따를… 당해야 합니까?}

“누가 너를 왕따 시켰다고 그래?”

{모두가 저를 왕따 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이젠 다른 좀비들도 저를 무시합니다. 별명이 소환… 해제라고요…….}

“뭐? 그게 사실이야?”

태성은 주변에 있는 좀비들을 쏘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 누구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난 너를 왕따 시키라고 한 적이 없다. 아마도 네 녀석이 나에게 한 행동 때문일 테지.”

{제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러십니까?}

이런 질문이 나오길 기다렸던 것일까? 태성은 주구절절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첫째, 네 녀석은 내가 주인임에도 버릇없이 반말했다. 인정하나?”

끄덕.

“둘째, 네 녀석은 말이 너무 많다. 아무리 최초의 소환수이며, 너와 내가 함께한 시간이 가장 오래 되었다고는 하지만 불만이 너무 많아. 인정하나?”

끄덕.

“셋째, 넌 네가 너무 튀어 보이려고 해. 아무래도 말이 많은 것도 그것 때문일 테지. 네 녀석의 그러한 행동들로 인해서 소환 해제가 되었고, 나의 마나를 고갈시켜먹는 기생충이 되었다. 인정하나?”

끄덕.

좀비는 모든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 했다.

“좋아. 그럼 네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니, 잘못하고 반성할 생각은 있나?”

{그, 그게 저는… 할 말을 해야겠다고…….}

“또또! 말 꼬리 잡고 늘어지는군. 이런 것 때문에 네가 좀비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되는 거다. 난 너의 주인이야. 그런 주인의 말꼬투리는 함부로 잡는 게 아니다. 그리고 사나이로써 할 말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남자답다는 걸 모르나?”

그런데 좀비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 나왔다.

{전 여잔데요…….}

“그래! 여자! 넌 여… 뭐라고?”

{전 여자라고요…….}

그 말에 태성이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좀비라고 해도 남자 여자를 구분 못할 정도로 자신이 한심한 인간이었나 싶었다.

좀비들이야 다들 지저분하게 생겼고, 머리가 헝클어져 있으니, 성별 구분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간간히 가슴이 큰 좀비들이 여성체로 보이긴 했지만, 그것은 매우 극소수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그 말을 듣고 유심히 좀비 1번을 바라보고 있으니, 머리카락도 약간 남들보다 긴 듯 했고, 가슴도 어느 정도 봉긋해 보였다. 다리는 많이 허약한 것이 살아 잇을 때, 꽤나 말라 보였을 법한 몸매였다.

“진짜… 여자냐?”

{진심인데요?}

“하하하하…….”

기가 찬 상황에서 헛웃음이 나오기 시작하는 태성. 그러나 그것을 꾹 참고 좀비 1번에게 말했다.

“그래. 알았다. 이 모든 일들이 네가 여자여서 일어난 일이겠지. 여자는 수다도 많고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젠… 제발 쓸 때 없는 수다는 좀 접어두자.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전 앞으로 어떻게……?}

좀비 1번이 생각을 고쳐 먹은 것으로 보이자, 태성은 모두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좀비 1번은 1분대의 최우선으로 명하고, 모두는 한 자리씩 밀려난다. 그리고 1소대의 기준은 좀비 1번으로 하고, 더 이상의 왕따는 허용치 않겠다. 알겠나?”

허우!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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