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42화 (42/134)

00042  2권

‘음… 여기서 많은 소환수를 꺼내봐야 오히려 복잡해질 뿐이겠지. 그냥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만 꺼내야겠다.’

다른 여타 언데드를 꺼내봐야 사냥에 있어서 거추장스울 것 같았다. 또한 유저와의 파티 사냥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로로 이어지는지 태성은 알 수가 없었다.

‘녀석들 둘만으로 괜찮을까 모르겠네. 엄연히 그래도 모든 언데드들을 소환해야 그래도 데미지가 나올텐데 말이야. 우선은 파티원들을 믿는 수밖에.’

태성은 그렇게 생각하고 두 사람과 함께 용머리 해안으로 걸음을 이동했다. 그러다 거대한 바위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용의 머리를 하고 있는 바위.

‘저래서 용머리 해안이라고 부르는 모양이군? 하지만… 용머리 해안이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몬스터들은… 별 볼일 없어보이네.’

주로 해안을 통해서 활동하는 몬스터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리자드맨이다.

용머리 해안에도 리자드맨은 존재했다. 물론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어떠한 몬스터들이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용머리 해안의 초반 부분은 대다수 리자드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선 이 해안 어딘가에 사요의 아버지가 있을 테니, 몬스터를 정리하면서 가도록 하죠.”

태성은 저투가 시작 될 시점에서 듀라한을 소환시켰다. 그리고 연이어 다크 나이트를 불러냈다.

{흥! 시커먼 놈 같으니라고…….}

{구닥다리 갑옷을 입고 내가 부러운가보군? 정 부러우면 주군께 갑옷 한 벌 맞춰달라고 하시지.}

두 녀석은 나올 때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오? 소환수가 매우 든든한데요?”

“하하, 그런가요?”

두 사람이야 이 녀석들을 내면을 모르기 때무넹 이러한 말을 할 뿐이었다. 그렇게  태성을 빼고, 넷이서 리자드맨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에 비해서 역시 유저들의 공격력은 막강했다. 사실 듀라한이나 다크 나이트는 유저들의 무기를 따라갈 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못해도 유저들이야 엄연히 공격력이 깃든 아이템을 지닌 캐릭터들이 아니던가? 만약 소환수들이 일반적인 무기까지 착용할 수가 있다면, 어쩌면 유저라는 캐릭터를 뛰어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밸런스 붕괴는 확실하게 이어지지만, 개체가 늘어날수록 소환사 역시도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참을 리자드맨을 사냥하고 있던 순간 다크 나이트가 듀라한을 보며 말했다.

{훗! 어디 그래서야 대가리가 남아나겠는가? 검을 들고 있다면 조금은 검으로 막아보시지. 보는 내가 다 안쓰럽군.}

{비, 빌어먹을… 검댕이 자식이!}

머리를 방패로 삼는 듀라한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다크 나이트보다 민첩성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공격을 모두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하, 재밌는 소환수들이군요. 혼자 사냥해도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파티원 중 하나가 중얼거리며 다투고 있는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고 있었다.

“하… 그렇지요. 전혀 심심하지는 않습니다. 말 많은 녀석이 한 놈 더 있기 때문에…….”

그냥 편히 앉아서 남아도는 마나를 굴리고 있자니, 태성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에게 다크 힐을 시전하면서 소환을 제외한 사용가능한 스킬들은 모조리 사용 중이다.

그러던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아참? 듀라한 스킬 레벨이 1올랐었지? 그럼 두 마리 소환이 가능하잖아?’

태성은 그길로 곧장 듀라한을 한 마리 더 소환 시켰다.

{여어……?}

듀라한 한 마리가 더 나타나 자신의 동료 듀라한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

동료를 맞이한 듀라한은 뭔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듀라한 두 마리가 함께 자리하면서 자신들의 왼손에 들려 있는 머리를 다크 나이트 앞으로 쭉 내밀었다.

{더 까불어보시지.}

{쳇… 쪼, 쪽수가 많다고 들이대긴…….}

2:1의 상황에서 다크 나이트가 말빨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때부터 두 녀석에게 다크 나이트는 갈시와 무시를 연이어 받고 잇었다.

{쯧쯧… 이래서 다크 나이트들은 안 된다니까. 힘이라도 딸리면 쪽수라도 많아야지?}

{그러게 말이야. 쪽수라도 딸리면 대가리를 써야지?}

그러면서 듀라한들은 리자드맨의 공격을 자신들의 머리로 열심히 막아내고 있었다.

{내가 저런 하찮은 것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잘못이지…….}

태성과 함께 파티를 하고 있는 무한과 도전은 자신들도 모르게 피식거리고 있었다.

소환수들의 대화가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파티원들은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고 있었지만, 파티의 분위기는 소환수들이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한참을 사냥하며 앞으로 전진하고 있을 때, 앞쪽의 몬스터들이 약간 비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곳곳을 사냥하는 태성의 파티로서는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잡아가며 정찰을 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무심코 지나치다가 몬스터에 의해서 선제공격을 당하면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오? 아이템이 나왔네요.”

해변에서 사냥을 하면서 처음으로 나온 아이템이었다. 비록 매직이었지만, 50레벨 대라면 포션 값 정도는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은 이거 제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나중에 정산 할 때 처분하죠.”

“그러시죠.”

정산이란 한 파티가 사냥을 하면서 나온 아이템을 모두 균등한 값으로 책정하여 파티원들에게 분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리자드맨 이후 킹 크랩을 사냥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곳 해안에는 자신들 말고도 다른 파티가 또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인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고, 단 한팀의 파티가 더 있었다.

5명으로 이루어진 풀파티로 사냥하는 그들은 주변의 몬스터들을 쓸어 담는 수준이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킹 크랩을 사냥하고 있던 태성 일행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그는 표정을 찌푸리며 주변을 보라는 듯이 말했다.

“지금 여기서 뭐하시냐구요. 여긴 우리 사냥자리잖아요. 리젠 되는 거 보면 모릅니까? 우리가 다 시간 맞춰가면서 잡고 있는 걸 왜 잡아요.”

그 말에 태성이 즉시 대답했다.

“아? 그랬나요? 죄송합니다.”

먼저 사과를 하는 그들. 아무래도 일정한 구역을 두고 사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때 파티원 중 하나인 무한이라는 사람이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여기가 무슨 던전입니까? 던전도 아니고, 필드 사냥에서 자리라니요? 너무 억지 아닙니까?”

“하? 지금 장난하나? 사냥 한두 번 해? 구역 정해서 사냥하는 이유가 뭔데? 혹시나 해서 그 구역만 정리하다보면 아이템이라도 좋은 거 나올까봐 그러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그런 걸 알면서 방금 잡은 녀석한테 아이템이 나온 당신들은 뭐냐고. 우리가 계속해서 잡았다면, 방금 그 아이템은 우리들의 것이었다고. 할 말 있어?”

“아? 아이템? 그거 때문이라면 드리죠. 여기.”

툭!

무한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바닥에 던졌다.

“이게 지금 누굴 거지새끼로 아나? 죽고 싶냐? 그냥 미안하단 말 한마디면 되지. 뭘 처 사람을 비굴하게 만들어? 이러면 내가 아이템이라도 줍고 나서 고맙다고 말하기를 바라는 거야?”

무한은 그의 말을 듣고 있다 이내 분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이거 말이 너무 짧네? 애초에 네 녀석이 좋게 나왔어봐. 내가 이러나. 오자마자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던 게 누군데? 그리고 어디 가서 다 물어봐. 우리가 잘못한 게 있나. 잘못한 게 있다면 지나가다가 몬스터를 잡았는데 거기서 아이템이 나와서 네녀석이 배 아픈 거밖에 더 있겠어?”

“하? 이 새끼가 진짜? 야, 애들 불러라. 이것들 오늘 완전 조져야겠다.”

그때 상대의 파티원들이 갑자기 무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태성이 지나온 해안 쪽에서 많은 유저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무한은 그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며 물었다.

“길드? 지금 뭐하자는 거야?”

“보면 모르냐? 너 같은 놈은 꼭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보아하니 길드도 없는 병신 같은데 잘됐네. 좀 편하게 죽일 듯해서 말이야.”

20여명 정도의 인원에게 둘러싸인 태성의 파티.

그들은 모두가 하나의 길드로 방금 전 무한에게 따졌던 이가 바로 이들의 길드장인 것으로 보였다.

“길마님. 그냥 빨리 죽여 버리죠? 귀찮은데.”

“후후, 그럴까? 이건 뭐 길드도 없으니 전쟁 선포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보내자니 방금 당한 게 너무 억울해서 말이야.”

그를 보며 태성이 입을 열었다.

“그냥 넘어가시는 게 어떨까요? 저희가 그렇게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고, 몬스터를 잡아서 나온 아이템도 드렸잖습니까?”

길드장은 매섭게 태성을 쳐다보았다.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줄 것은 줘야지. 하지만 날 거지 취급했잖아? 야, 우리가 거지들이냐?”

“뭐야? 길마를 거지 취급한거야? 그건 우리를 거지 취급한거나 똑같잖아.”

그들의 길드는 오히려 트집 아닌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힘자랑을 할 생각인 것이다.

보통 길드대 길드의 싸움일 경우 길드전이라고 해서, 서로가 서로를 죽여도 페널티를 받지 않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길드의 싸움이다보니 서로가 마주치기만 하면 칼부림을 하는 통에 쉽게 사냥은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이들과 태성의 일행이었다. 길드전이 아니기 때문에 페널티는 반드시 존재한다. 살인자가 되는 것은 물론, 죽임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운이 없게는 아이템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죽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을 알기에 유저들은 가급적 마을 외에서는 싸움을 벌이려 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었으며, 살인자가 될 경우 이는 몬스터나 유저에게 죽임을 당할 경우 100% 확률로 자신의 아이템을 떨어뜨리고 죽는 페널티가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쳇… 게임이라고 현실과 다를 건 없지. 어딜 가나 이런 녀석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여긴 현실이 아니란 말이야. 나도 쉽게 물러서진 않아.’

태성은 이곳에서 곱게 죽어 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때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키나님과 대결이 성립되었습니다. 패배자에게는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모리터님과 대결이 성립되었습니다. 패배자에게는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박에드님과 대결이 성립되었습니다. 패배자에게는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하얀 세상님과 대결이 성립되었습니다. 패배자에게는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갑자기 태성에게 들리는 무수한 메시지. 그것은 자신의 파티원을 제외한 이곳에 있는 20여명 모두와 대결이 성립되었다는 메시지였다.

“이, 이거 미친놈 아냐?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냐?”

“와… 어이없네. 너도 대결 성립됐어?”

“말도 마라. 내참… 우리 길드를 상대로 대결을 성립 시켰어. 완전 머리가 어떻게 된 녀석인 것 같은데?”

태성의 흑마법사 페널티는 언데드 소환사가 되어서도 여전히 주어지고 있었다. 이들 ‘에이스’ 길드에게 간단한 적대감을 드러냈을 뿐이지만, 태성의 페널티가 이런 적대감을 모두 대결로 받아들여버렸던 것이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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