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5 2권
무한과 도전이 사요의 아버지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해안을 뛰다보니, 달리는 것도 좀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몇 번이고 뛰다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상황. 그런 둘을 지켜보고 있던 태성이 말했다.
“에이! 안되겠다. 듀라한! 이 사람을 들쳐 매고 뛰자!”
{예? 주인. 왜 하필 저에게 그런 저급한 일을 시키십니까? 그런 일이라면 다크 나이트가 있는데……?}
“지금 말싸움 할 생각 없다. 소환수들 중에서 네가 힘이 제일 강하잖아!”
{아하! 그런 뜻이었군요. 후훗. 물론입니다. 제가 들고 뛰도록 하겠습니다!}
듀라한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사요의 아버지를 한쪽 옆구리에 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크기에 걸맞게 한 사람을 끼고 달리는 것은 듀라한에게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훗… 네 녀석들을 다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설마 우리를 이 꼴로 만들어놓고 이곳에서 아직까지 사냥을 하고 있을 줄이야?”
에이스 길드 마스터와 그의 길드원들이 앞에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우, 우리가 떨어뜨린 아이템만 곱게 넘겨준다면 아무 말 없이 목숨만 받아 가도록하지.”
“무슨 개소리냐?”
우르르르르~!
태성은 자신의 언데드 군단과 함께 에이스 길드를 향해서 덮쳤다.
“으익!!”
언데드들에게 공포를 맛보았기 때문에 에이스 길드원 전원은 순간 움츠려들었다.
두두두두~!
하지만 태성의 일행과 언데드 군단은 그 누구도 그들에게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들 사이를 유유히 빠져 나갔다.
{비켜! 비켜… 이 자식아!}
그때 좀비 1번이 뒤늦게 달려가며 에이스 길드 마스터의 얼굴을 한 대 치고 지나갔다.
{별 거지 같은 게 앞에서… 길을 막고 있어! 가, 같이가요!}
좀비 1번은 멀어지는 태성을 바라보며 재차 달려가고 있었다.
에이스 길드원들은 지금 저들이 왜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방금… 뭐가 지나갔냐?”
“그, 글쎄요… 저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마치 도망가는 사라져 갔…….”
두두두두~!
그런데 길드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엇인가 달려오는 소리가 강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언데드 군단이 지나간 자리 뒤로, 무엇인가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크리쳐 군대였다.
“제, 젠장! 저건 또 뭐야! 도, 도망가자!”
“크, 크악!!”
“아아아악!”
하지만 에이스 길드원들은 도망갈 시기를 놓치고 말았고, 그 자리에서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비, 빌어먹을 녀석들… 바, 반드시 저놈은 내가 죽이고 만다…….”
에이스 길드 마스터는 먼 곳으로 사라지고 있는 태성의 뒷모습을 보며 분노의 눈물만을 흘릴 뿐이었다.
“휴… 정말 위험했네요. 설마하니 해변의 몬스터들이 육지 깊숙한 곳까지 쫓아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요. 하마터면 진짜 아무런 저항도 못해보고 죽을 뻔했습니다.”
그들의 레벨이 어느 정도 수준에 있고, 파티를 하고 있다곤 하지만, 엄연히 한 마리의 몬스터를 상대 했을 때야 위험성이 없는 것이다. 허나, 수많은 크리쳐 군대를 상대로는 그저 먼지 사라지듯 하는 그들이었기 때문에 방금 전의 상황은 지금도 살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슬슬 사요한테 돌아 가볼까요?”
“그러도록 하죠. 그런데 사요는 안전할가요? 그렇게 많은 크리쳐들이 몰려왔는데?”
“안전하겠죠? 아무래도 울었던 장소도 여기와는 정 반대방향이었고요.”
일행들은 사요를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정신을 차린 사요의 아빠를 볼 수가 있었다.
“여, 여긴?”
“정신이 드셨나요?”
“제, 제가 어떻게 여기에?”
사요의 아버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의아해 하고 있었다.
“다님의 부탁을 받고 구출해 드렸습니다.”
“아… 사, 사요는요? 사요는 무사한 겁니까?”
“물론이죠. 따님이 아빠를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따님에게 데려다 드릴테니.”
사요 아빠는 태성의 말을 듣고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체 크리쳐들에게 왜 묶여 있었던 겁니까?”
“그, 그게 말을 하자면 좀…….”
“설마… 크리쳐들 말대로 잘못한 것이 있는 건가요?”
“휴우…….”
사요의 아빠는 자세한 내막을 이야기 해주기 시작했다.
“저곳 용머리 해안에는 용머리가 있습니다.”
“네. 저희도 그건 봤습니다.”
“그 용머리는 보통 용머리를 닮은 바위가 아니라, 크리쳐들에게는 중요한 생존의 수단 중 하나입니다.”
“생존의 수단요?”
용머리. 그것은 크리쳐의 중요한 생존 수단중 하나로, 생존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보물이 담긴 곳이다.
한 번씩 이곳 용머리 해안에는 물이 아주 깊게 들어차기 시작한다.
그 수위가 해안 전체를 덮을 정도로 깊게 차기 시작하는데, 이때 용머리까지도 바닷물 속에 잠기게 된다. 이후 수위가 낮아지면서 용머리의 눈에는 바닷물이 고이기 시작하는데, 이 눈에 고이는 소금은 다량의 염분과 함께 크리쳐의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함유하게 된다. 그래서 크리쳐의 새끼들이 태어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용머리에 있는 것을 크리쳐들은 보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딸아이에게 예쁜 돌을 안겨주고 싶었던 사요의 아빠는 우연히 용머리에서 빛나는 흰색의 물체를 보게 되었고, 그것은 단순한 돌이라고만 착각하고 말았다. 이후 그것을 사요에게 가져다 주려다 이런 봉변을 당한 것이었다.
“아, 아빠!”
“사요야!”
두 사람의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사요의 아빠를 찾아라’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으아앙~! 왜 이제 왔어~!”
“미,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해.”
두 사람은 연신 끌어안으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이에 태성이 두 부녀지간을 보며 말했다.
“아무리 예쁜 돌도 좋지만, 딸보다 아름다운 보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제부터 사요를 놔두고 그런 위험한 일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다시 딸과 만나게 해주어서…….”
사요의 아버지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워낙 가난해서 드릴 건 없고… 이걸 드리겠습니다.”
“이건……?”
흰색의 작은 돌 같은 것이 태성의 손에 세 개가 주어졌다. 아마도 이 퀘스트를 진행한 사람의 수에 맞게 주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용머리에서 얻은 보물입니다.”
“아… 이게 그 효과를 준다는……?”
용머리에서 얻은 보물의 모양은 마치 눈깔사탕 크기의 하얀 소금덩어리였다.
“이거 정말 레벨을 올려줄까요?”
“뭐… 게시판에 그렇게 글이 남겨져 있었으니까요. 한 번 먹어볼까요?”
세 사람은 누구 할 것 없이 그대로 소금덩어리를 입에 넣었다.
“어우~! 짜!!”
“아아악! 더럽게 짜!”
“우왁! 욕 나올 정도네요.”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상당한 염분을 함유하고 있는 크리처의 보물로서 인간에게 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보상으로 레벨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와… 진짜 레벨이 상승해서 좋긴 한데, 이건 정말 너무 짜네요. 바닷물을 다 마신다고 해도 이것보단 덜 할 것 같은데.”
“케엑… 저도 느끼고 있어요. 아우… 입안에서 바다가 느껴지네요.”
너나 할 것 없이 침을 뱉으며 짠맛을 최대한 가시려고 노력하고 이었다. 보상에는 그만큼의 페널티가 주어지게 되었다.
3시간 동안 그 짠맛을 계속해서 느껴야한다는 것이었고, 이들은 즉각 가까운 냇가로 가서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3시간 동안 그들이 마신 물은 10리터가 넘은 상태였다.
“우와! 배불러 죽겠어!”
“배는 불러 죽겠는데 물은 계속 들어가네요.”
“제기랄! 무슨 놈의 짠맛이 물을 먹어도 계속 짜냐! 마시고 있는 게 바닷물 같을 정도네!”
그들의 불만은 계속되어졌고, 3시간 이후에 모든 것이 일단락되면서 평온함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나저나 용머리에서 나오는 소금을 퀘스트 없이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 그래도 퀘스트로 얻은 보상이기 때문에 레벨업이 되지 않을까요? 만약 혼자서 먹게 된다면 레벨업은 못할 것 같기도 하고요. 하물며 퀘스트 아이템이다보니… 일반 유저가 쉽게 발견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네요.”
호기심이 생겼지만, 현재 용머리에는 소금 결정도 없을뿐더러, 결과가 겁이 났기에 그 누구하나 용기를 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가온누리님 너무 강하신 것 같아요. 저희보다 레벨이 낮은데 확실하게 그 위력을 실감할 수가 있었습니다.”
“아마 대륙 최강의 소환사가 아닐까 싶어요. 이참에 같이 길드 하나 만들어 보시지 않으시겠어요?”
두 사람은 이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운 듯, 태성을 향해서 길드 제안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 제안을 무턱대고 받아들일 수가 없는 태성이었다.
태성의 경우 개인 대결의 페널티처럼 길드에 가입하게 되면 여전히 유효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이것은 개인의 대결이 아닌 길드 전쟁으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그로서는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 하나로 인해 모두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아… 죄송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길드는 너무 사치스러운 것 같습니다. 레벨이 좀 더 오른 후에 생각해봐야 될 것 같아요.”
“아? 그런 가요… 너무 아쉽네요.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함께 길드에서 레이드라도 해보고 싶어지네요.”
무한의 말에 태성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꼭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렇게 세 사람은 사이좋게 퀘스트를 완료한 후, 아이템을 정산하고 각자의 갈 길로 갔다. 물론 서로에게 친구 등록은 하고 말이다.
이후 유저들은 무한이라는 글쓴이의 게시판 내용을 보고 용머리에서 보물을 획득했다.
퀘스트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소금 결정을 먹어 본 이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레벨이 오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심각한 짠맛을 느끼거나, 크리쳐의 분노를 사 죽음만 당했다는 소식만 전해졌다.
“허… 억?”
사이트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태성.
자신이 올려놓은 아이템 경매가 마감되었고, 골드의 금액은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엄청났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금액이?”
-다크 소드 : 경매가 2,000골드 낙찰.
-다크 나이트 킹의 판금 갑옷 상의 : 경매가 4,500 골드 낙찰.
“하, 합쳐서 현금 650만 원?”
태성의 아버지가 한 달에 받는 급여보다 많은 수준의 금액이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인데? 그래봐야 고작 50레벨의 무기와 방어구일 뿐인데… 정말 엄청나잖아?”
문제는 무기와 방어구가 가격이 두 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사실 모든 아이템은 무기가 가장 비싼 가격을 보인다. 하지만 태성이 얻게 된 무기와 방어구는 그 차이가 심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무기야 단순한 유니크에 지나지 않지만, 방어구의 경우 세트를 모을수록 강해지기 때문에, 그 가치가 무기 이상으로 뛰어났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TV 방송에서도 세트 아이템으로 한 차례 난리가 난 이유였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