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6 2권
그는 즉각 게임에 접속했다.
-경매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인벤토리에 골드가 입금되었습니다.
인벤토리를 차지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골드의 양에 태성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쓰지? 아이템을 구매할까? 아니면 부모님께 드릴까?”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골드를 벌어들인 덕에 태성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우선 이 골드를 좀 처분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알아볼까?”
그는 또다시 게임을 나와 사이트로 들어갔다.
사이트에는 경매장 시스템이 있으며, 이것과는 다르게 골드를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잇는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었다.
-신태성님의 명으로 된 은행명과 계좌번호를 입력하시기 바랍니다.
“오? 여기 있구나. 우선 계좌번호를 입력하라고? 내 통장 계좌번호가 뭐더라?”
그는 화면에 보이는 스크린 터치를 이용해서 자신의 통장 계좌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명의자 신태성. 조선은행 8754-546-10-4567 맞으십니까?
“예.”
-등록이 완료 되었습니다. 이후 판매 되는 골드의 시가는 통장으로 즉시 입금 처리가 됩니다.
-골드를 판매하시겠습니까?
모든 절차가 끝나자 골드를 판매하겠냐는 문구가 바로 올라왔다.
‘얼마 뒷면 넷룸을 갈 돈도 없는데… 우선은 판매를 해보는 것이 낫겠지? 지금 시세가 있으니까 미리 판매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시세란 초반에는 많이 올라갔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게 되어 있는 법이다. 그랬기에 골드의 가치가 높을 때 태성은 미리 판매를 하려했다.
현재 6,500 골드가 넘는 돈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을 모두 사용할 순 없었다. 그 역시도 이제는 넉넉하게 마나 포션을 준비하고, 높은 레벨의 몬스터 사냥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아이템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자한 만큼 뽑는다! 게임은 그런 법이니까!’
1,500골드를 남겨두고 태성은 5,000골드를 모조리 판매했다.
아직까지 시세는 10골드에 현금 1만원. 그렇다면 500만 원의 현금이 생기는 것이다.
‘우선은 판매가 되는대로 나의 미래 자금을 한 200만 정도 빼놓자. 그리고 남은 것은 어머니에게 드리는 것이 좋겠지?’
골드를 판매한지 고작 5분 만에 5,000골드가 모조리 팔려 나갔다.
레전드 오브 판타지의 현금 유동이 얼마나 빠른지 보여주는 것이다.
‘정말 엄청 나네. 5분 만에 5,000골드가 빠져나가고 나는 5분 만에 현금 500만 원을 챙긴 셈이니…….’
황당하기도 하며, 기쁜 순간이었다. 그는 통장에서 현금 300만 원을 현금으로 찾았다. 그리고 그것을 집으로 가져와 어머니께 드렸다.
“헉? 이게 무슨 돈이니? 너 설마 도둑질이라도 한거니?”
그의 어머니는 난데없이 돈 더미를 보고는 깜짝 놀라고 있었다.
“에이… 설마 제가 도둑질을 할리가요? 그거 게임을 틈틈이 하다가 모은 돈이에요.”
“뭐라고? 그게 정말이니? 게임을 해서 이런 엄청난 돈을 모으다니? 너 설마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한 거 아니니?”
순간 심장이 철렁하는 태성이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시선도 마주치지 못하는 태성.
‘그래… 나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거야…….’
두 눈을 질끈 감고 태성이 그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무슨 소리세요? 매일 같이 공부하는 아들한테? 엄마도 알잖아요. 나 공부 열심히 하는 거. 단지 게임에서 운이 좋아서 이런 골드를 모았을 뿐이에요. 그리고 나야 뭐 아이템에 그렇게 눈에 불을 키는 사람은 아니라서… 골드를 쓸 때가 없었을 뿐이에요. 계속 썩혀두느니… 차라리 살림에 보템이 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이렇게 현금으로 전환한 거예요.”
그 말에 돈과 태성을 번갈아 보는 어머니는 안도를 하는 듯했다.
“휴… 그래. 다행이다. 혹시나 네가 공부는 안하고 게임만 죽어라 하고 있으면 어쩌나 했다. 만약에 네가 게임만 해서 이런 돈을 계속 벌어온다면야 엄마는 별말 안하겠지만… 그래도 학생이라는 신분을 망각하지는 말았으면 하는구나. 최소한 대학은 나와야 사회에서 무시는 받지 않을 테니까.”
“네네. 잘 알겠습니다. 걱정하지마세요. 그런데 오늘 저녁 반찬은 맛있겠죠?”
“호호, 걱정 마렴.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 해볼 테니까.”
두 사람의 대화가 끝이 나고, 어머니는 곧장 장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리고 태성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후… 설마 게임을 해서 돈을 벌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렇다고 돈을 번 게 싫은 것은 아니지만… 돈에 너무 억매이면 곤란하니까. 당분간 게임비도 마련했고 하니, 돈을 번다는 생각은 집어치우자. 괜히 돈 때문에 사냥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고… 나의 목표 의식이 달라져 버릴 수도 있어.”
게임을 통해서 현금을 맛보는 사람들은 게임에 대한 투자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서 더욱 더 많은 게임 머니에 목매이게 되고, 이후에는 게임을 통해서 일반 생활 조차 어렵게 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먹고 사느냐의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그 어떠한 나라를 막론하고,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그 보다 행복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게임에 중독이 되는 것은 단순한 즐길 것을 찾는 심리지만,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것은 결국 게임을 통해서 삶을 변화시켜보려는 인간의 심리였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을 이해하며, 스스로를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태성도 노력 중이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사이 깜빡 잠에 빠졌던 태성.
그런데 그때 방문이 열리며 아버지가 들어왔다.
“태성아.”
아버지는 아주 조심스럽게 태성을 깨웠다.
“아… 예. 아버지. 오셨어요?”
퇴근을 하고 온 아버지는 이미 샤워까지 끝낸 상태였고, 마치 비밀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 그를 보며 조용하게 말했다.
“혹시 숨겨둔 비상금 조금 있냐?”
“예? 왜요?”
“현질을 좀 하려고… 크! 미치겠다. 돈이 좀 모자라!”
그의 아버지는 태성의 어머니에게 앞전의 상황을 전해듣고, 자신의 아들에게 다가온 것이었다.
귀여운 듯 윙크를 하며 말하고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태성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왠지 아버지가 태성이 걱정하는 부류 중 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하실 건데요?”
“음? 글쎄? 네가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
지금 상황에서 많은 돈을 아버지에게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못 본 척 하기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버지. 많은 돈은 없지만, 그래도 30만 원 정도는 있는데, 이거라도……?”
“헉? 30만 원이나? 300골드면… 허어억? 좋은 검 하나 뽑을 수 있겠는데? 오구오구! 우리 아들 정말 고맙다!”
태성은 구석에 몰래 숨겨 두었던 현금 30만원을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건넸다. 이것은 골드를 현금으로 바꾼 것이 아닌, 자신의 비상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30만 원이면 용돈 아니냐? 이걸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뒀어? 그럼 밥값은 어떻게 하고?”
아들의 용돈을 모조리 가로챈다는 죄책감에 태성의 아버지는 30만 원의 출처에 대해서 묻는 듯 했다.
“그동안 받은 용돈을 다 쓰고 다닌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조금씩 모아뒀어요. 저도 나중에 필요한 것 있으면 사야 하니까요.”
“그, 그러냐?”
왠지 그 돈을 받기가 미안한 아버지는 30만 원을 도로 태성에게 주었다.
“하하, 아버지야 엄마한테 거짓말을 쳐서 돈을 뜯어내면 되니까 걱정 마라. 이건 네가 정말 필요할 때 쓰도록 해라.”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냥 아버지 쓰세요. 어차피 며칠 뒷면 또 제 용돈 날이잖아요? 그때까지야 충분히 생활 가능하니까요.”
“음… 하지만 압저ㅣ가 되어서 이런 못난 꼴을 보일 순 없지! 자! 그냥 지금 있었던 일은 없던 걸로 하자!”
태성의 아버지는 뭔가 많이 아쉬운 듯, 30만 원을 태성에게 억지로 밀어주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이후 식사가 준비되었을 무렵 아버지가 물었다.
“하하, 오늘은 완전 진수성찬이군.”
“이게 다 당신의 아들 때문이에요. 아들에게 감사하기나 하세요.”
“하하하! 당연하지. 아들! 정말 고맙다. 덕분에 이런 저녁을 맛보게 해주어서 말이다!”
“아니에요. 어머니가 고생하신 걸요. 뭘.”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가족들은 기분 좋은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골드를 어떻게 모은 거냐?”
“네? 아… 그거야 몬스터 사냥하다가 나오는 아이템을 주로 팔았죠?”
태성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의아한 듯 말했다.
“그래? 아이템이 그렇게나 잘 나온다고? 이상하네. 우리 대륙은 몬스터가 아이템을 잘 주지 않는데…….”
“저도 그래요. 파티를 해도 아이템을 쉽게 보긴 힘들거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아들따라 남대륙으로 갈걸 그랬어요.”
부모는 남대륙이 특별하게 아이템이 잘 나온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하…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아이템도 간간히 나오지만, 제 스킬 중에 삽질이 있거든요. 삽질을 하다보면 땅에서 광물이 나오는데, 그 광물도 꽤나 수입이 쏠쏠했어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빛이 동시에 빛났다.
“삽질? 광물? 그렇게도 돈을 벌 수 있는 거냐?”
“어머? 땅을 파도 돈이 나오는 거니?”
두 사람을 바라보며 태성은 미소 지어 보였다.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서는… 할 수 없는 것 빼고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두분도 너무 사냥에만 치중하지 마시고, 이런저런 것을 알아보시는 것이 좋을 거예요.”
그렇게 말을 끝내고 가족들은 다시 식사에 열을 올렸다. 이후 식사를 마치고 태성의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다시 그의 방을 찾았다. 그리고 앞서 거부한 30만 원을 다시 건네받으며 말했다.
“내 반드시 곱절로 쳐서 갚아주마! 그런데 태성아. 너 직업이 뭐냐?”
“그건 왜요?”
“아니… 이상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아이템도 잘 나오고, 삽질가지 하면서 광물을 얻는 네 직업이 무척이나 궁금해서 말이다.”
“저 소환사에요.”
“소환사? 아… 그렇구나. 그런데 소환사는 캐릭터에 골드를 투자하지 않는 거냐?”
“음… 거의 그렇다고 보시면 되요. 대부분 소환수들이 공격이나 방어를 알아서 해주니까요. 아이템을 맞추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딱히 필요가 없어서 다 모아둔 거였어요.”
“그래? 흐흐… 그럼 아버지가 얼른 키워서 너를 밀어줘야겠구나. 우리 아들과 함께 중앙 대륙에서 사냥할 날이 기대되는군!”
30만 원을 조용히 뒷주머니에 챙겨 넣은 아버지는 태성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56레벨이라… 휴… 아직도 앞이 깜깜하구나.”
하루하루 레벨은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진호와의 격차를 제대로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쉬운 태성이다. 그와의 복수가 끝이 나야만 태성도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복수라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또다시 광렙의 길로 접어들기 위해서 태성은 사이트를 뒤졌다.
최대한 몬스터가 많은 곳! 그리고 사람이 없는 곳!
현재 아이템이나 골드는 상관이 없었다. 오로지 혼자서 쉬지 않고 많은 몬스터를 쓰러뜨릴 수 있는 사냥터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언데드 던전으로 가볼까도 생각한 태성은 이미 그곳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가 없다고 느꼈기에 배제하기로 마음먹었다.
기껏해야 네임드나 잡기 위해서 언데드 던전으로 가야하는 것이지만, 네임드를 잡는다고 해서 광레벨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저주 받은 대지라… 이곳이 괜찮을까?”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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