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8 2권
태성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상대방의 소환수들이 일제히 길을 열었다. 그리고 그 길 가운데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케이사.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었으나, 전혀 부끄럽지 않은 듯 했다. 이유는 화상을 당한 끔찍한 상처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근육이 뒤틀릴 정도의 화염에 휩싸였던 것이닞, 케이사는 머리털 하나 보이지 않고 있었다.
끔찍한 외모에 매서운 눈빛을 한 케이사가 태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곳은 절대로 사람들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
케이사의 분노는 아직까지도 인간을 적대시하고 있었고, 태성에게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몬스라 대화는 통하지 않겠지. 이거 상황이 웃기게 되었는데? 소환 대 소환이라는 건가…….’
태성은 누구의 소환이 더욱 강할지 기대를 품고 있었다.
‘재밌네. 이런 대결의 양상도… 그동안 궁금했었지. 과연 나의 군대를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지 말이야.’
태성은 소비 된 언데드들을 모두 소환 시켰다. 단 하나 빠짐없이 소환 된 자신의 언데드 군대를 바라보며 명령했다.
“전원 돌격!!”
이에 케이사도 명령을 내렸다.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두두두두두두~!
저주 받은 대지에 지축이 흔들리는 거대한 이동이 시작되었다.
소환 대 소환.
군대 와 군대의 대결이 지금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퍼퍼퍽!
카카칵!
서로 한 대 엉켜 싸우는 모습은 누가 아군인지 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었다.
“제길… 좀 센데? 듀라한! 다크 나이트! 선봉으로 방어선을 형성해라!”
{예! 주군!}
{주인! 걱정 마십시오!}
{믿고 맡겨 주십시오!}
셋은 동시에 앞으로 쭉 나왔다. 그리고 앞으로 달려오는 상대방 케이사의 소환 언데드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케이사의 경우 화상을 입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전형적인 모습으로는 이곳에 소환 되어 있는 고블린과 흡사하게 생겼다.
선봉장들이 앞에서 방어선을 형성하자, 언데드 군단은 이제 쉽사리 흐트러지지 않고 있었다.
좀비의 경우는 필요 순간에만 폭파 명령을 내려야 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스켈레톤 위주로 저지를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쿵쿵쿵~!
전방에서 뭔가 엄청난 녀석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족히 10마리는 되었고, 한눈에 확연하게 들어올 정도로 거대한 녀석들이었다.
“트, 트롤인가?”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보다 더 큰 트롤!
거대한 덩치에 바위라도 산산조각 낼 듯한 몽둥이를 지니고 있었다.
“뭐냐? 지금 이 밀리는 듯한 내 기분은? 듀라한! 다크 나이트! 저녀석들을 쓸어버려!”
{명령 받듭니다!}
{맡겨두시라니까요!}
10 : 3의 대결. 과연 승자는 누가 될지 아직은 예측할 수 없었다.
{크하하하! 내가 다크 나이트보다 강력하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도록 하지! 차앗!}
듀라한 한 기가 앞으로 달려가며 큰소리를 쳤다.
부우우웅~!
그런데 그때 듀라한보다 더 큰 몽둥이가 한쪽에서 거대한 획을 그리며 그를 덮쳤다.
{흥! 이 정도야!}
듀라한은 자신의 머리를 안쪽으로 끌ㅇ러당기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뻐어엉~!
{으아아아악~!}
한 번의 공격에 듀라한이 언데드 부대 뒤로 날아갈 정도로 대단한 힘을 자랑하고 있었다.
{저, 저건… 반칙이잖아…….}
자신의 동료가 날아간 모습을 보고 듀라한 한기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흥! 멍청한 놈! 우리보다 더 큰 몽둥이를 대가리로 막는다고 될 것 같은가? 애초에 완력에서부터 차이나는 녀석을 무슨 수로 막으려고! 멍청하긴!}
부웅~!
그에 다크 나이트가 뭔가 보여주려는 듯, 트롤의 공격을 그대로 피해버렸다.
{머리란 그저 들이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리는 구릴라고 있는 거지!}
데굴데굴~!
{이렇게?}
어이없게도 듀라한은 자신의 머리를 다크 나이트 앞으로 굴리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미친 녀석이군!}
뻐엉~!
다크 나이트는 그 순간 듀라한의 머리를 한쪽으로 차버렸다.
{아악! 이놈이 지금 누구 머리를 차고 있는 거야!}
부우웅~!
다크 나이트가 듀라한의 머리에 시선이 빼앗겨 있을 무렵, 그를 향해 또다시 트롤의 공격이 이어졌다.
다크 나이트는 트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한쪽으로 몸을 날렸다.
{아아악! 내 얼굴 밟지 마라! 이 더러운 다크 나이트야!}
휘청~!
순간 다크 나이트가 듀라한의 머리를 밟으며 착지를 하면서, 제대로 된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트롤의 몽둥이에 그대로 가격을 당하는 것이었다.
뻐어어엉~!
{홈런~!}
먼 곳으로 날아가고 있는 다크 나이트를 바라보며 듀라한이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젠장!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장난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한 번의 공격으로 소환 해제가 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트롤들의 위력에 한 쪽으로 멀리 날아만 갔을 뿐이었다.
태성은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했다. 같은 소환사로서 소환수가 밀린다는 것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궁수들! 전원 곡사포!”
궁수들이 활을 비스듬하게 각을 잡았다.
피피피핑~!
수많은 화살이 곡선을 그리며 적들이 있는 곳을 향해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푸푸푹! 푸푹!
큰 위력은 아니지만, 계속되는 화살의 공격에 적군들이 조금씩 쓰러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흥! 어차피 같은 소환수라면 우리가 유리하다! 절대 밀리지마라!”
{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좀비 1번이 떨리는 듯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넌 또 왜 그러고 있는 건데!”
두려운 듯 좀비 1번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것들… 죽여도… 죽여도 죽질 않아!}
“당연하잖아! 이 녀석들도 계속 소환되는 거니까! 그리고 너희들도 똑같잖아! 뭘 무서워해! 너희들도 죽여도 죽지 않아! 계속해서 소환이 되니까! 같은 입장이라면 왜 겁을 먹고 지랄이야! 얼른 공격에 가담하지 못해? 밀어 붙여!”
스켈레톤들이 대검을 들고 열심히 적진을 힘으로라도 밀어붙이고 있었으나, 적의 소환수들도 보통은 아니었다.
현재 상대방의 소환수들은 고블린, 오크, 트롤, 까마귀 등의 소환수들로 주를 이루고 있었고, 그 위세는 자신의 소환수들과 거의 비슷한 형국이었다.
“쳇… 힘 싸움으로는 끝도 없다 이건가? 결국은 적장을 노려야 한다는 거군!”
말은 쉽지만 적장을 향해서 가는 것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회를 하고 싶어도, 태성의 언데드 군단은 현재 그럴만한 기동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좀비를 제외하고 우회를 한다하지만, 좀비의 폭파 능력을 무시 할 수는 없는 수준. 반드시 길을 뚫기 위해서는 좀비의 익스플로전이 필요한 상태였다.
“좋아. 한 가지 방법으로 가보자. 좀비 1번 이리와!”
{예썰! 부르셨습니까?}
“그래. 지금부터 도미노 자폭으로 간다. 무조건 길을 뚫어야 해. 알겠지?”
{당신을 위해서 아낌없이 터지겠나이다!}
클레버 스킬이 약간 올랐다고 이제 좀비1번의 말 끊김도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좋아! 지금부터 선봉장들이 무조건 길을 뚫게 만들겠다. 그럼 좀비들이 1열로 선봉장들의 뒤를 따르고 자폭을 감행한다. 알겠지?”
{예썰!}
“알아들었으면 얼른 좀비들 정렬시키고! 듀라한! 다크 나이트는 이리와!”
{예! 주군!}
{아직 저 덩치 큰놈에게 한 대 맞은 복수가 안 끝났습니다!}
{너 이새끼… 내 머리 밟은 거 반드시 갚아준다!}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가 중얼거리면서 태성의 앞으로 다가왔다.
“너희들 죽는다는 각오로 길을 뚫어라! 그렇지 않으면 이번 전투는 승산이 없어!”
태성의 말에 다크 나이트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주군! 어차피 주군에 의한 몸! 이 몸 받치겠나이다!}
그런 다크 나이트를 곁에서 지긋이 내려다보는 듀라한들.
{미친놈… 주인은 남잔데 네놈이 왜 몸을 받친다고 그래? 그렇다고 좋아할 것 같으냐?}
{그러게 말이야. 생각하는 게 완전 게이스럽네. 이거 막상 갑옷 벗겨보면 속에서 여자가 튀어 나오는 것 아닌가 몰라? 그것도 덩치가 우람한 여자 말이야.}
녀석들이 뭐라고 떠들던 간에 태성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전장에 신경을 집중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자! 재정비는 갖춰졌다! 다시 진군!”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들이 동시에 검을 들고 앞을 헤집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고블린과 오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뒤로 2열로 된 스켈레톤과 구울들이 넓게 통로를 만들며 하나의 길을 열고 있었다.
통로는 점차 길어지고 있었고, 이제는 사람 하나 정도는 빠져 나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 된 것이다.
{앞으로! 똑바로 줄 맞춰 달려가! 얼른!}
좀비 1번의 명령에 열린 통로를 따라 좀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통로의 끝에 다다랐을 때, 태성이 외쳤다.
“됐다… 좀비 1열 익스플로전!”
쿠콰콰콰쾅~!
좀비의 폭발은 아군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통로를 열고 있던 스켈레톤과 구울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우고 있던 적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으며 사방에 쓰러져 있었다.
“다시 접근해 온다! 얼른 다음 좀비들 준비해!”
{예! 들어가고 있습니다. 걸음이 좀 느린 아이들입니다. 이해해주십시오!}
좀비들이 느릿느릿 다시 통로로 들어서고 있다.
한 번의 익스플로전을 통해서 전방의 길이 활짝 열린 상태였다. 그래서 오히려 통로는 더욱 넓게 만들 수가 있었고, 전방을 뚫고 있는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 역시도 어느 정도 손쉽게 길을 열수가 있었다.
태성은 사라진 좀비들을 다시 소환시키고 있었다. 점차 통로는 길게 이어졌고, 이제는 한 번에 좀비 100마리가 들어갈 정도로 길게 틈은 늘어져 있었다. 케이사와는 얼마 남지 않은 거리였다.
‘대략 200미터다. 그럼 좀비를 한 줄로 세우면 200마리가 소모되고. 그 직후에는 남은 좀비들과 순식간에 케이샤를 말살시켜야 해.’
계속해서 지금의 전투에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크억!}
{으악! 내 머리!}
선봉장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했다.
10마리에 해당하는 트롤들의 가공할 만한 몽둥이 위력은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가 당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녀석들이 가로 막고 있는 상태에서 전진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안되겠다! 저러다가 선두가 무너지면 완전 끝이야! 고스트들 즉각 선두를 엄호한다!”
우우우우~!
하늘을 날아다니며 까마귀와 혈전을 펼치고 있던 고스트들이 일제히 지상에 있는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에게 합류했다.
휘청~!
고스트들이 빠져나가자, 허공에서 까마귀들이 지상에 있는 소환수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 연유로 갑자기 대열은 크게 휘청이기 시작하며, 점차 통로는 좁아지고 있었다.
태성은 먼 발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스스로가 통로 속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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