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9 2권
“어차피 너희들이 모두 죽으면 나도 죽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함께하자!”
자신의 소환수들과 함께 목숨을 맡긴 태성. 그 때문일까? 크게 휘청거리고 있던 대열이 다시금 굳건해지기 시작했다. 비록 통로가 매우 좁아지긴 했지만, 더 이상 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법사들은 전방을 엄호하고, 궁수들은 통로를 밀고 있는 적들을 척살한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들 조금만 참아라!”
허우!!
언데드들이 크게 함성을 지르며 사기를 높이고 있었다.
퍼퍼펑! 콰콰쾅!
퍼퍼퍽! 콰지직!
여기저기 부셔져 나가고,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태성의 발걸음은 한 발 한 발 앞으로 전진해나가고 있었다.
200미터의 고지… 그리고 그 끝을 뚫었을 때, 케이사의 일그러진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드디어… 만났구나. 좀비 전원 집결!!”
두두두두~!
남은 좀비가 통로에서 빠져나와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듀라한! 다크 나이트! 고스트들! 모두 수고가 많았다. 이제 마지막이다! 방어 인원은 최소한으로 갖추고! 케이사를 향해서 전원 돌격!”
태성은 케이사가 죽기 전까지만 자신에 대한 방어를 할 셈으로 최소한의 소환수만 남겨놓고, 모두 케이사를 향해 돌진 시켰다.
“너! 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는다! 스컬 실드!”
까마귀가 여러 번 공격을 하는 통에 스컬 실드의 해골이 두 개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서 다시금 스컬 실드를 시전하며, 자신의 방어를 더욱 두텁게 만들고 있었다.
언데드 군단이 케이사를 둘러싸고 좁혀 들어가고 있을 때, 이미 무너진 균형은 걷잡을 수 없었고, 태성의 뒤에서는 적군의 몬스터들이 곧장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
죽느냐 사느냐! 그 갈림길은 태성의 한 마디에 달려 있었다.
“좀비 전원 익스플로전!”
남은 좀비는 대략 100마리. 그 위력이 얼마나 크게 발휘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퍼퍼퍼펑! 쿠콰콰쾅!
그 어느 때보다도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좀비 자폭단!
무수한 먼지 속에서 이미 앞도 분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서서히 먼지가 걷히기 시작할 때, 태성은 절망하고 말았다. 아직까지도 자리에 서 있는 케이사와 전투를 펼치는 스켈레톤들. 그리고 그때 뒤에서 뭔가 태성을 향해서 날아들고 있었다.
쩌어어엉~!
“크아아악!”
처음으로 받은 엄청난 충격에 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고, 한 순간 머리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쿠웅! 철퍼덕.
다름 아닌 트롤이 몽둥이를 자신에게 휘두른 것이다. 스컬 실드가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고, 트롤의 완력에 의해서 10미터 정도 날아가 바닥에 쓰러진 태성이었다. 또한 스컬 실드가 모두 사라지면서도 그 피해가 고스란히 태성에게 전해지면서, 생명력은 고작 40이 남은 상황이었다.
쿵쿵쿵…….
귀에 이명이 들려오는 상태에서 트롤이 자신을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다. 들리지 않는 귀였지만, 거대한 덩치가 걸을 때마다 땅이 흔들리는 충격은 확실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크어어어어~!”
트롤이 다시 몽둥이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런데 그때 난데없이 누군가 트롤의 앞으로 나타났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 감히 누구 앞이라고 몽둥이를 들어 올리고 지랄이야! 지랄이! 나의 주인한테 무슨 짓이야!}
겁 없이 달려온 좀비 한 마리. 그것은 바로 좀비 1번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주인은 내가 반드시 지켜줄테니까!}
태성은 좀비 1번이 뭐라고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들을 수조차 없었다. 아직까지도 트롤의 충격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서히 몸을 돌리는 좀비가 트롤을 향해서 달려가더니 그대로 터져버렸다.
콰아아앙~!
그 어느 좀비보다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듯한 위력.
태성은 그 모습을 넋을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멋대로 자폭을 한거야? 대체 왜?’
좀비 1번의 폭발에 정신이 번쩍 드는 태성이었다.
“야! 누가 너보고 자폭하랬어! 하려면 아까 했어야지!”
분명 통로가 열렸고, 케이샤를 향해서 전원 돌격할 때, 좀비 모두에게 자폭 명령을 내린 태성이었다. 하지만 좀비 1번은 유독 그 명령을 듣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태성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좀비 1번의 자폭은 뜻밖의 결과를 가져왔다.
-좀비 소환의 개체수가 한 마리가 줄어들었습니다.
“제기랄! 이게 무슨 개소리야!”
명령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자폭을 했기 때문일까? 메시지를 듣고 태성은 화가 날 수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뭔가 모를 오열감에 젖어들고 있을 때였다.
쿵… 쿵!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트롤. 좀비 1번의 자폭은 그저 아무런 소득 없는 희생이었다. 트롤은 큰 타격을 받았지만, 여전히 몽둥이를 들고 태성을 향해 내려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죽일 놈!”
태성은 트롤에게 매우 화가 나 있었다. 녀석으로 인해서 좀비 1번이 스스로 희생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트롤의 몽둥이가 휘둘리며 태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위험합니다. 주군!}
{이런 멍청한 주인아!}
{당장 지켜!}
그때 태성의 눈앞으로 세 녀석이 달려 들어왔다.
콰앙~!
태성의 시선이 또 한 차례 바뀌었다. 하늘과 땅이 순식간에 위치를 바꾼 것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쿠웅!
다시 큰 충격을 받았을 때 느낀 것은 자신이 바로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에게 남은 생명력은 40가량 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면 죽었어야 정상이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땅에 곤두박질치면서 스스로가 보호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자신을 안고 대신 트롤의 공격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다크 나이트였다.
다크 나이트의 흑갑이 크게 파괴되어 있었고, 녀석의 눈빛은 이전보다 많이 죽어 있었다.
듀라한들의 머리 두 개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 있었으며, 그들의 몸과 멀리 떨어지고 말았다.
스스스스~!
처음에는 자신을 지켰던 다크 나이트가 먼저 사라지고 있었다.
{주… 군…….}
다크 나이트가 서서히 사라지며 자신을 불렀다. 그리고 그와 함께 듀라한 두 기 역시도 머리를 잃어버린 채, 서서히 사라져 갔다.
먼지처럼 사라지는 세 녀석을 보며 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무수히 사냥을 하면서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가 소멸 되었던 적은 단 하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트롤 한 마리로 인해서 이런 사태까지 벌어진 상황. 그러나 이제는 그 끝을 향해 달리는 순간이 왔다. 트롤 10마리가 건재하게 태성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처처처척~!
이번에는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태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네놈들은… 또 왜 그래?”
{좀비가 없어서… 저희들이라도…….}
메이지들의 말은 길지 않았다. 좀비가 없어서 마나가 모두 바닥이 나 있는 상태의 스켈레톤 메이지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몸으로 태성을 지켜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한 대 모여 태성을 감쌌다.
퍼퍼퍽~!
트롤 10마리의 공격에 스켈레톤 메이지들은 손도 써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뼈가 분리되며 사라져 가고 있었고, 뭉쳐 있던 자리는 순식간에 와해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 죽여라! 이 자식들아! 어디 한 번 죽여봐! 내가 죽고 나면 반드시 다시 돌아와서 네놈들의 뼈를 갈아마셔주마!”
자신의 소환수들이 이렇게 맥없이 쓰러지는 가운데, 굴욕감과 패배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소환수들을 이렇게 만든 케이사와 트롤들에 대한 분노는 더욱 크게 표출되고 있었다. 태성은 눈빛만으로도 트롤을 잡아먹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런 태성의 눈빛을 두려워하지 않는 트롤들은 모두가 거대한 몽둥이를 허공으로 들어 올리며, 금방이라도 태성을 찍어 누를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그 순간!
“키에에에엑!”
어디선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털썩! 털썩!
비명소리와 함께 자신을 향해 몽둥이를 내려치려고 하고 있던 트롤들이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고, 다른 적군 소환 몬스터들도 바닥에 쓰러지며, 서서히 그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뭐, 뭐지?”
고개를 돌려 비명소리가 들린 케이사를 바라보는 태성. 그곳에는 구울 3마리와 스켈레톤 2마리만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런 그들의 밑에 케이사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이긴 건가?”
태성은 그 장면을 바라보다 이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참고 있었다.
“그래… 이겼어. 이겼으면 된 거야… 녀석들이 희생을 했지만, 다시 소환 시키면 그만이니까… 이겼으면 된거야…….”
케이사를 죽였음에도 별다른 메시지는 들려오지 않았다. 하물며 레벨이 오르는 메시지 조차도 없었다.
“으윽…….”
언데드 소환사가 된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고통. 태성은 신음하며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섰다.
“듀라한 소환! 다크 나이트 소환!
{주군이시여! 무사하셨습니까!}
“어. 그래.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주인! 이제는 좀 안전하게 하면 안되겠습니까? 이거야 원… 머리가 남아나질 않겠습니다.}
듀라한들은 뭔가 불만이 가득한 듯, 자신들의 머리를 툭툭 치며 입을 삐쭉 내밀고 있었다.
“자… 그럼 이번 전투의 1등 공신. 좀비들을 소환해 볼까?”
자신의 생명을 살린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 일공은 좀비에게 있다는 사실을 아는 태성이다.
좀비들이 모두 소환 된 상태에서 태성은 그들을 두루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뭔가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 보통 이쯤이면 알아서 기어 나올 법도 한데? 좀비 1번이 왜 안보이지?
태성은 보이지 않는 좀비 1번을 찾고 있었다. 마지막 스스로를 희생하며 자신을 지킨 것에 대한 포상을 하기 위함이었다.
“야, 좀비 1번 앞으로 나와.”
하지만 그 어떠한 좀비도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뭐야? 좀비 1번 없냐?”
좀비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한 마디 했다.
{좀비 1번은 사라졌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좀비 1번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헛소리냐고! 사라지다니? 내 스킬은 그대론데, 소환수가 사라질 리가 없잖아?”
어이가 없는 상황에 앞전 들렸던 메시지가 떠오른 태성이었다.
“좀비 개체 한 마리가 줄어 들었다고 했는데… 설마?”
프로그램이 의도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버그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좀비가 스스로 희생을 한 것이 이유가 된 것일까? 멀쩡히 소환되던 좀비 1번의 개체가 스스로 사라지고 만 것이다.
태성은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그래… 어차피 말썽도 많고, 말도 많은 놈이었으니 차라리 잘 된 거야!”
자리에 일어서면서 자신의 다리가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하는 태성이었다. 그는 케이사의 앞으로 다가갔다.
케이사의 시신은 이미 시간이 지나서 사라진 상태였고, 아이템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뭐지?”
아이템이라고 하기에는 그 모양새가 다소 이상했다. 아이템은 다름 아닌 해골 모양이었다. 해골의 귀에는 귀걸이가 여러 개 달린 것 외에는 큰 특징은 없었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