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0 2권
[케이사의 원한이 담긴 해골]
설명 : 주술사였던 케이사가 죽고 그의 해골만 남았다. 하지만 기존에 주술사였던 그녀의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등급 : 유니크
착용 조건 : 60레벨 이상
옵션 : 마나 +1,000 상승
자신에게 가해지는 물리 공격력 20% 감소
자신에게 가해지는 마법 공격력 10% 확률로 상쇄
케이사의 해골을 흔들 때마다 1분마다 마나가 +100 회복
대상을 죽일 때마다 마나 +80 회복
엘리트급 이상의 몬스터를 죽일 때마다 +30% 골드 추가 획득
특수 옵션 : 모든 스킬레벨 +1 상승
“뭐야? 왜 이렇게 좋아? 그리고 또 유니크야?”
또다시 얻게 된 유니크에 태성은 자신이 정말 축복받은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축복에도 좀비 1번의 희생으로 인해서 다시 목이 메여왔다.
“젠장… 개 쩌는 아이템을 드디어 나도 찰 수가 있게 되었는데… 기분은 왜 이렇게 엿 같냐…….”
좀비 1번.
흑마법사가 된 이후 게임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과 함께 몬스터 사냥을 시작했던 최초의 소환수. 많고 많은 사고 속에서도 녀석 때문에 감정기복이 확실하게 드러날 만큼, 태성은 좀비 1번이 많이 신경 쓰였던 것은 사실이었다.
싫던 좋던 간에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자신의 게임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이 바로 좀비 1번이이라는 생각에 좀처럼 슬픔을 지울 수가 없었다.
유니크를 얻었음에도 좀비 1번이 사라진 것이 더욱 슬플 수밖에 없는 태성. 한 동안 유니크 아이템을 들고서도 그 자리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서 휴식을 취하던 태성은 게임을 나와 버렸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태성의 감정은 한 동안 게임속에서 사라진 좀비 1번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대체… 내가 왜 이러지? 수백 마리 중에 고작 한 마리 사라졌다고 이렇게까지 마음을 써야하나?’
수백이 사라진 것도 아닌, 단 한 기가 사라진 것에 너무나 마음을 쓰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게임에 너무 집중을 하는 건가? 나도 모르게 복수라기보다는…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소환수들과 함께 말이야…….’
태성은 좀비 1번에 대한 생각을 좀처럼 지울 수가 없었고,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내야 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해답을 찾을 수가 있었다.
외톨이였던 자신에게 소환수는 친구, 동료, 전우였다.
함께 전장에서 싸웠던 자로서 자신을 주인이라 부르며, 그를 위해서 목숨까지 바친 전우이기에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좀비 1번… 어떻게 보면 나에게 정말 게임 시작부터 친구 같은 존재였지. 녀석을 처음 소환했을 때의 기분이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으니까…….’
좀비 1번을 생각하며, 태성은 아련한 기억 속으로 서서히 눈을 감았다.
“후우…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지! 새로운 마음으로 사냥을 해볼까? 좀비 소환!”
태성은 다시 차례대로 소환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평상시 하던 것처럼 좀비를 먼저 소환한 것이다.
{으아~! 몸이 찌뿌드하네. 어제 너무 심하게 자폭을 해서 그런가?}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좀비들 사이에서 들려왔다.
{그나저나 나 어제 굉장하지 않았어? 콰! 앙! 하고 터지자마자 그 덩치 큰놈 아마 죽었을 걸? 큭큭큭.}
열심히 떠들고 있는 좀비를 자세히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좀비 1번이었다.
{이봐… 왜 그래? 정신이 나갔어? 이거 어제 나의 장렬한 희생에 넋이 나갔구만? 뭐 고마워 할 것 없어. 네가 죽으면 우리도 죽고, 주인을 위해서 이 정도의 희생쯤이야!}
좀비 1번이 나타난 모습에, 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좀비 1번에게 보여주면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몰라 얼른 등을 돌려버렸다.
{주, 주인! 왜 그래요? 나 또 반말해서 화난 거야? 에이… 그렇게 삐지지 말고 날 좀 보지? 그래도 어제 나름대로 멋지게 해낸 것 같은데?}
좀비 1번이 태성의 등을 ‘꾹꾹’ 찌르며 다가와 있었다. 그때 태성은 인벤토리에서 뭔가를 꺼냈다.
“자, 어젠 고생 많았다.”
그것은 육포였다.
{오오오! 보람 있어! 한 번씩 이렇게 자폭하면 인생사는 맛 좀 나겠는 걸?}
그에 태성이 빠르게 반응했다.
“두 번 다시 내 명령 없이 혼자 자폭하지마라. 알겠어?”
{아… 예. 주인님. 죄송합니다.}
질겅질겅!
말만 그렇게 할뿐 죄송한 티는 전혀 나지 않는 좀비 1번은 열심히 육포를 씹어 먹고 있었다.
‘고맙다. 이 녀석아… 다시 나타나줘서…….’
태성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케이사의 원한이 담긴 해골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어제의 경우 모든 소환수들을 소환했음에도 좀비 1번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아이템을 새롭게 갖춘 상태에서 모든 스킬 레벨이 1씩 상승하게 되었다. 그렇다는 건 좀비의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늘어난 개체수에 좀비 1번이 포함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큭… 부끄럽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해골을 쥐고 소환을 해볼 걸…….’
태성은 눈가에 묻은 눈물을 닦아 냈다.
“자… 그럼 이제 하이라이트 소환을 해볼가?”
태성의 웃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듀라한 소환! 다크 나이트 소환!”
듀라한 셋과 다크 나이트 둘.
“오오… 든든해!”
다섯이 동시에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각기 스킬 레벨이 상승하며 개체수가 증가한 것이다.
{쳇… 꼴에 한 마리 늘었다고 어깨에 힘 주냐?“}
{너희들이야 말로 한 명이 더 늘었다고 대가리 힘주고 다니려는 건 아니겠지?}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들을 보면서 태성이 힘차게 소리쳤다.
“자자! 그만 티격태격하고! 오늘도 열심히 달려 보도록 하자!!”
허우!!
“와… 이거 진짜 이러다가 먹는데 돈 다 투자하는 거 아니야?”
우걱우걱! 질겅질겅!
모든 소환수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육포를 뜯고 있었다.
태성은 다크 나이트 킹을 잡은 이후, 한 차례 모두에게 육포를 지급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모두가 육포를 섭취하는 것을 알고는 모두를 위해서 이렇게 육포에 돈을 투자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개체수가 워낙 많다보니, 단순한 육포라 할지라도 들어가는 자금이 엄청난 수준이었다.
육포 한 개의 금액은 50브론즈. 말이 50브론즈지 1골드로 살 수 있는 유포의 개수는 고작 200개다. 그렇답보니 소환수의 반도 먹이지 못하게 되고, 태성은 100골드를 투자해서 2,000개의 육포를 구입한 상태였다.
그런데 2,000개의 육포라 할지라도 사냥 한 번 끝나고 휴식을 취할 때, 족히 1/3 이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휴식을 취할 때마다 육포를 건네주는 것은 차마 자신의 주머니가 감당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돌겠다… 괜히 육포를 준거 아니야? 이러다가 살림살이 거덜 나겠다.’
그나마 유니크 아이템을 얻어서 얻게 된 골드도 벌써 반절이나 줄어든 상태였다. 그 이후로 제대로 된 아이템도 나온 적도 없고, 나와 봐야 한 번 먹이는 육포 값도 되지 못했다.
‘무조건 레어 이상급이 나와야 이틀 치 이상의 육포를 먹일 수 있나? 이건 뭐… 돈 잡아먹는 기계들 수준이네. 괜히 비싼 육포를 먹였나? 그냥 빵이나 먹여볼까?’
빵의 경우 고작 5브론즈 밖에 하지 않았다. 육포에 비해서 상당히 싼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빵으로 대체를 한다면 태성도 어느 정도 감당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끝낸 태성의 인벤토리에는 현재 빵이 가득했다.
“얘들아! 금강산도 식후경!”
우르르르르~!
휴식을 취한다는 것을 알고는 언데드들이 줄지어 태성의 앞으로 다가왔다.
“자!”
{이게 뭡니까?}
“응? 빵이다. 보면 몰라?”
{봐도 몰라서 물어 본겁니다.}
언데드들은 태성에게 빵을 건네받고 한쪽 자리로 이동했다. 빵을 건네받은 언데드들에게 태성이 한 마디했다.
“빵은 우리 농민들이 피땀 흘러 재배한 곡식을 잘게 빻아서 만든 매우 훌륭한 음식이다. 그러니 육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땀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맛있게 먹도록!”
이 말을 하면서 태성 역시도 빵을 한입 물었다. 그리고 언데드들도 빵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퉤! 에이씨!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턱!
빵을 바닥에 집어 던진 녀석은 다름 아닌 좀비 1번이었다.
“야! 너 그게 무슨 짓이야? 돈 주고 산 빵을 왜 버려!”
좀비 1번은 매섭게 태성을 노려보았다.
{지금 날더러 이걸 먹으라는 거야? 입에 쩍쩍 달라붙고 목은 메이고! 씹는 맛도 없이 퍼석퍼석하고! 단 맛도 없고! 이걸 대체 무슨 수로 먹으라는 거야! 난 빵은 필요 없다! 육포를 달라!}
{옳소…….}
그때 또 작은 목소리가 좀비 1번의 말을 옹호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듀라한이었으나,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고 작게 수군거린 것이다.
“젠장! 나도 육포보다 빵이 맛없다는 것 정도는 알아! 하지만 내 입장도 고려는 해줘야 할 것 아니냐?”
{우우우~! 그런 게 어디 있나! 맛없는 걸 알면서 우리에게 빵을 먹이는 주인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좀비 1번이 한 손을 계속해서 하늘로 들어 올리며 농성을 하고 있었다.
“각성은 얼어 죽을! 알았어! 육포를 줄게! 그렇지만 너희들도 내 말은 들어봐야 할 것 아니냐? 갑자기 주인이 왜 육포가 아닌 빵을 줬는지 생각은 안 해보는 거냐?”
{우우우~! 우린 그런 생각 없다~! 열심히 노동하고 육포의 대가를 바랄 뿐이다~!}
“끄응… 하여간 저놈의 좀비 1번이 머리가 갈수록 비상해지고 있어. 뭔가 조치를 취하던가 해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쿠데타까지 일으킬 놈이야…….”
듣고 싶지 않은 말이라 할지라도 태성은 반드시 해야만 했다. 그것이 그들에게 육포를 사줄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잘들 들어라. 지금까지 너희들이 열심히 사냥을 해온 것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너희들이 그렇게 열심히 사냥을 해서 사실상 아이템이나 돈을 얼마나 벌었던가? 눈이 있다면 너희들도 알 것이다. 매일 같이 나오는 것들이라고는 쓸데없는 재료들과 판매도 시언찮은 아이템들 뿐. 재료라 할지라도 조금은 고급스러워야 돈이 되는 것이지. 대다수는 쓰레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수많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태성은 크게 숨을 한 번 고르고 다시 말했다.
“너희들이 하루에 먹어치우는 육포의 양은 최소 100골드다.”
100골드. 현금으로 따지면 10만원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과연 이런 골드를 쉽게 소환수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유저가 있을까? 아마도 절대 없을 것이다. 또한 태성 역시도 이런 힘겨운 현실로 인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평상시의 너희들은 하루에 10골드 정도 밖에 벌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더 못 번다고 할 수 있지. 나머지 금액은 모두 내가 충당해서 육포를 해야만 한다. 땅을 파봐라! 골드를 얼마나 버는지!”
그 말에 태성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 맞다! 그 방법이 있었지!’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모두를 보며 크게 말했다.
“좋다!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하루에 네 번은 육포를 지급해 줄 것을 약속한다!”
와와와와와~!!!
언데드들의 큰 함성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단! 조건이 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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