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5 3권.
“아? 그건 제가 맞을 겁니다. 하지만 오해가 있었어요. 그 에이스 길드의 경우는 먼저 시비를 걸어온 거였고, 다른 한 녀석은 저와 무척이나 사이가 좋지 않은 사이입니다. 현실에서 안 되니 그냥 게임에서 죽인 거죠.”
“그렇군요. 혹시나 했습니다. 첫인상이 좋았는데 무턱대고 사람을 죽이고 다니실 분은 아닌 것 같아서요.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저와 비슷해 보이셔서…….”
힘찬은 태성의 나이를 먼저 물어 왔다. 그래서 그는 곧장 대답을 해주었다.
“아, 저는 19살입니다.”
“그렇군요. 전 20살입니다. 제가 한 살 많군요. 한데 19살이면 이 시간에 왜 게임을? 혹시 국적이 한국이 아니신가봐요?”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는 많은 외국인이 존재한다. 아니, 한국의 인원은 극소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 세계의 모든 유저들이 게임을 동시에 즐기고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대화에서 보면 외국 사람의 경우 한국말로 통역이 되기 때문에, 한국인처럼 자연스럽지가 못하다는 점이 있다. 통역이 되다보니 약간 서툰 한국말처럼 들리기 일쑤였다.
“아뇨. 전 한국입니다. 학교는 사정이 있어서 자퇴를 했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 게임을 하는 거고요.”
“아하, 그러시군요. 제가 괜한 것을 물은 것 같네요.”
“아니에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편하게 대화를 하면서 힘찬의 투시 능력을 통해 닌자를 쉽게 잡고 있었다.
투시를 하게 되면, 10초간 투시를 한 대상이 눈에 보이게 된다. 그래서 얼마든지 언데드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릴 수가 있는 것이다. 다만 재사용시간이 15초다 보니 5초의 공백을 10초 동안 언데드들이 모두 해결을 해야만 했다.
해결이라고 해봐야 보이지 않을 시간을 대비해서 미리 가서 두들겨 패서 은신을 못하게 만드는 방법뿐이다.
동시에 수많은 언데드들이 공격을 하니, 은신은 쉬운 것이 아니었고, 한 번 발각 된 닌자는 계속해서 언데드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띠리링!
-캐릭터 사망으로 인해서 부여된 페널티가 모두 정상으로 돌아갑니다.
“휴! 이제 페널티가 정상으로 돌아왔네요. 하지만 마나도 바닥이고 한데 좀 쉬었다가 하면 안 될까요?”
“물론이죠. 저 역시도 투시를 계속 사용했더니, 눈이 따끔거릴 정도네요.”
“예? 스킬이 신체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대부분 근접캐릭터들은 스킬이 몸에 영향을 미칩니다. 마법사들 역시도 죽자고 마법을 쓰면 머리가 어지럽거나 식은땀이 나는 경우가 있을 걸요?”
“네. 맞아요.”
“그거랑 똑같은 현상이죠. 각종 스킬에 따라 강력한 베기는 팔의 근육이 아플 때도 있으니까요.”
힘찬의 말을 듣고 나서야 스킬에 대한 후유증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다. 이것은 모든 유저가 동등한 수준으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장애 같은 것으로,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게임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우리 그냥 편하게 말 놓죠?”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도중 힘찬이 먼저 말을 꺼냈다.
“네? 하지만 그래도 한 살이나 차이가 나는걸요?”
“후후, 그냥 편하게 생각하세요. 1살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느린 생일이라 거의 19살과 마찬가지에요. 며칠만 늦게 태어났어도 저도 아마 19살일 겁니다.”
먼저 편하게 다가와주는 힘찬을 거절할 리가 없는 태성은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군요. 그럼 말 편하게 하자!”
태성이 그를 향해 웃으며 말을 먼저 놓았다.
이후 두 사람은 마나가 회복 될 동안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고, 태성은 그의 이상한 행동에 눈이 번쩍였다.
비비적. 비비적.
사람들은 코가 간지럽거나, 콧물이 흘러내릴 때는 대부분 손이나 손등, 옷으로 닦게 된다.
이것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어릴 때 해본 행동이었다. 그런데 힘찬이라는 사람은 그런 행동과는 약간 다른 엄지손의 마디로 코끝을 올리는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 그 행동 내가 아는 사람과 많이 비슷하네.”
“그래? 어릴 때부터 버릇이 되어서 말이야.”
“그렇구나. 내가 아는 그녀석도 어릴 때 한참 그렇게 했었지. 콧물 흘리는 게 부끄럽고 아이들이 놀릴까봐, 일부러 흘러내리는 콧물을 다시 콧구멍으로 집어넣곤 했거든. 그러다가 손을 치우면 콧물이 왕창 쏟아졌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얼른 닦아주곤 했지.”
“그래? 그거 신기하네. 내가 어릴 때 그랬거든.”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낯이 익은 듯한 외모와 눈빛.
‘아니야… 그럴 리가 없을 거야. 분명 이름은 한백우라고 했었잖아? 그 녀석 이름은 힘찬이었는데…….’
힘찬은 태성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혹시 초등학교 어디 나왔어?”
“나? 산촌 초등학교.”
“헉? 정말?”
그런데 힘찬이 깜짝 놀라며 다시 물어보기 시작했다.
“와… 이거 우연이다. 나도 산촌 초등학교에 다녔었거든.”
“진짜야? 무슨 이런 우연이……?”
“하긴… 뭐 그래봐야 그 학교를 졸업한 건 아니고, 4학년 때 전학을 가게 되었거든.”
“전학?”
“응. 할머니랑 같이 살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4학년 때부터 고아원 생활을 하게 됐지. 그러다가 입양을 가게 된 거야. 그래서 4학년 때 그 학교가 마지막이었어.”
태성은 자신의 손이 떨림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힘찬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 녀석이 맞는지 의문이었던 것이다.
“호, 혹시 힘찬이라는 아이디는……?”
“응? 아! 입양을 가면서 힘찬이라는 이름이 좋지 않다고, 양부모님께서 한백우로 개명해주셨어. 그래서 힘찬이라는 이름은 사용할 수 없게 된 거지. 하지만 오랫동안 사용했던 힘찬이라는 이름을 버릴 수는 없었고, 이렇게 아이디로 쓰고 있는 거지. 혹시나 그녀석이 알아보지 않을까 싶어서…….”
한백우는 아주 옛날을 그리며 조금은 슬픈듯하지만,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과거의 기억이 그에게는 매우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눈빛이 과거를 회상하며 조금식 추억에 젖어갈 때, 태성이 물었다.
“산촌 초등학교라면… 혹시 신태성이라고 알아?”
“그, 그야 당연히 알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그런데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두 사람은 허공에서 눈빛이 엉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를 한 번식 훑어보더니, 이내 눈빛이 바뀌며 물었다.
“나 알아보겠냐?”
태성이 먼저 한백우를 향해 조용히 물었다.
“아니… 진짜 못 알아 볼 뻔했다. 눈빛은 그때와 비슷한데 얼굴이 조금 다르다고나 할까?”
“하하… 나 외형 변경을 조금 했거든.”
“그렇구나!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광장에서부터 처음 너를 봤을 때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었거든! 네가 태성이었구나!”
한백우는 멍하니 태성의 여기저기를 바라보고 있다가 그를 갑자기 껴안았다.
“이 자식아! 정말 보고 싶었다!”
“나도야! 이렇게 널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때 힘찬이 껴안고 있던 태서으이 어깨를 잡고 밀쳐내며 말했다.
“너 왜 내가 편지를 했는데 생깠냐?”
“편지? 난 그런 거 못 받았는데?”
“무슨 소리야? 나 4학년 전학가고 나서, 2년 동안 계속 너희집에 편지를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더라고. 나중에는 반송까지 되었단 말이야.”
“헉? 정말이야?”
오래 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지만, 편지를 받았던 기억은 전혀 없는 태성이었다.
“이상하다… 편지는 한 통도 오지 않았었거든.”
“그랬어 나중에 이상해서 너희 집에 찾아가봤지만 이미 이사를 한 뒤더라고.”
“아마 중학교 2학년쯤에 이사를 했을 거야. 그런데 정말 찾아왔던 거야?”
“당연하잖아 인마! 내가 너한테 입은 은혜가 얼만데!”
“은혜는 무슨! 친구로서 당연한거였지!”
당연하다는 태성의 말에 한백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가 당연한거냐… 그런 당연한 걸 오직 너만이 나한테 해준 거잖아…….”
한백우.
과거 힘찬이라는 이름으로 생활을 했다. 당시 그의 집안 사정은 매우 어려웠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불편하신 할머니와 생활을 하면서 밥도 못 먹은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때는 급식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서, 아이들은 언제나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힘든 생활을 하던 힘찬은 도시락을 싸서 다닐 형편이 되지 못했고, 매번 매점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물을 마시면서 허기를 채워야만 했다.
힘찬은 너무 힘든 가정환경으로 인해서 점심시간만 되면 가장 먼저 운동장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아이들이 점심을 먹는 시간은 그에게 있어서 고문이었기 때문이다.
3학년 때부터 태성과 함께 같은 반이 되면서 둘은 짝이 되었다. 태성은 그런 힘찬에게 많은 것을 해주었다.
자신의 엄마 몰래 밥을 하나 더 싸왔고, 받은 용돈으로는 함께 매정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부족한 허기는 두 사람이 서로 나누어가지면서 4학년을 진학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우정은 그렇게 계쏙 지속되다, 한동안 힘찬을 못보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태성은 그 사실을 알고 힘찬의 집으로 찾아갔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집에 쓰러져 있던 힘찬을 발견했다. 병원으로 급히 옮긴 이후, 얼마간의 생활을 태성의 집에서 함께 보낸 힘찬. 그 고마움은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
홀로 된 힘찬은 결국 인근의 고아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태성의 집안조차 그 당시에는 힘든 상황을 겪고 있었고, 힘찬을 입양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고아원에 맡겨진 후, 한동안 학교를 같이 다녔지만, 전학 이후에 소식이 끊겨버린 것이다.
그리고 거의 7~8년 만에 이렇게 다시 감격의 재회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너 많이 컸다? 그때는 못 먹어서 나보다 훨씬 작았잖아? 지금은 어림잡아도 185는 되어 보이는데?”
“후후, 그러냐? 양부모님이 꽤나 잘 사셔서 음식 걱정은 해본 적이 없거든. 그렇다보니 어릴 때 못 먹던 걸 왕창 다 집어 넣고나니 갑자기 키가 쑥쑥 크더라고.”
“그렇구나. 잘됐다. 양부모님이 잘 해주시나 보구나?”
“응. 그리고 두 분 다 무척이나 착하고 고마우신 분들이셔. 언제 한번 인사드리러 와.”
“당연히 그래야지!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놈을 이렇게나 잘 키워주셨는데 말이야. 그런데 넌 어디 사냐?”
태성은 한백우가 어디에 사는지가 궁금했다.
“나? 서울 살지.”
“그래? 나도 서울 사는데?”
“헛? 너 이사를 서울로 왔냐?”
“응. 이사를 꽤나 많이 다녔어.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안착하신 곳이 서울이야. 서울에 온지는 약 6년 정도 된 것 같네. 하지만 서울 내에서도 이사를 많이 다녔지.”
“그랬구나.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이렇게나 마주하기가 힘들었다니… 한국이란 나라가 좁지만 꽤나 넓기도 해. 그치?”
한백우는 다시 한 번 태성을 강하게 끌어 안았다.
“앗! 야야, 허리 부러진다. 그만 좀 껴안아. 인마! 난 소환사라고. 전사가 아냐!”
“하하, 뭐 어때? 까짓 거 허리 좀 부러지고 죽으면 다시 페널티 받고 부활하면 그만이지!”
“얼씨구? 친구라는 놈이 죽으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냐? 페널티는 뉘집 애 이름인 줄 알아?”
뼈가 사무치게 아픈 와중에도 태성은 그의 포옹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사냥은 하지 않고 대화만 진행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지금 이 시간에 모두 끝낼 것처럼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고, 어떻게 살았는지도 궁금한 두 사람.
그러다 한백우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급히 그를 보며 말했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