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56화 (56/134)

00056  3권.

“아! 태성아. 나 지금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아버지가 급히 찾으시나봐.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하자.”

“응! 그래. 힘찬아! 친구 등록해놓고 가!”

“후후, 당연하지. 그런데 나 이제 힘찬 아니다. 그 이름이 좋긴 하지만, 양부모님께;서 주신 이름도 좋거든. 앞으로 한백우라고 불러.”

두 사람은 그렇게 친구를 등록했고, 한백우는 접속을 끊었다.

“하…….”

몇 년 동안 이렇게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보긴 처음인 태성. 그렇다보니 진이 다 빠질 정도였고, 한백우가 사라지자 심한 허탈감을 느낄 정도였다.

‘이렇게 다시 만났구나… 네 녀석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정말…….’

기억 속에 가장 오래도록 남았던 친구. 그리고 유일한 친구였으며, 마지막이었던 친구 한백우.

더 이상의 친구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태성에게 한백우는 삶의 희망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한백우가 접속을 끊고 태성 역시도 게임을 나왔다. 이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혹시 나 어릴 적에 힘찬이라는 친구 알아요?”

“응? 힘찬이? 그 삐쩍 말라서 코 흘리던 힘찬이? 힘찬이는 갑자기 왜?”

“오늘 힘찬이 만났어요.”

“어머? 정말이니? 그 녀석 어른 말 참 잘 들었는데 말이야. 너 그거 아니? 힘찬이가 한동안 우리 집에 있을 때, 우리집이 좀 비좁았잖니. 너 잠자는 거 불편할까봐 너 잘 때마다 발밑에 앉아서 네가 편하게 잘 수 있게 했던 거. 참…  어린 녀석이지만, 그때 보니 이해심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이 들더라.”

“그, 그랬었어? 난 힘찬이 잠버릇이 나빠서 맨날 그 밑에까지 이동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태성이기에, 사실을 알고 나니 더욱 녀석을 만나고 싶어졌따.

“그런데 엄마. 힘찬이가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하던데, 알고 있어요?”

“글세? 편지를 보냈다고 해도 우리가 그때 편지를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잖니. 단칸방 지하실에 살다보니, 우리집 주소도 없었고 말이야. 왜? 편지를 보냈다고 했었니?”

“네… 힘찬이가 편지를 2년 동안 계속 보냈는데, 답장이 한통도 안 왔다고 하더라고요.”

“어머? 정말? 하여간 그 집 주인 정말 인심이 더러웠어. 우리집 우편물을 단 하나도 주지 않았었거든. 마지못해 공과금 같은 건 보여주지도 않고 더 올려 받고 했었지.”

이 모든 것은 집 주인의 짓이었다.

‘그 빌어먹을 배불뚝이 붕어 같이 생긴 아줌마가 저지른 일이었단 말이야? 내가 얼마나 힘찬이 소식을 기다렸었는데… 하여간 만나면 똥물이라도 끼얹어 버리고 싶을 정도네.’

어릴 적 기억이었지만, 자신의 집주인 아줌마에 대한 생각은 아직도 적개심으로 가득한 태성이었다. 언제나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자신과 친구를 타박하던 주인집 아줌마로 인식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태성이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태성아.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데 이제야 나타난 거냐?’

한백우는 양부모의 도움으로 태성에게 계속 편지를 쓸 수 있었다. 이후 태성에게 너무나 많은 은혜를 입은 것을 알고는 양부모가 직접 태성을 찾아주려고 하였다. 하지만 태성의 집 주소는 언제나 불투명했다.

어릴 때 태성의 집안은 많이 가난했다. 아버지의 직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역지ㅓ기를 떠돌아 다녀야만 했다. 그렇다보니 집 주소를 신청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부모는 집 주소 이전을 거의 하지 않고 생활을 했던 것이다.

차후 서울에 이사를 오고, 집을 마련 한 이후에야 비로소 태성은 제대로 된 집 주소를 얻을 수가 있었지만, 그때에는 이미 한백우와 양부모는 그들을 찾는 것을 포기 해버린 시점이었다.

‘태성아… 어릴 때 받은 너의 은혜. 이제 내가 하나 둘씩 갚아주마.’

그는 옷을 입고 무척이나 기쁜 마음으로 문을 나섰다.

“도련님 나오셨습니까.”

“네. 아버지는요?”

“삼우 호텔에 먼저 가 계십니다.”

“알겠습니다. 빨리 가죠. 아버지가 기다리실 테니.”

한백우는 차의 뒷자석에 자리했고, 기사는 즉시 차를 몰았다.

***

“이 녀석 바쁜가? 연락처를 물어 본다는 걸 깜박했네. 후후… 궁금하네. 무얼하고 살고 있는지. 대학은 다닐까? 아니면 일을 하고 있을까? 언뜻 봐서는 바빠 보이던데…….”

마지막 다급하게 나가는 한백우를 생각하며 많은 잡념에 빠지는 태성이었다.

“후후… 오면 무얼하고 사는지 한 번 물어나 봐야지.”

한백우를 만나고 이틀이 지났지만, 그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그가 보고 싶은 태성이다.

“음… 육포 좀 사야겠는 걸? 육포도 어느새 다 떨어졌구나. 그동안 노동의 대가인 광물도 좀 팔고…….”

언데드들의 노력을 결정체 광물!

그 광물을 팔기 위해서 태성은 대장장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미스릴! 오르하리콘 팝니다. 20개 이상 대량 판매합니다.”

태성이 골목에서 외치자마자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사겠소!”

“아니오! 내가 사겠소. 얼마면 되겠소?”

“오르하리콘! 남들보다 두 배 비싸게 주고 사겠소!”

“난 두 배 비싼 가격에 1골드 더 주겠소!”

대장장이들은 어느 때와 다름 없이 광물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에게 달려와 손을 내밀며 광물을 팔라고 말하는 대장장이들의 매서운 눈빛.

‘그런데 오르하리콘이 비싼가?’

예전 오르하리콘을 처음 획득한 이후에 이번에 처음으로 광물을 다시 판매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르하리콘의 가격은 자세히 알지 못하는 태성이었다.

지금까지 광물을 많은 수로 획득한 것은 아니다. 그랬기에 조금씩 축적을 해가면서 모인 것을 이번에 팔러오게 된 것이다.

20개의 광물 중 오르하리콘은 단 3개.

“얼마면 되겠소? 무조건 남들보다 곱절로 쳐주지. 미스릴까지 말이오.”

가까이 다가와 말하는 한 유저를 보며 태성의 눈썹이 올라갔다.

“어? 전에 그 분이시네요?”

“허허? 기억하나보군. 난 또 모르나 했지.”

“알겠습니다. 그럼 저쪽으로 가시지요.”

태성은 그에게 광물을 팔기로 마음 먹었다. 예전에도 적당한 가격에 편하게 광물을 판매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가는 대장장이를 다른 유저들은 매섭게 쏘아보며, 탄식만 입 밖으로 흘러 나올 뿐이었다.

“미스릴 17개와 오르하리콘 3개? 음… 혹시 더 없소?”

“하하, 아뇨. 지금은 이것 밖에 없습니다. 간식을 좀 사려고 광물을 모두 팔려고 하는 것 뿐이니까요.”

태성의 말에 대장장이가 어이가 없어하며 웃기 시작했다.

“허허? 간식? 먹기 위해서 광물을 파는 사람은 아마 당신뿐일 거요.”

한때 태성은 미스릴 광석을 2골드에 판매 한 적이 있었다. 아직까지 가격은 변동이 없었기에, 대장장이는 예전 그대로 2골드에 미스릴을 매입했다.

17개의 미스릴을 2골드에 매입한 후, 오르하리콘 광석을 15골드에 세 개를 매입했다.

“오르하리콘 광석이 이렇게나 비싼가요?”

“후후… 이게 비싼 것 같소? 미스릴과 오르하리콘은 하급 광물에 속하오. 중급에 해당하는 광물들부터는 100골드 이상의 가치가 있소.”

“헉? 그렇게나 가치 있는 광물들이 있나요?”

100골드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는 광물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태성. 그는 광물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이오. 중급에 해당하는 광물들부터는 고레벨의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수요가 너무 적다보니 쉽게 얻을 수가 없소.”

“그렇군요.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요. 광물 중에서 철이나 구리 이런 것도 있찌 않나요? 그런 건 왜 구입을 안 하나요?”

태성은 철이나 구리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다만 그것이 광물인 것을 알기에 혹시나 해서 물어 본 것일 뿐이었다.

“풉… 농담하지 마시오. 구리는 아이템에 큰 영향도 주지 않을뿐더러, 철의 경우 그냥 사냥하다가 나오는 아이템을 때려 부셔서 녹이면 그게 철이 된다오. 그러니 굳이 철광석을 매입할 필요가 없지 않겠소?”

“아… 그렇군요. 그래서 아이템에서 나오지 않는 미스릴과 오르하리콘을 구입하는 거군요.”

“그렇소. 앞으로 혹시나 광물을 팔러 온다면 나에게 들러주겠소? 여기 골목 안쪽에 빛의 드워프라는 간판이 있을 거요. 거기에서 내가 아이템을 만들고 있소.”

그는 자신의 대장간 이름을 직접 알려주었다.

“네! 알겠습니다. 언젠가 제대로 된 광물을 들고 한 번 찾아가보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를 벗어난 태성.

“음… 오르하리콘 몇 개만 얻을 수 있어도 녀석들 육포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겠는데 말이야. 그나저나 중급의 광물은 대체 어디서 얻을 수 있는 걸까? 땅을 깊게 파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고렙 존의 필드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가?”

수만 개의 땅을 파본 태성으로서 아직까지 하급에 속하는 미스릴과 오르하리콘 밖에 얻지 못한 그였다. 그래서인지 중급의 광물이 어디서 나오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광물에 미쳐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땅을 파다보면 나오겠지. 나에게 있어서 땅은 생명의 탄생과도 같은 것이니까. 이제 정리가 끝났으니 육포나 사러 가볼까~?”

태성은 자주 가는 상점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또 왔습니다.”

“오? 오셨소? 오늘은 몇 개나?”

“후후, 예전이랑 똑같이 쳐주세요. 2,000개만요.”

2,000개의 육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태성과 그것을 별로 놀라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상점 주인이었다.

“알겠네. 자네 때문에 우리 가게가 완전 대박이야. 큭큭. 이젠 육포가 없어서 못 팔정도라, 다른 사람들이 오면 육포는 팔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을 정도지.”

“아?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이게 다 나 좋으라고 하는 일 아니겠소? 10개짜리 단골 얻자고, 2,000개 대박 단골을 잃을 순 없는 거지! 암! 장사치는 이익이 우선이니까! 큭큭.”

NPC들은 태성에게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육포를 파는 NPC상점의 주인만큼은 막대한 이익으로 인해서 태성에게 상당한 친밀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참… 웃긴 일이지. 언제는 암흑이 어쩌고, 어두운 기운이 어쩌고 하면서 완전 건달이나, 쓰레기 보듯 하더니… NPC들은 자신에게 해주는 만큼의 친밀감을 보이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역시 게임이나 현실이나… 이익 앞에서는 싫은 감정도 억누르게 되고, 그것은 결국 호감으로 작용하게 되는 건가?’

다른 NPC에게 잘 보이며, 눈총을 받고 싶지 않은 그였지만, 돈을 쓰면서 하는 것 외에는 크게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NPC들에게 무작정 돈을 나누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필요한 순간에만 돈을 쓰면서 호감을 얻을 것으로 생각했다.

NPC와 친해지게 되면 생기는 이득은 바로 퀘스트다. 퀘스트를 통해서 보상을 받을 수가 있는데, 태성은 이제 NPC가 주는 금전적인 퀘스트는 아무런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준비는 끝났고… 슬슬 사냥이나 가볼까?’

미리 알아봐 둔 장소의 이동 주문서를 찢으며, 태성은 마을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때가 태성의 레벨 63레벨에 해당하는 시점이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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