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0 3권.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물품을 판매 했을 때, 태성은 고작 6골드 남짓 받을 수가 있었다. 물론 그 정도의 골드로 육포를 사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지만, 땅에 버리는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예전과 비슷한 양을 판매했음에도 15골드라는 금액으로 쳐주는 것이었다.
“어? 조금 많네요? 저번보다 옵션이 더 좋은가요?”
“후후, 뭐 그런 것도 있지만, 항상 우리 가게를 이용해주니 고마워서 그러네. 나야 방어구 상인이라, 이런 방어구도 진열해 놓고 팔면 그만이고 말이야. 그리고 정 안 되면 대장장이들에게 가서 옵션만 추출하게 만들어도 난 이득이지.”
NPC가 처음으로 태성을 향해서 웃음을 보여주었다.
‘아… 아무리 내가 페널티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자신에게 이익이 생기면 이런 웃음도 보여주는구나… 전에 육포 파는 사람도 그렇고 말이야.’
일명 친목도라 불리는 것이지만, 그것이 메시지로 들리지는 않았다. 단지 그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할 뿐이다.
“음… 자네 보니 많이 성장했군?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와 비교해서 터무니없이 말이야.”
“하하, 그런가요? 나름대로 성장하기는 했습니다.”
“그렇군. 앞으로도 종종 나에게 들려주게.”
“물론이죠. 그럼 수고하십시오.”
문을 닫고 나오는 태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방어구 상점의 주인은 뭔가 기대를 하는 듯 보였으나 아직까지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물건을 판매 한 후에 그는 상점을 나서며, 언데드에게 필요한 음식을 구입하기 위해 또다시 음식점으로 향했다.
태성은 음식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다 소장할 수 있는 물품들이 꽤나 많다는 것을 보고 다음 이벤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물어 보았다.
“저기 죄송한데, 음식이 배달되나요?”
“네? 배달이요? 에… 그건 저도 생소한 거라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보통 음식의 경우 온기가 없는 경우는 인벤토리에 얼마든지 보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변색하는 음식의 경우는 인벤토리에 넣어두더라도 시간에 맞게 음식이 식거나 맛이 변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대다수 유저들이 소지하고 있는 음식들은 말린 육포나 빵과 같은 것이었으며, 그 외에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도 먹을 수 있는 것들로 간식으로 채우기도 했다.
게임 이후 배달에 대해서 물어본 사람은 태성이 처음이었기에 아르바이트생도 난감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탁탁탁.
잠시 후 아르바이트생이 계단을 밟고 올라왔다.
“사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배달은 최소 10골드부터 된다고 하시네요.”
“그래요? 잘 알겠습니다. 오늘은 떡갈비 2,000개만 부탁드릴게요.”
“호호, 네. 언제나 그렇듯 엄청난 식욕이시네요.”
아르바이트생은 떡갈비를 태성이 모두 먹는 줄로만 착각하고 있었다.
떡갈비 대금을 지불하고, 육포 또한 구입한 후 태성은 다시 사냥을 하러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시끄러운 목소리가 청각을 자극했다.
“거짓말쟁이!”
“거짓말 아냐! 우리 아빠는 전사란 말이야!”
“웃기고 있네! 니네 아빠가 전사면 왜 사냥 갔다가 오질 않냐? 몬스터한테 죽은 거지!”
“아냐! 우리 아빠는 살아계셔! 너 죽었어!”
아버지에 대한 걸로 싸우는 듯, 어린아이들이 한 쪽에서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저 녀석이 어디서 까불어! 아빠도 없는 놈! 야, 저놈 밟아주자!”
아이들이 여럿 뭉쳤고, 그 중 한 명이 열이 받은 얼굴로 소리치자 다른 아이들까지 가세하여 한 아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 죽었어!”
숫자가 불리한 대도 거짓말쟁이라 불린 아이는 절대 굴하지 않고, 오히려 달려드는 아이들의 머리와 옷을 잡아채며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막강한 힘을 보유하지 않은 수적의 열세는 언제나 패배를 가져 오는 법!
총 여섯 명의 아이들의 거침없는 공격에 꼬마 아이는 울상을 지었다.
‘하여간… 현실이나 게임이나 이놈의 못된 자식들은 괴롭히는 것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냐?’
그 모습을 본 태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할 수 없다는 얼굴로 급히 아이들 사이에 끼어들며 한 명을 일방적으로 구타하고 있는 여섯 명의 아이들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 니들 지금 뭐하는 짓이야? 여섯 명이 한 명을 상대로 이게 할 짓이냐?”
태성이 갑자기 끼어들자 다른 아이들을 주도하던 아이가 짜증나는 목소리로 오히려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넌 뭔데 끼어들어!”
아이의 말에 태성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이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버릇없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이놈의 버르장머리 없는 꼬맹이가 어른한테 뭐라고? 어디서 배워먹은 말버릇이야!”
따콩!
태성이 말버릇이 고약한 아이의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았다. 주먹을 맞은 아이가 울먹이더니 이내 그 소리고 주변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앙~! 왜 때려! 우리 아빠한테 이를 거야!”
“일러봐. 이놈의 자식아! 하여간 이놈이나 저놈이나 뭐만하면 지네 아버지의 후광으로 뭐라고 해보려고. 평생 그따위로 살아봐라.”
으름장을 놓자 아이들은 전원 울먹이는 얼굴로 저 멀리 와르르 도망치고 말았다. 그 뒷모습을 태성이 ‘흥’ 하고 콧방귀를 낀 뒤에 괴롭힘을 받고 있떤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괜찮냐?”
다른 아이들에게 대하던 목소리와는 다르게 매우 부드럽게 전해졌다.
“으응… 아, 아니… 네.”
조금 겁먹은 모습으로 말투를 존대로 급히 바꾸는 아이를 보며 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거리고 말았다.
‘아까 그놈들이 반말해서 맞는 걸 보고 그런가보네.’
그렇게 생각하며 태성이 아이의 몸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주며 말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없니?”
그 질문에 아이는 고개를 좌우로 거칠게 흔들었다.
“아니야! 우리 아버진 있어!”
아버지가 없냐는 말에 강한 부정으로 나오는 꼬마 아이.
“하하, 그래. 너무 화내지 마. 그냥 물어 본거니까. 이거 하나 먹을래?”
태성은 인벤토리에서 떡갈비를 하나 꺼내어 아이에게 내밀었다.
“어……? 나 그거 알아! 턱갈비!”
“음? 턱갈비? 아니야. 이건 떡갈비라는 거야. 먹을래?”
“저, 정말?”
아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태성이 건넨 떡갈비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이고는 냄새를 몇 번 맡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은 더욱 커졌고, 이후 한 입 조심스럽게 배어 물었다.
“우와! 맛있다!”
“그렇지? 그런데 한 번도 못 먹어봤어?”
“으응… 우리 집은 가난하니까…….”
아이는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이의 아빠는 전사라고 들은 상태다. 그렇다면 부유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일정한 생활은 할 수 있는 가정이 된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가난이라는 것은 좀처럼 맞아 떨어지지는 않았다.
“왜? 아빠가 전사잖아? 그럼 돈 많이 버시지 않니?”
“그게… 우리 아빠는 전사인데… 벌서 5년 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어.”
“그렇구나… 우선 이 형이 집에 데려다 줄게. 혹시 그녀석들이 다시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야.”
안델리카 마을은 생각보다 그 규모가 컸기 때문에 NPC들이 사는 저택들도 꽤나 많은 수준이었다. 또한 NPC들 역시도 마을에서 일을 하며 그 대가로 돈을 받으며 생활을 한다.
NPC라고 해서 인간과 다를 건 전혀 없었다. 음식을 먹지 못하면 죽고, 몬스터에게 공격을 받아도 사망한다. 유저들이야 죽으면 부활을 할 수가 있지만, NPC는 한 번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 나기 때문에 오히려 유저보다는 더욱 조심해야 될 것이 바로 NPC들이었다.
태성은 아이를 데리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함께 걸어오면서 알게 된 아이의 이름은 로건. 이제 막 7살이 되었다고 했다.
“자! 이제 집에 들어가. 알았지?”
“저기 형! 엄마 올 동안 나랑 좀 놀아주면 안 돼?”
“어? 음… 형이 좀 바쁜데…….”
그러자 로건이 아직까지도 반이나 남은 떡갈비를 힘없이 내려놓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보여 태성이 물었다.
“어머니는 언제 오시는데?”
“음… 노을 질 때쯤이면 오셔.”
“그래? 그럼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만 놀까?”
놀자라는 말에 로건이 눈에 띄게 환한 모습을 보였다. 태성은 로건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많이 가난한 생활을 하는 것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
여기저기 제대로 된 가구 하나 없었으며, 집 또한 굉장히 낡아 보였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끼익’ 거리며 나무의 마찰 소리가 들려왔고, 혹시라도 바닥이 부셔지지 않을까 조심스러워 해야만 했다.
‘하아… 이런 곳에서 사는구나.’
태성은 긴 한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게임의 NPC라지만 어린아이여서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한 아이를 보니 오래전 자신의 모습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헤헤… 내가 데리고 온 사람은 형이 처음인데, 형이라서 정말 기분 좋다.”
“응? 네가 기분이 좋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태성은 로건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다 로건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잘 들어보니 전사가 아니라 사냥꾼이었다. 사냥꾼인 아버지는 어느 날 사냥을 하러 나갔는데, 그 이후로 더 이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로건아. 엄마 왔다.”
그때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며 누군가 집으로 들어섰다.
“엄마!”
여인을 본 로건이 뛰어가며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로건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에 고개를 들어 태성을 보곤 흠칫 놀라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그녀는 본능적으로 로건을 품에 안으며 경계의 눈초리로 태성을 바라보며 물었던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허락도 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는 예의바르게 로건의 어머니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를 먼저 했다. 그러자 로건이 얼른 나서며 말했다.
“엄마! 나쁘게 보지마. 이 형이 나 괴롭히던 애들 다 혼내줬어! 그리고 떡갈비라는 것도 줬다? 우리 집에는 내가 초대한거야!”
로건의 어머니가 로건의 말에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런 거니?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응! 형이 애들을 혼내줘서 난 아픈데 하나도 없어!”
로건의 어머니는 태성을 보며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 아들이 철이 없다보니 민폐를 끼쳤나봅니다.”
“아닙니다. 민폐라뇨… 오히려 나이에 맞지 않게 잘 큰 것 같더군요.”
함게 고개를 숙이며 태성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예쁜 미모였다. 로건의 나이가 7살인 것에 비해 대략 20대 후반 여성으로 아름답고 젊은 여인이었다.
로건의 어머니는 자신을 밀라니라고 소개하고 로건과 함께 이 마을에서 벌써 7년이 넘게 생활하고 있다고 간략하게 소개했다.
“그런데 로건의 아버지는 어떻게 된 건가요?”
움찔.
약간 민감한 질문이었을까? 밀라니는 감짝 놀라 몸을 한 차례 움찔 거렸다.
그녀는 로건을 한쪽으로 보내놓고 이후 조심스러운 어조로 태성에게 대답했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