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1 3권.
“사실 그이는 기사에서 누락한 신분이에요. 실력에서 떨어졌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언제나 마을 사람들이 자신에게 손가락질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남편은 몬스터에 민감해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몬스터를 잡으러 다니기 시작했어요. 강력한 몬스터를 잡으면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우러러 볼 것이라고 생각한거죠. 그 덕분에 로건이 태어나고 2년 정도는 수월하게 생활할 수 있었어요. 남편이 어느 정도 몬스터를 잡으면서 돈을 벌었거든요…….”
밀라니 말투는 무엇인가 어둡고 무거웠다.
“2년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이 몬스터를 사냥하러 나갔어요. ‘이번에는 정말 큰 녀석이 될 거야!’ 라며 나갔는데, 그이후로는 소식이 끊겼죠. 하루면 올까… 일주일이면 돌아올까… 계속해서 기다려봤지만 남편은 오지 않았어요. 식량은 다 떨어져가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 품팔이를 하게 된 거죠. 남편이 올 동안 로건을 잘 키워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벌써 5년 전이네요. 이제 더 이상 그이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아버지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로건은 아버지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듯 보였다.
‘그동안 놀림으로 인해서 없던 믿음까지 생겨버린 걸까?’
태성은 로건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왕따를 당할 대, ‘언젠가는 이 상황을 벗어나겠지.’라는 꿈같은 생각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손님이 왔는데 아무것도 내주질 않고 있었군요!”
“아,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이제 곧 가려던 중이었습니다.”
태성은 오히려 그게 더 거북했다. 아무것도 없는 집에서 자신에게 무엇을 대접한단 말인가? 오히려 없는 가진 것이 없는 집안은 손님을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없는 법이었다.
밀라니는 여기저기를 뒤져보기 시작하더니, 이내 컵을 하나 가지고 왔다.
“죄, 죄송합니다… 이것 밖에는 대접해드릴게…….”
태성의 앞에는 물 한잔이 놓여 있었다.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안 그래도 상당히 목이 말랐거든요.”
그녀가 무안하지 않게 태성은 밀라니가 내준 물을 한 번에 목으로 넘겨버렸다.
“캬아! 물맛 좋은데요? 한잔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의 경우는 수도로 공급이 되기 때문에 이런 가난한 집안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태성의 이런 마음씀씀이를 무척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로건으로 인해서 태성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밤이 될 동안 그 집에 머물러야만 했다. 자신의 인벤토리에 있던 떡갈비와 육포를 대량 꺼내어 밀라니에게 건네주었다.
태성에 의해서 두 모자는 간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가 있게 되었다. 배부르게 먹은 로건은 잠에 빠져 들었고, 그런 자식을 보며 밀라니가 말했다.
“이제는 정말 남편이 죽었다는 단서라도 얻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로건도 허망한 꿈은 꾸지 않고 살아갈 텐데… 머지않아 나이가 들어서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면 더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요.”
남편이 사라지고 이제 믿고 의지할 것은 어린 아들 로건 밖에 없는 그녀였다.
“죄송한데 흑마법사이신가요?”
“네… 뭐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왠지 모르게 어두운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었어요. 마을 사람들에게 많이 핍박 받으시죠?”
“후후, 이젠 익숙해서 상관없습니다.”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다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무슨 부탁인가요?”
밀라니는 말을 할까 말까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기를 몇 번. 밀라니는 결심에 선 눈동자로 말했다.
“남편의 영혼을 이곳에 불러 낼 수가 있을까요?”
그 말에 태성이 오히려 더 황당해 하고 있었다.
“예? 여, 영혼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네. 흑마법사들은 죽은 자도 살리고, 영혼도 부를 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그게… 저는 좀 다른 쪽의 흑마법사여서… 그렇게 영혼을 부르거나 할 수 있는 힘은 없습니다.”
밀라니는 실망한 얼굴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부탁을 드린 것 같군요.”
그는 굉장히 당황했다. 설마하니 영혼을 불러달라고 말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뿐인걸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그녀가 힘들어 했을지 감히 예상을 할 수는 없었다. 로건을 위해서라도 태성은 이들 모자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이리 되면 그냥 내가 남편의 시신을 찾아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굳힌 태성은 밀라니를 보며 물었다.
“저기 만약 남편분의 유품을 확인하게 되면 로건이 아버지에 대한 죽음을 받아들일까요?”
“글쎄요? 하지만 제가 잘 말해준다면 로건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그렇군요… 그럼 제가 로건의 아버지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 정말이신가요?”
“네. 흑마법사이지만… 엄연히 몬스터를 잡는 사람이니까요. 사냥을 하다보면 어딘가에 분명히 로건의 아버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밀리나는 투명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밀리나는 감사 인사를 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그녀의 모자에게 신경을 써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 감정은 더욱 북받쳐 오르고 있었다.
“그러지 마세요. 그냥 돕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까요. 더군다나 제가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죄송한데 혹시 로건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사냥을 간 장소를 알 수 있을까요?”
그녀는 눈물을 닦고 잠시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제가 듣기로는 가디우스라는 몬스터를 잡으러 간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가디우스요?”
“네. 마을 사람들 말로는 평원의 계곡으로 간 걸 본 사람이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헉? 그렇군요. 평원의 계곡…….”
그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따.
평원의 계곡. 그곳은 80대 중반 정도의 몬스터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것으로 본다면 로건의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지닌 NPC인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그쪽으로 가게 되면 무엇 하나라도 찾아서 오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녀가 태성에게 말을 했을 때, 메시지가 들려왔다.
-‘행방불명 된 오스카를 찾아라.’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행방불명 된 오스카를 찾아라 : A+랭크]
설명 : 사냥을 떠난 오스카의 행방이 묘연하다. 5년 동안 그의 행방이 불투명하여, 그의 가족들이 근심이 많다.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서 오스카의 가족에게 전하자.
‘헐… A+ 솔직히 힘들 것 같은데? 80레벨 중반대의 몬스터들이 들끓는 곳에서 A+랭크라니? 우선 조사를 해볼 필요성은 있겠어. 대신 A+ 랭크인 만큼 보상을 받을 수는 있겠지?’
태성은 그녀에게 인사를 한 후 집을 나왔다. 그리고 곧장 로그아웃을 하고 사이트를 통해서 평원의 계곡과 가디우스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보기 시작했다.
“젠장…….”
정보를 조사하고 태성은 암담한 기분을 느꼈다.
평원의 계곡이라는 말만 듣고는 그곳이 자신에게 버거운 장소라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떠한 몬스터들이 분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 그래서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알아본 결과 평원의 계곡에는 마법 몬스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언데드 군단으로서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사냥터였다. 하물며 일정한 공격력을 넣을 수 있는 고스트들에게도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마법이기 때문에, 에로사항이 많은 장소라고 볼 수 있었다.
문제는 가디우스였다.
평원의 계곡에 가장 끝 부분에 위치한 네임드 몬스터로 마법과 물리 공격력을 동시에 지닌 막강한 네임드 몬스터였다.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사냥에 성공한 적이 없는 네임드 몬스터였기 때문에, 태성은 많은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가디우스를 잡아야만 오스카에 대한 단서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로건 엄마가 괜히 가디우스라고 말한 것도 아닌 것 같고… 빌어먹을! 만약 오스카라는 사람이 가디우스에게 죽었다면 결국은 네임드 몬스터를 처리를 해야만 한다는 소린데! 복잡하다 정말! 결국 내일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지!”
머리를 긁적이며 태성은 캡슐 속을 나왔다. 그리고 내일 평원의 계곡에서 어떠한 전술을 펼쳐야 할지 고민을 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으아암… 오늘도 달려볼까……?”
눈을 부비며 세면을 한 뒤, 태성은 식사와 함께 아버지와 출근길을 나섰다.
“그렇게 피곤하면 좀 더 자다가 가지 그러냐?”
“안 돼요. 하루가 아깝단 말이에요.”
“하하, 녀석.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공부도 적당히 하면서 게임 하도록 해라.”
태성의 아버지는 그가 지금 상태에서는 공부가 아닌 넷룸을 다닌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가지고 아들을 뭐라 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아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잘 해낼 것이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헤… 알겠습니다. 아버지. 아참! 빌려 간 돈은 언제 갚으실 건가요?”
아버지는 태성의 말을 못 들은 척. 그대로 바람 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태성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버지의 레벨도 상당히 궁금한데 말이야. 어째… 모두가 열심히 게임을 하는 것에 비해, 자신들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전혀 입도 뻥긋 안하니… 어차피 지금은 말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어서 그런 걸까?”
가족들 모두는 자신들의 레벨에 대해서 아직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마치 스스로가 비밀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경우 전사라는 것과 어머니는 사제라는 것 정도만 확인 되었을 뿐, 레벨이 얼마인지, 어떠한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지는 미스터리였다.
“뭐… 시간이 지나고 가족 사냥을 하게 되면… 그땐 알게 되겠지. 그런데 언제 그런 날이 오려나…….”
부모님의 캐릭터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지 못하고, 태성은 넷룸으로 향했다.
-‘가온누리’ 님 안녕하십니까.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예.”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서 즐거운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스스스슥~!
“우선 필요한 건 다 구매했으니, 계곡으로 바로 날아가 볼까?”
손에 쥐고 있는 평원의 계곡 인근으로 향하는 이동 주문서를 찢었다.
80레벨 중반대의 유저들이 가는 곳에 68레벨의 태성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사냥을 하는 유저들의 수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간간히 주변에서 사냥을 하는 모습만 보일뿐, 계곡에서 전투를 벌이는 이들은 없었다.
“음… 이곳을 우선 뚫어야 하는데… 혼자서 뚫을 수 있을까?”
주변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함께 파티를 요청하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위인은 없어 보였다.
“할 수 없지. 혼자서 사냥을 하다보면 필요하면 지들이 오겠지.”
언데드들이 많다보니 남들의 도움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가보자.”
언데드들이 줄기차게 소환되어 있는 가운데, 태성이 말했다.
“정렬해라! 오늘부터는 지금까지 싸웠던 녀석들과는 많이 다르다. 고스트들도 특히 조심하도록 하고! 가자!”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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