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3 3권.
“이런 상태에서 저 녀석과 무슨 수로 싸운단 말이야? 오히려 많은 개체수가 있다는 게 이렇게 단점이 될 줄이야? 꼬리 공격한 번에 언데드 반 이상이 소멸이 되어버리다니?”
메쉬 스콜피온의 공격은 태성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었다.
“안되겠다. 이건 그냥 갔다가는 모조리 녹아버릴 정도니까 새로운 작전을 짜야겠어!”
소멸 된 언데드들을 모두 소환 시킨 태성. 그리고 즉시 편성을 새롭게 나누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좀비 300마리씩 짝을 짓고, 그 안에 다른 녀석들이 편성된다. 그리고 선제공격은 좀비가 우선으로 간다. 시작!”
명령에 따라 언데드들은 재빨리 편성을 나누었다.
좀비들이 300마리씩 짝을 지으면 되는 것이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주인! 우리는 어디론 가란 말인가?}
듀라한의 질문에 태성이 손을 휘휘저어 보였다.
“대충 아무 곳이나 붙어! 300마리씩이면 거의 세 개의 부류로 나뉘니까. 너희들은 각기 한 곳씩 들어가면 되잖아.”
{아하!}
듀라한은 자신의 머리를 들고 한 곳의 무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것을 1공격대라고 칭한 태성. 모든 개체들은 대다수 세 개의 부류에 공평하게 나뉘어 편성을 마쳤다.
“제 1공격대부터 빠르게 스콜피온을 향해서 돌격한다. 실시!”
우르르르~!
대략 300이상의 1공격대가 스콜피온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투칵 투칵!!
하늘로 비산하는 살점과 뼈들. 그리고 스콜피온의 꼬리 공격이 빠르게 언데드들을 찔러들어 갔다. 순식간에 중독 된 좀비들을 바라보며 태성이 소리쳤다.
“독에 걸린 좀비들 전원 자폭!”
콰쾅! 쾅!
중독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좀비들이 자폭을 진행했다. 그러자 중독에 의한 피해는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었지만, 문제는 스콜피온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안겨 줄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 상태로는 스콜피온 한 마리 잡는데, 마나를 모두 써버리겠어. 그렇다고 답이 보이지도 않고… 녀석의 독이 너무 강해…….”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의 할 일은 스콜피온의 시선을 끌어주는 것뿐이었다. 그들의 생명력으로도 독에 중독되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소멸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가급적 방어를 한다기 보다는 시선을 끌며 다른 언데드들이 타격을 입지 않게 해주는 것이 다였다. 그 외에 모든 공격은 좀비의 몫이었다.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가 당하면, 또 다른 녀석들이 그들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계속해서 좀비의 자폭은 이어졌다.
“하아… 아이템 때문에 마나가 꽤나 상승했는데도, 마나가 부족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이건 무슨 네임드 급 몬스터도 아니고…….”
새로운 유니크 아이템 이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마나 부족현상이었다.
메쉬 스콜피온을 한 마리 겨우 잡은 뒤, 태성은 안전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계곡에서 안전한 곳이란, 틈새뿐이었고, 그곳에 모든 언데드들과 태성이 쪼그리고 앉아 메쉬 스콜피온의 선제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주군…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다크 나이트의 체면에 두 무릎을 가슴팍으로 모으고 쪼그리고 앉아있는 것이 자존심 상했던 모양이었다.
“살고 싶으면 계속 그대로 있어. 마나를 다 채우기 전까지는 못 움직여. 한 마리 잡는데 모든 마나를 소진 시켰단 말이야. 마나를 모두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메쉬 스콜피온을 상대하면 우리 모두 죽는 건 당연한 일이 될 거야.”
흔들흔들.
태성은 앉은 상태에서도 연신 해골을 흔들며 빠르게 마나를 회복해 나가고 있었다.
메쉬 스콜피온이 있는 지대를 통과하는 것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고 경험치가 워낙 좋은 것도 아니었으며, 아이템은 특이하게도 해독초를 준다는 것이었다.
[푸른 잎 해독초]
설명 : 중독되었을 때, 먹게 되면 상태를 치료하며, 생명력 +1,000을 회복시켜준다.
“어차피 다른 캐릭터들이야 자기들이 싸우니까 해독초를 먹을지 몰라도, 나에겐 전혀 도움도 안되는 거잖아?”
태성은 차라리 그 해독초를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나는 필요가 없어서 안 먹을지 몰라도… 소호나수들은 독에 중독되잖아? 그럼 이것들을 이녀석들에게 먹일까?”
태성은 좀비 1번을 다급히 불렀다.
{왜 부르는 건데? 안 그래도 자폭한 것 때문에 아직도 두통이 심하구만?}
“이거 한 번 먹어보라고.”
{음? 이건 뭔데? 설마 나한테 관심 있어서 꽃을 주며 고백 따위를 하려는 거야?}
“네 눈에는 이게 꽃으로 보이냐? 그냥 풀떼기잖아.”
{그게 그거지 뭐. 어차피 꽃이나 풀이나 땅에서 자라는 건 매한가지지. 다른 건 마음의 표현 아니겠어?}
“그래그래. 알아서 생각하고. 어서 이거 한 번 먹어봐.”
태성은 해독초를 좀비 1번에게 내밀었다.
{내가 그렇게 몰상식한 좀비로 보였어? 나 최소한 남들의 성의는 무시하지 않아. 이건 내가 보관해두겠어!}
그리고는 풀떼기를 받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좀비 1번이었다.
“야야! 뭐 저런 게 다 있어? 실험 좀 해보려고 했더니… 졸지에 고백 타이밍으로 혼자 만들어 버리네. 별 그지 같이 헛소리만 하고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이번에는 다크 나이트를 불렀다.
‘이 녀석이야 뭐 먹는 것에 환장을 하고 있으니…….’
해독초를 이번에는 다크 나이트에게 내밀었다.
“이거 한 번 먹어봐.”
{헉? 주군. 이것은 무엇이옵니까?}
태성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먹으면 남자에게 직방이라는 소리가 있어. 특별히 너에게만 주는 거야.”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다크 나이트가 조심스럽게 해독초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남들이 볼새라 즉시 입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으적으적!
열심히 씹으면서도 다크 나이트의 표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컥! 커억?}
그런데 갑자기 다크 나이트가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컥컥!}
다크 나이트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한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다크 나이트의 곁으로 다가온 듀라한.
{쯧즛… 또 혼자 몰래 뭔가를 주서 처먹다가 이 꼴이 났군. 하여간 뱃속에 거지가 들었는지 원…….}
듀라한은 비웃은 뒤에 그 자리를 떠났다.
한참이나 컥컥대던 다크 나이트의 눈동자가 약간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써, 써요…….}
아무래도 해독초라는 상식은 쓴 맛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러냐? 그래도 이게 상당히 도움이 되거든. 생명력도 올려주고 말이야. 혹시나 나중에 스콜피온 사냥할 때 중독이 되면 이걸 먹도록 해.”
{시, 싫습니다. 주인. 차라리 그냥 죽는 게 편하지. 이렇게 목을 수세미로 긁어내는 느낌은 좋지 않습니다!}
“음… 그렇구만.”
웬만해서는 먹을 것을 싫어하지 않는 다크 나이트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해독초가 먹기 불편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태성은 그래서 가지고 있던 해독초를 모두 땅에 버려 버렸다.
‘이것은 상품의 가치도 없겠구나. 팔아봐야 돈도 얼마 안하는 게 눈에 훤히 보이는군. 해독하기는커녕, 먹는 사람 여럿 죽게 만들지도? 괜히 해독과 동시에 생명력 1,000이나 올려주는 게 아니었어.’
다크 나이트에 의한 실험으로 태성은 스콜피온을 잡더라도 더 이상 해독초는 줍지도 않고 있었다.
메쉬 스콜피온을 잡은 시간은 무려 2시간이 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스콜피온의 서식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들아! 좀 더 체계적으로 전투를 못하겠냐? 허구헛날 중독이나 당하니까 괴멸 상태가 되잖아! 때로는 꼬리도 좀 피해가면서 전투를 하란 말이야! 모두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
좀비 1번의 말에 듀라한이 대답했다.
{응? 지금 나보고 한 소리 맞는 거지? 여기서 머리 들고 다니는 건 나 밖에 없잖아?}
좀비 1번의 큰 소리에 언데드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가 명령을 내린다고 할지라도, 엄연한 같은 언데드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저 말 많은 좀비 1번으로 낙인 찍혀 있었고, 웬만한 말투는 자연스럽게 무시하기 일쑤였다.
전투에 관한 무시적인 발언은 전혀 들을 필요가 없었다.
“야! 너나 잘 해! 맨날 자폭 명령하면 한쪽으로 빠져 나가는 주제에. 누가 누굴 보고 지적질이야!”
{무슨 소리십니까? 말 안듣는 이것들은 그냥 자근자근 밟아야 합니다. 오늘 푸닥거리 한 번 하시죠!}
“닥치라고 좀! 너 그러다가 또 왕따 당한다?”
최근에 좀비 1번의 사악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소환자로서도 좀비 1번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녀석이 꼭 사냥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스스로 좀비 무리를 이끌고 좋은 자리르 차지하여 폭파 명령의 효율을 높이는 모습이 종종 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간히 지금과 같이 잔소리와 같은 언데드들을 무시하는 발언에서 많은 언데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휴… 솔직히 많이 힘들긴 힘들다. 니들도 다른 방도는 없지?”
{그렇습니다. 주군. 현재로서는… 독에 대한 방어를 전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구나. 역시 혼자 사냥하니 이런 점이 너무나 취약하네. 하긴 사제와 함께 파티를 한다 하더라도… 해독을 할 개체가 한 두 마리도 아니고… 해독하다가 사제 등꼴 빠지게 되겠지.”
한숨을 길게 쉬며 마나를 다시 회복시킨 태성은 스콜피온 사냥에 힘을 싣고 있었다.
한 마리를 잡고 한 번의 휴식타임으로 시간은 무척이나 오래 흘러가면서 드디어 스콜피온의 거처도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게 되었다.
“드, 드디어 통과한 것인가?”
현재까지 가장 큰 난관이었던 메쉬 스콜피온으로 인해서 무척이나 애를 먹은 태성이다. 그러나 이제 그 고생도 끝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로건의 아버지에 대한 단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데… 이거 진짜 가디우스까지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제발… 가디우스를 무찔러야 한다는 개소리만 아니면 좋겠다만…….”
지금의 상태를 본다면 가디우스만큼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불 보듯 뻔한 패배가 눈앞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일반 몬스터로 인해서 벌써부터 난관에 봉착한 태성. 그런 그에게 네임드는 감히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였다.
“퀘스트 완료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로건을 위해서라도 얼른 진행을 해보자… 녀석이 많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초롱초롱한 눈으로 6명의 아이들에게 굴하지 않은 로건에게 태성은 오히려 자신보다 용감한 면모를 느낄 수가 있었다.
‘로건이 19살인 나보다 훨씬 대단했지. 그 녀석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오스카에 대한 행방을 찾고야 말겠어.’
만약 오스카의 행방을 찾았고, 그것이 죽음이 되었을지라도, 태성은 로건이 잘 이겨낼 것이라고 다짐하며, 사냥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평원의 계곡 사냥은 하루 이틀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던전의 형식으로 수많은 몬스터들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모든 곳을 뚫어야만 가디우스가 있는 마지막 길목에 도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태성은 현재 게임 시간으로 5일째 이곳 평원의 계곡에서 전투를 진행하고 있었다.
몬스터들도 매우 막강했고, 한 번의 공격에 좀비 20마리는 먼지처럼 사라지게 만드는 무식한 파괴력을 지닌 녀석들도 존재했다. 듀라한의 머리가 한 번에 터져 나가는 것은 예삿일로. 몬스터의 가공할 무력에 언데드 군단은 두려움과 맞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