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65화 (65/134)

00065  3권.

“야! 좀비들에 비해서 내가 얼마나 무겁다고!”

{좀비들이야 죽어 있지만, 인간은 영혼의 무게라는 게 있잖소! 그런 걸 따지면 당연히 무겁지!}

“으이씨! 영혼의 무게 그게 얼마나 무겁다고…….”

태성은 더 이상 말싸움을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입을 다물었다.

하늘을 날며 밑을 바라보니 대략 50미터 상공을 날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가만 보니 자신이 날고 있는 상공의 높이는 정확하게 가디우스의 입으로 향할 수 있는 정확한 지점이었다.

“고스트들! 조금만 더 높게 날 수 없냐? 이 상태라면 가디우스가 날 잡아먹기 딱 좋잖아!”

{다이어트나 좀 하고 말하슈! 그리고 우리들은 당신의 하인이 아니오. 동료들이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계약 형태에 의해서 당신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일 뿐이지! 저 머저리들처럼 당신을 주인이나, 주군으로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오.}

이것이 바로 언데드들과 고스트의 차이점이었다.

언데드들이야 태성에게 생겨난 스킬로 인한 것들이었고, 다크 나이트는 자신이 지배를 한 대상이다. 그렇기에 충성을 맹세하고 자신을 주인이라 칭한다. 하지만 고스트는 퀘스트로 얻긴 했지만, 은혜에 대한 보상의 형태로 구속되어 있는 스킬과도 같은 것이었따.

“그, 그래. 알았으니까 최대한 힘을 좀 발휘해보라니까? 육포랑 떡갈비는 주면 잘만 먹잖아?”

{먹는 건 일한 만큼의 보수를 받는 거니까 당연한거고! 다이어트를 하시라니까!}

고스트의 경우 오히려 다른 언데드 보다 더욱 고집이 강한 듯 보였다. 그나마 고스트에 의해서 목숨을 살릴 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지금 현재 땅의 상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 많던 좀비와 스켈레톤들이 이미 모두 사라진 상태였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것도 구울과 듀라한, 다크 나이트가 전부였다.

“젠장! 생명력 조금 높은 녀석들만 남고 나머지는 다 죽었다는 건가! 안 되겠다. 이러다간 모두 전멸하면 아무런 가망이 없어져!”

그 말을 하고 잇을 때, 이미 바닥은 초토화상태가 되었다. 고스트를 보며 준비 된 말을 하려는 찰나. 고스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으악! 개룡이가 온다!}

몸은 개. 얼굴은 드래곤. 합쳐서 개룡이라고 명한 고스트는 놀란 나머지 태성을 그대로 놓치고 말았다.

“으아아악!”

상공 50미터에서 지상으로 추락한 태성.

뻐억!

-캐릭터가 사망하였습니다. 가까운 마을인 안델리카로 이동할까요?

“예…….”

-안델리카 마을에서 부활합니다.

-캐릭터 정보 상태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1시간 이후에 복구 됩니다.

-몬스터를 잡아도 떨어지는 게임머니와 경험치가 반으로 하락됩니다.

-모든 공격력이 반으로 하락됩니다.

“젠장! 소환수한테 죽어보긴 또 처음이네! 어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린 덕분에 태성은 낙사를 하고 말았다. 부활 후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태성.

“어쩌지? 다시 사냥을 가야하나? 아니면 좀 더 다른 곳에서 레벨업을 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려나…….”

생각 같아서는 후자를 택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생기고 말았다.

“어? 형!”

마을에 있던 로건이 태성으 발견하고는 달려왔던 것이다.

“어? 로건. 여기서 뭐해?”

“뭐하냐니? 마을에 내가 있는게 이상한 거야?”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

그런 태성을 바라보며 로건의 두 눈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형! 아빠는 어떻게 됐어? 찾았어?”

“응? 아직 못 찾았어.”

“그렇구나…….”

급격히 시무룩해지는 로건을 보며 태성이 한 마디 했다.

“걱정마. 금방 찾을 테니까. 안 그래도 마을에 준비 좀 하러 다시 온 거야. 금방 갈 거야. 그리고 벌써 실마리도 찾았거든.”

“저, 정말? 정말이야?”

“그럼! 이 형을 못 믿냐? 걱정 말고 잘 놀고 있어. 이 형이 빨리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올테니까.”

비록 그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태성은 잘 알고 있다. 가디우스가 밟고 있던 물건. 그것은 아마 오스카에 대한 실마리가 분명했고, 그것만 보자면 오스카는 이미 죽은 인물이라 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태성은 로건을 위해서라도 빨리 가디우스를 사냥하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힘찬@ 태성아!

그런데 그때 한백우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가온누리@ 오! 이제야 오는 거야?

힘찬@ 미안. 할 일이 좀 많았거든. 그런데 지금 뭐해?

가온누리@ 으응… 다름이 아니고, 지금 가디우스 잡으러 가려고.

힘찬@ 가디우스? 헉? 그거 네임드 아냐?

가온누리@ 응. 맞아. 네가 생각하는 그 네임드.

한백우는 가디우스를 잡는다는 소리에 매우 놀라고 있었다.

힘찬@ 혼자서 되겠어? 내가 좀 도와줄까?

가온누리@ 정말? 도와주면 나야 정말 고맙지!

힘찬@ 알았어. 내가 같이 가줄게. 그런데 지금 어디야?

둘은 서로 귓속말을 통하여 마을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곧 멀리서 한백우가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캬~! 나의 멋진 친구구나.’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자신의 친구를 보며 태성은 흐뭇해 하고 있었다.

“이거 너무 오랜 만이잖아?”

“응. 그렇지? 미안해. 내가 좀 많이 바빴거든.”

“그래? 20살이라서 사회생활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

태성은 은근슬쩍 물어보았다.

“응. 뭐 그렇지. 나도 직장 생활해야지.”

20살에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 보통은 대학생활을 해야 했지만, 한백우의 말을 들어보자면 어쩌면 여유가 되지 않아서 직장생활을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가 활짝 웃으며 하는 말에 태성은 더 이상 직업에 관해 묻지는 않았다. 둘은 곧장 파티를 신청했다.

“엇? 벌써 레벨 70이야?”

파티창으로 태성의 레벨을 확인한 한백우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응. 며칠 동안 고생 좀 했지.”

“우와! 대단한 걸?”

한백우의 레벨은 아직도 71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태성을 만난 이후 단 한 번도 게임을 하지 않은 듯 했다.

“그나저나 가디우스가 어디 있지?”

“평원의 계곡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데, 조금은 여유를 가지는 게 좋을 거야.”

“왜?”

의아한 듯 한백우가 물어 왔다.

“흐흐, 나 방금 전 가디우스를 잡다가 주어서 페널티를 받고 있는 상태거든. 어디 식당에 가서 간단하게 허기라도 채우고 가자.”

“그거 좋지. 페널티 풀릴 때까지 이야기나 좀 하자고.”

두 사람은 가까운 식당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그동안 못했던 말들을 하나 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자퇴를 했다고 했지? 자퇴는 왜 한 거야?”

“으음… 좀 힘든 일들이 많았어.”

“힘든 일? 네가?”

한백우는 태성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그가 무슨 힘든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설마… 집안이 힘들기라도 한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야.”

태성이 말끝을 흐리자, 한백우는 뭔가 이상한 점을 감지하고 더 이상 그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태성은 그런 한백우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럼 이제 검정고시 준비하겠네?”

“응. 오는 8월에 한 번 준비 해보려고.”

“그렇구나. 그 뒤엔?”

“그 뒤엔 대학 입시도 봐야 되니까. 8월 이후에 수능 공부 좀 했다가, 1년 뒤에 대학 시험 치러야지.”

“그래. 내가 도와 줄 건 없고?”

“후후, 도와줄게 뭐 있겠냐? 빨리 현실에서 얼굴이나 봤으면 좋겠다.”

“물론이지! 그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어. 그런데 너 집이 어디야?”

“XX동.”

“어? 그래? 아파트 살아? 어디 몇 호인데?”

“응. 삼X 아파트 408호. 그런데 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물어보냐? 그냥 약속잡고 만나면 되지.”

마치 조사라도 받고 있는 기분이었지만, 전혀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왜긴 인마. 불시에 찾아가려고 그러는 거지.”

한백우의 말에 태성이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음… 되도록 낮에는 집에 없을 거야.”

“왜? 자퇴 했다며? 학원이라도 다녀?”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낮에는 집에 거의 없어.”

“그렇구나… 그럼 오후에 늦게 가던가 하지 뭐. 부모님은 잘 계시고?”

그 말에 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하하, 누가 보면 잃어버린 아들이 부모님에 대해서 묻고 있는 줄 착각하겠다.”

“후후,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너희 부모님이 나에게 오죽 잘해줬어야 말이지. 나에겐 큰 은혜를 주신 분들이잖아. 당연히 보고 싶지.”

한백우는 태성의 부모님을 제 2의 부모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태성의 가족에게는 지우지 못할 고마움이 간직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 안 그래도 부모님한테 네 이야길 하니까 무척이나 궁금해 하시더라. 기회 되면 바로 와서 인사드려. 네가 죽지 않고 건장하게 잘 살아 있다고 말이야.”

“후후,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여자 친구는 없어?”

여자 친구란 말에 태성은 먹던 음식을 뿜었다.

“푸웁!”

“에이… 칠칠맞게. 왜 이래? 평생 여자 친구 하나 못 사겨 본 놈처럼?”

잠시 태성의 표정을 주목하던 한백우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설마 진짜 못 사겨 본 거야? 너 사교성 좋잖아? 더군다나 초등학교 때, 여자들이랑 말도 잘해서 인기가 많았던 걸로 아는데?”

“후… 그거야 다 옛날이야기지. 초등학교랑 지금 내 나이랑 비교를 하냐?”

“오? 그렇다 이거지? 그럼 내 처남이 되어 볼 생각은 없는가?”

그 말에 오히려 태성이 더 놀라워하고 있었다.

“처남? 너 여동생도 있었어?”

“어. 여동생 역시도 입양했어. 나 혼자 외로울 까봐. 부모님께서 여동생까지 입양하셨지.”

여동생이 있다는 말에 태성은 한백우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학교를 다닐 때 한백우는 의외로 많이 소심한 편이었다. 그래서 친구도 태성뿐이었지만, 지금 그의 표정에는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야? 어떤 여동생인지 무척이나 궁금한 걸? 나 이래봬도 얼굴 좀 따진다?”

“큭큭, 아마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나의 여동생은 내가 봐도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니까!”

“오오? 그렇게 예뻐?”

“예쁘다 뿐이냐? 여자로서 못하는 게 하나도 없다. 머리 똑똑해. 요리 잘해. 살림도 잘해. 몸매 늘씬해. 더군다나 성격도 착하지. 오빠한테도 잘하고, 어른 공경할 줄도 알고! 아주 어디 내놓기 아까울 정도야.”

동생을 보며 말하는 그의 표정에 태성은 의아한 투로 물었다.

“너… 시스콤이냐?”

“응? 맞아.”

“헉! 이 미친놈. 그런 대답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하는구나!”

“뭐 어때? 오빠가 동생을 사랑한다는데? 그래서 난 웬만하면 내 동생이 원하는 것 다 들어주고 싶어. 하물며 남자 문제까지도 내가 해결해주고 싶거든. 자식이 인기는 엄청 많으면서 주변에 있는 남자들을 보면 아주 가관이야.”

그 말을 하면서 한백우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어떤데?”

“어떠냐고? 그냥 뇌가 없다고 보면 된다. 생긴 거에 배경만 멀쩡한 놈들이 태반이다. 남자다운 녀석은 하나도 없어. 아주 빌빌대는 녀석들 뿐. 정말 밥맛 떨어진다니까. 딱 너 정도면 좋겠는데 말이야.”

눈을 흘깃하며 태성을 바라보는 한백우.

“어? 으응… 그렇게 칭찬한 네 동생이라면 나도 좋지만… 지금 나는 네가 생각하던 그 초등학교 때의 신태성이 아냐…….”

“그래? 뭐 달라져 봐야 얼마나 달라졌겠냐? 사람이 달라져도 심성은 어디 가지 않는 법이거든! 난 다른 건 몰라도 너의 심성에 반했으니까 말이야.”

“하하… 그건 어릴 때니까 그런거고…….”

말을 할 때마다 어두워지는 태성의 표정에 한백우는 뭔가 말하지 못하는 슬픔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말들을 묻지는 않았다.

“그래. 그럼 우리 아리따운 여동생님께 시간을 물어본 이후에 따로 날 잡도록 하자.”

“하하… 네 마음대로 해라.”

“캬! 아쉽다. 이놈의 기집애. 그냥 오빠랑 같은 대륙에 하자니까 물어보지도 않고 다른 대륙에 가버렸지 뭐냐.”

“그래?”

“응. 레벨은 나랑 비슷한데… 이건 뭐 중앙 대륙에서 만나면 칼부림 먼저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후후, 칼부림이라? 우리 부모님도 지금 각기 다른 대륙에 계시거든. 아마 나도 처음 만날 때는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하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웃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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