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68화 (68/134)

00068  3권.

“그렇게 좋으면 그거 너 써.”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너는?”

“나? 이렇게 퀘스트 완료했으면 됐지 뭘. 어차피 너 단검이면 너의 클래스에도 맞는 무기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레어 아이템을 선뜻 건네는 태성을 바라보며 한백우는 황당한 듯 말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힘겹게 얻은 아이템인데 이렇게 쉽게 나에게 줘도 되는 거냐?”

“뭐 어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친구에게 준다는데? 그게 잘못 된 거야? 가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는 태성은 먼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백우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마워. 덕분에 오늘 완전 눈이 호강하고 아이템도 득템하게 되었구나.”

“그런 소리 좀 그만해라. 난 너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니까? 네가 같이 도와준 덕분에 가디우스를 쓰러뜨릴 수 있었어.”

태성의 표정을 바라보는 한백우는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랜 친구라고 하지만,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서 아이템은 현금으로 치부가 될 수가 있기 때문에, 옵션이 좋은 레어의 무기를 쉽게 건넬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러나 친구라는 이유로 아이템 조차 확인하지 않고 자신에게 준 것에 대해 절로 감동을 받게 되었다.

“이렇든 저렇든! 정말 고맙고. 낭 이만 나가봐야겠다.”

한백우는 사냥터를 빠져 나온 후 로그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태성은 아쉬운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 오면 곧장 귓말해. 또 보자고.”

“응~! 알았어!”

그렇게 한백우의 모습이 사라지고, 태성은 오스카의 유품을 들고 로건의 집으로 향했다.

노을이 지며 날은 어느새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태성은 로건의 집 문을 두드렸다.

똑똑.

“누구세요?”

내부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저예요.”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 적이 없기 때문에, 단지 목소리를 기억하기를 바라며 대답을 하는 태성. 그리고 문이 열리며 태성의 얼굴을 확인한 로건의 어머니는 곧장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여, 역시 그이는 죽은 거였군요… 흑흑…….”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습니다. 어디에서도 유골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흑… 무심한 사람. 로건과 나는 어떻게 하라고… 흑흑.”

그녀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태성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 형 왔구나!”

로건이  태성을 발견하고 문 앞까지 달려왔다.

“그래. 로건. 잘 지내고 있었어?”

“응! 씩씩하게 말야! 아버지의 소식을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지! 그런데 아버지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에게 아버지에 대해서 묻고 있는 로건을 바라보며, 태성은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 저… 그게 말이야…….”

태성은 조심스럽게 오스카의 물건을 내려놓았다.

“이게 뭐야?”

로건의 말에 태성은 그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너의 아버지 것이란다. 로건.”

“아버지의 것?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데? 왜 이것만 있어?”

조금씩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로건. 어린 나이였지만 이미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로건. 너의 아버지는 정말 훌륭한 전사셨다. 그 누구보다도 말이지. 그러니까 힘내. 알겠지??”

태성은 오스카가 쓰던 장검과 활. 그리고 가방을 로건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버지 못지않은 훌륭한 전사가 되어라.”

오스카의 마지막 유품을 로건에게 모두 맡긴 태성. 그리고 로건은 그런 모든 것을 작은 품에 모두 담고 있었다.

“응! 반드시 나는 훌륭한 전사가 될 거야!”

로건의 눈에서 흐르려고 하던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아이답지 않게 눈물을 억누르며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행방불명 된 오스카를 찾아라.’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퀘스트에 대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 맞게 아무런 보상은 주어지지 않았으며, 경험치도 오르지 않았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아닙니다. 은혜는 무슨…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녀는 오히려 로건 보다 남편이 살아 있을 것이라 희망한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남은 유물뿐. 그 사실에 마음이 텅 비어버린 느낌을 받고 있었다.

앞으로 두 모자가 어떻게 살지가 걱정 된 태성은 인벤토리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었다.

“약소하지만 이걸로 로건을 키우는데 보태 쓰십시오.”

그가 건넨 것은 100골드였다.

“이, 이렇게 많은 골드를?”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품팔이를 하면서 그녀가 한 달에 버는 금액은 고작 10실버 남짓. 100골드라면 로건이 장성할 때까지 매우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바, 받을 수 없습니다.”

“아뇨. 반드시 받으십시오. 그리고 이 돈으로 로건에게 많은 것을 해주세요. 로건은 앞으로 많은 미래를 보게 될 겁니다. 어머니가 지탱을 해주셔야죠.”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이윽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태성이 조심스레 다가갔다. 하지만 눈물을 닦아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로건의 어머니였으며, 자신이 그녀의 눈물까지 닦아줄 만한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토닥여주며, 그녀가 눈물을 멈추어 갈 때 쯤 태성은 집을 나섰다.

“착한 일 하니까 기분 좋은데?”

나름대로 힘겨운 가정에 보탬이 되었다는 생각에 어깨의 무게가 조금은 덜해지는 것 같았다.

“형!”

멀리서 들리는 로건의 목소리. 뒤를 돌아보자, 로건이 태성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로건. 왜 나왔니? 엄마 곁에 있어야지.”

“아니, 그게 아니고. 엄마가 이걸 형한테 가져다주라고 하더라고.”

“이게 뭔데?”

로건은 손에 들린 것을 태성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몰라. 아버지 가방을 보니까 그 안에서 이게 나왔어.”

로건이 내민 것은 양피지로 된 두루마리였다.

“이게 뭐지?”

두루마리를 펼친 순간 태성은 크게 놀라고 말았다.

[신비의 탑의 위치가 적힌 지도]

설명 :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탑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다. 이곳에 가면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강력한 힘? 일반적인 던전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

과연 강력한 힘이 아이템을 말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던전에서 나오는 스킬 북에 대한 것인지 태성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만약 후자의 경우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스킬이 될 수가 있기 때문에 크게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형. 왜 그래?”

“응? 아, 아냐. 그런데 로건. 이걸 형이 가져도 되겠니?”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형한테는 뭐든지 줘도 아깝지 않아! 그럼 난 엄마한테 가볼게. 형 또 놀러와!”

“그래. 알았어. 어머니 말씀 잘 듣고!”

로건은 손을 흔들며 자신의 집으로 달려 갔고, 태성은 한참이나 그 자리에서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도가 뭔가 이상하다. 분명 이건 남쪽 대륙의 가장 끝부분인 것 같은데…….’

우연히도 그 지도는 남대륙의 최강자들만이 모여 있다는 지형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니, 가리키기 보다는 거기서부터 시작을 한다고 보면 되었다.

‘문젠 그것만이 아니야. 지도의 일정부분부터 흐릿해… 뭔가 다른 일을 벌여야 하는 것인가?’

강력한 힘이라는 것에 대한 실마리는 바로 이 지도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가 알려주는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흐흐흐! 어차피 가야 할 곳이었던 남대륙의 끝단! 차라리 잘 됐지. 남대륙 최강자들이 몰려 있는 끝단으로 가볼까?’

태성은 그 길로 즉시, 남대륙의 끝단을 향했다. 그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게임 시작이래 많은 고레벨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00레벨이 넘었음에도 아직 남대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고수들이 바로 남대륙 끝단에 위치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몬스터를 잡는 모습을 보며, 태성 역시도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며 몬스터 사냥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감만으로 남대륙 최고의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없다는 것을 순식간에 깨닫고 말았다.

“이씨… 내참 서러워서…….”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난 언데드 군단과 태성의 모습은 만신창이였다.

“뭐가 이렇게 강해?”

{주, 주군… 부끄럽습니다.}

다크 나이트의 곁에서 듀라한이 당당히 서 보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놈아! 너만 부끄럽겠지! 난 전혀 안 부끄럽다!}

{금이 간 네 대가리나 본드로 붙이고 말하시지. 그러다 금방 소환 해제 될 것 같군.}

{크윽… 고, 골수가 흘러나온다!!}

남대륙 최고의 끝단!

이곳은 아직 태성이 범접하기에는 너무나 막강한 장소였다. 그랬기에 이곳은 현 상태에서는 무리라는 것을 알고, 사냥 5분 만에 포기를 하며, 지도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것은 레벨을 더 올리고 난 뒤에 정하기로 했다.

태성이 오스카에 대한 퀘스트를 진행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마을에는 태성이 로건 가족의 부탁을 들어 주었다는 소문이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태성이 흑마법사라는 것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유저들과 마찬가지의 대우를 받게 되면서 지금까지 얻었던 안 좋은 이미지는 모두 탈피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대우는 모든 흑마법사들이 아닌, 태성 한 명에게만 통용되는 것이었다.

흑마법사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는 소문에 의해서 많은 유저들이 다시금 흑마법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혹독한 멸시를 견디지 못하고, 캐릭터를 포기하며 삭제하는 유저는 여전하기만 했다.

“지도를 본다면 이건 남대륙 끝단이 아닌… 중앙 대륙으로 나가라는 말도 될 거야. 희미하지만 길이 더 먼곳으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레벨을 먼저 올리는 것이 시급하겠군.”

단 한 번의 짧지만 처참한 패배로 태성은 당분간 남대륙의 끝단은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끝단의 몬스터들은 일반적인 몬스터라고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대다수 유저들이 파티를 이루며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태성의 레벨을 알고 그에게 파티를 걸어 줄 위인은 아무도 없었다.

남대륙 끝단에 위치한 유저들은 최저 90레벨부터 시작해서 많게는 110레벨까지 도달해 있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110레벨의 유저들도 아직 중앙 대륙을 넘어가보질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디… 애들 간식이나 좀 살까?”

식당으로 향하던 태성의 눈이 크게 떠졌다.

‘유화영!’

자신에게 거짓말과 비웃음을 날린 유화영! 그때의 치육을 잊지 않고 있는 태성은 그녀를 보자마자 눈에 불이 켜질 정도였다.

‘그래… 잘됐네. 너도 박종호처럼 만들어주지.’

유화영은 친구들과 사냥을 하기 위해 식당에 모여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다행이라면 이진호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진호만 없다 이거지? 박종호를 통해서 대충 이진호 이외의 녀석들의 레벨과 실력은 대략 알 것 같으니까 한꺼번에 전원 쓸어주마…….’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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