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69화 (69/134)

00069  3권.

태성은 그들이 사냥을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속에는 박종호 또한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큭큭… 재밌군. 네놈에게는 보너스를 더욱 듬뿍 줘야겠어.’

이진호가 빠진 그들 일행은 50레벨 미만의 사냥터를 찾아갔다. 그들을 죽이고 얻게 될 페널티 따위는 전혀 의식하지도 않고 있었다.

그들 모두 합쳐서 5명으로 여자 셋, 남자 둘로 구성되어 있었다.

‘유화영… 남자친구가 이진호인데 별로 안 도와줬나보지? 아직까지 그 꼴인걸 보면 말이야.’

2차 전직을 못한 것으로 판단되는 유화영의 모습은 괴롭히기조차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태성의 머릿속 생각일 뿐, 그의 마음속 감전은 전혀 달랐다.

자신이 약자일 때 당했던 수모를 지금 그들에게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얘들아. 난 최대한 뒤에 빠져서 힐 할 테니까 마음 편하게 사냥해.”

“알았어. 걱정 마.”

아이들은 유화영의 말을 듣고 힘찬 대답을 했다.

유화영의 직업은 힐러로 보였다. 캐릭터들에게 생명력과 각종 버퍼를 불어넣어주며 파티의 생명줄을 담당하고 있는 직업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신나게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을 때, 태성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유화영의 뒤에 천천히 다가간 태성. 유화영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엇? 넌!”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태성을 보며 유화영은 깜짝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른 아이들은 몬스터를 잡느라 이 같은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네가 여긴 웬일이야?”

그녀는 약간 당황한 것 같은 표정을 짓다 이내 정색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 모습에 태성이 감탄했다.

“오?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박종호가 당한 소식을 분명히 들었을 텐데 말이야.”

움찔.

태성의 말에 유화영의 어깨가 아주 조금이나마 움직인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유화영은 애써 태연한척 하며 말했다.

“그거야 약하니까 죽은 거지. 그리고 어차피 죽어봐야 캐릭터 아니겠어? 죽는다고 손해 보는 거는 경험치 밖에 없잖아?”

“큭큭, 그렇지? 하긴. 그런 걸로 복수를 한다고 생각한 내가 참 어리석다. 그치?”

“그래. 어리석은 생각 끝났으면 그만 가봐.”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는 유화영 때문에 태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고 있었다.

게임에서의 복수는 이렇게 쉽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두 번 죽였다고 해서 그들에게 복수를 마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태성이다.

그들이 열이 받고, 더 이상 게임을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만드는 것. 그것이 태성의 목표였다.

“잘 들어…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너희들은 내 앞에 서면 모조리 벌벌 떨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레벨도 올려보지 못하고 이 게임을 떠나야 할 테니까 말이야.”

“흥! 웃기고 있네. 이 넓은 게임 세상에서 네가 우리들을 언제까지 쫓아다닐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수백 수천 개는 되는 마을에 과연 네가 모두 다 자리 할 수 있을까?”

“후후, 다연히 할 수 없겠지.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약속할 수 있어. 너희들이 고생고생해서 올려놓은 경험치를 나는 너희들을 만날 때마다 죽여서 없애버릴 수가 있따는 거!”

태성이 유화영의 귀에 대고 속삭였을 때, 그녀가 태성을 바라보았다.

얼굴과 얼굴이 금방이라도 부딪치려고 하는 순간, 유화영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고 있었다. 태성은 그런 그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앗! 저놈 신태성 아냐?”

“저놈이 여긴 또 어떻게 나타난 거야?”

그제야 태성을 발견한 친구들이 일제히 두 사람의 주변으로 몰려 들기 시작했다.

“이 자식이 아주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왔구나? 왜? 진호가 없으니까 네가 활개 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냐?”

“큭큭… 당연한 것 아냐? 이진호가 없는 너희들 따위는 나에겐 아무것도 아냐. 그러니 그녀석이 없을 때 활개를 쳐야지? 안 그래?”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말하고 있는 태성을 보며 한 녀석이 검을 휘둘렀다.

“스컬 실드!”

솨솨솨솩~!

해골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공격을 튕겨버렸다.

“윽! 제길 저건 또 뭐야?”

검이 튕겨져 나간 녀석을 바라보며 태성이 친절히 설명했다.

“스컬 실드라고 해골 하나에 500까지의 공격력을 막아주는 거다. 하지만 해골 하나가 사라지지 않은 걸 보면 네놈도 공격력이 500을 넘지 못한다는 소리겠지? 자…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는 여기까지만 하고 죽어줘야겠는데?”

태성의 말에 그들 모두는 태성을 향해 적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 모두에게 적대감이 형성되는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그들 모두의 얼굴이 약간 당혹감에 물들었다.

“어차피 정상적인 대결은 나에겐 힘들거든. 그래서 난 너희들을 모두 죽이고 살인자가 될 각오를 하고 있어. 그러니 다들 무조건 죽는다고 생각하라고.”

말을 마치고 태성은 몇 마리의 언데드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뭐야? 고작 이정도로 우리를 상대하겠다는 거야? 저번보다 더 약해진 거 아니냐?”

예전 분수대에서 태성이 소환한 것을 지켜보았던 한 녀석이 말했다. 그러자 박종호는 이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듯, 조금씩 뒤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홀리 어택!”

파파팡~!

유화영은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소환 된 좀비를 향해 스킬을 시전했다.

홀리 어택은 신성력이 깃든 마법으로 언데드 몬스터에게는 몇 배의 공격력을 발휘할 수가 있는 특징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공격을 받은 좀비들은 순식간에 신성력 데미지를 입고 그 자리에서 사라져 갔다.

“뭐야? 별거 아닌데?”

자신이 한 번에 좀비를 없애버리자 유화영은 자신감이 생긴 듯 했고, 얼굴도 갑자기 화색이 돌기 시작했따.

“오~? 대단한데? 그런데 그 홀리 어택을 몇 번이나 쓸 수 있는지 상당히 궁금하네?”

그 말을 끝으로 태성은 자신이 소환 할 수 있는 모든 언데드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스슥! 스스슥! 스스스스슥~!

주변은 삽시간에 언데드들로 들끓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 앞에 그들 다섯 명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항 하는 것들은 모두 밟아 죽여라!”

{예! 주군!}

{예! 주인!}

{예!}

다크 나이트와, 듀라한. 그리고 좀비 1번은 태성의 목소리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것인지 모두가 진지하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스칵 스칵!

언데드가 한 번 씩만 손을 휘둘러도, 이 자리에서 버티고 있을 수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네 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 있던 유화영은 아직 아무런 공격도 당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왜 난 살려둔 거지?”

“후후…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나도 일종의 대리만족은 해야지?”

“대리만족? 그게 무슨 뜻이야?”

“널 괴롭히고 나서 이진호가 열받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정도랄까?”

그녀는 그에 대해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신태성! 날 건드리는 건 좋아. 하지만 이진호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야.”

“큭큭… 잘 알지.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는 거 말이야. 그래서 나도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거든!”

눈에 힘을 주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는 태성. 그런 그를 향해 유화영이 물었다.

“너 뭔가 착각하나본데… 이진호가 게임에서 당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아?”

“글세? 뭐 기껏해야 학교에서 애들을 더 괴롭히기 밖에 더하겠어?”

그 말에 유화영이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 넌 이진호를 잘 몰라. 게임에서 괴롭힘을 당하게 되면 이진호는 반드시 너를 현실에서 찾아 낼거야.”

“오호? 그 정도까지?”

“물론이지. 너도 알다시피 이진호의 환경은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야. 절대로 무시할 수가 없다고. 아마 큰 사고를 치더라도, 모든 것이 무마 될 수 있을 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야. 오히려 너만 피를 보겠지.”

그 말에 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지만, 그녀가 보는 앞에서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괜찮아… 그럼 나도 당하는 만큼 반드시 곱절의 곱절로 갚아 줄 테니까… 얼마든지 바란다고 전해줘.”

태성이 자신의 귀에 대고 속삭이자, 유화영은 몸이 굳어가고 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한 남자를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흥! 어디 죽일 테면 죽여 봐. 그런다고 내가 눈 하나 깜빡 할 줄 알아?”

“그래… 넌 좀 더 특별히 죽었으면 해. 왜냐고? 그래야만 이진호가 더 열 받아할 테니까 말이야.”

태성은 손가락으로 지시했다. 그런데 그 손가락의 지시를 받고 나온 것은 바로 좀비 1번이었다.

{흐흠…….}

등장부터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좀비 1번이 물었따.

{네 이년.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이, 이건 지금 무슨 헛소릴 하는 거야?”

황당함으로 물들어 있는 유화영을 보며 좀비 1번이 따끔하게 소리 쳤다.

{그 입 다물라!}

마치 죄인을 훈계하는 것처럼 말하며 좀비 1번이 그녀에게 들러붙었다.

“이, 이거 떨어지지 못해? 더럽게 어디서 붙는 거야?”

{더, 더럽다니? 이년아! 남자한테 들러붙어 사는 것보다 이게 더 낫지 않아?}

“뭐라고? 내가 언제 남자한테 들러붙었다고 그래!”

{웃기고 있네. 방금 죽은 녀석들만 봐도 뻔하더라. 아주 그냥 남자를 살살 홀리려고 별 짓을 다하고 앉아 있는 걸 내가 못 본 줄 알아?}

“난 그렇게 저급한 여자가 아니거든?”

{저급한 게 아니긴 개뿔! 나보다 더 악취가 진동한다!}

한 번에 죽이는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괴롭히는 것을 택한 태성은 잠시 좀비 1번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다.

좀비 1번은 그녀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듯, 붙어서 침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아아악! 더러워! 떨어지라고!!”

{죽어도 안 떨어진다. 이 년! 나의 흘러넘치는 고름 공격을 받아라!}

온몸이 썩은 피부와 선혈로 뒤덮여 있는 좀비 1번. 그런 좀비에게는 곳곳에 고름이 묻어 있었다. 그런 고름을 유화영에게 묻히기 시작하자, 유화영은 기겁을 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느낌이 상당히 거부감이 들었나보다.

좀비 1번은 유화영이 싫어하는 모든 짓을 혼자 해내고 있었고, 좀비 한 마리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유화영은 좀비 1번에게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녀는 지쳐가고 있었고, 태성은 몇 마리의 좀비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좀비 몇 마리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1분대 전원 익스플로전!”

쿠콰콰콰쾅!

유화영은 1분대의 자폭을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후 그들이 또다시 마을에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를 찾아보았지만, 유화영의 일행은 더 이상 게임 속에서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휴… 이제 한 놈만 남게 된 건가? 아니지… 네놈들이내 눈에 뛸 때마다 죽일 거니까 복수는 무한으로 반복 된다…….”

혹시나 살인자의 페널티로 인해서 자신을 공격하는 유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는 빠르게 주변을 벗어났다. 그리고 오늘 있는 복수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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