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0 3권.
“제길! 진호에게 말하자!”
“그래. 그 새끼 자퇴를 하더니, 아주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아.”
“그뿐만이 아니야. 이놈 레벨이 좀 높다고 우리를 아주 깔보고 있어. 제까짓 놈이 아무리 잘나봐야 돈으로 온몸을 치장한 진호보다 잘났겠어?”
방금 당한 이들이 이진호라면 자신들의 복수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어느새 게임 속의 일을 현실이 아닌, 게임으로 풀려고 하고 있었다. 그만큼 게임에서 당한 모욕을 크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녀석이 전화기를 들어 이진호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진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폭발할 정도로 흥분해 있었고, 그 즉시 유화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그 새끼한테 당했다며?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애들이 다 말했으니까 ㅇ라지. 근데 넌 그런 일을 당하고도 나한테 아무런 말도 안하냐?
-뭐… 그런 일 말해서 뭐해? 어차피 게임 일 뿐인데.
유화영은 태성에 대한 사실을 이진호에게 전할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봐. 그 새끼가 감히 우리한테 이딴 짓을 벌일 위인이나 되었어? 자퇴를 했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나본데, 아주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본때? 뭘 생각하길래 그래?“
-큭큭, 넌 몰라도 돼. 아마 그 녀석 집안이 발칵 뒤집힐 테니까.
유화영은 이진호가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평소 알고 있는 이진호는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을 정도였다. 사고를 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아버지가 모든 것을 무마시켜 주었기 때문에,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아무에게나 폭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인물이었다. 그렇다보니 앞으로 이진호가 행할 행동에 대해서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유화영.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어…….’
유화영은 더 이상 이진호가 사고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분명 이번에도 이진호가 뭔가 큰 일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이 들고 있었지만, 이진호를 말릴 수 있는 용기는 없는 그녀였다.
***
“음… 아이템을 좀 정리해볼까? 조금 특별한 옵션들은 따로 모아뒀는데… 그 사람한테 팔아봐?”
그동안 온갖 사냥터를 돌아다니며 많은 아이템을 획득한 태성이다. 물론 값어치가 뛰어난 것은 크게 없었으며, 대다수가 매직 아이템들 이었다. 이 중에서도 옵션이 좋은 것들은 따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팔기 위해 대장장이에게 향했다.
“계십니까?”
빛의 드워프 가게.
그가 자주 광물을 팔았던 타베드가 있는 상점이다.
개인으로서 이런 상점을 하나 차리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금액이 필요했다. 허나, 사냥을 하는 유저들과 다르게 대장장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대장간. 그래서 초반의 모든 금액과 더불어 현금까지 투입을 해야 되는 직업이 대장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오셨소?”
그가 웃는 얼굴로 태성을 맞이했다.
“네. 안녕하셨어요? 오늘은 광물은 몇 가지 없고요. 매직 아이템을 팔러 왔습니다.”
“아이템을요?”
“네. 옵션이 제가 생각했을 때, 그래도 쓸 만한 것들만 모았거든요.”
쓸 만한 옵션의 아이템의 경우 대장장이들 역시도 많이 구입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것들만 모아서 가져와 준 태성을 고맙게 바라보는 그였다.
“오호? 어디 한 번 봅시다.”
타베드는 태성이 내려놓은 아이템들을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음… 정말 돈이 될 만한 옵션을 가진 아이템이 몇 가지 있긴 하군요. 하지만 다른 건 쉽게 만들 수 있는 옵션들이라 저에게 큰 필요는 없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럼 돈이 될 만한 것들만 팔겠습니다.”
“그럽시다. 어디보자… 이거랑 이거…….”
그는 옵션 중에서도 대부분 추가 공격력이 들어가는 옵션들만을 위주로 모두 매입을 했다.
“다 합쳐서 한 40골드면 되겠소?”
“어이쿠? 그 정도면 감사하죠.”
최상의 옵션도 아니었기에, 5개의 아이템 가격은 고작 40골드 밖에 하지 않았다.
“음… 뭐 이제 나의 단골이 된 듯하니, 30골드와 아이템 하나를 드리면 안 되겠소?”
“아이템이요?”
“그렇소. 단골이니 싸게 드린다고 생각하고 드리리다. 단골이 유치를 해야 나도 먹고 사는 거니까. 첫 아이템 거래는 내가 인심 쓰는 셈 치는 걸로 하죠.”
그는 진열 되어 있는 것들 중에 하나를 꺼내어 태성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건?”
“영혼의 막대라는 아이템이요.”
“영혼의 막대요?”
“그렇소. 대장장이다보니까 이제는 대상의 외형만 봐도 그가 어떠한 직업이고, 어떤 스킬들을 구사하는지 대충 알 수 있소. 그런데 손에 들고 있는 해골과 여러모로 보아, 마법사 계열은 확실한데, 조금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었소. 그렇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암흑계열 마법사니까 당연히 해골을 들고 있을 것이라 판단한 거요.”
그의 눈썰미가 대단하다고 할 수는 없다. 웬만한 유저들은 대상의 아이템만 보고서도 일정하게 직업과 특성 정도는 구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암흑계열 마법사들이 착용하면 좋은 지팡이지. 무게도 무겁지 않아서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을 거요.”
[영혼의 막대]
설명 : 대장장이 타베드가 제작한 아이템.
등급 : 매직 ++
착용 조건 : 60레벨 이상
물리 공격력 : 0
마법 공격력 : 700
옵션 : 마나 +220 상승
지능 +6 상승
시클 재사용 시간 20% 감소
소환수의 생명력 +50 상승
‘매직 치고는 상당히 옵션이 괜찮은데? 이걸 고작 10골드로 나에게 주겠다고? 헐! 완전 횡재했다!’
태성은 아이템을 바라보다 한 마디 했다.
“그런데 제가 소환수를 부리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후후, 그거야 감인게지요. 어때? 쓸만은 합니까?”
“네. 나름 괜찮네요.”
태성은 눈에 보이는 옵션만으로도 그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뭘요. 아! 그리고 지금처럼 괜찮은 옵션이나, 뭔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옵션들이 있는 아이템은 나에게 모두 가져다 주시오. 그럼 내가 가격은 제대로 쳐드리지.”
“하하, 알겠습니다. 아이템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잘 가시오.”
그에게 받은 30골드와 아이템을 가지고 상점을 나왔다. 타베드는 가게 앞에까지 나와 그를 배웅해 주었다.
‘슬슬 배가 고파오는 것 같은데? 식사라도 좀 할까?’
태성은 잠시 모든 것을 접어두고, 넷룸에서 나와 식당에서 TV를 보며 허기를 채웠다. 최근에 여기저기 할 것 없이 대다수의 TV 화면은 레전드 오브 판타지로 고정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현재 시청률은 매일 70%가 넘는 기적적인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한국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선정 된지 오래 였다.
많은 가정들이 밤만 되면 드라마를 시청한다고 하지만, 이제는 국민 게임이 되어버린 레전드 오브 판타지를 시청하는 가정들이 더 많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을 정도였다.
외식을 나가도 뒤풀이로 넷룸으로 들어갈 정도였으니, 더 이상 설명을 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TV영상에는 이번에 새롭게 진행 될 공성전에 관한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성전은 각 대륙마다 진행이 되게 되어 있는데, 수많은 마을 중 가장 큰 도시나 마을에 존재하는 성을 함락하는 것이다.
초반의 공성전은 아무도 없는 성의 주인이 되기 위해, 수많은 길드끼리 접전을 펼치며 성안에 가장 많은 수가 남아 있는 길드가 성의 주인이 된다.
공성전은 반드시 길드만이 참여가 가능하고, 길드가 아닌 개인은 공성전에 참가해도 의미가 없었다.
공정전이라고 해서 유저들에게 반드시 유익한 경쟁은 아니다. 공성전에서 죽게 되면 경험치가 하락하기 때문이었다. 반드시 필승이 아닌 이상, 많은 길드원들은 죽음이라는 페널티를 피하고 싶어 하지만, 길드장의 마음이란 그렇지가 않았다. 길드원들의 희생을 치러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것이 바로 성이라는 존재였다.
이런 성을 얻게 되면 길드장은 성주가 되면서 각 마을에서 판매되는 물품들의 가격 10%를 성주가 정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런 10%의 수익은 유저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성을 차지한 이후 길드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 또한 엄청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유저들은 거대한 길드에 가입을 하려 하는 것이고, 거대한 길드들 또한 저레벨의 유저보다 고레벨의 유저들을 길드에 영입시킴으로서 길드의 힘을 증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음… 공성전이라. 어차피 나랑은 상관이 없는 거겠지.”
게임에서 무슨 일이 생기고, 유저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던지 태성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는 오로지 복수라는 것 하나 밖에 염두에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복수 외에도 친구와의 만남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공성전에 관한 자체적으로 만든 영상이 화면으로 소개가 되기 시작했다. 그 장면은 수백 명 정도의 싸움이 아닌 수천 명이 벌이는 전투를 영상에 담고 있었다. 곳곳에 공성병기도 존재하는 등 공성전은 더욱 열전을 띠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태성 역시도 공성전이라는 것에 참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휴… 그냥 접자. 내 꼴에 무슨 공성전이야. 저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쓰고 싶진 않다…….”
그렇게 행해지는 첫 번째의 공성전. 태성은 그와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으나, 남대륙의 길드장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사실을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휴… 역시 힘든데?”
그의 레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남대륙 끝단을 가기 위해서 본격적인 레벨업을 위한 사냥을 한지도 며칠이 지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레벨은 현재 74레벨을 기록하고 있다.
“어디보자…….”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현재 시각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 마리만 더 잡고 휴식을 취하도록 할까?”
태성은 언데드들을게 명령을 내렸고, 이후 마지막 몬스터가 바닥에 쓰러지자, 그 부유물을 챙기고는 높은 바위로 올라가 외쳤다.
“모두들 정말 수고 많았다. 사냥을 통해서 너희들이 나에게 보여준 충성심! 너무나 잘 받았다!”
허우! 허우! 허우!
“그래서 그에 대한 보답을 내릴까 한다!”
떡! 갈! 비! 떡! 갈! 비!
수많은 언데드들이 떡갈비를 외치고 나섰다. 하지만 태성은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정말 그대들은 떡갈비에 만족하는가?”
허우!!
언데드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크게 외쳤다.
“그렇단 말이지? 떡갈비에 만족을 한다? 이거 정말 실망이군!”
웅성웅성.
태성의 이런 말에 언데드들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떡갈비 보다 더한 간식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떡갈비만을 제공할 생각은 없다. 이제 그대들도 노력의 대가를 받아야하지 않겠는가?”
태성의 외침에 눈빛이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는 언데드들.
{주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인! 설마 떡갈비를 안주겠다는 건 아니겠지?}
{이런 멍청한 듀라한! 주인의 말씀은 떡갈비 보다 더 굉장한 것을 제공해주시겠다는 소리지 않은가?}
다크 나이트가 태성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있었다.
“그렇다. 다크 나이트의 말대로 오늘 너희들에게 회식을 제공하려고 한다.”
{회식? 그게 뭐야? 먹는 거야?}
좀비 1번이 다가와 물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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