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1 3권.
“당연하지! 회식이란 모두가 함께 모여서 음식을 먹는 것을 뜻한다. 물론 너희들이 지금까지 한 육포나 떡갈비를 들고 모여서 먹은 것 역시도 회식이 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휴식을 취하면서 먹는 간식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럼 오늘은 간식이 아니라는 뜻인 거야?}
“그래. 오늘은 간식이 아니다! 바로 회식이다! 마음껏 먹고 놀 수 있는 기회를 너희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정기적으로 이제부터 한 번씩의 회식은 시켜주기로 마음먹은 태성. 비록 육포나 떡갈비로 인해서 많은 지출이 생기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적자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한 번씩 레어를 통해서 일정한 골드를 모으고 있는 것은 물론, 부족한 적자에 해당하는 부분은 땅을 파서 광물로 매우고 있었다.
“오늘의 회식은 중화반점요리다!”
{주군! 중화반점? 그게 무엇입니까?}
{혹시 어룩ㄹ에 있는 엄청나게 큰 점을 말하는 것 아닌가?}
중화반점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언데드들은 각종 추리를 해보기 시작했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저기 오는구나!”
그때 저 멀리서 철가방을 든 다섯 명의 인물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휴… 정말 먼 곳에서 사냥을 하시네요. 그나저나 왜 이렇게 많은 양을 주문했는지 궁금했는데, 이 광경을 보니까 알 것 같습니다.”
그들은 유저가 아닌 NPC로서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종업원들이었다. 다섯 명의 NPC는 태성의 곁으로 다가와 철가방을 열었다.
짭쪼름한 향기가 주변을 삽시간에 매우기 시작했고, 그 향기에 모든 언데드들은 이끌리고 있었다.
{헛! 이것은 대체 무슨 향기란 말인가?}
{괘, 괜찮은데? 떡갈비 못지않아!}
철가방 다섯 개에서 나오는 중화요리는 이곳에 있는 모든 언데드들이 먹을 만큼의 음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철가방 역시 인벤토리의 형식이었기 때문에,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규모가 아닌, 내부 자체는 엄청난 양을 수용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드시고 나신 접시는 한 곳에 놓아두면 알아서 사라질 겁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음식을 산더미 같이 내려놓은 종업원들이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갔다.
“자! 보아라. 이것이 바로 중화반점 요리들이다!”
요리는 지금까지 언데드들이 보지 못했던 탕수육, 팔보채, 잡채. 그리고 중화반점의 대표요리 짬뽕과 짜장면 등이 수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 각자 입맛에 맞게 짬뽕과 짜장면 하나씩을 들고 가라. 그리고 한 분대 당 탕수육과 팔보채 하나씩을 가지고 간다. 실시!!”
우르르르르르~!
언데드들이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산더미 같이 쌓여 있던 음식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후 모든 음식이 사라졌다.
‘어쭈? 이것들 봐라? 내가 먹을 것 정도는 좀 남겨 놓지… 이놈들 중에 밑장빼기 한 놈도 있나보군.’
언데드 인원보다 많이 주문한 음식들은 단 하나도 남지 않고 모조리 사라졌다. 그렇다는 것은 누군가가 음식을 더 들고 갔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았다.
‘뭐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이 자주 있을 것도 아니니 용서해 주지. 부디 많이 먹기를…….’
누군가 부정적인 행위를 했음에도 태성은 크게 화를 내지 않았다.
언데드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상태가 되었고, 모두는 태성에게 시선이 쏠렸다.
중. 화. 반. 점! 중. 화. 반. 점!
“그동안 모두 수고가 많았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달라는 뜻으로 너희들에게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많이! 그리고 맛있게 먹어라!”
태성이 소리 높여 외치자, 언데드들 모두는 그릇 하나씩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허우!
함성과 함께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언데드들.
후루룹! 쩝쩝!
누군가 듣는다면 근처에서 공장 하나가 돌아가고 있을 정도의 요란한 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단체가 모여서 음식을 섭취하는 소리는 과히 상상도 못하는 수준이었다.
{오오! 이 맛이란? 떡갈비와는 사뭇 다른 맛이로구나!}
{굉장한데? 이 짭쪼름한 맛! 멋지구나!}
음식 앞에 모두는 각자가 탄성을 내지르며 목으로 삼키기 시작했다.
{난 숙녀니까 저걸 줘!}
좀비 1번이 탕수육을 가리키며 말했다.
“음? 뭔 소리야? 짜장면 싫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태성이 좀비 1번을 향해 넌지시 물었다.
{어찌 여자가 천박하게 입술에 시커먼 것을 묻히며 먹을 수가 있겠어? 아니면 좀 잘라주던지.}
“야… 다른 언데드들이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그냥 먹고 나서 대충 닦으면 되지?”
{그럼 난 이것만 먹을 테니까 신경 꺼!}
좀비 1번이 탕수육을 통째로 가져가며 말하고 있었다.
“야, 다른 애들도 탕수육을 먹어야지. 너만 입이냐? 알았어. 내가 잘 비벼 줄 테니까 탕수육은 내려놔. 다른 애들도 먹어야지.”
좀비 1번이 새침하게 고개를 옆으로 ‘획’ 돌렸다. 태성은 하는 수 없이 그의 앞에 있던 짜장면을 열심히 비벼 주기 시작했다.
‘으음… 그래. 요즘 네가 활약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으니, 이번은 참고 넘어가주마.’
그리고 친절하게 휴지까지 대령해주며 말했다.
“자. 이제 마음껏 먹어. 여자니까 먹고 나서 입술 닦는 것 잊지 말고!”
{알았어. 매너 좀 있구나?}
“하하, 내가 또 매너 빼면 시체 아니겠냐? 그나저나 소환수에게까지 주인이 매너를 신경 써야 한다는 자체가 조금 어이가 없긴 하다.”
태성은 그런 말을 하면서도 아직 뜯지도 않은 단무지와 양파를 뜯어 언데드 모두가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중화반점이란 양파와 단무지를 곁들어 먹어야 해. 그래야 맛이 조화롭게 유지가 되지. 너무 메인 요리만 먹지 말고. 때론 반찬을 먹어주는 센스도 잊지들 마라.”
허우!!
모두가 큰 소리로 대답을 했고, 태성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넓은 평원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엄청난 언데드 군단. 그들은 지금 중화요리 회식에 빠져 미친 듯이 음식을 섭취하고 있었다.
‘하… 이게 전부 나의 소환수들이야. 나의 군대라고…….’
그리고 시선이 한곳에서 멈추어서는 태성. 그곳은 마지막으로 위치한 언데드들이 있는 장소였다.
‘지금은 한 눈에 끝이 보이지만… 더 성장해서 나의 군대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평원 전체를 메우게 만들어 주겠어. 그리고 최강의 소환사가 되어주지!’
그렇게 다짐하며 그는 주먹을 꼭 쥐었다.
***
띵동~!
낮 시간 누군가 태성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푸쉭~!
캡슐에서 몸을 일으킨 태성의 어머니.
“아이참! 한참 바쁜데… 대체 누구야. 이 시간에? 택배 올 것도 없을 텐데?”
태성의 어머니는 급히 현관으로 달려 나갔다.
“누구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태성이 친구입니다. 태성이 있나요?”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남자 아이들의 목소리였다.
“태성이? 지금 도서관 가서 공부하기 때문에 집에 없는데?”
“그래요? 그럼 저희 안에 들어가서 기다려도 될까요?”
태성의 친구라는 말에 그녀의 어머니는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러렴.”
왕따를 당한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태성의 어머니. 그런 아들에게 친구가 있다는 것은 그녀 역시도 놀라운 한편, 친구들이 왔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기뻐하며, 아무런 의심없이 문을 열어주게 되었다.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선 남자 아이들.
“태성이는 언제쯤 오나요?”
“글세? 일찍 오면 5시나 6시 정도 되겠지? 그런데 학교에서 많이 친했니?”
지금까지 태성이 초등학교 이후로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물며 친구의 이야기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그에게 집까지 찾아온 친구들에 대해서 궁금한 어머니였다.
“친하긴 개뿔… 그딴 왕따 새끼랑 누가 친하다고 그러는 거야? 미친 것 아니야?”
그런데 순간 한 남자의 태도가 돌변했다. 막말을 하는 이는 바로 이진호였다.
이진호의 말을 듣고, 어머니의 표정이 삽시간에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무례한 아이들에 대한 훈계를 하려고 했지만, 한 두 명이 아닌 아이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너… 어른에게 그게 무슨 말 버릇이니?”
“웃기고 있네… 씨팔. 야. 개판으로 만들어.”
다른 아이들을 향해서 명령하는 이진호. 하지만 그의 명령에도 다른 아이들은 섣불리 움직이질 않았다.
“하지만 진호야…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이 새끼가? 까라면 그냥 깔 것이지. 무슨 말이 많아? 뒷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진다니까?”
매섭게 다른 아이들을 쏘아보며 말하는 이진호의 눈빛에 아이들은 하는 수 없이 그가 시키는대로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마치 건달이라도 된 양, 주변의 물건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어머! 너희들 지금 이게 무슨 짓이니? 그만 두지 못해?”
태성의 어머니는 급히 이진호에게 다가가 그를 만류했다.
“아이씨… 귀찮게 뭐하는 짓거리야?”
팔을 잡고 있던 그녀를 뿌리치는 이진호.
콰당탕!
그 힘이 상당히 강했기 때문에, 그의 어머니는 한 쪽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세워놓은 가구에 머리를 크게 부딪쳤다.
“쳇… 귀찮게 하고 있어.”
바닥에 쓰러진 태성의 어머니를 보며 이진호는 자신의 팔을 툭툭 털었다. 그러면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집안의 물건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학생으로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그만둬…….”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황에서도 태성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곁으로 이진호가 다가와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자식새끼 교육이나 좀 잘 시켰어야지? 감히 누구 앞에서 나대? 잘 난 것도 하나 없는 애새끼가 게임 좀 하더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요.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지. 안 그래요? 가자. 얘들아.”
이진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집안을 박살내고 있던 아이들은 하나 둘씩 집을 빠져 나갔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태성의 어머니는 큰 쇼크를 받고 그 자리에서 혼절을 하고 말았다.
집 밖으로 나온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진호가 말했다.
“이 새끼 집에 들어가면 어떤 표정일까? 큭큭.”
“안 봐도 뻔하지 뭐.”
하지만 이진호처럼 모두가 웃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저기… 그래도 이번 일은 우리가 좀 심한 게 아닐까? 혹시나 우리가 했던 일이 발각된다면 말이야. 큰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야! 신경 꺼. 진호 아버지가 누군지 잊었어? 다 알아서 해주실 거야. 만약 잘못된다 하더라도 청소년인 우리는 근신 처리 밖에 더 되겠냐? 그럼 학교 좀 쉬면서 놀고 좋지 뭐. 안그래? 진호야?”
자신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 아이를 향해서 이진호가 대답했다.
“그래. 걱정 마. 일이 잘못 되면 우리 아버지가 다 알아서 해주실 테니까. 나만 믿으라고.”
그리고 그는 자신의 지갑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하얀 지폐 두 장을 꺼내들며 모두에게 건네주었다.
“오늘 수고 많았다. 다들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사고. 난 이만 먼저 집으로 들어가 볼게. 그리고 다들 입단속 잘 해라.”
그가 내민 수표에 아이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