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73화 (73/134)

00073  3권.

국을 한술 뜨며 아버지가 물었다.

“오늘 집에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야? 분위기가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분위기는 무슨. 호호…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그래? 그럼 저 깨진 그릇들은 뭐야?”

쓰레기통에 담겨진 깨진 그릇이 아버지의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건 서랍 정리를 좀 하다가 실수로 떨어뜨렸어요. 설마 서랍장에 그렇게 많은 그릇이 한꺼번에 쏟아질지 몰랐거든요.”

“쯧쯧… 사람 조심 좀 하지. 다친 데는 없고? 헉? 그러고 보니 당신 그 이마? 설마 그릇에 맞아서 그리 된 거야?”

태성의 아버지는 아내의 내려진 머리카락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상처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아… 네. 미안해요. 걱정을 끼쳐서.”

“이 사람이? 왜 당신이 미안해. 그런 말 좀 하지마. 그런데 병원 안가도 되겠어?”

“네… 괜찮아요. 신경 안써도…….”

혹시나 이번 일이 들통날까봐 그의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었고, 태성은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분노를 키워 나가고 있었다.

***

“네? 그러니까 cctv로 확인을 했는데도 처벌이 안 된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태성과 그의 어머니는 경찰서까지 와서 어이없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청소년 보호법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친 사람도 없고, 깨진 물건이야 저쪽에서 변상을 해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이들이야 학교에서 처벌이 내려질 테고요. 그리고 이보세요. cctv에야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가는 게 이렇게 찍혔다지만,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그 아이들이 그랬다는 물증조차 없잖아요.”

경찰을 보며 태성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친 사람이 없다니요? 우리 어머니는 그럼 길가다가 넘어졌답니까? 무슨 경찰이 이따위야!”

“이놈이? 어디서 말을 함부로 해? 그 아이들이 때렸다는 보장이 어딨냐? 단순하게 넘어지신 거면 너희 어머니가 잘못한 거지!”

“그게 말이 돼요? 그놈들이 우리 집을 엉망으로 만들다가 이지경이 되셨는데, 그놈들 잘못이 아니면 대체 누구 잘못이란 말입니까?”

경찰은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 수준이었고, 결국 이번 사건은 해당 아이들이 학교에서 근신처분을 받는 것으로 끝이나고 말았다.

태성과 그의 어머니는 경찰들의 안일한 태도에 실망을 금치 못하며 그대로 경찰서를 나섰다. 그들이 나간 후 경찰들이 수군거렸다.

“내참… 요즘 학생들 정말 무섭다니까?”

“무슨 일인데? 저 사람들은 왜 저래?”

“말도 마. 어느 귀한 자색새낀지 모르겠는데, 애들을 끌고 와서는 저 녀석 집안을 박살을 내놨다더군. 귀하신 몸이신지라, 처벌 또한 안 받고 말이야.”

“무슨 조폭 새끼들도 아니고 말이야. 요즘 학생들 세상 무서운 게 뭐가 있겠어? 자기 부모 빽 믿고 설치는 녀석이 어디 한 둘이야? 하긴… 빽 없어도 미쳐 돌아가는 게 요즘 학생들이니까 말이야. 얼마 전 지하철 노인 폭행 사건도 그렇잖아. 알고 보니 그놈 완전 잘나가는 변호사 아들이었다면서?”

“쯧쯧… 말세지 말세야. 돈 없고 권력 없는 게 죄지. 나도 정말 걱정되네. 이런걸 보면 내 자식 놈들은 제대로 학교생활하고 다니나 몰라…….”

경찰들까지도 이미 이진호 일당들이 어떻게 처벌을 면했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

“도련님. 지시했던 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말씀해보세요.”

준비하고 있던 기사. 그는 한백우의 비서로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조사한 것을 읊기 시작했다.

“우선 어제 일은 이진호라는 아이와 그 친구들이 한 짓 같았습니다.”

“아이들이라면… 태성의 친구를 말하는 것입니까?”

“네. 하지만 친구는 아닙니다. 학교에서 주로 태성 군을 괴롭힌 것이 바로 이진호라는 녀석과 그 친구들이었습니다.”

“괴롭혀? 태성이가 괴롭힘을 당했단 말입니까?”

자신이 알고 있는 태성은 절대로 남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지금의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사교성 좋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과거의 태성. 어떻게 하면 몇 년 동안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이 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과거 중학교시절부터 왕따를 당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와, 왕따요? 태성이가요?”

“네. 그것도 고등학교 때는 집단 왕따와 구타까지 가해졌고, 그 이유 때문에 자퇴를 한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 동안 태성에게 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거지? 계속해보세요.”

왕따 이야기는 과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조사한 내용이 끝나지 않았기에 더 듣기로 했다.

“태성 군의 가족은 참 힘들게 살았습니다. 단칸방을 전전하다 아버지가 겨우 제대로 된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 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가지도 대출 금액은 갚아가고 있는 실정이고요. 집 주소 이전도 겨우 3년 전에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이 힘들게 산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로 힘들게 살았다니…….”

그동안 몰랐던 부분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하자, 한백우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게 여겨졌다.

‘나란 놈은 대체 그 많은 은혜를 어찌 갚으려고 이렇게나 아무것도 모르고 생활을 했단 말이야…….’

속으로 자신에 대한 책망을 늘어놓고 있을 때, 기사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이진호라는 학생 말입니다. 배경이 좀 좋더군요.”

“그래요? 빽이 있단 말이죠?”

“네. 부친은 명성 그룹 회장이며, 모친은 천사병원 원장으로 있었습니다. 또한 그의 조부는 한 때 정계에 몸담은 적도 있었습니다.”

“명성 그룹? 이번에 대규모 다리 공사를 한다는, 그 명성 건설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단 말이지요… 일이 아주 재밌게 돌아가는군요…….”

한백우의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

경찰의 처벌을 피해갈 수 있을 진 몰라도, 자신의 처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한 태성.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 드린 이후, 태성은 곧장 자신이 다니던 학교로 갔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더운 날씨에도 긴팔과 깃을 세우며, 아이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최대한 신경 썼다.

하교 시간이 다가오자 학생들이 정문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저기 온다.’

이진호와 아이들이 어울려 하교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태성은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따.

아무리 태성이 바보라 할지라도 하교 길인 상황에서 그들과 마주쳐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진호만을 미행하기로 했다. 녀석과의 단판을 짓고 싶었던 것이다.

이진호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았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어울리기를 몇 시간.

‘저 개자식은 학원이나 과외도 안 받나? 온종일 처놀고 자빠졌네. 하긴… 어차피 시험 날마다 네놈 대신 답안을 작성해주는 놈이 있겠지!’

한때 태성이 그랬었다. 아이들의 답안을 대신 작성해주고,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그로 인해서 오히려 더 구타를 당한 적이 많았다.

저녁 7시쯤이 되었을까? 그제야 이진호는 아이들과 헤어지며 자신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듯 했다.

‘개자식……!’

태성이 이진호의 뒤를 따라갔다. 그의 손에는 몽둥이 하나가 들려 있었다.

‘우리 엄마에게 했던 짓을 몇 배로 갚아주마!’

태성은 즉각 이진호를 향해 달렸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 이진호의 앞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뭔가를 수군거리더니 이내 거대한 정문을 열고 들어갔다.

‘씨발… 집도 더럽게 크네…….’

흔한 아파트도 아니었고, 그 흔한 주택도 아니다. 말 그대로 상위 1%안에 드는 부자들만이 산다고 할 수 있는 대저택이었다.

거대한 정원과 마당. 곳곳에 널린 나무들. 2층 집으로 되어 있지만, 몇 평인지 분간도 안가는 집을 보며 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주눅이 든다고 해서 분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따.

이진호가 집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며 태성이 크게 소리쳤다.

“나와! 이진호!”

태성은 주변에 소리가 메아리 칠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부유층인 만큼, 방음이 확실한 걸까? 그 어느 집에서도 태성의 외침에 대꾸를 하는 곳은 없었다.

“그래… 좋아. 나오지 않는다 이거지? 우리 엄마를 그 꼴로 만들어놓고 나오지 않는다. 이거지?”

태성은 이진호의 집 앞에 세워진 차량을 그대로 발로 차기 시작했다.

“나와! 이 새끼야! 나오라고!”

쾅쾅!

비싼 차량을 어떻게 물어주느냐? 돈은 되느냐? 그따위 생각은 없었다. 이진호를 반쯤 죽여 놓고, 자신은 감옥에 갈 것이라는 생각만 하는 태성.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지금 이 자리에서 해주고 싶었다.

와장창!

몽둥이로 차량의 문을 박살냈을 때, 누군가 대문을 열고 나왔다.

“네, 네놈! 뭐하는 짓이야!”

검은 정장을 차려 입은 남성이 나와 차량을 박살내고 있던 태성을 보며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당장 이진호 나오라고 해!!”

쾅쾅!

또다시 몽둥이질을 해대기 시작하는 태성.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요?”

그리고 드디어 이진호가 태성의 눈앞에 나타났다.

“너…….”

이진호는 태성의 얼굴을 금방 알아보았다.

“여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들어가세요.”

“하지만…….”

“괜찮다니까요? 부모님께서 제가 알아서 잘 말씀드릴 테니까, 차 문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진호의 말에 검은 정장을 입은 그는 집으로 들어가진 못하고, 이진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네놈… 우리집을 그 따위로 해놓고 우리 엄마에게 상처를 입혀? 개자식! 죽여 버릴 거야!”

“큭큭,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집? 뭐 어차피 돼지우리 더구만? 그리고 너희 엄마야 자기가 잘못해서 넘어진 걸 누굴 탓해?”

“개자식아! 그걸 말이라고 해?”

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를 이진호를 향해서 위협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하는 태성.

“이크! 이거 완전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놈이구만? 내가 너희 그런 멍청한 몽둥이에 맞을 것 같냐?”

자신을 향해 공격해 오는 태성을 바라보며, 이진호는 큰 어려움 없이 뒤로 물러나며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안쪽에 있던 검은 정장의 인물이 다시 문 밖으로 나오려는 모습이 포착된 것을 보며 이진호가 한 마디 했다.

“나올 필요 없다니까!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저딴 놈은 잠시 두들겨 패고 콩밥 먹이면 돼!”

존댓말에서 이제는 반말로 일삼는 이진호.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안으로 사라졌다.

“나를 괴롭힌 건 참을 수 있었지만, 우리 어머니를 그렇게 만든 건 용서 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긴 뭘 용서 할 수 없어! 이 미친 새끼야!”

이진호는 빠르게 태성을 향해 달려와 그의 손목을 발로 차버렸다.

타악!

“윽!”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는 힘없이 떨어져 내렸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얼굴을 향해서 꽂히는 이진호의 주먹.

퍼억!!

균형을 잃고 자리에 쓰러진 태성은 바닥에 있던 몽둥이를 다시 집어 들었다.

“나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놈이야……!”

태성은 오기를 부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또다시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방망이를 피하는 이진호. 학교의 짱이라 불릴 만큼의 실력은 충분히 소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