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74화 (74/134)

00074  3권.

“큭큭, 정말 웃기네. 이건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있어야 어설프게라도 맞아주던가 하지. 너 솔직히 머리털 나고 싸워 보려고 하는 게 오늘이 처음이지?”

많이 싸워 본 사람만이 상대방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이진호가 보는 태성의 경우 싸움 실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체격이야 건장했지만 그가 싸울 일은 전혀 없었을뿐더러, 괴롭힘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진호가 약간만 움직여도 주춤거리는 태성이었다.

“미친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와? 너 오늘 완전 이곳에서 죽을 줄 알아!”

이진호가 태성을 향해 발차기를 시도하는 그 순간, 태성의 뒤쪽에서 오던 차량의 라이트가 이진호의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윽!”

차량의 불빛이 너무나 강했기에, 이진호는 즉시 눈을 가렸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 태성이었다.

“이 새끼야! 죽어!”

뻐억!

이진호의 머리를 그대로 후려친 태성. 그리고 그 충격으로 바닥에 힘없이 쓰러지는 이진호는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어느덧 머리에서는 붉은 선혈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그 장면을 보고 있던 검은 정장의 사내가 급히 튀어 나왔다.

“진호야! 진호야!”

몇 번의 이름을 불렀지만, 이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태성은 쓰러진 이진호의 모습을 보며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뒤에서 라이트를 켰던 차량은 어느새 사라진 뒤였다.

이진호는 그 길로 곧장 병원에 실려 갔다. 머리가 깨졌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이후 태성은 자신의 집으로 향했고, 연락을 받고 주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곧장 연행이 되었으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청소년 범죄였지만, 어디까지나 살인미수라고 볼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 죄는 무척이나 무거웠다.

“태성아!”

얼마 후 태성의 부모님이 경찰서를 찾아왔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엄마…….”

태성의 아버지는 어느 정도 자초지종을 들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태성의 어깨를 꼭 안아주었다.

“우리 아들은 아무 잘못 없소. 다 그녀석이 먼저 이런 짓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태성의 아버지가 형사에게 큰 소리로 말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보세요. 이건 살인미수라고요. 살인미수! 잘못했으면 피해자 소년이 죽을 뻔했단 말입니다! 아마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일은 절대 쉽게 끝나진 않을 겁니다. 상대방 측에서는 합의를 할 의사조차 없는 듯 보이니까요.”

단순한 미성년자는 학교를 다니는 것과 다니지 않는 것에서도 차이를 두고 있었다. 경찰은 태성이 자퇴를 한 것을 알고는 오히려 더 안 좋은 눈으로 태성을 취조하고 있었다.

뚜르르르~!

“네. 강력반 김수형 형사입니다.”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그의 표정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예?”

뭔가 놀란 것 같은 목소리에 그가 급히 전화를 끊었다.

“내참… 넌 대체 얼마나 좋은 빽을 가지고 있는 거냐?”

조사를 받던 태성은 형사가 하는 말을 듣고는 영문을 몰라했다.

“상대방 쪽에서 너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고 한다. 하긴… 상대방이 그렇게 나오는데 이건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있어야지. 그냥 가도 좋아.”

너무나 쉽게 태성의 죄가 사라지는 순간, 가족들 모두가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가족들은 그렇게 경찰서를 나왔다.

경찰서를 나오는 세 가족을 멀리서 지켜보는 차량 한 대가 있었다.

‘우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게 다구나. 태성아.’

검은 차량 내부에 있는 인물은 한백우였다.

태성이가 무사히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백우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달칵.

-그래. 일은 잘 해결 되었더냐?

“네. 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다. 네가 하는 일이 잘못 된 것은 없겠지. 더군다나 명성 그룹의 아들이라면 이미 망나니로 유명하니까.

“아버지가 힘을 써주신 덕분에 친구가 아무 탈 없이 경찰서를 나올 수 있었어요.”

네가 애타게 찾던 그 친구라면 나 역시도 은혜를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지. 아무튼 일이 잘 해결 되었으니 다행이구나. 뭐든지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와주도록 하고, 나나 어머니의 힘이 필요하면 말하거라.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한백우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든든하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양부모라할지라도 친부모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들의 말을 잘 따랐기에, 양부모 역시도 한백우가 하는 일에 모든 정성을 다 쏟았다.

***

“태성아.! 두 번 다시 그런 짓 하지마라! 알겠니?”

집으로 돌아온 뒤 어머니는 태성을 보며 나무라기 시작했다.

“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었어요. 나 하나만 괴롭히면 됐지… 어머니에게 까지 피해를 줄 순 없는 거잖아요! 그건 정말 아니잖아요!”

태성의 이런 모습을 보며 그의 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잘했다. 아주 잘했어! 남자라면 자기 가족은 지킬 수 있어야지!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다면 그때도 똑같이 하거라. 아버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지켜줄 테니까 말이다.”

태성의 아버지는 오히려 남자답게 변한 그의 모습을 응원하고 있었다. 사실 경찰서에 있을 때 까지만 해도 누구보다 마음이 무거운 아버지였지만, 가족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했다는 태성의 마음에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이다.

그 시각 이진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 자식이 왜 풀려나! 나를 이 꼴로 만들었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정신이야?”

“이 녀석이? 무슨 말버릇이야. 그게!”

어릴 때부터 외아들이라 애지중지하며 자라게 된 이진호는 부모님에게 하는 말버릇까지도 형편이 없었다.

“이번 일은 그냥 없던 것으로 넘어가자.”

그의 아버지가 말을 하자 이진호는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넘어가다니? 내가 이 꼴을 당했는데 뭘 넘어가!”

“조용히 하지 못해? 지금이 어느 때인지 몰라? 한창 사업이 바쁜 상황에서 네 녀석의 일까지 어떻게 감당하냐!”

“그러니까 그냥 감방에 처넣으면 되는 거잖아! 그 정도도 못하냐고!!”

이진호가 침대에 있는 온갖 것을 던지기 시작하자, 두 부모는 그대로 병실에서 나와 버렸다.

“여보… 솔직히 저도 이해 안 가는데, 대체 왜 그러신 거예요? 진호가 저렇게 맞았는데? 당신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잖아요?”

“흠…….”

이진호의 아버지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보였따.

“신화그룹이 움직이고 있소. 대체 그 소년과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예? 시, 신화요?”

신화그룹.

대한민국 명실상부 최고의 권력과 부를 축적하고 있는 집안. 인망도 두터워서 많은 살마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신화그룹이다.

“대체 신화가 무슨 상관이 있따고?”

“나도 모르오. 하지만 신화에서 압박이 들어왔어. 이번 일을 무마시키지 않으면 다리 건설에도 큰 영향을 미친단 말이오. 당신도 알다시피 이번 다리 건설은 우리 명성 그룹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단 말이지. 자칫 잘못하다간 회사가 망하는 수가 생긴다고… 저런 망나니 녀석 하나 때문에 회사가 망하게 놔둘 순 없잖소!”

두 부모는 신화그룹의 힘을 잘 알기 때문에 이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다만 병실 안에서 들려오는 이진호의 미친 듯한 괴성을 눈살을 찌푸리며 듣고 있을 뿐이었다.

집안에 있는 태성의 가족은 이전과는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이번 일로 인한 충격이 가족 모두에게 가시지 않아서일 것이다.

방으로 돌아온 태성은 이번 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대체 누굴까? 나를 위해서 힘써준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러던 중 유일하게 한 사람이 떠올랐다.

‘설마 한백우?’

한백우의 생각이 떠오른 그때였다.

띵동~!

누군가 태성의 집안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이번 일로 인해서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태성의 어머니는 약간 겁에 질려 있었다. 그래서 태성의 아버지가 대신 나가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한백우라고 합니다.”

“한백우? 모르는 사람인데… 누구시오?”

태성의 아버지는 문 앞에 있는 사람을 주시하며 경계했다. 그 역시도 이번 일로 인해 집으로 찾아오는 젊은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아버님! 저 힘찬입니다. 한백우는 바뀐 제 이름이고요.”

“힘찬이? 힘찬이라… 아! 그 어릴 때의 힘찬이?”

“네! 맞습니다. 아버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하하! 그래. 정말 반갑구나. 이거 완전 어른이 다되었네! 장가가도 되겠어!”

태성의 아버지는 한백우를 보며 매우 반가운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하하, 뭘요. 아버님은 여전히 정정하시군요!”

“음음! 그렇지? 내가 좀 동안이라서 말이야. 어이쿠! 이거 손님 접대를 이렇게 하는 게 아닌데! 어서 들어 오거라.”

태성의 아버지는 문을 활짝 열며 한백우를 맞이했다. 그리고 잠시 후 태성의 어머니에게도 미쳐 드리지 못한 인사를 한 그는 태성의 방으로 들어섰다.

“태성아.”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열며 들어선 한백우.

“!!”

한백우를 보며 태성은 깜짝 놀라고 있었다.

“히, 힘찬… 아니, 백우야? 여긴 어떻게?”

“어떻게긴 인마! 너에게 그렇게 쫓겨나고 억울해서 다시 찾아왔다. 이제 좀 진정이 됐냐? 어찌 된 게 8년 만에 만난 친구를 그렇게 매몰차게 내쫓을 수가 있냐?”

한백우는 웃으면서 이야기 했지만, 그때의 상황을 떠올린 태성은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정말 미안해. 그때는 너무 정신이 없었어. 정말… 너무 미안하다.”

한백우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태성도 미안하단 말을 한 후, 잠시 말없이 한백우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태성이었다.“많이 변했구나……? 엄청 야위었던 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키도 훤칠하고 말이야.”

“후후, 그러냐? 그러는 넌 대체 왜 이렇게 변했냐? 조금은 더 활발하고 학교에서도 잘 나갈 줄 알았더니…….”

“그러게… 대체 내가 어디부터 뭐가 잘못되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두 사람은 한참이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머리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모조리 내뱉기 시작했다. 많은 이야기를 한 이후에 한백우가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태성아. 세상은 자본주의다. 자본이 없다면 절대 강자에게 싸워 이길 수 없다. 자본이 없다면 권력이라도 있어야하지만, 자본이 뒤따라줘야 권력도 따라가더라고. 그게 내가 세상 살면서 느낀 점이다.”

“그래? 그렇구나… 하지만 나에겐 그런 게 어디 있겠냐? 하루하루 눈치 보며 살아가는 게 내 전부였다. 그런 거 생각할 틈은 전혀 없었어.”

태성이 왕따라는 사실을 알고서 그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기에, 지금과 같이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던 것이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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