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5 3권.
“너희 집은 가난한데다 강자와 대결조차 못할 정도지. 그렇다면 차라리 현실에서 너의 능력을 키워 봐. 가장 기본적으로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신체를 가꾸어 무력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왕따라는 측면으로부터 너는 벗어날 수 있는 방도가 생기는 거야.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한 번 크게 싸우고 나면 그 다음 상대에게는 시비를 잘 걸지 않는 법이니까.”
“하지만 지금 와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나야 학교도 다니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거야 네 생각이지. 만약 그 녀석들이 다시 한 번 너의 앞에 나타났을 땐 어쩔래? 또다시 몽둥이를 들고 설칠래? 몽둥이가 안 되면 나중에는 칼? 칼도 안 되면 총이라도 구할 거야? 그런 생각은 버려라. 애초에 네가 스스로를 지킬 힘만 있었어도 오늘날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한백우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매우 어른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너… 어째 말하는 게 나와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 든다? 다른 세상에서 살다 왔냐?”
“후후…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 사회라는 것을 너보다는 먼저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약간 어색해 하는 태성을 보며 한백우가 말했다.
“지금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
“그냥 따라와 보면 알아.”
한백우는 태성을 이끌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의 부모에게 태성과 함께 잠시 외출을 다녀온다고 말한 후,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갔다.
“어디 가는 거야?”
“가보면 알아.”
승용차를 타고 내린 곳은 거대한 한옥 건물이었다. 마치 대궐이라고 불러야 할 것처럼 수많은 기와집 지붕이 보이는 이곳은, 일반적인 한옥 건물이 아닌 3층은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건물이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기와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들어가자.”
“여, 여긴 뭐하는 곳이야?”
얼떨결에 그를 따라 발길을 옮기면서도 이곳이 어떠한 곳인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는 태성이 물었다.
“도장.”
태성이 한백우와 도착한 곳은 한국 최고의 도장인 천인도장이었다.
한국에서 유명한 고수는 모두 이곳 천인도장 출신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한국 전통 무술의 맥을 잇는 곳이기도 했다.
“저 왔습니다.”
“음. 그래.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 친구를 데리고 왔다고?”
턱수염이 새하얀 노인 하나가 다가왔다. 하지만 노인이라고 부르기에는 그 풍체부터가 너무나 거대하고 우람해 보였다.
‘저게… 팔뚝이냐?’
노인의 팔뚝은 마치 헬스 트레이너 이상으로 우락부락해 보였다.
“스승님. 제 친구를 이곳에서 수련을 좀 시켰으면 합니다.”
“음… 수련이라… 대충 어떠한 사정인지는 안다만, 수련이라면 네가 시켜도 될 것을 왜 굳이 이곳까지 데리고 왔느냐?”
“아무래도 실전만한 수련은 없지 않겠습니까?”
두 사람이 하는 대하에 태성이 약간 당황스러워 했다.
‘실전? 실전은 또 무슨 소리야? 단순하게 그냥 무술만 배우거나 격투술만 익히게 만드려는 게 아니었어?’
어떠한 말을 먼저 물어봐야 할지 모르는 태성을 한 번 쭉 훑어본 노인이 말했다.
“뭐… 이정도 체격이면 수련이야 시킬 수 있겠지만, 그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뜬금없는 노인의 말에 태성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엑? 주, 죽긴 누가 죽어요?”
“이 녀석아. 수련이 뉘 집 애 이름인 줄 아냐? 무인들은 수련을 목숨 걸고 한다.”
노인이 번뜩이는 눈으로 태성을 보고 말하자, 한백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무 그렇게 겁먹지 마. 원래 스승님 목청이 하도 크신 분이라서 말이야. 솔직히 이곳에서 수련하다가 죽은 사람은 없어.”
“없어?”
“하하, 당연하지. 수련하러 와서 죽는 사람이 생길 리가 없잖아? 단지 못 일어날 정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한백우를 보며, 과연 이녀석이 자신이 생각하는 친구가 맞는지 의심이 드는 태성이었다.
“지금 너 날 죽이려고 이곳에 데리고 온 거지? 그, 그동안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게 있었어?”
잠시 고민을 하던 한백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뭐 딱히 잘못한 건 없어. 그러니 안심해도 돼. 스승님.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한 두 시간만 수련시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녀석아. 나는 뭐 잠도 없는 줄 아냐? 지금 시간이 벌써 8시야.”
“에이… 하루 두 시간 정도 자는 거 다 압니다. 그럼 이만… 태성아. 나중에 마치고 나면 밖에서 차가 대기하고 잇을 거야. 집까지 편히 갈 수 있게 해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수련에만 열중해.”
손을 흔들며 도장을 빠져나가는 한백우. 그의 뒷모습이 마치 마지막 모습인 듯한 기분을 느끼는 태성이었다.
‘태성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네 스스로 개척을 해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설 땅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언제나처럼 그림자 속에서만 생활을 하려고 들겠지. 난 너를 믿는다. 태성아.’
그는 태성이 반드시 이 수련을 마칠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마치기보다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울 것이라 판단했다.
“흐음… 너 혹시 맞아 본적은 있냐? 아니지? 제대로 맞아 본 적 있냐?”
노인은 태성을 향해 이상한 질문부터 하기 시작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뭐 간단히 말하면 이런 거다.”
흰 수염이 한순간 출렁였다. 언제 눈앞에 나타났는지 모를 정도로 빠른 스피드! 그리고 태성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맞는 건 이런 거다.”
빡!
노인의 거대한 주먹이 태성의 팔을 가격했다.
“아악!”
마치 둔기로 내려친 듯한 고통에 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팔을 부여잡았다.
“아프냐?”
“마, 말이라고 하세요?”
“음… 그렇군. 원래 맞는 건 아프다. 하지만 제대로 맞는 건 다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인의 모습이 또다시 눈앞에서 사라졌다.
뻑!
쿠웅.
태성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 전혀 몰랐고, 순간적으로 기억이 끊긴 것이다. 하지만 분명 한 것은 대자로 뻗은 것으로 보아, 상체 앞부분을 강타한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천인도장의 관장 유의천.
전 세계 최고의 무술가라고 손꼽힐 정도로 엄청난 수련과 명성을 쌓은 사람.
그의 산하에는 2,100개가 넘는 도장들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3,000명에 달하는 무술의 달인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한백우 역시도 그의 제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성격이 괴팍하여, 약간은 장난 기 섞인 행동과 말투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한백우는 스승인 그를 편하게 대할 수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쓰러진 태성은 천천히 정신을 차리며 눈을 떴다. 그러자 천정이 시야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빨리 눈을 떴구나.”
“예?”
“이 녀석아. 20분이나 뻗어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 앞으로 1시간 40분 남았다. 이제 대충 제대로 맞는 게 어떤 건지 알겠냐?”
“네?”
태성은 아직까지도 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네놈은 무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싸움을 배우는 것이다. 뭐 싸움이라고 하면 내 특기긴 하지만, 너 같은 애송이한테 싸움을 걸자니 체면이 상하고… 그래서 내가 애들을 불렀다. 나오너라.”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건장한 남성들이 들어왔다.
“밖에서 그래도 싸움으로 난다긴다하는 놈들만 모았다. 수련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게다. 시작하거라.”
태성은 급히 손을 흔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자, 잠시만요! 무, 무슨 말씀이세요? 갑자기 수련이라니? 그리고 싸움을 하는 사람…….”
뻑!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태성의 복부로 발이 날아들었다.
“컥!”
갑자기 들어온 공격에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느껴졌다.
“이 녀석아. 그때는 호흡을 멈춰라. 숨을 쉬려고 해봐야 더 괴로울 뿐이니까.”
유의천의 말은 태성의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그만큼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쯧쯧… 그 한 방 맞고 벌써부터 그리 누워있으면 다음 공격은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느냐?”
빠악!
그리고 갑자기 뒤에서 날아든 팔꿈치 공격에 태성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졌다.
“크악!”
“그렇지. 그렇지! 그게 바로 반사적인 몸짓이다. 처음에는 배가 아파서 앞으로 꼬꾸라져 있다가, 나중에 등을 맞으니 오히려 등을 펴게 된다. 뭐 기본적인 신체기능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듯하니 다행이구나.”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의 공격에 태성은 1시간 40분 동안 충격과 고통 속에 몸부림 쳐야만 했다
“헉헉헉…….”
숨을 몰아쉬는 태성. 그 속에는 고통에 찬 힘겨운 목소리도 담겨 있었다.
“몸소 잘 느꼈느냐? 이게 바로 싸움이다. 싸움은 정신을 잃지 않는 이상 계속 된다. 지금 네놈에게 구타를 감행한 저 아이들은 정신을 잃지 않는 한도 내에서 네놈에게 고통을 시험해주기 위한 행동만을 했다. 오늘은 그 사실만 염두해 두고 내일 다시 오거라.”
유의천의 말에 태성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이놈이 아직 덜 맞았나? 응? 이런… 팔이 빠졌군. 네놈들… 내가 조심하라고 했을 텐데?”
유의천이 매섭게 그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은 방금 전까지 태성을 때리던 기세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모두가 주눅이 든 상태로 대답했다.
“죄, 죄송합니다…….”
“쯧… 뭐 간만에 당한 구타니 몸이 버티지 못할 수밖에. 에라이!”
빠각!
빠진 팔을 그대로 쑤셔 넣는 유의천.
“크아아악!”
“어이쿠! 이 녀석아. 고막 찢어지겠다! 다 죽어가던 녀석이 목청도 좋네.”
순간적인 고통으로 인해 태성은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허참… 수련 시간에 왜 이렇게 기절을 많이 하누? 시간 아깝게 시리.”
유의천은 태성의 상태만을 확인하고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이후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태성은 다시금 천천히 눈을 떴다.
“으음…….”
온 몸 여기저기에 통증이 몰려오는 가운데, 자리에서 허리를 일으켜 일어나는 것조차도 쉽지가 않았따.
“으윽… 아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어깨를 잡으니 다리가 아파왔고, 다리를 잡으니 등이 아파왔다. 몸 구석구석은 만질 때마다 다른 곳의 통증 신호를 보내고 있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안 아픈 곳을 찾기가 힘들구나…….’
구부정한 자세로 자신의 몸에 대한 상황을 확인하고 있을 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차가 대기 하고 있습니다. 준비되는 데로 나오시지요.”
한백우가 지시한 사람. 그는 태성이 일어나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말을 한 이후 그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오늘은… 다들 왜 자기들 할 말만 하고 가 버리냐…….”
어제 있었던 충격적인 일과 오늘 범했던 큰일들. 그리고 난데없이 구타당한 일들이 갑자기 한데 뒤엉키기 시작했다.
“나… 무슨 큰 잘못을 했길래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거지?”
멍하니 있던 태성은 몸을 크게 휘청거리면서 도장을 빠져 나갔다.
“으윽…….”
밖에는 차량 한 대가 서 있었고, 기사는 태성이 나오자 문을 열어 주었다. 태성은 부끄러워하며 뒤 자석에 자리해 앉았다. 그리고 기사가 운전석에 앉더니 말했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