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78화 (78/134)

00078  4권

“단체 버그라도 걸린 거야? 다들 눈빛들이 왜 저래?”

유저들을 둘러 보던 태성.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 외쳤다.

“잡아라!”

외침과 동시에 많은 유저들이 태성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서는 태성의 두 눈을 보며 큰 소리로 애원하는 유저들.

“우리 길드에 들어올 생각 없으세요?”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저희 길드에 오십시오!”

“쓰레기! 아이디를 기억하시고 친구 등록 좀 해주십시오!”

“남들 보다 2배 더 나은 조건으로 길드에 모시고 싶습니다!”

많은 유저들. 그들 모두는 태성에게 길드 가입을 권유하고 있었다.

“으, 으악!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로그아웃!!”

자신도 모르게 몰려드는 유저들로 인해 순식간에 로그아웃을 외쳐버린 태성.

한 유저의 동영상이 불러온 참사였다.

그로부터 현실 시간으로 이틀 정도가 흘렀음에도 여전히 안델리카 마을에는 많은 유저들이 호시탐탐 태성이 접속하기만을 기다렸다.

일주일 정도를 태성은 마을에서 만큼은 얼굴을 가리고 이동해야하는 수고를 하게 되었다.

5. 오공의 위력.

스카웃 제의로 인해서 한바탕 큰 소란이 있은 후, 태성은 어딜 가나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걸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간혹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존재하는 듯 보였다.

“휴… 이거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뭔가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할 듯한데… 큭! 그런데 기분은 좋네. 그만큼 나를 인정해준다는 소리니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태성은 한 유저를 목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유저가 걸치고 있는 망토가 눈에 들어왔다.

“어? 망토? 저런 것도 있었나?”

태성은 그 뒤 망토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망토에도 약간의 방어력과 옵션들이 추가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단순한 망토만이 아닌, 후드로 된 긴 로브 형태의 망토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태성은 간단하게 얼굴만 숨길 수 있는 장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후드 하나를 장만했고, 그것을 쓰고 다니며 유저들의 시선을 피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이제 슬슬 마음 놓고 사냥터로 이동해도 되겠지?”

이때가 공성전 일정이 10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다.

“흐흐흐…….”

사냥터에서 연신 사악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태성. 이유는 바로 오공 때문이었다.

오공의 전체적인 외형은 지네와도 같았다.

어찌 보면 조금은 섬뜩해 보이고 소름 돋는 모습이기도 하다. 붉은 눈과 20미터는 족히 될 듯한 기다란 몸으로 인해서 누구라도 주춤하겠지만, 오공의 땅 파는 위력 앞에 태성은 계속해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공이 정확하게 땅을 파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땅을 파헤치면 땅굴을 만들 수가 있다는 것. 그것은 즉, 좀비들이 땅을 파며 몬스터를 묻는 시간을 현재의 절반 이상만큼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 왔다.

하물며 고작 1미터 정도의 땅만 팔 수 있었던 언데드들에 비해, 오공은 10미터 이상까지도 너끈하게 땅을 파내려갔다.

그러자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여러 개의 광물들이 태성의 눈앞에 나타났다. 물론 오공이 땅을 파고, 언데드들이 광물을 수거했다.

“흐흐흐! 이 녀석만 있으면 돈 버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겠어! 흑마법사의 단점? 개나 줘버리라지. 큭큭큭.”

좀비의 무덤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만들어 둔 그는 다시 사냥에 나섰다.

“사우스 엔드라…….”

한 때 무참하게 당했던 사냥터의 이름을 대뇌었다.

사우스 엔드.

남쪽 대륙의 가장 끝단에 위치한 사냥터의 이름으로, 현재 최강의 유저들만이 그곳에서 사냥하고 있는 곳.

그때 당시에는 힘겨운 사냥을 했지만, 지금의 경우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그로서도 예측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레벨을 좀 더 끌어 올리자. 백우의 말에 의하면 분명 나는 다른 유저들보다 강하니까. 조금 더 일찍 사우스 엔드에서 사냥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의 레벨은… 예전 꼴을 당할 수가 있겠지.”

사우스 엔드에서 무참하게 언데드 군단이 전멸하는 모습을 본 태성이기 때문에, 그런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이번만큼은 철저한 준비를 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스킬로 인해서 그가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태성은 더욱 레벨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사망의 탑.

한 번 들어가면 반드시 한 번 이상은 죽어서 나와야 한다는 사망의 탑. 그 어떠한 유저를 막론하고 이곳에 발을 디딘 이후, 성한 몸으로 나온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흐흐, 이름 한 번 좋네. 사망의 탑이라…….”

총 10층으로 구성 되어진 사망의 탑.

말이 탑이지. 이것은 거대한 산을 보는 듯 했다.

구석구석 구멍이 뚫린 것이 마치 창문을 연상케 했지만,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사망의 탑 1층의 몬스터는 60레벨. 태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었다. 5층부터 75레벨의 몬스터들이 출몰했고, 태성은 자신과 동급으로 보이는 5층의 몬스터들에게도 크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어차피 동급이라는 것은 그에게 큰 혜택을 안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80레벨의 몬스터가 분포하고 있는 6층에서부터 사냥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부터다. 모조리 쓸어버려!”

우르르르~!

언데드들이 뒤도 보지 않고 6층에 거주하고 있는 거대한 몬스터들을 향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몬스터의 크기는 일반 몬스터에 비해서 크기가 거대했다. 마치 호랑이와 새끼 강아지들의 모습으로 비교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아무리 강한 몬스터라고 한들, 계속해서 살아나는 언데드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는 녀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쿠콰콰쾅!

오공이 땅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스극스극~!

그러자 땅이 점차 아래로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오공이 파놓은 땅에 몬스터가 빠져들면서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다. 아래로 꺼진 땅이 올가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거대한 덩치의 몬스터는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자, 사방에서 달려드는 언데드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점차 자신을 향해서 조여 오는 수많은 대군의 언데드. 마치 먹이를 보며 달려드는 개미떼와 같은 형상이었다.

그리고 좀비는 몬스터에게 빠른 속도로 덤벼들며 물어뜯기 시작했다.

“오우… 좀 잔인한데?”

피가 터지는 살육현장. 어찌 이것을 보며 공포에 뭄서리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투칵~!

감염된 몬스터는 그대로 몸속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제는 하찮은 좀비가 아닌, 적에게 최대의 데미지를 불어넣는 공격의 핵심으로 탈바꿈한 좀비였다.

{크에… 크으으으…….}

“너… 상태가 왜 그러냐?”

좀비 1번의 상태가 조금 이상해 보였다. 애초에 눈은 풀려 있었지만, 마치 예전 처음 소환 했을 때의 지능이 낮은 좀비로 돌아간 듯해 보였다.

{크으… 피, 피 맛이…….}

“피 맛이? 몬스터의 피 맛을 말하는 거야? 그게 왜?”

{더, 더러워…….}

순간 좀비 1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헉! 야, 너 왜 그래?”

{으흑흑…….}

좀비 1번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태성은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렇게 처참하게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고, 떡갈비까지 먹는 내가 왜 몬스터를 물어뜯어야 되나 싶기도 하고, 누가 보면 광견병 걸린 좀비로 취급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그냥 너무 서럽네!}

그 말만을 남기고 좀비 1번은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갔다.

“야~! 너만 그런 거 아니잖아! 다른 애들은 얌전한데 너만 왜 그러냐!”

하지만 그것은 태성의 착각이었다. 다른 좀비들 역시도 표정이 썩 좋지는 않아 보였다.

“너희들… 전부 별로인 느낌이야?”

끄덕끄덕.

수많은 좀비들이 태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너희들이 몬스터의 생살을 뜯어 먹으면서 기분이 나쁜 건 알겠는데… 그래도 어쩌겠냐? 좀 참아주라. 너희들이 나의 가장 완벽한 데미지 딜러들이 아니겠어? 이해 좀 해다오.”

{크어…….}

구석구석에서 조금씩은 불만어린 말투가 튀어나오고 있었지만, 더 이상 태성에게 불만을 제시하는 좀비는 없었다. 처음부터 테러 스킬의 경우 명령이 아닌 패시브로 인해서 자연스러운 습성처럼 되어버린 것이기 때문에, 좀비들도 태성을 탓하기는 어려웠다. 하물며 패시브 형태의 스킬로 인해 태성이 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더라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또다시 몬스터를 물어뜯게 될 것을 태성은 잘 알고 있었다.

태성이 좀비들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던 듀라한이 갑자기 튀어 나왔다.

{주인! 이 녀석들한테 데미지 딜러라니? 글머 전 뭐가 됩니까?}

{네 녀석은 그냥 대가리지.}

{뭐라고? 그럼 네 녀석은 오늘 무슨 활약을 했다고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거냐? 이제는 몸빵에서도 밀리기 시작하는 녀석이? 그러면서 ‘주군주군!’ 잘도 말하고 다니는군. 하는 것도 쥐뿔 없는 주제에.}

{큭… 그건 네놈도 별반 다를 것은 없을 것 같은데?}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가 서로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휴…….’

둘의 말싸움을 지켜보던 태성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레벨이 올라 갈 때마다 지능이 상승하는 건 좋다 이거야. 그런데 왜 이렇게 애들처럼 성격이 변하는 거냐고. 내가 통솔을 잘못해서 그런가?’

태성은 아직까지도 자신이 이들의 소환자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유는 언데드들이 그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뭔가 큰 계기가 있어야 하려나? 아니면 나를 대신해서 이녀석들을 강하게 통솔해 줄 수 있는 소환수가 등장했으면 좋겠다. 하…….’

7층에서 줄곳 사냥을 하던 태성은, 잠시 뒤 사냥터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거… 은근 아이템이 많이 나오네? 더군다나 마나 포션도 다 썼고… 슬슬 마을에 가서 재정비를 한 번 하고 오는 것도 좋겠군.”

재정비를 위해 마을로 향한 태성.

사망의 탑에서 얻은 아이템을 모조리 처분했다. 돈이 될 만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상점에 한 꺼번에 팔아버렸던 것이다.

간만에 다시 찾아 온 잡화 상점.

닐크의 눈빛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비록 태성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대감이 어린 눈빛을 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태성이 많은 재료를 이곳 잡화 상점에서 매각 한 이유도 있었고, NPC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친목도가 많이 형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의 잡화를 처분하고 태성이 물었다.

“상급 포션으로 20개만 주시겠어요?”

“그러지. 그런데 상급 포션까지 사다니? 제법 실력이 늘었나보군?”

예전 같았으면 포션을 냅다 던지며 주워 가라고 말을 할 정도였던 그가, 이제는 조심스럽게 태성에게 직접 건네주고 말하고 있었다.

“사냥을 하다 보니 실력은 늘어나더군요. 이게 다 닐크 아저씨 덕분 아니겠어요?”

“허? 참…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예전에 있었던 일은 미안하네. 그 일이 있고서도 가게를 찾아주고 이렇게 재료를 팔아주고 있는데 말이야…….”

“아닙니다. 어차피 당연히 팔아야 하는 것을 판 것뿐이니까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게 말해준다면야 나야 고맙지만…….”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