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2 4권
유의천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났다. 그리고 그날의 교육도 끝났다.
유의천의 마지막 말이 태성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날 때리는 이유라…….’
다음날 태성은 다시 도장을 찾았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자신을 공격할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이 나를 때리는 이유… 그걸 묻기 위해서는 나 역시도 반격을 해야만 해. 그렇지 않는 이상 똑같은 행위만 반복이 될 뿐이야. 폭력에는 폭력으로 제압을 해야 한다는 거겠지. 그 후에 연유를 물으면 되는 것이고.’
그들의 공격이 진행되기 시작할 때, 태성은 막으면서 조금씩 숨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오호? 녀석. 숨소리가 달라졌군.’
그 모습을 한쪽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유의천은 태성의 분위기가 어제와는 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태성의 눈빛을 읽은 것이다.
‘그래. 이놈아. 최소한 맞은 만큼 되돌려 줘야 하는 것이 남자지! 한 번의 공격이 시작 된다면 네놈도 이젠 여기 올 필요가 없어질 거다. 사람을 때리는 것은 두려워해도 너를 공격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는 마라!’
한 남자의 발차기가 태성의 뒷덜미를 노리고 들어왔다.
‘그 정돈 나도 알아!’
이미 수십 차례 유의천에게 기습을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태성은 뒤에서 오는 살기 어린 공격을 간파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즉시 발이 닿기 직전에 머리를 숙여 피했다.
태성이 분명히 자신의 다리에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찰나, 피해버리는 통에 공격을 가한 남자의 몸이 약간 휘청거렸다.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하던 찰나! 태성은 그것을 노렸다.
주춤!
주먹에 힘을 준 그 순간. 태성은 또다시 주춤거리고 말았다.
‘제길… 내가 왜 이렇게 해야만 하지??’
맞으면 누구나 아프다. 하지만 자신이 아프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아프게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 마음먹었던 생각은 순식간에 머리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에라이! 이 녀석아!”
퍼억!
보고 있던 유의천이 그대로 태성을 향해서 날라차기를 감행했다.
쿠당탕!
앞으로 엎어져버린 태성은 유의천을 힘겨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네 녀석! 지금 뭘 하는 거야? 대체 여기에 있는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단순하게 너에게 방어와 남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이곳에서 네가 흠씬 두들겨 맞고 있는 줄 아느냐? 지금 네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란 말이다!”
용기.
약자나 강자에게 모두 갖추어질 수 있는 인간의 굳은 심지!
태성은 아직까지도 그런 용기가 많이 결의되어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네놈은 사람에게 맞는 것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때리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어차피 네놈 하나 지킬 수 있는 힘만 길러주면 된다고 했으니, 내가 할 일은 여기서 끝이났다. 더 이상 도장에 나올 필요가 없다. 썩 나가라.”
유의천의 눈에서 광선이라도 나올 듯 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 유의천을 본 적이 없는 태성은 말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얼른 도장을 빠져나와 버렸다.
“휴…….”
유의천이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는 태성이다.
남에게 맞는 것만 할 수 있고, 때리는 것을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많은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게 나의 한계인지도 몰라. 결정적인 부분이 부족한 내가 사람을 때릴 수 있는 자격이나 갖추어진 것일까?’
오늘따라 많은 생각을 해보는 태성. 그는 고개를 돌려 도장의 넓은 건물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잘 된 일인가? 애초에 이런 곳은 나랑 맞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관장님이 그렇게 화를 내면서 나를 내보낸 것이 조금은 마음에 걸리네… 마지막 순간까지는 그래도 웃으며 대하고 싶은 분이었는데…….’
그의 표정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태성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도장을 벗어났다.
벌써 도장을 다니지 않은지 10일이 지났다. 그렇다보니 이제 맞지 않으면 몸이 쑤신 상태가 왔다. 그러는 시간을 모두 게임에 투자해 그의 레벨은 85레벨에 육박할 수 있게 되었다.
{주군! 감사합니다!}
“그래. 지금처럼 더 분발해줘.”
태성은 언데드들에게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며 배급을 해주고 이었다. 모두들 하나 같이 떡갈비를 들고는 아주 조금씩 음미해가며 뜯어 먹고 있었다.
‘아… 정말 피 눈물 난다. 이놈의 떡갈비…….’
개체수가 2천이 넘어가다보니 이젠 떡갈비의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나마 무한 사냥으로 인해서 나오는 아이템과 오공의 활약으로 인해 어느 정도 식비는 채워가고 있었지만, 이것으로 남는 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괜히 떡갈비를 사줘서 이런 고생을 해야 한단 말이야? 이런 식으로는 난 언제 남들처럼 풀템을 맞출 수 있는 걸까?’
앞이 깜깜했지만 2천이 넘는 언데드들을 나몰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떡갈비 하나에 만족한 표정으로 있는 언데드들을 보면, 자신의 풀템은 시간을 늦춰도 된다는 위안까지 들게 만들었다.
‘그래… 이게 다 내 새끼들인걸! 날 위해서 목숨도 헌신짝처럼 벗어던지는 내 새끼들이 아닌가!’
모두가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 태성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툭툭타~툭툭타~!
그때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은 낯설지 않은 리듬감.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군악대들이 북을 치면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녀석들 주변에 언데드들이 모이기 시작하며, 음악에 몸까지 흔드는 녀석들도 보였다.
‘허? 참내… 이것들이 진짜 소환수가 맞긴 한 거야? 완전 하는 짓은 사람이랑 전혀 다를 게 없잖아…….’
그들 모두가 비트박스에 몸을 실어 휴식을 즐기고 있는 동안, 태성은 또다시 쓰디쓴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검사들이야 무작위로 소환을 해서 상대한다고 보면 되지만, 마법사는 어떻게 상대를 해야하지?’
최근 마법사에게 당한 이후, 원거리 캐릭터들을 상대로 자신은 어떠한 처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보는 그였다
마법사.
강력한 마법과 때로는 광역 마법으로 주변에 있는 모든 대상을 쓸어버릴 수 있는 게임 내 최고의 데미지 딜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체력이 약한 언데드들은 대다수 마법 한방에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마법에 대항 할 수 있는 것은 마법 내성뿐인데… 문제는 내가 착용하게 되는 액세서리가 이녀석들에게도 적용이 되면 참으로 좋을 텐데…….’
현재 태성은 마법 저항이 깃든 아이템을 단 하나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문제는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방어구에도 이러한 영향들이 깃들게 되는데, 문제는 자신의 아이템 방어력은 몬스터들에게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법저항의 옵션이 붙은 액세서리라 할지라도 소환수에게 적용이 된다는 기대감은 크게 할 수가 없었다.
‘실험해보면 알게 되겠지.’
태성은 자신이 얻게 된 아이템들 중에 마법 저항이 들어있는 아이템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옳지! 여기 있다.”
[엘리멘탈 반지]
설명 : 마법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반지.
등급 : 매직
착용 조건 : 60레벨 이상
옵션 : 마법 방어력 +20 상승
모든 마법 저항 +1 상승
마법 방어력은 기존의 마법 데미지에 대해서 수치만큼 방어를 해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마법 저항이란 공격을 해오는 마법에 대해서 공격 수치를 무효화 시켜 줄 수가 있는 것을 뜻한다.
사실상 이런 마법 방어력이나 마법 저항은 마법사를 상대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것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액세서리를 맞춘다면 사냥 할 때의 위력이나 근접형 캐릭터들에게 상당히 취약한 단점을 낳게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마법 방어력이나 마법 저항이 들어간 옵션을 잘 챙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모두 적용되어 있는 액세서리의 옵션이라면 좋겠지만, 그런 아이템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고가의 아이템이었다.
“대충 한 번이라도 실험을 해볼까? 좀비 1번 이리와 봐.”
{왜? 남은 떡갈비라도 주게?}
“음… 상황 고려해보고 잘하면 주고 아니면 말고.”
{호호, 좋아. 무슨 일인지 얼른 말해봐.}
“일은 아니고. 그냥 간단하게 거기 서 있어봐.”
태성은 즉각 반지를 해제 시켰다.
“메이지 아무나 한 명 나한테 와볼래? 선착순 한 명!”
우르르르~!
군악대의 연주를 구경하고 있던 메이지들이 모두 태성의 앞으로 달려왔다.
“어이쿠… 한 명만 와주면 된다니까? 너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돌아가서 쉬어.”
태성은 그 자리에서 메이지에게 명령했다.
“좀비 1번에게 마법 한 방 갈겨봐.”
그 소리를 들은 좀비 1번이 황당하듯 물었다.
{으응? 지, 지금 뭐하는 거야?}
퍼펑~!
{으악! 이자식이 뭐하는 짓거리야! 너 나랑 함 뜰래?}
좀비 1번은 메이지를 매섭게 쏘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메이지는 태성의 명령이었기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음… 조용히 좀 해. 죽을 정도는 아니잖아? 어디보자… 우리 애새끼 피가 얼마나 줄어들었나?”
태성은 좀비 1번의 상태를 확인했다.
“대략 생명력 140 정도가 빠졌네? 이걸로는 확인할 수 없으니까… 의무병 한 명 튀어 와볼래?”
두두두~!
발 빠른 의무병들이 즉각 태성의 앞으로 달려왔다.
“좀비 1번 좀 치료해줘라.”
의무병은 즉각 하얀 천으로 된 것들을 준비했다.
“야야, 니들 뭐하냐? 여긴 전장도 아니잖아? 그냥 좀비 1번만 얼른 치료해주면 된다니까? 준비 과정은 필요 없어.”
의무병들은 늘상 하는 것처럼 부상자에 대한 처우를 하려는 것 같았고, 그것을 급히 말리는 태성이었다. 의무병들이 좀비 1번의 곁으로 모여들고, 순식간에 치료는 끝이 났다. 그러자 좀비 1번의 생명력은 어느새 원래대로 복구되어 있었다.
“자… 그럼 또다시 마법 갈겨봐.”
{으, 으악! 왜 이런 짓을 나한테 시키는 거야! 많고 많은 녀석들이 있는데 왜 나만!}
퍼펑~!
태성의 이런 행동은 대략 열 번 정도가 반복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좀비 1번의 수많은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그 어떠한 언데드도 좀비 1번을 위로하진 않았다.
공격 때마다 마법 데미지를 조사하던 태성은 열 번 중 생명력 130~150이 반복해서 깎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 이제 액세서리를 하나 차고… 자, 다시 시작해보자.”
좀비 1번은 더 이상 발악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태성의 실험 명령이 떨어지자, 저도 모르게 움찔 거리고 있었다.
퍼퍼펑~!
{크아악!}
액세서리를 차고 또다시 십여번의 실험이 이루어졌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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