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84화 (84/134)

00084  4권

“큭큭. 좋은 메시지지. 나만을 위한 메시지!”

주먹을 불끈 쥔 태성. 하지만 메시지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레이스를 굴복시켜라.’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레이스를 굴복시켜라 : A랭크]

설명 : 어둠의 저편에 있는 내면의 공포를 하얀 천으로 둘러싸고 있는 레이스. 그들을 굴복시켜 수하로 만든다면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던전에 입장하자 혜택과 함께 얻게 된 퀘스트!

문제는 이 퀘스트의 보상이 이미 메시지로 보였다는 것에 있었다.

“강력한 힘이라고? 오오! 잘하면 이것도 소환수가 될 수 있다는 소리잖아? 뭔지 몰라도 퀘스트 완료를 해서 나쁠 건 없지!”

그는 언데드들을 빠르게 소집시켰다.

“얘들아. 지금부터 여기서 미친 듯이 사냥한다. 눈에 보이는 건 모조리 죽여라. 그리고 이전과 다르게 시간이 별로 없는 관계로 휴식 시간을 줄이도록 한다. 하지만 그만큼의 보답은 충분히 해줄 테니 모두 열심히 하길 바란다. 자! 모두 쓸어버려!!”

백색의 궁궐.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어둠에 둘러싸인 사방이다. 그렇다고 한치 앞도 분간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기다란 통로가 있었고, 그곳에는 몬스터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정도 걸음을 걷자, 통로를 빠져 나오게 되었는데, 입장 때의 암흑과는 다르게 밝은 세상이 태성의 눈앞에 펼쳐졌다.

투명하리만큼 거대한 궁궐이 눈앞에 나타났다. 마치 인도의 타지마할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궁궐의 모습. 새하얗게 칠해놓은 것이 마치 몽롱해 보이기까지 했다.

주변은 온통 새하얀 안개와 구름으로 가득했고, 궁궐까지 기다란 대리석 길이 놓여 있었다.

궁궐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역시나 몬스터를 하나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것으로 보자면 궁궐 자체가 어쩌면 일반 던전의 형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가지게 되었다.

궁궐에 도착하자 여기저기 몬스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몬스터 대부분은 백색이었으나, 때로는투명해 보이는 몬스터들 역시도 존재했다.

벨케스.

87레벨의 몬스터로 몸에서 흰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뜨거운 불길을 형상시켰으나 열기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태성의 명령에 벨케스를 향해 언데드들이 달려들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일반 몬스터와 벨케스의 다른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치이이익!

벨케스의 몸에 닿은 언데드들은 자신의 몸에도 연기가 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연기가 나면 날수록 생명력이 고갈되어 가는 것! 즉 상태이상이 걸리고 만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상태이상에 걸리고 나면 모든 생명력이 다 할 때 까지 계속해서 그 상태가 유지가 된다는 것.

상태이상을 치료 할 수 있는 것은 의무병뿐이었지만, 한 번에 수십 개체씩 상태이상의 효과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언데드들을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큭큭, 상태이상 따위로 나의 언데드 군단을 무력화 시킬 수는 없지. 그리고 체력이 다해가는 좀비에게는 마지막 필살기도 있으니까! 생명력이 없는 좀비는 전원 익스플로전!”

콰콰콰콰쾅~!

수많은 좀비가 동시에 폭사되기 시작하면서, 그 여파는 벨케스에게 그대로 이루어졌다.

“좀비 소환!”

많은 개체가 사라지고 태성은 곧장 좀비를 다시 불러 내기 시작했다.

스스슥~!

한 번 소환에 50마리씩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멀티플 스킬 레벨이 상승하면서 이제는 명령 한 번에 소환 개체가 더욱 늘어나게 된 것이다.

사냥 할 때야 편하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 번에 50마리를 불러내는 것은 모든 언데드들을 소환하는데 시간적 소모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태성은 멀티플 스킬 레벨이 더욱 많이 오르기를 바랄 뿐이다.

벨케스와의 전투는 별반 힘들 것도 없었다. 그저 주는 경험치를 잘 챙겨 먹고, 언데드의 개체 수가 떨어지지 않게끔 개체수만 유지를 해주면 되는 문제였다.

궁궐의 내부에 보이던 마지막 한 마리의 벨케스를 정리한 태성.

“뭐야? 이게 끝이야? 별 것도 없잖아? 대체 그러면 레이스는 어디 있다고?”

그러자 궁궐 내부의 정 중앙에 백색의 찬란한 문 하나가 형성이 되었다.

스으으윽!

“어라? 하하… 대충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게 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문이 형성이 되는 건가? 새롭긴 한데, 뭔가 귀찮기도 하네. 우선은 들어 가보자. 얘들아. 따라와라.”

벨케스를 처리하고 이곳에는 더 이상 아무런 몬스터가 없었기 때문에, 태성은 곧장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언데드들은 그런 태성의 뒤를 줄을 지어 따르고 있었다.

화악~!

문을 통과하자 밝은 빛이 태성을 감싸 안았다.

“뭐야 이건?”

문을 통과했을 때, 그곳에는 새로운 몬스터들이 태성을 맞이했다.

몬스터들로 겹겹이 포위 된 궁궐의 정중앙.

“하하… 이건 뭐 일반 유저들은 모두 몬스터에게 포위 되어서 죽으라는 소리 밖에 안되는구만? 하지만… 나는 다르지! 눈에 보이는 모든 녀석들을 때려 눕혀라!”

문을 통과해서 나오는 언데드들이 즉시 사방으로 뛰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과 육박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우르르르르~!

두두두두~!

퍼펑! 콰콰쾅!

땅이 파헤쳐지고 하늘이 뒤덮이며, 주변 여기저기에서 동시에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태성의 언데드들은 각기 지니고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과 혈전을 벌였다. 그리고 모든 몬스터를 정리하면 새로운 문이 열렸고, 그곳을 들어갈 때마다 몬스터들은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후… 역시 높은 레벨의 몬스터들을 연이어 상대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데?”

쉴 틈 없이 문을 넘어오며 수많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태성. 그렇다보니 경험치는 보통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마나의 수급이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몬스터를 모두 처리한 뒤에는 빠른 휴식을 통해 마나를 모두 회복하고 다시금 문을 들어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스스슥~!

몬스터를 모두 처리했을 때, 백색의 문이 정중앙에 또다시 등장했다. 그 모습을 보며 태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고생 많았다. 잠시만 휴식을 취한다.”

마나가 심각하게 빠지는 상황에서 휴식은 필수다. 그리고 모두가 휴식을 취하는 상황에서 의무병들은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며, 생명력이 떨어진 언데드들을 치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템도 꽤나 잘 나오네. 더군다나 쓸만한 것들도 많고 말이야.”

20%의 드랍 상승률은 체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템이 잘 나오고 있었다.

현재 태성은 네 번째의 문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미 세 번째의 단계까지 모두 통과했기 때문이다.

강력한 몬스터들인 만큼 아이템 역시 레어급도 얻을 수 있었다. 단지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무기인 창이라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옵션을 대략 살펴봤을 때, 팔면 골드의 여유가 충분히 생길 정도는 되었다.

그러는 사이 그의 마나는 모두 회복하게 되었다.

“자! 휴식 끝이다! 다음 단계로 진입을… 응?”

문 앞에서 진입을 시도하려고 하자, 문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너무 오랫동안 진입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백색의 문이 사라집니다. 또한 백색의 궁궐에서 자동으로 나가게 됩니다.

“무, 무슨 소리야? 고작 해봐야 5분 정도 밖에 안 지났다고! 그런 휴식조차 하지 못하면 어떻게 사냥을 하라고! 아직 퀘스트도 남았단…….”

스스슥~!

하지만 태서으이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이 투명하게 변하며 백색의 궁궐에서 사라져갔다.

“헉!”

헛바람을 들이키는 태성. 처음 백색의 궁궐에 발을 디딘 언덕 나무 아래에 있었다.

“이게 어찌 된 거야? 5분의 시간이 지나면 결국 문이 사라진다 이건가? 휴식은 4분 이상을 취하면 안되는 거야? 젠장! 던전이 무슨 시간과의 싸움도 아니고! 다른 유저들이 알기 전에 얼른 다시 들어가야 할 텐데… 혜택은 하루밖에 안 되는 거잖아? 분명 이 던전 역시도 공지가 될게 뻔한데 어쩌지?”

당장 비가 오기를 기다릴 순 없었다. 하물며 현재 게임 시간은 저녁이었기에, 햇볕이 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

“아… 미치겠다. 이렇게 던전의 혜택이 허망하게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한다는 거야? 어쩔 수 없지. 퀘스트 때문이라도 당분간은 저녁 시간 빼고는 낮부터 여기서 죽치고 있던가 해야겠군.”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태성은 그곳을 벗어나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리해고라니요?”

“나도 어쩔 수가 없네. 위에서 시킨 일이니까…….”

“그런 말씀을 미리 해주셔야지. 왜 갑자기 이러시냐는 겁니다. 그리고 정리해고는 고작 저 뿐이지 않습니까?”

“몰라. 이게 어찌 된 일인지. 혹시 자네 윗분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그런 걸 제가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얼굴 보기도 힘든 윗분들을 제가 무슨 수로요?”

태성의 아버지. 신유광.

난데없이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통보 받게 되었다.

6년 동안 지각 한 번 하지 않고 열심히 다닌 회사. 나이가 들어 정년퇴임을 하지 않는 이상 회사를 나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회사에서는 그를 내쫓았다.

“윗분한테 가서 직접 따지겠습니다!”

“그래봐야 어쩔 수 없다니까 그러네… 어이! 이봐. 신 과장!”

신유광은 자신의 목을 꽈 조르고 있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면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많은 생각들이 스쳐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동안 해 온 실수라던지 아니면 능력 미달의 업무들. 또한 일을 그만두게 되면 앞으로 가족들의 생계는 어떻게 될지 등으로 인해, 현재 머릿속이 너무나 복잡해지고 있었다.

“사장님. 계십니까?”

“네.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신유광 과장이라고 전해주십시오. 오늘 정리해고 지시를 받은 사람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십…….”

비서가 채 통보를 하기도 전에 신유광이 사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차피 정리해고가 된 와중에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장님! 저 신유광 과장이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여기가 함부로 허락도 없이 들어오는 곳인가? 난 비서에게 통보를 받지 못했는데?”

사장은 신유광 과장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회사의 규모와 인원이 많은 만큼 과장이 한 두 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름이 아니라 정리해고 된 이유나 좀 듣고 싶어서 그럽니다.”

“정리해고? 아… 제나가 바로 그 신유광 과장이군. 여기 앉지.”

사장의 말에 신유광이 소파에 앉았다.

“말씀 좀 해주십시오. 그래도 지난 몇 년간 회사에 몸 받친 사람입니다. 정년퇴임도 아닌, 이렇게 정리해고를 시키시다니요?”

“음… 그 점에 대해선 나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회사가 부도가 두 번이나 코앞으로 다가올 만큼 힘들었던 적이 있었네. 그리고 지금도 명성 그룹이 우리 뒤를 봐주고 있지. 그런데… 자네 무슨 잘못을 한 것인지 그 명성 그룹에서 자네를 걸고넘어지고 있네. 자네를 해고하지 않으면 더 이상 우리 회사를 돌봐줄 수가 없다는 거지. 알다시피 명성 그룹에서 손을 떼버린다면 우리 회사는 내일이라도 부도가 날 만큼 기둥이 튼튼하지가 않단 말일세.”

“예? 명성 그룹이요?”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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