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85화 (85/134)

00085  4권

명성 그룹은 건설, 무역 등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거대 그룹이다. 아직 우리나라 손가락 안에 들어갈 회사는 못되지만, 장차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도 들어갈 정도로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그룹이었다.

“왜 명성 그룹에서 저를……?”

그러다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일들이 떠올랐다.

한 때 태성이 사고를 치고 경찰서에 갔을 때, 명성 그룹의 자제를 때렸다고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 그렇군요… 그것 때문에 나를!”

아들의 잘못으로 인해서 자신이 해고가 되었다. 하지만 아들에게 분노가 치미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드는 신유광.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자네… 그냥 받아들이는 건가? 이런 부당한 처사를?”

“후후… 저를 해고 시킨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만? 아무튼 안녕히 계십시오.”

사장실의 문을 열고나서는 순간 신유광의 어깨에 힘이 쭉 빠지고 말았다. 이제 이 사실을 가족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뭘 해야 한단 말인가… 내 나이 50이 다되어가는데, 새 출발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요즘 같은 시대에 나를 받아 줄만한 회사기 있긴 한 걸까?’

눈앞이 깜깜해져 오며 벌써부터 한숨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저녁 식사 시간. 가족이 모두 모여 앉아 있을 때, 태성의 아버지가 말했다.

“나 오늘 회사 그만 뒀다.”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는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 그런 농담 재미없어요.”

“농담 아니야. 진짜야.”

식사를 하다 말고, 태성과 그의 아내가 멍하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세요? 대체 왜요?”

“그냥… 회사가 좀처럼 마음에 들지도 않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볼까 생각중이야.”

아버지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따.

“다, 당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난데없이 새로운 일자리라니? 지금 당신이 무슨 새로운 일을 하신다고?”

“허허… 여보. 나 무시하지 마. 이래봬도 나 잘나가던 신과장이야. 다른 회사에서도 스카웃이라도 들어올지 누가 알아?”

태연하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어머니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울상을 짓고 있었다. 태성 역시도 멍하니 아버지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태성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고 그 즉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 혹시 일을 그만 둔 이유가 저와 관련되어 있는 건가요?”

“응? 무슨 소리야?”

“아버지 회사 그만 두신 것 말이에요. 저랑 연관이 있냐고요.”

“무슨 헛소리야? 네가 우리 회사랑 연관이 있을 리가 없잖아?”

“정말이세요?”

“우리 회사가 그렇게 할 짓이 없는 줄 아냐? 과장의 아들까지 연줄을 만들게? 신경 쓰지 마라. 난 그냥 회사가 질렸을 뿐이니까. 그냥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었을 뿐이야. 자자, 신경 쓰지 말고 식사나 하자고. 조만간 안 그래도 다른 일 찾아볼 테니까.”

그는 가족들에게 더 이상 걱정을 안겨주긴 싫었다. 하지만 태성과 어머니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식사가 끝난 이후 침대에 함께 나란히 누워있는 부부.

“여보… 정말 괜찮은 거예요? 태성이랑 관련이 없는 건가요?”

아내로서는 남편의 다른 점을 이미 파악을 하고 있었나보다.

“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어차피 아직 젊으니까.”

“훗…….”

남편의 말에 아내는 살며시 코웃음을 쳤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벌써부터 심장이 답답해져 오고,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되는 그녀였다.

“뭐? 그래서? 아버지는 어쩌시는데?”

“어쩌긴. 우선은 10년 만에 받은 장기 휴가 같다면서 며칠만 쉬고 싶으시다고 하시더라고.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아침부터 넷룸을 가셨지.”

“하하… 그렇구나. 아버지도 걱정이시겠다.”

“그렇겠지. 아버지 나이에 취직을 하는 것도 쉬운 일도 아니고… 막상 가족들 생계 걱정도 드실테니까.”

태성은 한백우와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게임 속에서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사냥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파티를 해두면 언데드들이 알아서 사냥을 하기 때문에, 둘은 언데드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편하게 대화에만 열중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정리해고라? 큭… 냄새가 나는군. 한 번 알아봐야겠어.’

한백우는 이 번 일에 뭔가 내막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막이라고 해봐야 태성과 관련된 인물에 의한 것일 뿐이다.

‘더 까불게 되면 명성 그룹 뿌리를 흔들게 될지도 모르는데… 풋내기 녀석이 부모님만 믿고 마구 조르고 있나보군…….’

한백우는 짐짓 모르는 척 하면서도 이번 일에 이진호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태성이 이 같은 사실을 알면 불편해 할까봐 그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너 도장 이제 안다닌다면서?”

“어. 갑자기 할아버지가 더 이상 도장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 음… 사부님이 그럴 분이 아니신데… 너 혹시 뭔가 실수한 건 없고?”

“에이… 내가 어디 할아버지한테 함부로 할 실력이라도 되냐? 괜히 잘못 했다간 뒤통수에 발길질 날아오게?”

“그렇겠지? 모르겠네. 사부님이 더 이상 네가 도장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했다면, 네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 있다는 소리겠지.”

“그런가? 난 아직 잘 모르겠는데?”

“후후, 차차 시간이 가면 알게 될 거야.”

웃으며 대화하는 한백우를 보며 태성은 마음이 편해지고 있었다.

한백우의 레벨은 태성보다 조금 낮은 84레벨. 태성의 경우 86레벨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그런데 너 레벨업 속도가 엄청 빠르다?”

“나야 하는 짓이 이것뿐이니까 그렇지. 내가 볼 땐 네가 더 신기하다. 넌 별로 게임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레벨이 84나 되잖아. 보면 너 게임 접속을 거의 하지 않는데도 레벨이 올라가는 게 신기하지 뭐.”

“후후… 네가 자는 시간에 자주 접속을 해서 그럴 거야.”

“그런가? 아무튼 낮에도 좀 자주 들어와. 이야기도 하면서 놀게 말이야. 역시… 직장인이라 그건 힘들겠지?”

“하하, 아무래도 그렇지. 그래도 최대한 시간이 나면 들르도록 할게. 아참! 그런데 너 이제 검정고시 볼 때 거의 다 되지 않았어?”

8월에 있는 검정고시. 현재가 7월 중순이었기 때문에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 상태였다.

“맞아.”

“그런데 이렇게 게임이나 하고 있어도 돼? 공부해야 되지 않아?”

그의 말을 들은 태성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

“훗… 야, 이미 내 실력은 검정고시 합격 수준 정도는 돼. 문제는 대입이지.”

“아, 그렇구나. 녀석… 생각보다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했나보네?”

한백우가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그에 태성은 움찔 하며 입을 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 공부는 좀 했었거든? 알지? 나 반장했던 거.”

“잘 알지. 온통 튀고 싶어서 안달한 너였잖아?”

“응? 튀고 싶다니?”

“내 눈엔 그리 보이던데? 우리 반 일은 완전 너 혼자 다 하는 것처럼 보였어. 덕분에 나까지 힘들어졌지만 말이야.”

“흐흐, 그랬던가? 아무튼 검정고시는 걱정 말고. 머지않아 복수만 끝나면 나도 공부 좀 제대로 해보려고.”

태성이 말한 ‘복수’라는 단어에 한백우의 눈빛이 약간 바뀌었다.

“복수… 그거 꼭 할 거야?”

태성은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응… 반드시 할 거야. 내가 당한 만큼 돌려주고 싶고, 그리고 어머니를 그렇게 만들은 것에 대한 죄 값을 치루게 만들 거야. 그 전까지 나는 그녀석을 용서할 생각은 없어.”

“그렇구나. 그럼 힘든 것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내가 최대한 도움이 될 테니까.”

“하하, 말로만으로도 고맙다.”

태성이 게임을 하는 목적은 예전에 들은 바 있는 한백우였다. 그렇기에 그가 하려는 복수의 내용은 대충 알고 있었다. 태성이 레벨업에 이렇게까지 열심인 이유도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음… 그렇네. 아무리 기다려도 비가 올 생각도 안하는 걸 보면 말이야.”

두 사람은 백색의 궁궐로 들어가는 언덕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햇볕은 쨍쨍했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시. 절대로 비가 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아… 정말 아깝다. 던전을 찾은 혜택이 모조리 날아가 버렸어. 조금이라도 더 경험치를 올릴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렇긴 하다. 설마 5분 기다렸다고 문이 사라지다니 말이야. 그 말 듣고 나도 솔직히 어이는 없었지.”

두 사람은 그렇게 언데드들에게 사냥을 맡겨 놓고, 날씨가 흐려지기만을 기다렸지만, 며칠 동안 날씨는 아주 쨍쨍한 햇볕만 가득했다.

백색의 궁궐이 오픈 되면서 공지로 언급이 되었다. 많은 유저들이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서 던전의 입구를 찾았지만, 유저들은 수많은 언데드군단이 사냥터를 잠식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따분한 일상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찾아도 입구가 나오지 않는 것을 알고 대다수 유저들은 힌트 하나 없이 백색의 궁궐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한백우와의 만남 이후, 무려 4일이 지났다. 그리고 드디어 햇볕이 난 날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저들이 태성과 함께 옹기종기 언덕에 모여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던전 발견 소식에 의한 공지가 이상하다는 글들이 게재되기 시작하면서, 운영진 측에서 특별히 백색의 궁궐 던전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언급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날씨가 정확해야만 던전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 이렇게 모두가 모여 있는 것이다.

“백색의 궁궐 함께 파티 가실 딜러 분 모십니다!”

“70레벨 이상 사제 분 구합니다.”

“파티 원합니다. 80레벨 탱커입니다!”

여기저기서 급히 파티를 구하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입구가 열릴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소나기가 급히 내리기 시작한 와중에도 하늘에서는 햇볕이 내리쬐어졌다. 땅에 떨어진 나뭇잎사귀들이 허공에 계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대한 투명 문이 다시금 모습을 나타냈다.

“자, 얼른 들어가죠.”

파티를 먼저 이룬 유저들은 급히 문으로 들어섰다.

‘나도 슬슬 들어가 볼까?’

태성은 그런 유저들의 뒤에서 함께 줄을 서기 시작했다.

백색의 궁궐 입장 시간은 매우 짧다. 그래서 시간이 늦춰진다면 입장을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문이 닫힐 수도 있는 일이었다.

비가 그치거나, 구름이 태양을 가리면 백색의 궁궐 입구가 사라지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게 들어 갈 필요가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유저들도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았다.

태성은 홀로 들어가려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태성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죄송한데 혹시 파티 있으신가요?”

“네? 아뇨. 없는데요?”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저희와 함께 파티 하지 않으시겠어요? 딜러가 부족해서요.”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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