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6 4권
그는 태성의 외형만 보고 마법사로 생각하는 듯 했다. 그래서 그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음… 저야 상관은 없지만…….”
남의 부탁을 쉽사리 거절 할 수가 없는 태성으로서는 약간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사냥을 하나, 모두가 함께 사냥을 하나, 태성에겐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템이 나올 경우 그것을 분배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태성이 이곳 백색의 궁궐에 들어가는 가장 큰 목적은 바로 퀘스트 때문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퀘스트의 완료만을 목표로 하기에 파티를 이뤄도 상관은 없었다.
-79레벨의 세이야님에게서 파티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신청을 받으시겠습니까?
“예.”
-세이야님과 파티가 성립되었습니다.
-몬스터를 사냥할 시 경험치가 120% 증가합니다.
파티에 가입을 하자, 파티원 5명 모두가 모여 있는 상태였다.
‘그냥 혼자 한다고 할 걸 그랬나?’
파티원이 많을수록 아이템 분배에 관해서는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의 상태를 잘 알기 때문에, 크게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았다.
파티원이 모두 구해지고 나자, 그들 모두는 한 곳에 자리했다. 그리고 태성에게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엔젤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루이나라고 합니다.”
“저는 용사마라고 합니다.”
세 명의 인물이 인사를 건넸다. 두 명은 여성이었고, 세이야와 용사마라는 두 사람만 남성이다.
여성의 경우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으며, 세이야라는 사람은 20대 중반, 용사마는 30대로 보였다.
탱커의 경우 세이야가 담당했고, 결국 딜러로 용사마라는 인물이 단검을 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사제로는 엔젤이라는 여성이었으며, 보조딜러와 사제 역할을 루이나가 담당하고 있었다.
“자, 파티가 짜여 졌으니 얼른 들어가도록 하죠.”
그들은 모두 백색의 궁궐로 발을 들였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태성이 입을 열었다.
“혹시 모두가 같은 길드이신가요?”
“하하, 네. 저희 모두는 같은 길드예요.”
네 사람의 가슴에 같은 문양의 길드 표식이 보였고, 그걸 모를 리 없는 태성이다.
“길드 규모가 좀 작다보니, 한 번씩 유저들을 파티에 영입하는 일이 좀 많아요.”
“그렇군요.”
“아직 길드 가입 안 되어 있으신 듯한데, 저희 길드에 들어오지 않으시겠어요? 저희 길드 들어오시면 가장 고렙이되시겠네요.”
미소 지으며 하는 말이었지만, 태성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죄송하지만, 아직 길드에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시군요. 혹시 저희 길드가 규모가 작아서 그러시는 거라면 걱정하지마세요. 앞으로 계속 유저를 모집할 생각이거든요.”
“아뇨. 규모와는 상관없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요.”
그들은 모두가 태성을 설득하려고 했다. 이유야 간단하다. 고레벨 일수록 길드에 들어오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모든 길드를 막론하고 고레벨을 놓치고 싶은 길드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태성의 경우 레벨이 86이나 되다보니 그들로서는 군침이 당길 수밖에 없었다.
“뭐 그러시다면 다음에 길드 가입 하실 일이 있으시다면 저에게 귓속말을 주십시오.”
-세이야님에게서 친구 등록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귀찮게 뭐하는 거지? 자기 마음대로군.’
태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의 친구 등록을 수락하고 말았다.
-세이야님이 친구로 등록 되었습니다. 친구는 친구 목록에서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몇 명 없는 친구 목록에 또 다른 한 사람이 생겼군. 능글맞긴 하지만 뭐… 대놓고 거절할 순 없으니까. 나중에 삭제하는 걸로 하자.’
억지웃음으로 세이야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 태성은 다시 그들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최초로 이곳에 발을 들여 놓은 태성이 한 마디 했다.
“여기 몬스터들을 모두 잡고나면 문이 열립니다. 휴식은 4분 정돔나 해야 해요. 5분이 지나면 문이 닫혀버리고, 자동으로 언덕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예에? 그게 사실인가요?”
“네.”
“어? 그걸 어떻게? 현재 이곳 백색의 궁궐이 발견 된 이후로, 발견자 외에는 아직 아무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고 하던데요?”
“후후, 제가 그 발견자거든요.”
“헉? 그러시군요. 대단하시네요. 던전을 발견하셨다니… 전 아직 그런 실마리조차 구경을 못해봐서…….”
“아닙니다. 우선 그 점만 주의하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저도 3단계까지만 가봤거든요. 현재로선 조심해야 할 건 없다고 봅니다. 사제님들이 계시니 아마 상태이상 치료도 가능하실 테고요.”
“상태이상이요? 그건 또 왜요?”
태성은 자신이 겪은 것에 대한 정보를 그들에게 알려주었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럼 가온누리님 정보를 들었으니 즉시 사냥을 시작하죠. 아참, 그런데 가온누리님은 마법사이시죠?”
“네? 아뇨. 마법사는 아니고 소환사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러자 그들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소환사의 경우 아무래도 다른 근접 딜러나 마법사들보다 공겨력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딜러로서 넣는 태성이 약간 부족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설마 이런 실망한 표정들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네. 나도 기분이 나쁜 걸? 최소한 직업이라도 물어 보고 파티 신청을 하던지? 자기들 멋대로 해놓고는… 사람 기분 나쁘게 하네.’
그들의 안색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태성은 즉시 언데드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좀비 소환, 스켈레톤 소환, 스켈레톤 메이지 소환, 군악대 소환, 의무병 소환, 구울 소환, 듀라한 소환, 다크 나이트 소환, 고스트 소환, 데몬 자이언트 소환, 오공 소환!!”
그들은 사냥을 시작하려다 말고 계속해서 늘어나는 언데드들을 보며 깜짝 놀라고 있었다.
“헉!”
“이, 이게 대체?”
“뭐가 이렇게 많아?”
“엄청나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늘어가는 언데드들을 지켜보고 있는 그들. 이윽고 모든 언데드들을 소환한 태성이 말했다.
“자… 준비 끝났으니 시작하죠.”
파티 사냥은 태성의 말이 떨어지자, 진행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5명이 한 파티로 구성된 그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
하나는 길드로 구성된 그들 네 명이었고, 다른 한 명은 태성 혼자만이다.
태성의 경우 언데드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파티 사냥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언데드들에게 명령을 내려 따로 주변의 몬스터들을 사냥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 엄청나군요. 저 사람.”
“그러게. 혼자 사냥을 하는데, 벌써 우리 사냥 속도를 뛰어 넘었어요.”
“단순한 소환사 일 줄 알았는데… 동영상 속의 그 사람이네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확실하게 대단한 수준의 소환사가 맞긴 하군요.”
이미 한 차례 동영상으로 유명해진 태성이었다. 남대륙의 유저라면 대다수 태성이 나온 언데드 군단의 동영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도 동영상을 본 사람으로서 동영상보다 더욱 놀라운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저희가 부끄럽군요.”
“아닙니다. 다 같은 파티인걸요.”
1단계의 모든 몬스터를 처치 한 후,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태성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소환사라고 하지만, 너무 엄청난 수를 소환하는 것 같은데, 혹시 그 말로만 듣던 히든 클래스인건가요?”
“글쎄요? 애초에 저는 히든 클래스를 얻은 적이 없습니다. 전직을 하다 보니 이렇게 많아진 거죠.”
“와… 전직을 하면서도 그렇게 변모할 수가 있는 거군요. 아무튼 존경스럽네요. 우리 친하게 지냅시다. 아하하하!”
친구 등록까지 했던 세이야가 크게 웃으면서 태성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하… 네. 알겠습니다.”
기분 좋게 웃으며 환대를 해주는 사람에게까지 박대할 정도로 태성은 못 배우지는 않았다.
그들은 4분 정도의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문을 열고 입장했다. 하지만 2단계의 사냥이 끝나고 3단계에 들어섰을 무렵, 그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왜 그러시나요?”
“헉헉…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서 현재 너무 힘듭니다.”
태서잉야 마나만 채우면 되는 몸이었지만, 그들은 직접 싸워야 하는 몸이기에 그 피로감이 상당했던 모양이다. 하물며 사제 두 사람의 경우 휴식 시간이 너무 짧다보니 마나조차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파티를 진행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시다면 저에게 맡기시고 휴식을 먼저 하세요. 어차피 혼자 사냥해도 큰 어려움은 없거든요. 이리오세요.”
태성은 예나지금이나 한쪽에서 휴식을 취하며 언데드들을 보며 말했다.
“여기 있는 것들 모조리 쓸어버려.”
그의 명령을 듣고 언데드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 장관이네요…….”
“그러게요. 이건 뭐 한 명의 유저에 의한 것이라고는 절대로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무슨 군대를 이끌고 있으니…….”
그들 모두가 휴식을 취하면서 언데드들이 싸우는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어라? 의무병까지 있었나요?”
“네. 나름대로 특이한 소환수까지 등장해서 좀 편해지긴 했지만, 말 많은 녀석도 있거든요.”
“그 말 많은 소호나수라는 게… 저걸 말하는 것인가요?”
세이야가 손가락으로 언데드 한 마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야, 다 들리거든?}
좀비 1번이 세이야를 노려보며 말했다.
“헉? 저의 말에 반응도 하네요? 인공지능 입니까?”
“후후, 네. 그러니까 말 많은 녀석도 있다고 했잖아요.”
사실 세이야는 지금까지 언데드들의 말소리를 전혀 듣진 못했다. 단만 유독 좀비 한 마리가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면서 나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언데드들의 말이라고 해봐야 ‘허우!’ 가 다였기에, 그저 기합 소리만 내는 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왠지 너무 멋있네요…….”
“멋있다니요? 어디가 말입니까?”
태성은 의아해 하며 물었다.
“글쎄요? 저희는 파티 단위로 이렇게 싸워도 겨우겨우 숨을 돌리곤 하지만, 가온누리님은 안 그렇잖아요? 혼자서 지존처럼 모든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모습이 마치 군주의 모습 같다가노 할까요?”
엔젤은 태성을 마구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온누리님은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어려보이시긴 하는데, 연세라고 묻는 건 실례려나?”
태성은 그녀의 말에 크게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전 19살입니다.”
“19살? 그럼 고3? 오늘 학교 쉬는 날이에요?”
“아뇨. 전 자퇴했는데요.”
“에엑? 자퇴? 왜요? 고등학교는 그래도 졸업하는 게 좋지 않나요?”
태성의 말에 그들 모두는 걱정 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졸업은 해야 하지만, 사정상 졸업은 못하고, 몇 달 전에 자퇴했어요. 그리고 검정고시를 준비중이고요.”
“그렇군요. 그래도 성인이 되고나면 학창시절이 많이 생각날 텐데…….”
“글쎄요… 과연 그럴지…….”
태성은 더 이상 학교 이야기를 하기 싫어서 말을 끊었다. 그러자 용사마가 언성을 크게 높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