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87화 (87/134)

00087  4권

“그렇지! 까짓 고등학교 좀 졸업 못하고 대학 못가면 어때?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고. 요즘에는 무조건 능력이야. 물론 그 능력도 좋은 학교를 나온다면 스펙으로 작용하겠지만, 이 세상은 물질만능주의라고. 돈만 있으면 다 돼! 능력 하나만 있으면 돈 버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지.”

“그러시군요. 그런데 용사마 님은 대학을 안 나오셨나 봐요?”

“헉? 그걸 어떻게?”

“그냥… 대학을 조금 임팩트 있게 말씀을 하시길래요. 용사마 님은 뭐 하는 분이세요?”

학업에 크게 목표를 두지 않는 용사마의 언행에 태성이 물었고, 그런 용사마를 대신해 곁에 있던 세이야가 대답했다.

“큭큭. 부모님 잘 만나서 고생 안하고 넷룸 차려서 운영 중이신 분이죠.”

“뭐라고? 이놈이? 부모님 잘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엄연히 현실을 알아보고 넷룸을 차리고 싶다고 한 것은 나라고!”

“그게 그거잖아요. 결국 형의 손으로 한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이놈들이 진짜? 너희들 오늘 다 계산하고 가!”

“헉? 형님. 잘못했습니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함께 오랫동안 게임을 한 이들처럼 보였다. 말하는 것도 자연스러웠고, 분위기 자체가 화기애애했던 것이다.

“오래들 알고 지내셨나 봐요?”

“뭐 그렇죠. 다들 함께 5년 정도 게임한 사이에요. 그래서 다같이 레전드 오브 판타지로 넘어왔죠. 저희 말고도 세 명 더 있어요.”

“그러시군요. 인연이 꽤 기시네요.”

“인연은 무슨… 그 인연을 빌미로 공짜로 게임하고 가는 놈들입니다.”

“에이? 형 정말 왜 이러세요? 언제는 깊은 인연 사이에는 돈 같은 거 안 받는다면서요?”

용사마는 세이야의 머리를 한 대 치며 말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인마.”

그런 남자들을 지켜보고 있던 엔젤과 루이나가 태성을 향해서 다시금 물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온누리님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없나 봐요?”

“그러게. 보통 이정도의 레벨이 되면 파티 사냥을 많이 하지 않나? 고정 파티도 있고 말이야.”

두 사람은 고레벨 임에도 홀로 던전을 들어오려고 했던 태성의 심중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같이 한 사람은 없고요. 게임을 하다가 친구 하나를 만나서 간간히 같이 하지만, 녀석도 바빠서 좀처럼 자주 볼 순 없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친구는 몇 번 본적도 없고요. 게임 내에서 알고 지내면서 함께 사냥을 하는 분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사냥 타입이 이런 형식인지라, 파티를 해봐야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고요.”

수많은 언데드들을 보고 있으니, 태성에게는 파티가 필요 없다는 것을 그들 모두는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랑 친하게 지내지 않을래요?”

엔젤의 눈빛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22살이고, 루이나 언니는 23살이야. 말 놔도 되지?”

그녀는 오히려 태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후후, 네. 그러세요.”

그녀들 역시도 세이야와 마찬가지로 친구 등록을 하게 되었다. 이후 용사마가 마지막으로 친구 등록을 마치면서, 이들 모두가 태성의 지인이 되고 만 것이다.

엔젤은 168센티 정도의 큰 키에 예쁘장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과연 이 얼굴이 꾸며서 이런 것인지, 그도 아니면 본래 얼굴이 이런지는 알 수 없다. 반면 루이나는 160센티 정도의 키에 통통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용사마는 32살이라는 나이와는 다르게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있어서 3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였고, 인상은 푸근하게 생긴 스타일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이야는 눈썹이 짙고 눈매가 날카로워서 조금은 냉철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지만, 대화를 해 보니 전혀 그렇지도 않았따.

“그래서 내가 이 형이 계속 장검을 먹겠다는 걸 억지로 뜯어 말렸다니까? 어찌나 장검 타령을 하는지.”

“그래요? 단검 캐릭터이신 분이 장검은 왜요?”

“내 말이 그거야! 왜 단검 스킬이 많은데, 굳이 장검을 들려고 하냔 말이야.”

태성과 세이야가 대화하는 것을 들으며 용사마가 끼어들었다.

“야! 낸들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냐? 너도 봐라. 이 단검. 이게 무슨 폼이 나냐? 연필 깎는 칼도 아니고. 다른 직업들은 대검도 들고 다니고, 너처럼 방패나 장검을 들고 있으면 폼이라도 나잖아? 나는 이게 뭐냐고.”

용사마는 자신의 단검을 부며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형은 진짜 이해가 안 간다니까… 저러면서 데미지 좋게 나오면 또 좋다고 입을 ‘헤~!’하고 벌이고 있으면서…….”

그들은 한동안 대화를 계속 주고 받고 있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그들 모두가 서울에 살고 있다는 것이었고, 태성과도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넷룸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처음 인상과 대화를 해보니 많은 것들이 다르구나… 이런 게 사람과의 대화구나…….’

일반인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본 적이 없는 태성은 이번에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처음으로 낯선이들과의 대화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좀처럼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던 태성은 처음에는 이런 대화 자체가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들 논다 아주! 우리는 개고생해가면서 자폭에 물어뜯기를 감행하며 열심히 사냥을 하는데, 니들은 여기서 노닥거려? 이것들이 아주 그냥!}

좀비 1번이 그들이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며 불만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말하고 있었다.

“야! 너 뭐야? 가서 몬스터나 잡아.”

{몬스터를 왜 잡아? 누구 좋으라고?}

“음… 역시 한 번 말을 해서는 안 듣네. 좀비 1번 소환 해제.”

{야 이 때려죽일…….}

좀비 1번의 불만을 들은 파티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좀비 1번이 한 말을 듣고 모두가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경험치를 공짜로 먹고 있다는 사실에 뜨끔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라지는 좀비 1번을 보며 안색이 약간은 굳어 있었다.

백색의 궁궐은 이미 5단계까지 클리어를 한 상태였다.

“자, 이제 6단계네요.”

“응. 그렇지. 우리도 충분히 쉬고 했으니까 다시 사냥을 시작해볼까? 괜히 눈치 보인다.”

세이야는 다시 소환 된 좀비 1번을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려 버렸다.

{너… 나랑 한 번만 더 눈 마주치면 눈깔 뽑아버린다?}

섬뜩한 좀비 1번의 말에 세이야가 당황해 했다.

“헛소리 집어치우고 저리 가 있어. 그럼 저는 이쪽 반대편에서 사냥할게요. 앞전과 마찬가지 형태로 가도록 하죠.”

“어, 그래. 조심해서 사냥해.”

“후후, 제가 조심할게 뭐가 있다고요. 형님들이나 조심하세요.”

그 말을 들은 엔젤이 태성을 쏘아보며 말했다.

“어머? 너는 형님들만 챙기니?”

“하하, 아닙니다. 누나들도 조심해서 사냥하세요.”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그들은 서로를 걱정해주며 다시 사냥에 임했다.

단계가 오를수록 역시나 사냥은 점차 힘들어져 갔다. 아마 태성이 파티에 속하지 않은 상태였더라면, 이들은 2단계도 넘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았다.

쿠콰쾅! 콰콰콰쾅!

한쪽에서 태성이 좀비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수많은 언데드 군단이 몬스터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있는 길드일행들.

“새삼 느끼는 거지만 가온누리가 상히 강하네요.”

“그러게 말이야. 이건 도무지 86레벨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야. 3차 전직되면 정말 볼만하겠어.”

“오빠, 가온누리 우리 길드에 무조건 가입시키세요.”

“맞아. 저런 강한 애가 들어오면 우리 길드도 입지가 아주 높아질 거야.”

그들은 계속해서 태성을 길드에 가입시킬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휴… 누나들 그 말이 여기까지 다 들리거든요? 길드는 가입 할 수 없는데… 이렇게 된 거 그냥 내가 길드를 하나 만들어 둘까? 그러면 최소한 사람들이 나보고 길드를 가입하라고 말은 안꺼내겠지?’

태성 역시도 길드를 하나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 같은 귀찮은 일들 발생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6단계의 몬스터들은 은근히 강했다. 방어력도 뛰어났으며 공격하는 것마다 좀비들이 한방에 죽어 나갈 지경이었다. 그래서 사냥 방법은 예전처럼 좀비들은 무조건 익스플로전을 시도하며 가급적 죽기 전에 피해를 입히는 방식을 택했다.

쿠콰콰콰쾅! 콰콰콰쾅!

연이어 들려오는 좀비들의 폭발 소리에 네 명은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갈 때마다 그 위력이 실로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폭발에 의해서 사라져간 좀비들은 순식간에 다시 바닥에서 튀어 올라와 개체수를 맞추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자신들이 너무나 초라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태성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스킬을 총 동원하고 있었다.

“스컬 실드!”

그의 몸 주변에 6개의 해골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위컨!”

-위컨 스킬의 효과가 적용 되었습니다.

대부분 사냥에서 언데드 소환과 익스플로전 스킬 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태성. 하지만 몬스터들이 강한 만큼 이제는 스킬들을 모조리 사용해야만 했다.

위컨 스킬의 경우 레벨이 오르면서 그 효과가 대상의 신체 능력을 15%까지 감소시키는 효력이 발생했다. 처음에 5%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발전한 상태다.

“와… 진짜 사냥 속도 빠르네. 우리가 한 마리 잡을 때 저녀석은 10마리 이상을 잡고 있는 것 같아.”

“엔젤아. 말은 똑바로 해. 아직 우리는 한 마리조차도 잡지 못했어.”

그들이 열심히 몬스터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태성은 점차 더 많은 몬스터들을 쓰러뜨리고 이었다.

“좀비 1대대 전원 익스플로전!”

쿠콰콰콰쾅!

“듀라한! 다크 나이트는 나의 지시를 받는다. 우선 대기해!”

태성의 대기 명령을 내리자, 양쪽으로 퍼져 있던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태성의 앞에 줄줄이 서 이는 메이지와 궁수를 향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전원 발사!”

쉬쉬쉬쉬~!

퍼퍼퍼펑~!

화살과 마법이 난무하며 몬스터가 발광을 할 때였다.

“듀라한! 다크 나이트! 일제히 돌격!”

우르르르~!

두 무리가 마치 서로 격돌을 하듯이 몬스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둥둥둥~!

그들을 응원이라도 하듯 군악대가 열심히 북을 치기 시작하며, 공격력을 올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사냥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다.

“휴… 힘드네요.”

태성이 하는 말을 들으며 세이야가 대답했다.

“하하…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우리는 뭐가 되냐?”

“후후, 아니에요. 형님들도 모두 고생하신 건 사실이잖아요.”

“야야,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라. 지금 여기서 몬스터는 네가 거의 다 때려잡았어. 우린 두 마리 겨우 잡았고 말이야…….”

그들은 태성 한 명과 자신들의 실력차이가 너무나 심각한 것을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사냥이 진행하면서 그들은 7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지 못한 광경이 드러났다.

하늘을 둥둥 떠다니고 있는 보따리들.

“어머? 이게 뭐야?”

보따리의 정체는 바로 레이스였다.

레이스는 하얀 보자기를 뒤집어씌운 것 같은 유령 몬스터로서 고스트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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