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1 4권
“헉?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최초 돌파? 더군다나 2레벨이나? 기대도 안하던 일이!!”
최초 돌파에 대한 보상을 주는 던전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태성. 그리고 백색의 궁궐이 그런 던전 중 하나라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의무병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기에, 태성은 그들을 슬쩍 바라보았다.
“으으…….”
하지만 녀석들을 보자마자 속이 울렁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고, 다시 한 번 크게 토악질을 해야만 했다.
“우웩!!”
의무병들이 태성을 향해서 걸어오려고 하자, 그가 급히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아. 오지마. 거기 멈춰… 죽지 않을 테니까.”
고마운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만큼 역겨운 기분도 좀처럼 지울 수가 없었다.
“으… 인벤토리에 챰이 들어 왔다고 했지? 한 번 확인 해보자.”
태성은 방금 보상으로 얻게 된 백색의 챰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새하얀 작은 돌로 만들어졌는데, 흰색의 돌이었음에도 빛이 조금씩 나고 있었다. 크기는 대략 10센티 정도의 희고 밝은 돌이었다.
[백색의 챰]
설명 : 백색의 궁궐을 최초로 돌파한 자가 받게 되는 최초이자 마지막의 보상. 인벤토리에 넣어두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발휘한다.
효과 : 몬스터를 죽일 때마다 +5% 골드 추가 획득
레어 이상의 아이템이 나올 확률 5% 상승
“오오오! 이건 진짜 대박인데? 와! 이거 하나만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상당한 이점이잖아? 확실한 건 정보를 통해서 좀 알아봐야겠지만… 이거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현재 레전드 오브 판타지의 골드 시세는 다른 게임들 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랬기에 골드가 현금이기에, 골드 추가 획득이라는 옵션은 장기간 게임을 하는 유저에게는 엄청난 득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물며 레어 아이템이 나오는 수치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모든 사냥이 마무리되자, 백색의 궁궐에 나뭇잎으로 된 문이 나타났다.
“후후… 끝인가? 이곳으로 나가면 되는 건가 보네.”
문이 열리고 나가자, 그곳은 엘로드의 언덕이 보였다.
‘큭… 더 이상 이제 이곳도 올 필요가 없게 되었군.’
엘로드 언덕에 나왔을 때, 그곳에 유저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마도 던전이 열리고 난 이후, 모두가 입성했고, 다시 문이 열리기엔 시간이 꽤나 필요했기 때문에, 기다리는 이들 없이 모두가 그곳을 떠난 듯 했다.
시원스럽게 태성의 발걸음은 그곳에서 마을로 향했다. 마을에 도착한 태성은 잠시 로그아웃을 한 후, 사이트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챰은 일종의 부적과도 같은 것으로써 인벤토리 내에 보관만 해도 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종류로는 공격력과 방어력을 시작으로, 각종 옵션이 달린 수많은 챰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인벤토리의 한계를 감안한다면 챰은 많으면 많을수록 캐릭터에게 매우 큰 도움을 줄 수가 있었다.
“기대되는 걸? 가격이라도 한 번 알아보고 싶지만… 이건 파는 것보다 내가 쓰는 게 훨씬 이득이지! 앞으로 수많은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나올 골드를 생각하면 말이야! 크흐흐. 그리고 유니크가 두 개나 나왔으니까 그걸 팔아서 골드로 만들면 될 거야.”
어차피 자신에게 맞지 않는 유니크 아이템들이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경매 사이트에 올려놓았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편한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10. 여름 여행
“알아보셨나요?”
“예. 아무래도 신유광이란 사람이 일하고 있던 회사는 명성 그룹의 힘을 많이 빌리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명성 그룹의 압력으로 신유광 한 사람만을 정리해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 명성그룹이 나섰던 일이군요. 아저씨. 혹시 저희 회사에 태성의 아버지가 들어갈 만한 자리가 남는 것이 있을까요?”
“도련님이 그리 지시하신다면 없는 자리도 만들어야죠.”
“후후, 감사합니다. 조만간 자리 하나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했다는 소리는 하지 말고, 그때쯤에 태성의 아버지를 스카웃해서 그 자리에 앉혀주시면 좋겠어요. 되도록 자연스럽게요.”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한백우는 이번 일을 시작으로 명성 그룹에 제대로 된 태클을 걸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뇌물 수수 비리 혐의부터 살짝 퍼뜨려볼까?”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봉투를 내려다보고 있는 한백우. 이 봉투에는 명성 그룹이 거대 그룹으로 발전하기까지의 모든 비리들이 속속들이 정리되어 있는 서류 봉투였다.
“당장 어머니께 이걸 드리기에는 너무 순식간에 끝나버릴 것 같고… 우선은 언론 플레이를 살며시 해볼까? 후후, 재밌겠네. 거대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 명성 그룹으로서는 꽤나 골치 아프게 되겠군. 그나저나 이건 이거고… 이제 여름인데 태성이랑 날을 잡아서 놀러라도 가볼까?”
7월의 뜨거운 여름.
태성의 검정고시가 문제없다는 소식이 한백우에게는 참으로 다행으로 여겨졌다.
사실 태성의 공부를 방해할까봐 게임도 많이 접속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자신의 걱정에 불과했다. 태성은 이미 검정고시에 대한 준비는 모두 마쳤기 때문이다.
“별장으로 놀러나 가볼까… 후후, 재밌겠다. 태성이와는 이렇게 놀러가는 게 처음이니…….”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는 한백우였다. 그에게도 친구라는 존재는 별로 없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기쁘기 그지없었다.
그런 생각으로 태성에게 문자를 남겼다.
백우 [야, 날도 덥고 한데 바다로 놀러나 가자.]
태성 [언제?]
백우 [아무 때나.]
태성 [좋지. 네가 알아서 정하고 나에게 말해줘.]
처음으로 휴가를 떠나기 위해 기분이 들떠 있는 한백우는 벌써부터 즐겁기 시작했다.
“후후… 내일이라도 당장 떠나볼가? 어차피 태성이도 빨리 갔다 오는 게 낫겠지.”
한백우는 태성에게 즉각 연락을 취했다.
“태성아.”
-어? 문자를 하더니 바로 연락하네. 왜?
“내일 바로 가자.”
-컥? 내일 바로?
태성이 깜짝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바빠?”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직 부모님께 말씀도 안 드렸거든.
“후후, 그건 걱정마라. 아마 부모님도 바로 승낙을 하실 거다. 내가 나중에 말씀드릴게.
한백우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자신이 다 도맡아 하려고 했다.
-하긴… 네가 그렇게 말해준다면야 우리 부모님이 아무런 말씀을 안 하시겠는데… 그런데 내일 어디로 갈 건데?
“음… 간단하게 우리 집 별장으로 가려고. 매년 여름마다 가거든.
-와… 너는 별장도 존재하냐?
“큭… 내꺼 아니다. 인마. 아버지꺼지.”
역시 잘나가는 집안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약간은 부러운 듯한 말투의 태성. 괜히 자신과 한백우가 비교가 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근데 얼마나 놀다가 올 건데?
“글세? 한 3박 4일 정도? 아무튼 내일 갈 테니까 준비 하고 있어라.
-그래. 알았다. 아참. 부모님한테는 네가 지금 전화할거야?
“응. 그럴 거야. 그러니까 잠이나 잘 자두고. 내일 보자.”
-그래. 알았어. 내일 봐.
한백우와 통화를 끝낸 태성은 잠시 멍한 눈으로 자신의 방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름 여행이라… 그러고 보니 난 여름 여행을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구나…….”
항상 바빴던 아버지. 그리고 크게 여유롭지 않던 가정환경으로 인해 여름 여행이라는 것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그였다. 대부분 아이들의 경우 친구들끼리 모여서 여행을 즐기기도 하지만, 태성에게는 그럴 만한 친구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름 여행은 상당히 기대되기도 하며, 설레임이 가득했다.
“별장이라… 기대가 되긴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뭔가 일이 터질 것 같기도 하고… 첫 여행이라서 그런 건가? 하… 부모님께 뭐라고 할지 걱정이 되네.”
아직 10대인 태성이었기에 혹여나 부모님이 여행을 반대하시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을 무렵, 태성의 부모님이 방으로 급히 달려들어 왔다.
“태성아!”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벌컥 연 부모님을 바라보며 태성은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너,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열심히 해서 다음 달 검정고시는 반드시 합격 할게요!”
놀란 두 눈을 뜨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보며 태성이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네 이놈1”
그때 태성의 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놈아! 친구가 여행을 가자는데 당연히 가야지! 음하하하하!”
역성을 내기보다는 오히려 더 여행을 가라고 부추기는 부모님을 보면서 의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태성의 아버지가 아직 취직을 못한 것을 알고 있는 한백우가 태성의 부모님께도 무료 여행을 보내드리려고 한 것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여행지로 가장 유명한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뽑힌 제주도는 이미 많은 외국인들로 붐볐다. 한때는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볼 법한 제주도였지만,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뽑히면서 제주도를 여행하는 것은 외국 여행을 하는 것보다 더욱 비싼 가격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신혼여행을 가는 부부들 역시도 제주도를 가느니 차라리 해외여행을 가는 것을 택할 정도로 제주도의 경비는 비쌌다.
그런데 그런 제주도를 무료 여행으로 4박 5일을 보내드리려고 하는 한백우.
5성급 호텔에 모든 숙식 제공이 가능하며, 호텔에 있는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그들에게 주어졌다. 이미 항공권을 비롯하여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내일 태성의 집으로 방문을 한다는 것이다.
“시, 신나셨네요?”
“하하! 당연하지!”
“호호, 난 죽을 때까지 제주도는 못 가볼 줄 알았다. 그런데 백우 때문에 제주도까지 가보게 되는구나.”
“아무튼 너는 친구 하나는 잘 둔 것 같구나. 흐흐, 그만 자려무나. 우리도 내일을 위해서 일찍 자야겠다.”
태성의 부모님은 신나는 표정으로 그의 방을 빠져 나갔다.
‘후후, 그렇게 좋으실까? 휴… 나도 능력이 좋아서 저렇게 부모님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자주 보면 좋을 텐데…….’
아직까지 그는 엄연한 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취직을 하고 돈을 벌기에는 아직 몇 개월이 더 남은 상태였다. 또한 대학까지 모두 졸업을 하고 스펙을 높이려면 최소한 20대 중후반이 되어야만 자리가 잡힐 것이다.
‘생각보다 멀고도 험하겠지… 그래도 그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반드시 호강시켜드릴 테니까.’
자신을 위해 많은 고생을 한 부모님이라는 것을 알기에, 모든 것을 받쳐서라도 두 분이 편하게 사시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태성이었다.
다음날 오전.
11시쯤 한백우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아머님.”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는 두 사람.
“오! 그래. 백웅 ㅤㅘㅅ꾸나. 어서오너라. 식사는 했니?”
“하하, 네.”
“그래. 당연히 했겠지. 시간이 몇 신데 당신은 그런 질문을. 그런데 오늘 태성이랑 여행을 간다고?”
“네. 그동안 태성이랑 놀러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 오늘을 계기로 한 번 가보려고 합니다. 이해해주실거죠?”
“하하, 당연히 이해하지. 모름지기 친구라면 여행은 필수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 우리 태성이랑 즐겁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오렴.”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