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2 4권
그의 어머니까지 가세해서 그들의 여행을 흔쾌히 허락을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난 후, 두 사람의 눈빛을 빛냈다.
“아! 참! 여기…….”
한백우는 두 사람이 갈구하는 눈빛을 보며, 즉시 품속에서 봉투를 꺼냈다.
“여기 항공권과 숙박권입니다. 스위트룸이고요. 이미 제가 연락을 해놨으니, 가셔서 마음껏 쉬시다 오시면 될 거예요.”
“어머? 스, 스위트룸?”
“후후, 네. 저희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호텔입니다.”
그 말에 두 사람은 상당히 놀라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 그렇구나. 아버님이 상당히 잘 나가시나보구나. 그런데… 스위트룸인데 괜찮겠니?”
“하하, 걱정 마십시오. 이미 아버님께도 말씀드렸더니, 오히려 이것까지 챙겨주셨습니다.”
한백우는 또다른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냐?”
“그냥 약소한 여행경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봉투를 건네받은 태성의 아버지가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두 눈이 크게 떠졌다.
“헉? 이, 이렇게 많이? 아니다. 이건 우리가 받을 수 없다.”
일반적인 여행 경비라고 하기엔 그 액수가 엄청났던 것이다.
‘세상에… 이건 무슨 5만 원도 아니고, 수표가 이렇게나? 대체 백우 이녀석은 어떤 집안에 있는 거야?’
받았던 봉투를 오히려 내미는 태성의 아버지. 그것을 지켜본 한백우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버님. 어머님. 이것은 제가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옛날 저에게 베푸신 사랑을 저희 아버지께서 이렇게나마 표현하신 겁니다. 훗날 함께 인사를 드리게 될 텐데 사양 말고 받아주십시오.”
한백우의 말에도 태성의 아버지는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아니다. 모든 것을 책임져 주셔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갔다 올 수가 있는데, 이렇게 큰 돈 까지 받을 수는 없구나. 돈은 아버님께 다시 돌려드리도록 해라. 우리들도 여행을 하기 위해서 약간의 돈은 준비했단다. 마음은 고맙지만, 훗날 이 돈으로 함께 식사나 하자고 전해 주거라.”
태성의 아버지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한백우.
“정 뜻이 그러시다면 아버님께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이것 챙기시고, 아마 나가시면 차가 대기하고 있을 거예요. 그것을 타시면 공항까지 모셔다 드릴 겁니다.”
“허? 차까지?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하하, 기왕 하는 거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즐겁게 여행하시다 오세요.”
“그, 그래. 정말 고맙다. 아참. 태성이는 자기 방에 있으니까 들어가 보거라. 아직 한참 자고 있단다.”
“네. 좋은 여행 되세요.”
이미 여행에 필요한 짐을 정리 해두고 기다리고 있든 태성의 부모는 한백우의 안내에 따라 차량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것을 확인하고 한백우는 태성의 방으로 들어왔다.
“야, 아직도 자고 있냐? 일어나.”
“어? 어음… 언제 왔어?”
태성이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흐, 너 또 새벽 늦게까지 게임했지?”
“아냐, 인마. 잠을 설쳤어.”
“잠을 설쳐? 왜?”
태성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대답했다.
“친구랑 여행 가보는 게 처음이잖아. 그렇다보니 잠까지 설치게 되더라.”
“큭큭, 무슨 초등학생 소풍 갈 때 잠 설치는 것도 아니고, 아직 한참 애구나? 어서 씻어라. 차 막히면 힘들다.”
한참 성수기라 여행을 떠나는 차량들이 많았다. 그래서 한백우 역시도 서두르려고 하는 것이었다.
“알았어. 좀 씻고 나올게. 옷가지들은 다 챙겨뒀거든.”
“그래. 알았어.”
한백우는 태성이 씻는 동안 거실에서 TV를 켰다. 그리고 그곳에서 명성 그룹의 비리가 한참 이슈가 되어 뉴스에 나오는 장면을 눈으로 보고 있었다.
‘큭큭… 엄청 난리가 났겠지. 자칫하다가는 기둥뿌리가 흔들릴 수도 있을 테니까. 해코지를 하려면 앞뒤를 살펴가며 했어야지. 절대로 태성이 가족을 건드려서는 안 됐어!’
한백우의 표정이 한 차례 차갑게 변했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
“응? 아냐. 아무것도. 그나저나 준비 다 끝났어?”
“물론이지!!”
“가자! 우리들만의 첫 여행!”
한백우가 태성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타고 온 차로 향했다.
“와… 이게 네 차야?”
“응.”
한백우의 차는 고급 스포츠카였다. 오픈카로 여름을 즐기기엔 그만인 차량이었다.
“멋지네… 대체 넌 얼마나 잘나가는 놈인 거냐?”
“글쎄? 네가 알면 다칠 정도로 잘 나갈 정도?”
“흐흐… 너무 막 밟진 마라. 너무 속도감 느끼면 나 불안하니까.”
차량에 올라 탄 두 사람은 그렇게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야?”
“낙산 해수욕장.”
“낙산? 낙산이면 동해 쪽에 있는 거지?”
“응. 거기에 아버지 별장이 있거든.”
“그렇구나…….”
두 사람은 차에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며 하염없이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들어 갔다.
“그런데 여름방학이 시작되서 그런지 아이들이 참 많이 나돌아다니네. 그치?”
“응… 그러게.”
한백우의 말에 태성이 약간 힘없이 대답을 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런 태성을 확인한 순간 얼른 분위기를 전환 시키려는 한백우였다.
“아참. 그러지 말고 너 혹시 데리고 갈 친구 있으면 함께 가는 건 어때?”
“치… 그런 게 나한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냥 가자.”
“정말? 친구 하나도 없냐?”
“응. 없어.”
순간 한백우의 눈빛은 약간 슬프게 물들었다. 친구가 없이 생활한 태성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대략적으로 감을 잡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이야… 그럼 내가 유일한 친구라는 거야?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네가 좀…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성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거나…….”
“죽을래? 아무리 내가 사람이 그리워도 남자를 상대로 그딴 생각을 할 것 같냐?”
“흐흐, 그렇지? 난 또… 우리 태성이가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관심을 가지면 어쩌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지. 내 처남으로 찍어두고 있었는데, 나에게 너무 마음을 주면 안되잖아? 큭… 뭐 막상 너라면 생각은 해볼 수 있지만!”
“진짜 죽는다? 가다가 교통사고나 한 번 나볼까?”
태성이 한백우를 쏘아보며 진지한 어투로 말하고 있었다.
“하하, 농담이다. 사부님에게 수련 좀 받더니 눈빛이 아주 날카로운데 그래?”
“그러냐? 그런데 사부님은 뭐하고 계시지?”
“뭐하긴… 예나 지금이나 무인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 계시지.”
한때는 그래도 자신을 생각해주던 유의천이 보고 싶은 태성이었다.
“언제 한 번 시간 되면 인사나 드리러 가야겠다.”
“크극, 내쫓았다며? 괜히 갔다가 또 맞는다?”
“까짓 것 맞고 나서 인사드리면 되지. 맞고 기절한 사람을 설마 길바닥에 버려두시진 않을 거 아냐?”
“그렇긴 하지. 사부님이 그렇게 몰상식하게 정이 없는 분은 아니니까 말야.”
오픈카가 도로 위를 달리는 기분은 이로 말할 수 없이 상쾌했다.
날씨도 좋았고, 또한 함께 있으면 마음까지 편한 두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차를 타고 얼마나 달렸을까?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수많은 인파와 모래사장이 눈에 들어왔다.
“와…….”
생전 처음으로 친구와 해수욕장을 와 본 태성. 그렇기에 그 감회는 아주 신비로울 수밖에 없었다.
해수욕장이 보이고 대략 5분 정도 차를 타고 더 달리자 운치가 풍기는 멋진 건물이 하나 나타나다.
바다 풍경과 어우러지게 지어졌으며, 마치 그림 속의 집을 연상시켰다.
“엄청나다… 이게 별장이라고?”
“응. 들어가자.”
별장에 들어서자 돌계단이 먼저 그들을 반겼다. 열칸 정도를 오르자 정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기이하게 생긴 건물이 그들을 맞이했다.
“무슨 건물이 이래?”
“특이하지? 우리 아버지와 인연이 좀 있으신 건축가가 직접 설계해서 지으신 건ㄷ, 그분 별명이 뭔 줄 아냐?”
“뭔데?”
“외계인이다. 좀특이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거든. 그렇다보니 건축 설계 면에서도 상당히 특이한데, 세계적으로는 유명하신 분인가봐.”
“그, 그렇구나… 진자 황당하긴 하다.”
마치 인간의 신체 장기를 보고 이는 듯한 건축물들. 보기에 불편하지는 않지만, 뭔가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건축물이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바깥에서 보던 것 이상으로 운치가 있었다. 바다 풍경을 한눈에 볼 수있게 만든 확트인테라스. 그곳에서 친구와 단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겨울 듯 보였다.
“음… 이제 갈까?”
“어딜?”
“당연히 수영하러 가야지! 해수욕장 와서 구경만 하려고 했냐? 가자!”
몇 분 만에 도착한 바다가 그들을 반겼고, 둘은 준비 체조도 없이 그대로 바다에 뛰어 들었다.
남자 둘이서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며 많은 남자들은 매우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반면 여성들은 오기심어린 눈으로 마치 아이처럼 뛰어노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혹시 일행이 없으시다면 저희와 같이 놀지 않으실래요?”
한백우를 향해서 한 여성이 말을 붙였다.
“아… 죄송한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놀았으면 좋겠군요. 이제 서울로 올라가야 해서요.”
“아… 그러시군요. 그럼 연락처라도……?”
한백우는 여성을 향해서 윙크만 할 뿐 연락처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 한백우의 모습에 잠시 넋이 빠져 있는 태성.
“너… 인기 많다?”
한백우는 매우 남자답게 생긴 인물이다. 어찌 보면 터프하게 보일 수도 있는 외형과 신체.
그런 얼굴에 잘 다듬어진 조각 같은 근육과 명품으로 치장된 선글라스와 수영복을 입고 있으니, 그 누가 반하지 않겠는가?
“나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이겠지.”
“나? 미쳤냐? 혹시 방금 온 여자들 오크였어?”
“아니, 뭐 말이 그렇다고. 음하~! 좋다. 오랜만에 모든 걸 잊고 이렇게 즐겨보는 것 같다.”
“그러냐? 나도 좋다. 이게 꿈은 아니겠지?”
콰악!
“아아악!”
한백우가 태성의 얼굴을 심하게 잡아 당겼다.
“꿈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너 진짜 죽고 싶지?”
태성은 한백우를 데리고 그대로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여전히 남자들은 토할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어으며, 여성들은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노을이 질 무렵, 두 사람은 별장으로 돌아왔다.
“휴~! 재밌었다.”
“그러게. 내일 또 가자.”
“흐흐, 가면 여자 꼬셔주냐?”
“미쳤냐? 내 처남 될 녀석한테 어디 딴 여자를 꼬셔준다는 거냐?”
한백우는 오히려 태성을 쏘아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
“미치겠다. 그놈의 처남… 혹시 네 여동생 다른 남자들이 데리고 가지 못할 정도의 오크는 아니겠지?”
“감히 내 여동생을 오크에 비교해? 큭큭, 아마 넌 내 여동생 보면 분명 한 눈에 반해버리고 말거다.”
두 사람은 별장 문을 열고 들어섰다. 계단을 오르고, 현관에 들어섰을 때, 태성이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다름 아닌 여자의 구두였던 것이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