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94화 (94/134)

00094  4권

“저기… 18살이죠?”

“네.”

“저보다 한 살 어리네요. 그런데 그런 나이에 CF도 찍고 학교도 다니려면 고생 많겠어요.”

어린 나이에 CF까지 촬영하며 고생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백설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던진 그였다.

“아뇨. 어차피 아버지 회사에 도움이 되고자하는 일이었는걸요. 그리고 학교는 조기 졸업을 해서…….”

“네? 벌써 졸업을 하셨다고요?”

“네. 그리고 이미 대학도 S대를 졸업했는걸요?”

그 말에 태성은 숨이 턱 막힘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 미친 자식은 대체 나에게 어떤 여자를 엮어주려고 하는 거야? 이건 뭐 넘볼 수 없는 장벽과 같은 여자잖아!!’

조기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뛰어난 머리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한백설.

IQ 170의 천재 소리를 들으며, 이미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과목을 모두 이수했다. 또한 16세의 나이에 S대학에 들어갔고, 대학마저 이미 졸업을 한 상태였다.

졸업 이후 그녀는 신화그룹만을 위해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간간히 다른 CF를 찍긴 하지만, 그녀가 원해서 찍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 지금은 뭐하세요?”

“지금은 그냥 집에서 꽃꽂이하고 신부수업 배우고 있어요.”

“에에엑? 그런 뛰어난 머리로 고작 집에서 꽃꽂이를 한다고요? 더군다나 18살이 무슨 신부수업이에요!”

어이가 없는 상황에 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꽃꽂이는 여성스러움에 도움을 준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신부수업은 일찍 배워두면 나중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하셨거든요.”

“하… 부모님이 참으로… 황당한 결정을 하시는군요.”

IQ 170의 천재가 하는 것이 고작 꽃꽂이와 신부수업이라는 게 너무 황당하기만 했다. 기가 막힌 이 상황에서 태성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후광이 부시며 이제는 범접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사태가 발전되고 말았던 것이다.

‘진짜 할 말이 없어진다. 수준차이가 너무 나잖아. 어? 잠깐…….’

태성은 그 순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가 CF를 찍은 것을 보면 신화그룹의 CF가 많았다. 또한 신화그룹의 아파트 광고 또한 그녀의 모습이 나온 것을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분명 자신의 아버지 회사의 광고 모델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저기… 죄송하지만, 혹시 아버님이 하시는 일이 무엇인가요?”

“아버지요? 오빠한테 듣지 못하셨나보네요? 신화그룹 회장님이세요.”

“케엑? 신화그룹이요? 혹시 제가 알고 있는 그 TV에 유명한 전자제품이나 아파트를 광고하는 그 신화그룹 말인가요?”

“호호, 네. 그 신화그룹 말고 다른 신화그룹이 또 있나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고 이었지만, 태성은 점점 가슴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놈 배경이 신화그룹이었어? 이상하게 잘나간다 했더니… 그런 엄청난 배경을 숨기고 있었던 거냐?’

단 한 번도 한백우의 배경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던 태성으로서는 놀라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어머님은 뭐하세요?”

“어머니는 검찰 총장님이세요.”

“헙…….”

태성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리고 약 20초가량 숨을 참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빌어먹을 재벌 배경이란!!’

한동안 태성은 패닉상태였다. 어제 저녁의 충격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어? 일어났네? 뭐하냐?”

오전 10시 정도의 시각.

한백우가 태성이 머무는 방으로 들어왔다.태성은 멍한 시선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 벌써부터 자기 아내를 그렇게 보고 이는 거야?”

창밖에는 한백설이 꽃과 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태성이 말했따.

“저기… 백우야.”

“응?”

“너희 집이 신화그룹이냐?”

“응. 어떻게 알았어? 내가 술주정으로 말했나? 쳇… 가급적 숨기고 나중에 ‘쨘!’ 하고 말해서 널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멍한 시선으로 태성이 한백우를 보며 웃었다.

“하하… 쨘, 하고 놀란 것도 모자라서 심장이 떨어져 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어머님이 검찰 총장님이시라지?”

“헛? 그것까지도 말했어? 아… 나 맥주 얼마 안마셨는데, 요즘 왜 이런지 모르겠네. 술이 많이 약해졌나?”

멍한 시선으로 계속해서 한백우를 바라보는 태성의 시선에서 이상함을 느꼈는지 한백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설마 내가 이런 배경이라고 놀라거나 실망한 그런 건 아니겠지?”

태성은 그의 말에 사실대로 말했다.

“왜 아니겠어? 나의 가장 친한 절친이 몇 년 만에 나타나서는 나 같은 놈은 상종도 못할 엄청난 집안의 아들인데다, 여동생은 뭐? 아이큐 170에 이미 고등학교와 명문 S대를 졸업했다고? 그런 능력으로 꽃꽂이와 신부수업을 하는데, 날 더러 놀라거나 실망하지 말라고?”

“헉? 그런 것까지 내가 다 말했어? 하, 하긴… 신화그룹도 그렇고, 어머니가 검찰 총장이라는 건 별로 놀랍지 않지만, 여동생이 아이큐 170의 천재라는 사실을 안 건 좀 충격적이긴 하겠다.”

“야… 나에겐 모두가 충격적인 내용들이라고…….”

그럼녀서 다시금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는 태성.

“그런데 왜 실망을 하고 있는 거냐?”

“몰라서 묻냐? 저기 저애 봐라.”

“왜? 백설이가 뭐 잘못 됐어?”

태성이 가리키는 곳에는 한백설이 있었다. 그리고 한백우는 자신의 동생을 보며 묻고 있었다.

“한 가지만 묻자. 저게 사람이냐?”

“너… 설마 백설이가 눈에 차지 않는 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야! 이 시스콤아. 어찌 저런 여자가 내 눈에 차지 않겠냐? 차다 못해 흘러 넘쳐서 눈물이 바다를 이를 지경이다.”

“그럼 됐지. 왜 그래?”

한백우는 별 것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너…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난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생각을 멈춘 태성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잘 생각해봐라. 우리 집은 정말 볼 것 없다. 인정하냐?”

“음… 그렇진 않지. 마음 따뜻한 아버지와 어머님이 계시잖아? 그리고 나의 목숨과도 바꾸어도 아깝지 않은 네가 존재하는데, 뭐가 볼 것 없냐?”

“휴… 그래. 그렇다 치자. 그럼 너희 집은 어떠냐? 신화그룹 회장인 아버님에 검찰 총장인 어머니에 하물며 아이큐 170의 천재 미녀 여동생이 있는 네가 가만히 생각해봐. 일반 평민인 나랑 너희 집안이 어울리기는 하냐?”

한백우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말을 했다.

“무척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야! 그게 아니잖아! 이건 말이 안 된다고. 그냥 지금까지 들었던 모든 일은 없던 걸로 하자. 정말 한순간이나마 내가 희망을 품었던 게 잘못이었다. 그냥 넌 나의 좋은 친구야. 그 외엔 아무것도 필요 없다!”

태성은 사실 그의 여동생에게 마음이 빼앗긴 상태였다. 하지만 그 역시 많은 드라마를 보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격에 맞게 사는 법이었다.

“왜 그러냐? 너 설마 진지하게 생각했던 거냐?”

태성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윽… 그래 인마! 날 이정도로 생각해주는 녀석이 있나 싶어서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저렇게 예쁜 여동생이 앞으로 나의… 나의… 에잇! 그냥 없던 일로 쳐! 한 여름 밤의 좋은 꿈으로 남길 테니까!”

태성의 모습을 보며 한백우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리 태성이가 뭐가 어쨌다고 이렇게 눈물이 고이고 계신걸까? 네가 그렇게 고민하고 상처받아봐야 너 자신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우리가 너를 보는 눈은 여전히 똑같거든. 서민? 그게 뭔데? 그냥 돈 좀 있고, 없고의 차이지. 사람의 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잖아.”

“사람의 질도 그렇고 돈으로 삶의 질이 달라진다. 부자들은 그걸 알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넌 왜 그걸 모르냐?”

“음… 글쎄? 난 정말 궁핍한 생활을 어릴 때 해봐서 그런지도 모르지? 그리고 나도 궁핍했지만, 너희 집 역시도 그렇게 잘나가는 건 아니었잖아? 없으면 없는 대로 행복했던 것이 바로 그 순간 아니겠어? 그때 너희 가족을 보면 정말 행복하기 이를 데 없더라.”

“정말이냐?”

“물론이지. 내가 말을 안 해줬나 보구나. 우리 아버지도 자수성가하신 분이다. 어린 나이부터 고생을 무지하게 하셨고, 그 고생한 것으로 지금의 모든 것을 이룩하셨지. 어머니 또한 그래.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셨다. 태생이 재벌가의 자손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사람을 볼 때 겉모습 보다는 내면을 먼저 보는 것이 우리 집안사람들이야. 그리고 내 여동생 역시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한백우의 말을 들은 태성은 어느 정도 그들 집안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자수성가의 거대 기업 회장에… 어려운 환경에서부터 검찰 총장까지? 와… 이런 말을 듣고 있자니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있는 건 왜 일까?’

부자들은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판단하며 그의 부모까지 편견을 가지고 생각했던 태성.

“그럼 나…….”

“큭! 그래 인마! 내 여동생이랑 좀 더 친하게 잘 지내봐!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에 관해서는 아주 관대하신 분들이셔. 자식이 원하는 건 되도록 다 해주는 편이야. 하물며 배필에 관한 문제는 스스로가 결정하게 하는 경향이 있으시거든.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어? 그러니 행복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신 분들이야. 그래서 우리 부모님들도 상당히 행복한 분들이고 말야.”

“아, 아니… 난 꼭 네 동생과 잘해보려고 그런 건 아닌데…….”

끝까지 자신의 동생과 엮으려는 한백우의 말에 태성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 말이 기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내가 봐도 난 너무 한심한 놈같군…….’

순간 자신의 변명 자체가 구차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빠들. 내려와서 밥 먹어요.”

어느덧 정원에 있던 한백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자. 미래의 네 신부가 만든 요리를 먹어 봐야지?”

“야야… 무슨 당치도 않은… 벌써부터 그렇게 넘겨 집지마라.”

“에이~! 좋으면서 뭘 그래? 어서 내려가자고. 처남!”

한백우는 ‘베시시’ 웃으며 먼저 걸음을 하기 시작했고, 난처한 표정으로 그런 한백우를 뒤따르는 태성이었다.

식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음식들이 즐비해 있었다.

“와… 집에서 보던 것보다 더 진수성찬인데?”

한백우가 식탁에 놓인 요리들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응! 오늘은 요리 실력 좀 발휘해봤어!”

“이건 그 말로만 듣던 홍천 장어! 대체 아침부터 장어 먹고 어디다 힘을 쓰라고 이런 것을!”

“오빠는 참! 10대들 앞에 두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 하하, 그런가? 어차피 이 장어를 먹고, 나는 해변에서 여자들과 좀 놀아봐야겠다. 음하하하!”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