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95화 (95/134)

00095  4권

한백우는 자리에 앉아 즐겁게 식사를 시작했고, 태성 역시도 놀라운 한백설의 요리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와… 난 지금까지 우리 엄마의 요리솜씨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에겐 죄송스럽지만, 백설이의 요리 솜씨는 이미 일류 요리사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군…….’

신부수업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한백설은 간단한 디저트까지 준비해서 두 사람 앞에 가져다 놓았다. 일반 서민으로서 디저트라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태성은 그저 배부른 아침 식사와 배터지기 직전의 디저트까지 내색하지 않고 먹게 되었다.

디저트를 먹으면서 세 사람은 어제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한백설과 태성은 조금씩 더 말문을 열어가고 있었다.

“가자! 오늘은 반드시 멋진 여성을 꼬시고 말겠어! 우리 백설이보다 더 예쁜 여자를 말이야!”

“야… 꿈 좀 깨라. 아마 그러다간 평생을 가도 여자 못 만날지도 모른다.”

기대에 찬 한백우를 보며 태성은 고개를 가로저어 보이고 있었다.

“응? 뭐야? 지금 벌써부터 백설이가 최고라고 치켜 세우는 거냐?”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난처한 표정의 태성을 곁에서 보고 있던 한백설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호호, 전 기분 나쁘지 않은데요?”

그녀의 웃는 모습에 절로 긴장감도 사라지는 태성이다.

세 사람은 자동차를타고 해변으로 도착했다.

“자! 우선 수영복 좀 갈아입으러 가볼까?”

“좋지!”

한백설은 여자 탈의실로 향했고, 두 남자는 함께 수영복을 갈아입었다.

“그런데 너 진짜 여자 꼬실거냐?”

“응? 당연한거 아니냐? 나라고 언제까지 네 말처럼 시스콤으로 살겠냐?”

“야, 농담이야.”

“아냐. 가만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더라고. 내가 살아온걸 보면 나의 여동생이 너무 예뻐 죽겠떠라? 그러니 시스콤이 맞는 거지 뭐.”

한백우는 자신의 상태를 너무나 간단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 알면 이제부터라도 고쳐라. 앞으로 내 사람이 될 여자를 오빠라도 눈여겨 보는 건 좀 그렇다.”

“이야~? 이제 막 나가는데?”

“큭… 옆에 없을 때 이런 소리라도 해야지. 있으면 이런 소리도 못해.”

태성 역시도 이제는 편안하게 그에게 농담을 던지고 있었다. 친구가 이렇게까지 밀어주는데, 더 이상 거절을 하면 그것도 한심하게 느껴질 뿐이다.

두 사람이 탈의실을 먼저 나와 파라솔의 의자에 나란히 누웠다.

“오빠.”

그리고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어떤 오빠를 부르는지 알 수 없는 한백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리쬐는 태양에 반사되는 ㅊ탈랑거리는 검은 머릿결. 단 한 번도 빛을 본적 없는 것 같은 새하얀 피부. 그리고 길게 뻗은 다리와 늘씬한 몸매를 보고 있노라니, 태성의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한백설이 두 사람 앞에 다가왔다.

“이야… 우리 백설이는 어딜 가나 눈에 튄다니까? 이것 봐봐. 응? 사람들이 아주 너만 보는구나! 애인이 있는 놈도 널 보고! 이거 이러다가 뜨거운 눈빛에 우리 백설이가 녹아내릴지도 모르겠다! 자자, 여기로 들어와.”

파라솔 안으로 한백설을 데리고 들어온 한백우는 태성과 자신의 사이에 한백설의 자리를 마련했다.

“야, 이제부터 네가 지켜라. 이 형님은 마실을 좀 나가야 할 것 같다.”

“어딜 가게?”

“인마! 방금 그렇게 이야기를 해놓고 물어 보면 어쩌냐? 나도 연애 사업 좀 하자! 오래 걸릴지도 모르니 신경 끄고 놀고 있어.”

그렇게 한백우가 자리를 피하고, 두 사람은 나란히 자리한 상태에서 어색함을 유지했다.

“오, 오일 발라줄까?”

이런 용기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어제 얼굴을 익힌 한백설에게 오일을 발라줄 것을 겁 없이 말한 태성은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내가 미쳤나? 진짜 미쳤나봐. 날씨가 더워서 더위를 먹었나? 그런 가봐!’

순간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는지 깨달은 그 순간.

“네? 아… 네…….”

한백설은 그의 말을 승낙했다.

‘아… 오일을 어떻게 발라줘야 하지? 오일을 발라주는 도구는 따로 없는 건가?’

태성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많은 이들이 오일을 자신의 손에 짜서 상대방에게 발라주거나 그도 아니면 스스로 바르고 있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으음…….’

어제 처음 보고 반한 여성의 신체에 손을 접촉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가슴 떨리는 상황.

‘요, 용기를 내자! 어차피 이미 진행이 되어가고 있는 사이!’

한백우까지 밀어주는 마당에 지체 할 것 없다고 생각하는 태성이다. 그래서 그는 떨리는 손으로 오일을 들어 올렸다.

손에 오일을 가득 짠 태성. 하지만 어디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그에게 한백설이 한 마디 했다.

“부탁드릴게요.”

그녀는 편하게 엎드린 상태가 되었고, 새하얀 등판을 바라보며 태성은 조심스럽게 손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져보는 어머니 이외 여성의 살결. 그 촉감은 이로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오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한백설의 피부 자체가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부드러움은 태성의 손바닥을 통해서 온 몸으로 전해져 왔다.

‘미치겠다!!’

오일을 바르는 자신이 오히려 더 민망해 하며, 얼굴이 급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한백설은 편안한 표정으로 누워 있었고, 태성에게 아무런 부담 없이 자신의 등을 맡기고 있었다.

태성은 오일을 뿌리며 그녀의 등을 마사지 하듯 고르게 발라주었다.

‘아……!’

그리고 나서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한탄 섞인 한숨이 흘러 나왔다. 얼마 문지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등 전체에 오일을 모두 발랐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았던 것일까? 엎드려 있던 한백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이제 제가 발라줄까요?”

“응? 헉! 난 그런 거 필요 없는데?”

“아니에요. 남자들도 이런 거 바르는 사람 많아요. 살이 그냥 타버리면 따갑고 그러거든요. 누워보세요. 제가 발라드릴게요.”

태성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 누웠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태성의 허벅지에 올라탔다.

“헙!”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는 태성. 이후 오일이 그의 등에 흘러 내렸고, 따스한 그녀의 손길이 등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아…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머리로 해야 될 생각이 입으로 자연스럽게 새어 나오게 되었다.

“네?”

“아, 아냐! 고, 고맙다고!”

“호호, 아니에요. 오빠가 먼저 저에게 해주셨잖아요. 당연한 거죠.”

오일을 다 바른 후,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웠다. 태성은 이런 상황에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나마 대화를 통해서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으나, 오일을 바른 촉감에 의해서 다시금 혼자서 그녀를 상대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제기랄! 이 죽일 놈의 주둥이가 왜 벌어지지 않냐? 무슨 말이라도 좀 해야 하지 않겠냐?’

자신을 향해서 조금은 더 채찍질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상황. 그리고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했다.

“뭐라도 좀 마실래?”

걱정 끝에 겨우 꺼낸 말이었다.

‘에라이… 처죽일 놈아…….’

그녀는 그런 태성을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안 그래도 목이 말랐는데 같이 가요.”

태성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녀를 양손을 흔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니야. 그냥 누워있어. 날도 더운데 그냥 혼자 다녀올게.”

그녀가 함께 자신을 따라 나서려고 했지만, 기어이 그녀를 만류한 태성은 홀로 음료수를 사러갔다.

“아… 미치겠다. 살떨려 죽겠네.”

도무지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그였다. 차라리 여자 사람과 친하게 지낸 인물이 있다고 한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겠지만, 살아오면서 이성과의 대화가 그렇게 없었던 그였기에, 한백설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태성이 음료수를 사러 간 사이, 한백우는 여성들이 자주 드나드는 파라솔 아래에서 어제와 똑같이 선글라스를 기고 자리에 누워있었다.

“저기 혹시 시간 괜찮으시다면 서로 오일 좀 발라주지 않을래요?”

한 여인이 한백우에게 다가왔다. 한백우는 선글라스를 벗고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뭐… 이 정도면 OK!’

쭉 뻗은 키에 늘씬한 몸매. 아직 학생 같은 외모였지만, 화장으로 그것을 커버한 듯 보였다.

“혼자 오셨나 봐요?”

그녀의 말에 한백우가 대답했따.

“아뇨. 저쪽에 친구 녀석과 그 애인이 함께 있어요. 그냥 꼴보기 싫어서 전 여기 혼자 있는 거예요.”

“아하! 그러시군요. 전 또 애인이랑 온 줄 알았어요.”

“하하, 애인이랑 왔다면 이러고 있는 다는 게 말이 안 되죠.”

“호호, 그런가요?”

그녀는 한백우에게 꼬리를 치기 시작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더니 아무렇지 않게 비키니를 입은 몸으로 스킨 쉽을 진행 한 것이다.

“그런데 서울 사시나 봐요?”

“네? 아예.”

“어머? 저도 서울 사는데? 잘 됐네요. 통성명이나 하고 지내요. 전 유화영이라고 해요.”

“전 한백우라고 합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시각 한백설이 있는 파라솔 앞을 지나가는 남성들이 수군거렸다.

“야… CF스타 한백설 아니냐?”

“그러게? 많이 닮아 보이는데……?”

“야, 설마 그렇겠냐? 그냥 닮은 정도겠지. 한백설이 뭐 하러 이런 곳에 와 있겠냐?”

“하긴… 그런 여자라면 지금쯤 해외에서 놀고 있겠지?”

사람들은 선글라스를 꼈지만, 눈에 익은 그녀의 외모를 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고개를 조금씩 옆으로 돌릴 뿐이다.

그런데 그때 다른 한 무리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수군거리는 것이 아닌, 직접적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지만 일행이 없으시다면 저희가 같이 동석해도 될까요?”

“네? 아… 저기 전 일행이 있는데요.”

“아? 그러세요. 아쉽네요. 혹시 생각 있으시면 저희는 저쪽에 있을 테니까 놀러오세요.”

말을 남기며 돌아서려고 하는 그가 한 인물과 눈이 마주쳤다.

“너, 넌? 너 이 새끼… 여긴 어떻게 온 거냐?”

“이진호? 네가 여길 어떻게?”

태성과 마주친 인물은 다름 아닌 이진호와 그 일당들이었다. 그들은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이곳 낙산 해수욕장으로 놀러 와 있었던 것이다.

“제기랄… 기분 전환 좀 하려고 왔더니, 별 거지 같은 녀석을 여기서 다 만나네.”

이진호와 함께 있는 다른 아이들은 태성에게 예전보다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게임에서 그만큼 보복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오빠. 아는 사람들이에요?”

그때 한백설이 자리에서 일어나 태성의 옆에 다가왔다.

“뭐야? 서로 아는 사이야? 큭큭, 진짜 어이가 없네. 어떻게 네놈이 이런 미인을 꼬신거냐?”

이진호의 말에 태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이었다. 그리고 그가 지금처럼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을 한백설은 본적이 없었다.

“대체 오빠에게 왜 그러는 거예요? 당장 돌아가세요.”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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