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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성의 모습을 보며, 안되겠다 싶었는지 한백설이 나서 말한 것이다.
“지랄한다? 내참… 생기면 좀 생긴 것 답게 놀아. 이런 찌질 한 녀석과 어울리지 좀 말고.”
이진호가 그녀의 팔을 잡아 당겼다. 힘에 못 이겨 끌려가던 그녀의 선글라스가 바닥에 떨어지자 곧 그녀의 눈부신 외모가 드러났다.
“엇?”
순간 이진호를 비롯한 주변에 있던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변하고 말았다.
“한백설 아냐?”
“그지? 엄청 닮았는데?”
“정말 한백설이야?”
태성은 그 즉시 이진호가 잡고 있던 한백설의 손을 쳐냈다. 그리고는 그녀를 자신의 쪽으로 잡아 당기며 말했다.
“백설이는 건들지 마.”
“백설이? 진짜 한백설이야? 와… 이거 놀라운데? CF스타 한백설이가 이런 찌질한 놈과 데이트 중이었다는 거야?”
그 말을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듣게 되었다.
“진짜 한백설인가봐.”
“엄청 예쁘다.”
“그러게. TV에서 보는 것 이상인데?”
“몸매도 완전 환상적이야.”
수많은 시선들이 한백설에게 쏠리기 시작했고, 모두가 그녀의 눈부신 외모를 칭찬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는 지금 이곳에서 받는 시선이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또한 태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야, 그러지 말고 우리랑 놀자. 이래봬도 나 좀 잘나가거든. 어딜 봐도 빠질 때 없는 남자야. 그리고 이런 찌질이 보다도 훨씬 낫고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자퇴한 놈 보다는 우리들이 훨씬 낫지 않겠어?”
이진호는 노골적으로 태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은 한백설의 표정이 변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이 너무 심하군요. 사과하세요.”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도 콧방귀를 뀌는 이진호.
“큭, 무슨 애인 신경 쓰는 척이야? 야… 그러지 말고 우리랑 놀자. 우리가 잘해줄게. 응?”
이진호가 다시 한백설의 손목을 살며시 잡았다.
“그 손… 당장 놔.”
“뭐라고 이 새끼야? 지금 여자 앞이라고 눈에 봬는 게 없다 이거지?”
순간적으로 이진호가 태성을 향해 발을 뻗었다. 이는 태성에게 창피를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태성은 그런 이진호의 발차기를 너무나 쉽게 피해버리면서, 혹여나 한백설이 다칠 까봐, 오히려 그녀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중이었다.
“어쭈? 이것 봐라?”
어이가 없다는 듯 다시 한 번 태성을 향해서 공격할 태세를 갖추기 시작하는 이진호.
“야! 거기 뭐하는 짓이야?”
그런데 그때 멀리서 한백우가 달려왔다.
“네놈들 내 여동생하고 친구한테 무슨 짓거리들이야?”
“뭐야 네놈은 또? 아는 사이냐?”
한백우의 등장에 이진호 일행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이 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의 모습을 보며 이진호는 어딘가 낯익은 듯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디서 봤더라?’
고민을 하고 있을 그 무렵, 한 여인이 달려와 한백우의 팔에 안겼다.
“오빠~! 뭐해요? 무슨 일이야? 싸움이라도 났어?”
그녀는 다름 아닌 유화영이었다.
유화영은 지금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무턱대고 한백우의 팔에 안겼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진호가 크게 소리쳤다.
“야! 너 여기서 뭐해?”
“어머? 그러는 넌 여기서 뭐하는 건데? 너 부모님이랑 가족 여행 간다며?”
“이게 장난하나? 그러는 넌? 오디션 있다고 했었잖아!”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놀라고 있었고, 오히려 그런 놀라움은 서로가 거짓말 한 것에 대한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오호라… 그러니까 서로 애인사이다 이거지? 그런데 한놈은 내 여동생에게 꼬리를 치고, 한 년은 나에게 꼬리를 친다? 이거 아주 우리 남매에게 필이 제대로 꽂힌 족속들이구만?”
“뭐 이 새끼야?”
그 말을 들은 이진호가 당장이라도 한백우를 향해서 주먹을 날릴 것 같은 모습을 취하기 시작했다.
삐익!!
“거기 뭡니까!”
그때 해안 경비대들이 소란스러운 사태를 확인하고, 먼 곳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너 이 새끼… 운 좋은 줄 알아라.”
이진호는 바람을 피다 걸린 자신의 여자 친구 유화영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빠르게 벗어났다.
한백우는 그런 이진호에게 차가운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후 고개를 돌려 태성을 바라보았다.
“괜찮냐? 누구야. 저놈?”
“이진호…….”
“이진호? 저놈이?”
이진호라는 말에 한백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왜? 알아?”
“아, 아니… 뭐 그냥… 그런데 괜찮냐? 너 표정이 꽤나 썩어 있는데?”
“괜찮아… 신경 쓰지 않아도.”
“그래… 넌 어디 다친데 없고?”
자신의 여동생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한백우.
“응. 난 괜찮아. 그보다 태성 오빠. 저 사람들은 왜 저래요? 오빠를 너무 무시하는 발언을 하던데?”
“아… 학교 다닐 때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녀석들이었어.”
“그렇군요… 신경 쓰지 말아요. 솔직히 별로 좋은 사람들 같지도 않으니까. 우리 그냥 집에 가서 놀아요. 안 그래도 햇볕이 너무 따갑고 시끄럽기도 하거든요.”
이미 한 번의 사단으로 인해 주변의 사람들은 한백설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주변에서 수군거리며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고, 그것이 못내 불편한 그녀였다.
한백설은 오히려 태성을 걱정하는 듯, 한백우와 함께 별장으로 향했다.
***
유화영을 데리고 와 말다툼을 하고, 다시금 서로가 찢어진 상황에서 이진호는 방금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고심하고 있었다.
“분명… 어디서 본 놈이었는데…….”
이진호는 한백우의 얼굴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아! 파티!”
그제야 생각난 이진호. 한때 이진호는 부모님들의 등살에 밀려 재벌 사교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백우를 보았다. 신화 그룹의 아들! 바로 그였던 것이다.
“대체 태성이 그놈이 신화 그룹의 아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것도 한백설과 같이? 설마… 한백설이 그 놈의 동생인가? 큭큭… 재밌네.”
이진호는 차가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이곳으로 놀러 온 것을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그놈이야?”
“응… 뭐 그렇지.”
한백우는 이미 짐작을 한 듯, 태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깝네. 해안 경비대만 아니었으면 내가 반쯤 죽여 놓는 건데 말이야.”
“하하, 됐다. 괜히 나섰다가 일만 더 크게 만들 생각하지 말아라. 복수는 나의 것이니까. 그나저나 네 동생이 좀 놀라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아까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으니까 몹시 불안해 하는 것 같던데…….”
“아마 좀 그럴 거야. 사람들이랑 자주 어울려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는 것에 대해서 부담감을 느끼는 애거든. 그렇게 걱정이 되면 네가 가서 달래 주던가.”
“응? 그건 오빠인 네가 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으이그! 눈치 없는 놈아! 얼른 가지 못해?”
한백우는 금방이라도 일어서서 태성을 때릴 기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태성을 밀어내 버리며 말했다.
“내 동생 기분 안 좋은 건 오빠인 내가 참지 못해. 나 잠시 바람이나 쐬고 올 테니까, 우리 동생 기분 원래대로 돌려 놔라. 알겠지?”
그 말만을 남기고 한백우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태성은 집안에서 한백설과 단 둘만 자리하고 있었다. 거실의 소파에 조심스럽게 앉아 있는 한백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간 태성은 옆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저기… 많이 놀랐어?”
“아뇨… 그냥 좀 당황했을 뿐이에요.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함부로 하는 사람은 처음 봤거든요.”
“미안하게 됐어. 설마 여기에서 그 녀석을 볼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
“괜찮아요… 사람 일이란 게 알 수가 없는 거니까요. 그런데 오빠는 정말 괜찮은 건가요?”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며 말하는 한백설을 보며 태성은 못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제길…….’
여자가 남자를 걱정한다는 것. 그것은 한 마디로 남자가 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당시만 해도 그랬다. 이진호에게 제대로 된 반격도 못하고, 오히려 한백설이 걱정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상황.
‘제길…….’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진호에게 주먹을 뻗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었기 때문에 다시 되돌리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그때 제대로 한백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을 자신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태성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한백설을 만난 뒤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불안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
-최 사장님. 지금 좀 오실 수 있으세요?
“누군데 오라마라야?”
-저 이진호입니다.
“어이쿠! 우리 도련님께서 어인 일로 저 같은 사람을 찾으십니까. 그래?”
이진호. 그는 최 사장이라는 인물에게 전화를 거는 중이었다.
최사장은 암암리에 명성그룹의 뒤를 봐주고 있는 인물 중 하나였다. 뒤를 봐준 다기 보다는 더러운 일을 처리하면서 일정한 금액을 대가로 받고 있는 건달이었다.
처음 서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조폭 최석호가 우연히 명성그룹과 연줄이 닿기 시작하면서 그 세력도 점차 늘어갔다. 그리고 이제는 서울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지만, 여전히 명성 그룹의 그늘에 속해 있는 조폭들이기도 했다.
그런 인물이기에 이진호의 전화는 뜻밖일 수밖에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손을 좀 봐주셨으면 하는 녀석이 있어서요.
“우리 도련님께서 손을 보지 못하는 녀석이라? 대체 누굽니까?”
-그거까진 아실 필요 없습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그냥 입 다물고 언제나 그렇듯 바로 달려가 드립죠.”
전화를 끊은 최사장은 한쪽으로 전화기를 집어 던졌다.
“쳇… 이제는 햇병아리 같은 녀석의 전화나 처 받고 왔다갔다해야 하는 거야?”
고작 10대의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 자신의 상황이 열이 받을 수밖에 없는 최석호였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그때 최석호의 수하가 다가와 부셔진 전화기를 정리하며 묻고 있었다.
“야, 애들 몇 명 데리고 네가 대신 가라. 철없는 도련님의 장난이 또 시작 된 것 같은데, 그런 것까지 내가 일일이 나서야 쓰겠냐?”
“예. 알겠습니다. 형님.”
최사장이 이끄는 흑나방파. 각종 주류업부터 해결사의 일까지 도맡아하는 그들은 이미 서울의 한 구역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 조직의 보스가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10대 소년의 말에 이끌리는 것 자체가 수치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조직 내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며, 명성 그룹과 흑나방파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조직 내에 서열 3위 정도까지만 알고 있는 수준이었다.
“어린놈의 새끼가 이래라 저래라… 형님도 이젠 확고하게 결단을 내리셔야할텐데 말이야.”
“그렇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희가 그런 꼬맹이 말에 왔다갔다 한다는 게 체면이 안서지 않습니까?”
“그래도 별 수 있겠냐? 아직까지 우리 자리를 확고히 지키려면 명성의 힘이 필요한 걸? 애들 좀 불러 모아라. 한 10명 정도만 말이다.”
“네. 알겠습니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