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97화 (97/134)

00097  4권

흑나방파 서열 2위인 도끼와 3위인 쌍칼. 그들은 흑나방파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심부름은 그저 그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쌍칼의 호출에 그의 수하에 있는 조직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후 봉고차 한 대와 승용차에 나눠서 12명의 인물이 낙산 해수욕장으로 출발했다.

그곳에 도착한 그들은 안면이 있는 이진호와 마주하게 되었다.

“최사장님이 안보이는데?”

이진호는 자신들이 ‘형님’으로 모시는 분을 ‘최사장’이라고 칭하는 이진호에게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을 내색하면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하하,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형님까지 모시는 건 도리에 맞지 않지. 그래서 우리끼리만 왔다.”

“뭐… 최사장님가지 나설 필요는 없지요.”

“그런데 대체 왜 우릴 부른 거야? 이런 일 아니라도 우리가 할 일이 많단 말이야.”

“그 부분은 걱정 마세요. 제가 부른 만큼 사례는 톡톡히 할 테니까요. 여기.”

이진호는 자신의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폐 몇 장을 꺼냈다.

‘헉?’

순간 도끼가 이진호의 지갑을 보며 저도 모르게 놀라고 말았다. 일반적인 학생의 지갑은 아니었다. 단순하게 명품이 문제가 아니라, 속의 내용물이었다.

지갑에는 여러 장의 카드는 물론, 백색 지폐가 수북하게 박혀 있었다.

조폭의 경우 많은 돈을 보며 생활을 하는데, 일반적인 사업가의 지갑이라고 해도 이정도의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그들.

지갑에서 수표 몇 장을 꺼낸 이진호가 도끼에게 내밀었다.

‘4천만 원!!’

액수가 커도 너무 컸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런 금액을?”

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내포하기 때문에, 도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큰일은 아닙니다. 그냥 간단하게 저기 보이는 집에 들어가셔서 난장판을 좀 만들어 주셨으면 하네요. 그리고 나중에 제가 들어갈 테니 그땐 모른척하고 빠져주시면 감사하겠고요.”

“음…….”

도끼는 평범하지 않은 저택을 바라보며, 짐짓 걱정부터 앞서기 시작했다.

‘씨발… 저 집도 보통은 아닐 것 같은데… 괜히 잘못 건드려서 좃되는 거 아냐?’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진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뭐 큰일은 아니긴 한데… 우리는 이 일만 끝내고 돌아가면 되는 거겠지?”

“물론입니다. 당연히 얼굴이 알려지면 안 되니까 밤에 해주시고요. 그리고 남자들은 알아서 하셔도 되지만, 여자는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네요.”

“후후, 여행 온 녀석들인가보군. 무슨 일로 너에게 원한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한참 잘못 고른 것 같네. 좋아. 그럼 9시쯤으로 하지. 어차피 외진 곳에 있는 별장이라 사람들의 발길도 별로 없을 테니까.”

그렇게 입을 맞춘 그들은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진호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지 하나 둘 상세히 상상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

“오늘 일은 잊어버리고. 남은 여행을 즐기는 거야. 그런데… 뭘 하고 놀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한백우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뭐야? 이야기에 전혀 호응이 없잖아? 음… 안되겠다. 이럴 땐 술이 필요하지. 오늘도 나는 술기운으로 자야겠다. 둘이 대화라도 하면서 기다려.”

그렇게 다시 자리를 비운 한백우로 인해서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너무 말이 없는 것도 이상하겠지?”

“네…….”

“그럼 백우가 오면 이전 일은 잊어버리고 즐겁게 노는 게 좋겠다. 그런데 넌 친구 없어? 왜 혼자 온 거야?”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 한백설의 나이는 한참 친구들과 어울릴 시기였다. 그렇다고 CF 스타라고 할 수 있는 한백설이 자신처럼 왕따는 아닌 것 같았기에, 궁금할 수밖에 없었따.

“친구가 있을 세가 없었어요. 어느 순간 또래들과의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했고,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성인들 밖에 없었죠.”

“그렇구나… 그럼 친하게 지내는 사람 없어? CF스타라면 그래도 연예인하고도 친할 것 아냐?”

“호호… 말이 CF스타지. 아버지 회사 광고를 주 모델로 하다 보니, 아는 연예인들은 없어요. 더군다나 정확하게 저 역시도 연예인도 아니고요.”

“그, 그런가?”

그녀는 말을 하면서 약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의 삶도 그렇게 밝아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밝아 보이는 이유는 그녀의 외모가 매우 뛰어나서 착시 현상일지도 몰랐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은 언제나 행복하다.’ 라는 말은 그녀에게 그렇게 맞아 떨어지는 말은 아닌 듯 보였다.

“친구가 너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오빠가 날 위해 많은 시간을 내줬어요. 그래서 그 어떠한 친구보다 가장 믿고 의지하는 게 오빠죠.”

“그랬구나…….”

한백우가 자신뿐만 아닌, 타인에게서도 믿음과 의지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를 친구로 둔 것이 무척이나 뿌듯했다. 그리고 왜 그가 시스콤이 되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이해 할 수 있었다.

쾅~!

그런데 그때 난데없이 별장의 문을 누군가가 발로 차고 들어왔다.

별장은 담으로 된 것이 아닌, 울타리 형식으로 된 것이었기 때문에, 넘어오려면 얼마든지 누구나 넘어올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괴한 10여명 이상이 태성과 백설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거 뭐야? 내참… 누군 여자도 없어서 이렇게 남자들끼리만 노는데, 아주 그림 좋은데? 딱 보니 나이도 어린 것들 같은데?”

한 남자가 두 사람 앞에 나타나 비아냥거리며 말하고 있었다. 그들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태성과 한백설은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누구시죠?”

조심스럽게 묻는 태성.

“내가 누군지 알아서 뭐하려고? 경찰에 신고라도 하게?”

백설은 태성의 뒤에 숨어 그의 옷깃을 잡았다.

건달과 같은 그들이 금방이라도 달려 들 것 같아 두려움에 떠는 백설.

“여긴 사유지입니다. 저희들이 있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만?”

태성은 어째서인지 그들이 전혀 무섭게 느껴지진 않았다. 예전 같았다면 이미 고개를 숙이고 눈도 마주치지 못할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동안의 수련 성과도 있었으며, 백설을 지켜야 할 의무가 그에겐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오늘 이 형님들께서 기분이 좀 좋지 않으시다. 몇 대만 맞고 끝내자. 난 왜 이렇게 잘난 것들만 보면 속이 뒤틀리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큭큭,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누구는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잘난 것들은 이런 으리으리한 곳에서 휴가나 즐기다니… 내참, 세상 정말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누가 보더라도 이것은 고의적인 시비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하물며 10대를 상대로 성인들 여러 명이 작정한 듯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이는 것도 이상했다.

“그냥 한 대만 맞고 끝내자.”

휘익!

건달 하나가 다가와 태성을 향해서 주먹을 뻗었다.

스윽~!

하지만 태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주먹을 피해버렸다.

“어라? 너 지금 피한 거냐?”

“맞아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백설아. 조금 떨어져 있어라.”

“오빠…….”

백설은 여전히 떨리는 듯, 그의 옷깃조차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만 떨어져 있으면 돼.”

태성은 한백설을 한쪽으로 살며시 밀었다. 괜히 싸움의 여파로 그녀가 휘말려 들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백우가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유의천의 제자인 한백우라면 지금 이 사태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리고 지금은 무슨 수를 써서든 한백설을 지켜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 태성이다.

“하? 너 격투 술이라도 좀 배웠다고 너무 어깨에 힘을 주는 것 아니냐? 나는 그런 녀석들을 보면 더 자근자근 밟아주고 싶거든? 차라리 곱게 한 대 맞고 끝났다면 오히려 더 상황 정리가 빨라졌을지도 모르는데… 왜 생각 없는 애들은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들려고 할까??”

그의 말에 태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변을 살피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휘익!

그때부터 태성을 향해 건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여느 싸움꾼답게 건달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태성은 그런 그의 공격을 전혀 어렵지 않게 받아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나는 엄청난 사람들과 수련을 하고 있었나 보구나?’ 이 사람의 손이 아주 느려 터진 것처럼 보이는 걸 보면 말이야.‘

자신을 공격하는 건달의 실력이 별로 대단하다고 느껴지질 않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뭔가 소름끼치는 기분에 태성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쉬익~!

태성의 머리 위로 건달의 발 하나가 지나갔다. 어느새 뒤로 다가온 한 명이 그를 향해 공격을 했던 것이다.

“뭐, 뭐냐. 너?”

태성에게 기습을 가한 건달은 약간 당황해 하고 있었다. 전혀 피할 수 없는 각도와 알아챌 수 없게 공격을 했지만, 그것을 태성은 감지하고 피해버렸던 것이다.

건달들은 빨리 이 상황을 마무리 짓고 이곳을 떠나고 싶었으나, 태성 한 명으로 인해 상황이 틀어지는 것을 느끼며 편하게 생각했던 마음을 다시금 바꿔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수련의 성과인가? 항상 뒤통수를 맞다보니… 이런 것도 느낄 수가 있게 되는구나.’

유의천의 기습 공격에 매번 허용당하다보니, 이제는 그런 위협이 몸으로 체화 된 듯 느껴졌다.

“야… 안되겠다. 그냥 다 같이 밟아버려. 아주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그가 주먹을 꽉 쥐며 명령했다.

“예!”

태성을 향해서 건달들이 마구잡이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쳐들어 와서 그런 것일까? 그들은 그 어떤 무기도 손에 들고 있지 않았다.

“좀 맞아라. 이 자식아!”

“뭐 이런 게 다 있어!”

그들의 무차별적인 공격!

12명의 공격을 모두 피하는 건 아직 태성의 단계에서는 무리였고, 못 피하게 된 일격은 간신히 막아내며 버티고 있었다.

“헉헉… 제기랄. 어디서 이런 놈이 나타난 거야?”

“나타난 게 아니라 당신들이 온 겁니다만…….”

“제길!!”

12:1의 대결. 그러나 오히려 태성보다 먼저 지쳐가는 것은 그들이었다. 그동안 유의천의 밑에서 수련을 한 결과 쉬지 않고 몇 시간씩 살벌한 실전을 감행했기 때문에, 태성의 체력 역시도 상당히 좋아져 있었고, 일반 성인들 보다 더욱 발굴의 신체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각.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던 한백우가 지금 그들을 발견했다.

“당신들 뭐야!”

태성을 상대로 힘겹게 공격을 하고 있던 그들 앞에 한백우가 달려왔다.

“백우야!”

“오빠!”

한백우를 발견하고 태성과 백설이 소리쳐 그를 불렀다. 한백우는 건달들을 뒤로 하고 빠르게 달려와 물었다.

“태성아. 이 사람들 누구야?”

“몰라. 갑자기 쳐들어와서 이러는데… 고의성이 다분해 보여.”

“그래? 내가 알아서 하지 뭐. 넌 백설이 데리고 집안에 들어가 있어.”

“하지만… 괜찮겠어? 숫자가 좀 많은데?”

“큭… 네가 지금 나를 걱정하냐? 그 소리 스승님이 들었다면 우선 나는 한 대 맞고 시작할 거다.”

“아… 그래. 알았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