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4 5권
강력한 폭발음과 동시에 뱀의 주변에 있던 좀비들이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렇게 몇 번의 상황이 끝나고, 뱀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사냥은 마무리가 되었다.
‘생각보다 싱겁네?’
크기에 비해 너무 간단하게 끝난 것처럼 여겨졌다고 생각할 무렵, 프레스가 소리쳤다.
“이봐! 여기로 통하는 길이 있어!”
“네. 저도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요. 뱀이 그 속에서 나왔으니까 길이 있다는 소리겠죠.”
뱀이 나왔던 폭포의 안쪽에는 길다란 통로 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이는 꽤나 깊게 만들어져 있었다.
통로를 따라 계속 걷기 시작했을 때, 일정 부분에 다다라서야 메시지 하나가 들려왔다.
-파샤드 던전을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최초 던전 발견자의 혜택으로 하루 동안 파샤드 던전 내에서 사냥을 할 시, 경험치 30%, 아이템 드랖 확률 20%가 상승합니다.
“오!! 이게 던전으로 통하는 길이었구나!!”
생각지 못한 메시지에 태성은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90레벨 이후 경험치에 목매이고 있던 태성. 그에겐 하늘이 준 기회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방금 전 그 뱀은 던전에 대한 일종의 단서나, 들키지 않기 위한 위협 정도로 보면 되는 것이었나? 그랬었군. 던전의 문지기 정도여서 그렇게 약했던 거야.’
방금 전 사냥한 뱀은 크기에 비해 파샤드 산맥의 몬스터와 비교해서 꽤나 약하다고 판단이 되었던 것이다.
“좋아! 여기서 열심히 한다면 90레벨 중반은 충분히 넘길 수 있을지도 몰라!”
머지않아 100레벨이라는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흥분하고 있는 태성이었다.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던전 내부로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던전을 들어가자 점차 밝게 빛나는 빛이 주변을 환하게 만들었다.
“동굴에서 무슨 이런 빛이?”
태성은 밝은 빛에 서서히 익숙해지자, 빛의 원인을 찾았다.
“허억?”
그리고 놀라고 말았다. 빛의 원인은 바로 뱀의 눈이었다.
몬스터 이름은 라이트 스네이크.
몬스터의 계열과 특징을 본 딴 것을 의미하는 이름이었다. 폭포의 입구에서 나온 라이트 스네이크와 비슷했지만, 색상은 좀처럼 달라 보였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몰려 있는 라이트 스네이크는 몇 마리인지 감도 잡지 못 할 정도였고,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라이트로 인해서 동굴이 환하게 보일 정도였다.
수십 마리의 뱀들이 서로 엉켜 있는 상태에서 한 마리만을 유인해서 잡는 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따.
“빌어먹을! 겨우 찾은 던전이 이런 황당한 모습이라니? 대체 저것들을 어떻게 하지?”
비비 꼬인 라이트 스네이크를 상대로 태성은 어떻게 앞으로 나가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스킬 중에… 젠장! 결국 믿을 건 소환수들 뿐이잖아!”
언데드들의 무작위 공격 밖에는 답이 없는 상황. 하지만 라이트 스네이크들이 한두 마리가 아닌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선전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다들 준비는 됐나?”
허우!
언데드의 힘찬 함성이 동굴 전체로 퍼졌다. 그런 함성 소리에 라이트 스네이크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에게 쏠렸다.
“좋아! 그럼 가자! 모두 오래 살아남아라! 그것만이 나를 돕는 길이다! 앞에 보이는 라이트 스네이크를 향해서 전원 돌격!!”
우우워워워워!
언데드들이 동굴이 무너져라 소리를 치면서 라이트 스네이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취익! 취익!
특유의 뱀의 소리를 내며 라이트 스네이크들이 재빠르게 꼬여있던 몸을 풀기 시작했다.
“무슨 몸에 참기름이라도 발랐냐? 어쩜 저렇게 쉽게 풀려! 차라리 꼬여 있을 때 광역이라도 날려서 폭발이나 일으켜 버릴걸!”
라이트 스네이크는 상당히 빠른 이동 속도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봐야 얼굴만 피하고, 다른 몸통은 공격에 허용 될 수밖에 없었다.
뱀의 형태라면 단순한 이빨 공격과 언데드들을 옥좨이며 몸을 틀어버리는 공격을 예상했었지만, 모든 것은 빗나가 버리고 말았다.
라이트 스네이크의 눈에서 새로운 공격 방법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쥐이잉~!
“제기랄! 네놈들이 무슨 X맨의 싸이클롭스인 줄 아냐!!”
눈에서 나오는 강렬한 빛은 그대로 언데드들을 파괴시켜버렸다. 레이저에 닿게 되면 마치 한 줌도 되지 않는 먼지가 되어 사라져가는 언데드들!
단순한 레이저라고 하기엔 그 위력이 너무나 강했고, 관통력까지 지니고 있는 레이저로 인해서 언데드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뭐가 이렇게 마구 쏘아대는 거냐!!”
지이잉~! 지이이잉~!
수십 마리의 라이트 스네이크가 쏘아대는 레이저는 도무지 피할 겨를도 없었다.
퍼퍼펑~!
닿는 대로 폭죽 터지듯 터져 나가는 언데드들이었고, 수많은 언데드 군단들은 1분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전멸을 하고 말았다.
“이런 씨…….”
퍼펑~!
이후 태성 역시도 레이저에 그대로 관통당하며 죽음을 맞이했다. 이로써 파샤드 던전의 혜택은 고스란히 또다시 날아가 버리고 만 것이다.
파샤드 던전의 혜택의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물며 죽은 상태에서 다시 파샤드 산맥까지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는데만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태성은 짜증을 이기지 못하고 로그아웃을 해버렸다.
“쳇, 동영상 같은 동영상도 찍지 못하고,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기대를 안고 많은 동영상을 촬영했다. 하지만 그 어느 부분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프레스씨는 괜찮을려나? NPC라면 죽으면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자신의 언데드 군단이야 모조리 죽어버렸으니, 프레스를 도와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휴… 그렇다고 지금 미친 듯이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쉬는 게 좋겠다.”
딱히 프레스라는 NPC에게 정을 느끼거나, 아니면 지켜주어야 한다는 보호의식이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태성은 그렇게 게임에서 나와 버렸다. 지금 당장 프레스의 안위는 그에게 아무런 감응도 주지 못했다.
게임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온 태성.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수나 수능을 대비해서 계속해서 도서관을 핑계로 넷룸에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일찍 왔네?”
“네. 오늘은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요.”
웃는 얼굴로 태성을 맞이하는 어머니. 아무래도 현금의 영향이 꽤나 컸던 것 같다.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자 캡슐이 돌아가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성의 아버지가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아버지가 계속 이러고 계시니 앞날이 좀 걱정이기도 하고… 그냥 대학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나도 직장이나 구할까?’
언제까지 그의 아버지가 이렇게 놀고 있을지 알 수는 없다. 또한 아직까지 그의 아버지는 새 직장을 알아보려고 하시는 것 같지는 않았다.
‘솔직히 아버지도 이정도면 중독은 중독인데…….’
요즘 들어 독서실을 핑계로 오후 늦게 집에 귀가하는 태성은 귀가 시간 이후에 게임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돌아가며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달 생활비는 이미 마련해뒀다지만… 그 뒤가 더 큰 문제인데… 나도 조금씩은 미래 설계를 해야 할 때구나.’
아직 19살이라면 노는 것에 더 많은 생각을 할 나이지만, 태성의 경우 집안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는 것에 대해서 큰 생각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로서 자신의 미래보단 가정의 미래가 더욱 중요했던 것이다.
뚜르르~!
여러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응. 말해라.”
-대뜸 받자마자 ‘말해라’가 뭐냐?
전화를 건 인물은 그의 절친인 한백우였다.
“너인 줄 아니까 그런 거지 뭐. 오늘은 무슨 일이시냐? 심심하냐?”
-아니, 나야 워낙 바쁜 몸이니까 심심한 걸 전혀 모르고산다. 오늘은 특별한 일이 있어서 전화를 드린 것이다.
“특별한 일? 무슨 일인데? 너의 생일은 아니잖아?”
-헉? 너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 거냐?
“당연하지. 하나 밖에 없는 친구의 생일을 잊어 먹으리?”
-스, 스토커 같은 놈!
“야, 이건 스토커가 아니라 절친에 대한 친우의 예의 정도거든?
장난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한백우는 태성의 말에 무척이나 놀라고 있었다. 몇 년이나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친구의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 생일조차도 잊어버리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친구라는 이름으로 생일을 기억해주고 있는 그가 너무나 고마웠다.
-어쨌든 생일을 잊지 않고 있어준 건 너무나 고맙다. 그런데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스승님의 생신이시다.
“응? 생신?”
-응. 그래서 오늘은 너랑 같이 가려고 말이야.
유의천의 생일이라는 말에 태성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가 그곳에 가야할 이유가 있나 해서였다.
한 때는 짧게나마 유의천에게 가르침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이후에는 왕래도 없었고, 마지막 유의천의 모습 또한 차갑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가르침으로 인해서 한때 별장에서의 건달들에게도 큰 어려움 없이 상황을 피할 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감사의 뜻에서라도 이번에는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어, 그래. 알았다. 준비할게.”
-그래. 그럼 30분 내로 집 앞으로 데리러 갈 테니까 준비해둬.
“응.”
자신을 제자로 거둬들이려고 했던 유의천. 직설적인 성격에 화통하면서도 도통 분을 참지 못했던 그를 생각하면, 아직도 뒤통수가 따가워지고 있었다.
“어서 준비나 하자.”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샤워를 하러 들어간 태성은 간단하게 씻고 나온 뒤, 옷을 챙겨 입고 집 앞으로 나갔고, 시간에 맞춰서 한백우의 차가 도착했다.
“왜 나와 있어?”
“그냥 할 짓도 없어서 말이야.”
“그래? 자, 그럼 어서 가자.”
한백우의 태성을 차에 태우고 그렇게 어디론가 향했다.
“응? 이쪽은 도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잖아?
“당연히 도장이 아니지. 설마 생신을 도장에서 하겠냐?”
“그럼 어디로 가는데?”
“우리 호텔.”
“호텔?”
“응. 스승님 생일 파티를 우리 호텔에서 하거든. 그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무인인데, 초라하게 도장에서 해서야 되겠냐? 하물며 올 사람이 몇 명인데?”
생일을 호텔에서 보내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자신의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해 본 태성이었다.
차를 타고 달린지 30분 정도가 되었을까? 드디어 한백우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호텔에 당도했다.
“정말 으리으리하구나.”
“후후, 5성 호텔이 어디 가겠냐?”
한국에서 제일가는 신화 호텔로 전국 5개에 걸친 신화 호텔 모두가 5성급 호텔로 등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원래 사람이 이렇게 많이 드나드는 거야?”
“5성급이라 원래 부호들이 많이 드나들어. 근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
한백우가 말하는 특별한 날은 유의천의 생일에 대한 것 같았다.
‘음… 대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길래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걸까?’
태성은 아직까지도 유의천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
한백우의 안내에 따라 호텔 내부로 들어서는 태성은 눈에 보이는 광경에 깜짝 놀랐다.
“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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